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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배신 - 좌파 기득권 수호에 매몰된 대한민국 경제 사회 정책의 비밀
윤희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좋은 책이다. '조국흑서'의 경제편이라고 해도 될 만큼(물론 그보다 훨씬 먼저 나온 책).
정통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의 형식을 빌어 조목조목 비판했다. 지금 정부의 '퍼주기식 정책'이 문제가 있다고 막연하게는 생각했는데, 그것에 대한 논리와 근거들을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1부는 각론으로 정부의 대표적 6개 정책의 문제점을 들춘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국민연금, 정년연장, 신산업정책이 그것이다. 가장 깔 게 많은 부동산정책은 그것이 4월 총선 이후 시행되었으므로 여기서는 빠져있는데, 저자가 국회의원 당선 후 5분 연설을 통해 비판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6개 정책을 비판하는 데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득권', '강성노조', '정부역할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정책별 비판의 포인트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인 내용은 '정부가 강성노조와 결탁하여 그들이 주창하는, 그들의 기득권을 묵인하는 정책에 동조함으로써 경제에 부담이 되고, 나아가 미래세대의 일자리 및 소득을 제한하고 부담은 늘려준다'는 것이다. 2016년 촛불은 강성노조들의 항쟁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로 인해 성립한 정권의 태생적 한계이리라. 갚아야 할 빚이 많은 것이다.
2부는 일종의 일반론으로, 복지와 분배 및 재정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파트는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시사점이 많다. 첫째, 코로나 이후 거론되는 기본소득을 다루고 있는데, 기본소득의 기원,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기본소득과 유럽이 실험중이라고 소개되는 기본소득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둘째, 모 유력정치인이 주장하는 우리나라 재정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국채비율 40%'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논증하고 있다. 일례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2016년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인 40%가 깨졌다'고 했다가도, 2019년 재정전략 회의에서 확장재정을 주문하면서 국채비율 40% 마지노선의 근거를 물었다는 얘기들 들려준다. 뭔지 모른다는 거다.
이 책의 매력은 논리적으로 명쾌하다는 점이다. 또, '좌빨', '중국', '베네수엘라' 같은 선동적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차분하게 깐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한 도시, 한 나라의 수장이라면 이 정도 지적 배경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는 나올 때가 되었다.
한계도 존재한다. 첫째, 철저히 노사 간 대립 구도로, 오직 노조와 이를 묵인하는 정부만이 문제라고 본다. 기업의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책임에 대하여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둘째, 대안이 조금 부족하다. 까는 건 누구든 다 한다. '정부가 왜 노조편을 들어, 국민편을 들어야지'. 맞는 말이긴 한데, 저 거대한 강성노조 또는 기득권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것이냐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얘기만 있을 뿐 액션플랜은 서구의 사례를 소개하는 데 그친다. 학자의 한계랄까.
셋째, 가장 조심하여야 할 부분은, 이승만에게 후한 점수를 준 점. 이영훈 류의 소프트 버전이 아닌지 의심된다. 저자는 1950년대 초 토지개혁을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여, 이후 우리나라에서 분배가 건강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별다른 근거나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디테일은 잘 모르지만 이승만식 토지개혁에 대해서 역사학계는 다른 해석을 내려놓은 것으로 안다. 독자들이 향후 독서를 통해서 각자 판단할 일이고, 이 책을 가시를 발라내듯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이제 이 내용들을 반박하는 책이나 텍스트가 나오길 바란다. '토착왜구', '본질은 검찰개혁' 이런 거 말고 제대로 된.
우리나라는 지금 전환기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환이 요구되는데도 힘껏 버티는 전환 저항기라 할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오래전에 합리성을 잃어버린 각종 규칙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그것을 유지시킴으로써 이득을 보는 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에서 누구를 희생시켜 누구의 이해를 추구하는지를 덮는 논리도 잘 개발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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