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투브 'Opera Streaming' 채널에서 제공하는 '라 보엠' 감상.

'라 트라비아타'보다 1년 전 공개된 영상이다. 역시 루치아노 파바로티 가극장 공연을 담은 거 보니, 그 극장의 공식 스트리밍 채널인가?

 

 

'라 트라비아타'와 마찬가지로, 공연 뿐 아니라 시작 전 악기 조율, 인터미션 시간과 제작자 인터뷰 등을 모두 보여주기 때문에 러닝타임이 무려 3시간에 이른다. 월요일 아침 출근을 걱정해야 하는 시각이라 공연 부분만 돌려 봤는데, 디스크 용량에 구애받지 않는 이런 구성, 좋다. 실제로 공연 한편을 다 본 기분.

 

(1막-4막의 무대는 요런 모습. 평범하다.)

 

 

오프닝 크레딧에 마르첼로=Carlo Seo 라고 해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 동양인. 검색해보니 바리톤 '서정혁'이라고 나온다. 노래도 꽤 잘 부른다(이탈리아 주요 극장의 두번째 테너인데, 당연한 거 아닌가?). 한국인 바리톤-베이스가 유럽에 많이 진출해서 인정받고 있다더니, 반은 과장라더라도 이제 꽤 수준이 올라온 듯.

 

 

로돌포 역의 마테오 데솔레의 노래는 시원시원하다. 미미 역 테레사 레바의 노래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 아리아 사이에 박수가 너무 끊어먹는다. 그만큼 뛰어났다는 얘기겠지만...

 

 

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에 보여주는 제작자 영상. 디렉터가 무려 레오 누치! 영화배우들이 그런 것처럼 오페라 가수 역시 배역만 하는 것의 한계를 느끼고 지휘나 연출로 직접 참여하나보다.

 

 

무제타 역의 루크레치아 드레이. 자태가 요염하고, 노래 또한 그렇다. 날 차버리고 간 여자가 돈 많은 늙은이랑 놀아나는 걸 눈 앞에서 보고 있음에도, 저렇게 다가와 유혹한다면 어찌 마음을 돌리지 않을 수 있을까. You Lose!

 

 

3막에서 마르첼로의 참교육 장면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리브레토나 2017년 토리노 공연의 해당 장면은 상당히 시끌벅적해서, 미미-로돌포 2중창에 뒤지지 않는데, 여기서는 메인 커플을 위해 상당히 축소시켰다는 느낌. 저렇게 가만히 서서 하다니 ㅡㅡ

 

 

연출은 평범했지만 재미있게 보았다. 스페이스 오페라 버전만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엔딩 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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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블루레이] 베르디 : 아이다 [한글자막]
베르디 (Giuseppe Verdi) 외 / C Major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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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깔끔한 무대가 돋보인다.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극단적으로 미니멀하게 압축하지도 않고 꼭 필요한 요소만, 동선 명확하도록 구성되었다. 이런 연출은 언제나 환영이다.

메타의 지휘는 역시나 흠잡을 데 없다. 성악진이 다소 갈리는데, 테너는 괜찮으나 소프라노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 공연에서 돋보이는 건 4막의 암네리스. 아리아 하나 없는 이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커튼콜에서 모습을 드러낼 때 환호성이 어찌나 대단하던지... ‘암네리스’ 공연이 아니었나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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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오셀로 열린책들 세계문학 19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권오숙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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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얘기지만, 국가로부터 암건강 관리 안내메시지를 받은 나이에 처음으로 셰익스피어를 읽었다. 나는 베르디의 '오텔로'를 먼저 보고 원전을 알고 싶어 읽었다.

 

다른 원작을 둔 오페라들이 그러듯, '오텔로'도 캐릭터들의 동기가 좀 약하다. 원작인 희곡 오셀로는 '질투'의 드라마다. 무어인이 백인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여 손수건 하나로 파멸해 가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비단 오셀로 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역시 질투에 의해 움직인다. 로더리고는 오셀로를 질투해서 살인을 저지르려 한다. 심지어 이아고의 동기도 질투다. 오페라에서는 단순히 무어인 상관이 싫어서 그렇게 행동하는 걸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도 오텔로를 질투한다.

 

"사람들은 그 놈이 내 이불 속에서 내가 할 일을 대신 했다고들 생각하지. 이것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일에 있어서는 의심만 들어도 확실한 것처럼 보복을 해야해."

 

이제, 캐릭터들의 행동의 동기가 분명해졌다. 오셀로는 질투 때문에 아끼는 부하인 캐시오와 데스데모나를 죽이려 한다. 이아고는 질투 때문에 로더리고를 움직여 캐시오를 죽이려 한다. '아키텍쳐'인 이아고는 이를 이용해 오셀로를 움직이고, 로더리고를 움직이고 캐시오를 움직인다. 보면 볼수록 인간성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역자는 후기에서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이 작품을 해설하는 데 상당부분을 할애한다. 이 극의 비극성은 오셀로의 질투심에 더해 가부장제 하의 그릇된 여성관이 결합한 것이라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정조를 상실한 여성에 대한 남성 간 연대감 보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문득 동남아-인도에서 가장의 의도에 반하여 결혼하거나,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에 대한 집안 남자들의 폭력이 떠오른다. '명예살인'. 여성의 정조(honor)는 곧 그것을 소유한 남성의 명예(honor)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4벡여 년 전의 셰익스피어와 지금의 인도-파키스탄의 여성관이 별 차이가 없다니. 그의 인종주의적 편견이 여전히 통용되는 것이라는 말인가.

 

"무식한 인도 사람처럼 제 손으로 제 종족 전체보다도 값진 진주를 버린 자라고."

 

번역은 아쉬움이 없지 않으나, 주석과 맞물려 재미있게 읽었다. 영한 대역본이나 좀 더 시적인 번역본을 읽고 싶다.

[이아고] 예전처럼 2순위가 1순위의 뒤를 따르는 경력순으로 승진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추천장과 총애에 따라 이루어지니

[이아고] 누구나 다 대장이 될 수 없는 법이고, 또 대장이라고 누구나 진실로 충성스러운 부하를 둘 수도 없는 법입니다. 나리께서도 무릎을 구부리고 충성을 다하는 많은 작자들이 노새처럼 먹을 것만 주면 그저 비굴한 의무를 다하면서 세월을 허비하다 늙어 해고당하는 꼴을 많이 보셨겠죠. 그렇게 충직한 놈들은 회초리질을 해야 합니다.

[이아고] 저는 그를 섬기면서 실은 저 자신을 섬기는 겁니다. 제가 사랑과 충성심으로 그를 따르는 듯 보이지만, 실은 특별한 목적으로 그런 척하는 것은 하늘이 알 터입니다.

아, 혈육이 이토록 배신을 하다니! 세상 아비들이여, 이제부터는 딸년들의 행동만 보고 그 마음을 믿지 말지어다. - P14

[오셀로] 저는 전쟁과 전투에 관한 것이 아닌 이 위대한 세상에 대해서는 별로 말을 잘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저 자신을 변명하는 일에서도 대의명분을 그럴싸하게 꾸며 말할 줄 모릅니다. - P24

[오셀로] 그녀는 제가 겪은 위험들 때문에 저를 사랑하고 저는 그녀가 그것들을 동정해 주었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하노라고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사용한 마술입니다. - P27

내 보물, 네 소행을 보니 또 다른 자식이 없는 게 다행이구나. 네 사랑의 도주를 보고 나는 독재의 필요성을 배워 자식들에게 족쇄를 채우게 했을 테니까. - P29

[공작] 그동안 희망을 두어 왔던 해결책이 어쩔 도리가 없이 되어 최악의 상태를 보게 되면, 슬픔도 끝내야 하는 법이오. 다 끝나 지나가 버린 불운을 슬퍼함은 불행을 더 질질 끌고 가는 짓이오. - P29

말은 말일 뿐, 말이 귀를 통해서 상처받은 가슴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아직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 P30

[이아고] 우리에게는 날뛰는 감정과 음욕의 자극과 끓어오르는 정욕을 식혀 줄 이성이 있지요. 나라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도 제가 보기엔 음욕의 곁가지이거나 어린 가지에 불과합니다. - P34

이 끔찍한 일이 세상의 빛을 보게 하려면 지옥과 밤의 도움을 받아야 해. - P36

너무 기뻐 가슴이 벅차오. 이렇게,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심장이 만들어 내는 최대의 불협화음이 되게 하소서! - P47

훌륭한 내 사랑, 내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파멸이 내 영혼을 붙잡아 가기를! - P76

[이아고] 사람은 모름지기 겉과 속이 같아야죠. 그렇지 않은 자들이 정직한 체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 P78

좋은 평판은 우리 영혼의 가장 소중한 보석입니다. - P79

가난해도 만족하면 부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해질까 늘 염려하는 자는 아무리 부자여도 겨울처럼 가난합니다. - P80

[이아고] 위험스러운 억측은 원래 독약과 같아서 처음에는 구미에 맞지 않는 것을 잘 모르지만 혈액에 조금만 작용하면 유황 광산처럼 타오르지. - P87

도둑맞은 자가 도둑맞은 것을 모를 때, 모르는 채로 놔두면 그자는 아무것도 도둑맞지 않은 거지. - P88

[에밀라아] 남자의 본심은 한두 해만에 나타나지 않아요. 그들은 모두 위장이고 우리 여자들은 모두 음식에 불과해요. 그들은 게걸스레 우리를 먹고, 배가 부르면 뱉어 버리죠. - P98

질투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은 소용없어요. 그들은 이유가 있어서 질투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질투심이 많아서 질투하는 것이죠. 질투심은 스스로 잉태되어 태어나는 괴물이에요. - P100

죄를 지으면 혀를 놀리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드러내는 법입니다. - P138

[이아고] 오늘 밤은 내가 아주 일어스든가 아주 파멸하든가 하는 밤이다. - P140

그자의 머리카락 하나하나가 다 목숨을 지녔다 해도 내 복수심은 채워지지 않아 - P144

[오셀로] 아, 견딜 수가 없구나! 아,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거대한 일식과 월식이 생겨서 암흑이 엄습하고 놀란 지구도 이변에 입을 벌리는 듯하다. - P144

이는 달의 궤도 이탈 때문이다. 달이 평소보다 지구에 더 가까이 다가와서 인간들이 돈 거야. - P145

내키시면 명예로운 살인이라고 말씀해 주시오. 이 모든 짓을 증오심이 아니라 명예심으로 했으니.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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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블루레이] 벨리니 : 노르마 [한글자막]
벨리니 (Vincenzo Bellini) 외 / Dynamic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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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마는 두번째.

 

야외무대인 만큼 큼직큼직한 게 시원하고 무대연출 또한 괜찮다. 무대나 의상이 고대의 어느 숲에 사는 부족 같다는 느낌을 주는 반면, 로마인들의 의상은 해괴하다. 마리아 호세 시리의 노래는 좋지만 뜬금 없이 웃는 장면들이 다소 거슬린다. '그 여자는 나에요' 장면에서 때 조명이 홀로 그녀를 비추는데 그 때 웃는 모습이 섬뜩하다. 오케스트라는 평소 좋다고 느꼈고 '노르마'를 몇 번 듣긴 했지만 이번 공연에서 2막의 전주곡을 재발견했다. 다만, '빠라밤밤빰빰빰빰~' 같은 벨리니만의 유치뽕짝 오케스트라는 몇 번을 들어도 적응이 안된다.

 

한글자막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만하면 괜찮다고 본다. 부클릿은 두쪽 반 분량의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시놉시스 제외), 프로덕션 제작노트는 아니고 노르마의 탄생과정을 훑어주고 나서 작품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근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를 읽고 어렴풋이 느끼긴 했지만) 대본가 펠리체 로마니가 메데이아를 다룬 희곡들, 아이네이스 등  다양한 고전 텍스트로부터 영감받았다는 것과, 벨리니가 이탈리아 오페라 전통보다는 프랑스적 작곡기법을 받아들여 성악과 오케스트라의 조화를 꾀했다고 소개하면서, 드라마적 요소, 장면 묘사 기술, 캐릭터의 심리묘사, 화성의 풍부함이 유기적-다층적으로 결합되어 빚어진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를 내리고 있다. 두 명의 위대한 후대 작곡가의 경외감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길고, 길고, 긴 멜로디가 그 전에는 없었다.' - 베르디

"게르만 작곡가들의 지적 대담성을 위한 처방" - 바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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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살롱
황지원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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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덕후의 세계 오페라 극장 여행기. 도시-작품-극장-음식(커피 등)-여행노트를 매칭시켜 소개하고 있다. 챕터별 군데군데 작가의 음식, 역사, 문학적 지식이 놀랍다. 박종호와 다소 다른 관점에서 읽어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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