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상인의 위대한 도전 - 근대 자본주의와 혁신의 기원
남종국 지음 / 앨피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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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베르디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로, 국내에는 원작인 희곡이 소개되어 있지 않아 힌트를 얻거나 시대상황만이라도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시몬 보카네그라는 14세기 제노바의 해적에서 시민들의 추대로 도제(doge=총독)이 된 사람이다. 당시에는 해적이 상인의 역할도 겸했는데, 도제가 된 그는 분열된 이탈리아 도시 간 평화를 주장하였고, 이 점이 통일 이탈리아를 강하게 염원하던 베르디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이다.

 

아쉽게도, 시몬 보카네그라에 대한 정보는 1도 없었으나, 중세 시대 이탈리아 상인의 활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알게 된 점은 매우 기쁘다. 그간 나의 중세에 관한 관심은 단테와 피렌체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제 북부 이탈리아와 12세기~15세기로 확장된 것이다. 특히 상업이라는 생소한 영역을 설명한 점이 흥미로웠다. 흔히 상업하면 네덜란드 상인, 포르투갈 상인 정도만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것은 신대륙 발견 전후에 일어난 일이고, 그 기원은 베네치아와 제노바 등지의 상인이었던 것이다. '베니스의 개성상인'이라는 옛 소설도 있지만, 중세 이탈리아가 이 정도로 역동적인 공간이었다는 점은 의외다. 특히 귀족계층이 활발히 국제무역 활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정치적으로는 분열된 곳이었을지언정 경제적으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끊임없이 잇는 가교였음을 보여준다.

 

중세에 대한 많은 사료를 사용하였고, 에세이를 읽듯 전개가 매끄럽다. 20여년 전 시오노 나나미의 유럽에 대한 대한 지적 저술들을 부러워 했는데, 이제 우리나라 작가들도 궤도에 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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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풍월당 오페라 총서
베르디 작곡, 이기철 옮김, 오귀스트 마리에트 원작, 박종호 해설 / 풍월당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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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공연물은 한편인가 봤는데 재미가 없어서, 왜 나는 재미가 없을까 하는 오기가 생겨서 사서 읽었다. 고클에 올라온 대역본은 영문본과 대조해보니 좀 이상해서 제대로 된 번역이 읽고 싶었다. 박종호의 해설 파트는 ˝불멸의 오페라˝와 형식은 같지만 내용은 많이 다르다. 감상포인트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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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배신 - 좌파 기득권 수호에 매몰된 대한민국 경제 사회 정책의 비밀
윤희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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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다. '조국흑서'의 경제편이라고 해도 될 만큼(물론 그보다 훨씬 먼저 나온 책).

 

정통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의 형식을 빌어 조목조목 비판했다. 지금 정부의 '퍼주기식 정책'이 문제가 있다고 막연하게는 생각했는데, 그것에 대한 논리와 근거들을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1부는 각론으로 정부의 대표적 6개 정책의 문제점을 들춘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국민연금, 정년연장, 신산업정책이 그것이다. 가장 깔 게 많은 부동산정책은 그것이 4월 총선 이후 시행되었으므로 여기서는 빠져있는데, 저자가 국회의원 당선 후 5분 연설을 통해 비판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6개 정책을 비판하는 데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득권', '강성노조', '정부역할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정책별 비판의 포인트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인 내용은 '정부가 강성노조와 결탁하여 그들이 주창하는, 그들의 기득권을 묵인하는 정책에 동조함으로써 경제에 부담이 되고, 나아가 미래세대의 일자리 및 소득을 제한하고 부담은 늘려준다'는 것이다. 2016년 촛불은 강성노조들의 항쟁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로 인해 성립한 정권의 태생적 한계이리라. 갚아야 할 빚이 많은 것이다.

 

2부는 일종의 일반론으로, 복지와 분배 및 재정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파트는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시사점이 많다. 첫째, 코로나 이후 거론되는 기본소득을 다루고 있는데, 기본소득의 기원,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기본소득과 유럽이 실험중이라고 소개되는 기본소득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둘째, 모 유력정치인이 주장하는 우리나라 재정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국채비율 40%'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논증하고 있다. 일례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2016년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인 40%가 깨졌다'고 했다가도, 2019년 재정전략 회의에서 확장재정을 주문하면서 국채비율 40% 마지노선의 근거를 물었다는 얘기들 들려준다. 뭔지 모른다는 거다.

 

이 책의 매력은 논리적으로 명쾌하다는 점이다. 또, '좌빨', '중국', '베네수엘라' 같은 선동적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차분하게 깐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한 도시, 한 나라의 수장이라면 이 정도 지적 배경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는 나올 때가 되었다.

 

한계도 존재한다. 첫째, 철저히 노사 간 대립 구도로, 오직 노조와 이를 묵인하는 정부만이 문제라고 본다. 기업의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책임에 대하여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둘째, 대안이 조금 부족하다. 까는 건 누구든 다 한다. '정부가 왜 노조편을 들어, 국민편을 들어야지'. 맞는 말이긴 한데, 저 거대한 강성노조 또는 기득권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것이냐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얘기만 있을 뿐 액션플랜은 서구의 사례를 소개하는 데 그친다. 학자의 한계랄까.

 

셋째, 가장 조심하여야 할 부분은, 이승만에게 후한 점수를 준 점. 이영훈 류의 소프트 버전이 아닌지 의심된다. 저자는 1950년대 초 토지개혁을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여, 이후 우리나라에서 분배가 건강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별다른 근거나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디테일은 잘 모르지만 이승만식 토지개혁에 대해서 역사학계는 다른 해석을 내려놓은 것으로 안다. 독자들이 향후 독서를 통해서 각자 판단할 일이고, 이 책을 가시를 발라내듯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이제 이 내용들을 반박하는 책이나 텍스트가 나오길 바란다. '토착왜구', '본질은 검찰개혁' 이런 거 말고 제대로 된.

우리나라는 지금 전환기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환이 요구되는데도 힘껏 버티는 전환 저항기라 할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오래전에 합리성을 잃어버린 각종 규칙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그것을 유지시킴으로써 이득을 보는 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에서 누구를 희생시켜 누구의 이해를 추구하는지를 덮는 논리도 잘 개발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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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 리골레토 [한글 자막] - 박종호와 함께하는 유럽오페라하우스 명연시리즈 박종호와 함께하는 유럽오페라하우스 명연시리즈 19
베르디 (Giuseppe Verdi) 감독, 알바레즈 (Marcelo Alvarez) 외 / 아울로스 (Aulos Media)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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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골레토 무대연출이 내가 본 것 중에서는 독특하고도 좋은 편이다. 두 알바레스를 비롯한 배역진들의 열창도 마음에 든다. '여자의 마음' 부분에서 알바레스의 음색은 살짝 파바로티를 떠올리게 하기도. 최애하는 3막의 4중창과 3중창 역시 최고다.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마달레나의 심경 변화를 묘사한 부분. 공작이 마달레나를 희롱하면서 유혹하고 마달레나는 튕기는데, 막상 죽이려고 하니 너무 좋은 남자이니 살려주자고 하는 장면은 너무 드라마틱한 변화여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늘 생각했다. 사실 위고의 원작 희곡도 그렇게만 되어 있다. 이 공연은 그 과정을 인상적으로 그리고 있다.

 

한글자막은 '박종호와...' 시리즈 중 많이 떨어지는 편. 번역 자체가 뭔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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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빌리아의 이발사(취리히)(dts/IL BARBIERE DI SIVIGLIA) /ABCD004 아인스(태원) 정품클래식 기획특가 할인전 16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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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의 이발사는 처음

 

이 유명한 오페라 부파를 왜 이제서야 봤는지는 나도 모르겠으나, '로시니는 너무 가벼워'라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보니 굉장히 우스꽝스럽고, 당대에, 그리고 지금까지도 인기가 많을 것 같긴 하다. 우선 모차르트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 같다. 경쾌한 오케스트라는 '피가로의 결혼'을, 따발총 레치타티보는 '돈 조반니'를 떠올리게 한다. 코믹한 줄거리는 모차르트 X 다 폰테 그 자체이다.

 

이 공연은 무대연출이 상당히 독특하다. 4등분할 된 원형의 무대가 빙빙 돌면서 진행된다. 각각의 무대는 부채꼴 모양이다.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인상적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또 어떠한가. 노래도 아름답고 좋지만 배우들이 얼마나 웃긴지 코미디 프로를 보는 것 같다. 엄청난 대사(노래가사)는, 이 배역들이 로시니 전속배우여야 가능하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실제로 여기 출연진들은 모두 내가 처음 들어본 사람들이다.

 

이렇게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요소들로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보는데 상당한 인내가 요구되었다. '피가로의 결혼'을 볼 때와 꼭 같다. 2015년 잘츠부르크 공연은 부분부분 재미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왠지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어쩌면 보마르셰의 원작 희곡 자체가 내 스타일이 아닐지도. 공부 좀 하고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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