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밤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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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독, 추위가 견디기 힘들다. 가까이에 난로를 두고 있는데도 손과 발이 얼어붙을 것만 같다. 이리도 차가운 날. 차가운 밤과 마주했다.

표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았다. 장미, 아름다움 속에 가시를 숨기고 있는 꽃. 화려하지만 품고 있는 가시 때문에 도도해질 수 밖에 없는 꽃. 하지만, 꽃이기에 시들어 버릴 수 밖에 없는. 꽃처럼 피었던 생명, 붉은 피를 토하고 죽음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지독히도 모질고 힘에 겨웠던 그 시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중국소설은 '눈으로 하는 작별' 다음으로 두번째이다. 사실 '눈으로 하는 작별'은 도입부만 읽다가 너무 읽히지 않아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책장에 고이 잠들어 있으니, 제대로 읽은 것은 아마 처음이 될 것이다. 세계문학의 숲 시리즈로 인간실격을 접하고는 이 작품 또한 선뜻 겁없이 덤벼들었다. 스르륵 읽어보니, 대화체가 많아서 금방 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왕원쉬안. 이 책의 주인공이다. 어머니, 아내와 함께 한 집에서 지내는데 고부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갈등의 이유인즉, 아내는 은행원이라 원쉬안보다 밥벌이가 낫고, 그 핑계로 집안일과 아이는 뒷전인 -시어머니의 표현을 빌려 - '꽃병'일 뿐인 며느리. 지금도 그러한데, 이러한 며느리와 사이좋게 지낼 시어머니는 거.의.없.다. 자신의 아들이 밑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았고, 수성 또한 어머니의 존재자체를 인정하기 힘든 그 사이에 원쉬안이 있다. 원쉬안은 어머니와 아내. 두 여자를 모두 사랑하는 좋은 사람. 중간자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툼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든 사람. 그 우유부단한 성격때문에 책을 보는 내내 답답하고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왜 그렇게 좋은 사람이어야만 하는 걸까.

 


 

마음만 좋아서는 이런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힘이 드는걸 알지만,

그는 그녀들을 똑같이 사랑했고, 그저 혼자 아팠던 것 같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들이지만, 진정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자신의 속을 갈아먹어가며 아파야했던 원쉬안에게는 정말 아무런 방법도 없었다.

좋은사람의 천성이, 가장이라는 책임이, 그녀들의 두 손을 놓을 수 없었던 그의 손이 안타까웠다.

 진심으로 그의 마음을 안아주는 이는... 어째서 단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일까.

무엇이 그리도 마음의 문을 닫고, 이토록 어둠 속을 혼자 걷게 만들었던 것인가.

 



 

원쉬안과는 다른 생각을 품고 실행해 옮길 줄 알았던 그의 아내 수성.

그와의 사이에 아이가 있지만, 그리고 사랑했던 남편이 있지만

전시상황, 그리고 남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선택했던 그녀.

그들의 곁에 남아봤자 자신에게 아무것도 이득이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그녀의 독백속에

희생되는 사람은 역시 따로 있는 것인가.

어머니, 아내, 며느리로서의 책임은 그녀에게는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고 싶었던 원쉬안과는 다른 그녀를 볼 때마다 소름이 돋고 울화통이 치밀었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도, 진정한 나를 찾는 일도 무의미하게 되어버린채 모두 안개 속으로 숨어들었다.

이 책은 읽는 내내 고독 속의 길이었고 어둠의 빛을 밝혀주는 가로등 불빛 하나도 허락치 않은 채 차갑게 차갑게 식어가야만 했다.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자.

당신을 환하게 비춰주는 한줄기 빛이라도 존재하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뱉은 말에 상처와 고통에 휩싸이는 이는 없는지.

당신만이 따뜻한 밤을 맞이하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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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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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크리스마스 같은 카드를 꾸밀 때에 쓰이는 말리면 부풀어 오르는 솜사탕, 혹은 팝콘펜 처럼 올록볼록한 '라이팅 클럽'이라는 표지의 글자.

불빛에 비추어 보았을 때 반짝거리던 writing.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표지에 유난히도 끌렸으리라 생각한다. 컴퓨터를 통해 인쇄되어 나오는 글보다는 타자기에서 뱉어내는 용지와 끼익 끼익 소리가 글쓰기를 한층 더 자극하듯 이 책은 그렇게 나에게 다가왔다.

 

요즘은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만 같다. 블로그에 포스팅만 잘해도 돈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미기와 글쓰기에 소질이 없는 나는 그저 흉내내기에 급급하다. 잘 꾸며놓은, 한없이 깔끔한 블로그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쉼없이 머리를 쥐박기에 여념없다. 남들은 이렇게도 재주가 많은데, 내 꼬락서니는 참 우습다. 하하하.

이 책을 들여다 본 이유도,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였다. 나도 돈 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조금은 불순한 의도로 집어든 책이었는데, 도입부에는 실로 실망스러웠다. 글을 쓰게 되는 이유 등이 언급될테지만, 글쓰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보이는 주인공의 묘사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런 사상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과 이 책이 끝날 때까지 얼마나 더 씨름을 해야 되는 것인지 머리가 아팠다. 아니나 다를까 책은 잘 넘어가지 않았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기를 수십번. 책을 붙잡고 잠이 들기 일쑤였다. 아마도 나는 여태껏 잘 넘어가는 책만 읽는 습관탓에 끝까지 붙잡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조금은 짜증이 났다. 그렇다고 이 책이 흥미를 떨어뜨리거나한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나와는 다른 주인공의 습성 - 엄마와의 사이, 독특한 발상 등 - 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것은 중간즈음이 되면서 주인공을 이해하려는 나의 생각의 전환으로 훨씬 읽기 수월해졌다. 그리고는 주인공이 좋아했던 책을 필사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가지게 되었다. 읽을수록 빠져드는 책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글을 쓰고 싶은 순간엔 그 특유의 모드가 있는 것 같다. 그 모드에 접속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때가 있는가 하면 자기도 모르게 저절로 모드가 바뀌는 순간도 있다. - 55쪽  내가 글을 쓰고 싶을 때는 어김없이 어떤 것을 경험하고 난 뒤이다. 글을 쓰는 일이 생업이 아닌 나에게는 쓰지 않으면 안되는 압박 같은 것도 없으니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오늘처럼 늘 만나는 사람과의 늘 하던 일과 외에 다른 특별한 일을 했을 때 라던지,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래가 옛 사람을 추억하게 만든다던지, 첫눈이 내렸다던지 하는 자주 있지 않은 일을 경험하고 나면 으레 글이 쓰고 싶어진다. 타고난 재능은 정말 없는지 이따금씩 감성에 잠기지 않은 채 글을 쓰려고 하면 생각이 뒤죽박죽 엉켜버리고 만다. 언제 어디서든 뚝딱뚝딱 쓰고 싶은 글이 써진다면, 글쟁이는 더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닐지도 모르지. 하고 생각해본다.

 

글과 사람은 같다, 같지 않다? 전혀 같지 않았다. - 64쪽 내가 쓰는 글과 그 글을 쓰는 나는 전혀 같지 않다. 다른 사람이 들여다 보는 나는 어떤 느낌이냐하면, 들은바로는 굉장히 밝고 말이 많다. 잘 삐지고, 울컥을 자주 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잘 웃는다. 기타 등등. 내가 쓰는 글을 보고 있으면, 억지로 웃는 척. 어두운 척. 아픈 척. 그놈의 척척척. 내가 쓰고 있는 글 속엔 언제나 어둠의 아이가 등장한다. 그것은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소녀감성이라는 녀석 때문인데, 감성적일때만 글을 쓰고 싶어하는 습성 때문에 괜히 센치하고싶어하고 분위기 잡으려 하는 경우가 많다. '나'라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힘이되어주고 싶어하는데, '나의 글'에는 위로받고 싶어하는 내가 존재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나는 그 목록에 닿느라 우주 한 바퀴를 빙 돌아야했다.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그런 목록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목록. - 162쪽 글쓰기를 좋아하고,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만의 목록을 가지고 싶을 것이다. J의 칙령이 주인공을 그렇게 이끌었듯 책 속에서 찾은 보물들을 필사하려면 나는 앞으로 우주 한 바퀴 그 이상은 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읽고 싶은 글들만 읽으려고 했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 했던 나에게 변화의 바람이 스미고 있음을 느낀다. 어쩌면 나는 나의 생각을 굽히지 않은 채 나만의 틀 속에 갇혀지냈던 것이다. 더 넓은 세계를 보지 못했기에 늘 글을 쓰더라도 같은 글을, 조금도 나 답지 않은 글을 썼던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느낌, 움직이는 느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 231쪽  나는 앞으로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따스함을 주는 글을 말이다. 여태껏 내가 끄적이고 있는 글들은 진정한 내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지만, 나에게 글을 쓰고 싶어하는 이유를 알려주기에 꼭 맞는 책이었다. 누군가 많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나답지 않은 글 말고,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내가 정말 표현하고 싶어하는 나다운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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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외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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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 간. 실. 격.

 

  고전에 눈을 돌려 읽어보기로 마음 먹고 장바구니까지 담았지만 끝내 품을 수 없었더랬다. 쉽게 읽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아직은 내공이 부족해 어떤 의미로든 나에게 와 닿지 않을거라고. 나에게 그렇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고. 마음 속의 포장을 풀어내지 못한 채 그렇게 멀찌감치 바라만 보고 있던 책이었다.

  많은 사람에 의해 번역된 책이라 누군가의 조언을 받지 않고서는 섣불리 덤빌 수 없었다. 사실, 한 두어군데의 출판사를 제외하고는 표지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은 점도 있다. 그나마 마음에 드는 표지가 있긴 하였지만 그 마저도 인.간.실.격. 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고서는 그냥 덮어버렸었는데. 일단, 표지가 여태껏 출판된 것 중에 제일 마음에 든다는 점. 그래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 그의 이름을 인.간.실.격.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제목만 낯이 익었을 뿐 사실, 작가에는 별 다른 관심이 없었다. 무언가 검객의 느낌이 나는 것은 나 뿐일까. 아마 이름에 '무' 때문인데, 아무래도 이름이 참 괴상하다. 일본학과이고, 또 일본 계열에 종사하고 있어 특이한 이름은 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정이 안가는 이름도 있구나. 특이하다 못해 친해질 수 없는 이름같이 느껴지는 건 도대체 왜 일까.

 

  어떤 인간이었길래 책 표지에 정말 싫다는 표현을 과감하게 실을 수 있었을까. 역으로 소설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거겠지. 정말 말 그대로 인.간.실.격.의 존재였을까. 끊임없는 물음에 물음을 물고 늘어지는 이 책. 벌써부터 고비는 와 버린 듯 했다.

 

  나는 무(無)다, 바람이다, 텅 빈 존재다. 그런 생각만 첩첩 쌓여서 나는 광대 짓으로 가족을 웃기고, 또한 가족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두려운 하인이나 하녀에게까지 필사적으로 광대 짓을 서비스했던 것입니다.-19쪽 

 '광대 짓.'... 이 책 이 전에 마음에 들었던 다른 번역가의 손을 거친 인간실격에는 '익살'이라고 번역 되어 있었는데 익살보다, 광대가 훨씬 와 닿는다. 내가 생각했던 인.간.실.격. 이라면, 조금 더 거친 표현이 필요이상으로 남용되어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익살보다 광대의 편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더 잘 반영하고 있는 탓이리라. 나 자신이, 나 자신일 수 없고 벗을 수 없는 가면을 쓴 채 언제 끝날지 모르는 광대 짓을 하고 살아간다면 그 마음의 정도는 얼마나 공허할까. 지금 느끼고 있는 나의 고독을 이토록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이 광인은 마치 나를 위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고 느낀다면 난 벌써 이 작품에 매료된 것이겠지. 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안아주거나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 따위는 전혀 생기지 않는다. 나 역시도 그가 느꼈을 고독을 씹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늘 어긋났던 주변의 상황. 그리고 사람들. 철저히 내가 아니어야 그들과 어울릴 수 있었지만 설사 어울린다 하더라도 그곳엔 진짜 내가 없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러면 태어나기 전부터, 이랬어야 할 운명이란 말인가. 여기에 대한 해답은 누가 나에게 알려줄 수 있을지.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그대로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건 얼마나 만만하고 어리석은 짓인가. 대가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자신의 주관에 따라 아름답게 창조하고, 혹은 추한 것에 구역질을 하면서도 그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고 표현의 기쁨에 젖는다. 즉, 타인의 생각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화법의 원초적인 비전을 다케이치에게서 전수받은 것입니다.-40~41쪽

  나만을 생각하며 살 수 있었다면, 광대 짓 같은 건 하지 않았겠지.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려고 하기에는 정말로 잘 모르겠는. 내가 정말 이것을 좋아하는 것인지, 혹은 싫어하는 것인지 분간하지 못한 채.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나'자체가 올바로 성립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타인의 말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나의 생각따위는 잠시 물 위로 띄워졌다가 금방 가라앉아버린다. 전혀 닮아 있지 않다고 생각하던 존재. 누구라도 '싫어'라고 내뱉을 만한 사진 속의 존재가 나와 겹쳐지는 순간. 나 조차도 역겨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나도 실격인 것일까 하고.

특징없이 태어난 것. 무엇 하나 불분명한 것이 분명 나의 탓만은 아닐테지만, 그것을 견디고 살아가는. 아니 견디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냥 흘러가는 시간을 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에 존재함에 이유 같은 건,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허무함이 찾아든다.

 

  하지만 딱 하룻밤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자 나는 원래의 경박하고 가식적인 광대가 되어 있었습니다. 겁쟁이는 행복조차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솜에도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행복에 상처 입는 일도 분명 있습니다. 더 이상 상처를 입기 전에 어서 빨리 헤어지고 싶어서 예의 광대 짓이라는 연막을 쳤습니다. -62쪽

  그래요. 나도 겁쟁이입니다. 진정으로 '사랑 받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미움' 받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어서 정말로 존재하는 존재가 되고 싶어서 늘 연막을 치고 살았습니다. 그저 그렇게 외면 당하지 않는 채로만 버텨줄 수 있는 시간이라면, 광대 짓 쯤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스스로 그렇게 위안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읽는동안 '-습니다' 라는 문체때문에 그 말이 입에 베여 나도 모르게 이렇게 혼자 하소연하곤 했다. 광대 짓에서 벗어난다면, 내가 원하는 그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아도 해결의 실마리는 나와 있지 않은 듯 하다.

그렇게 미완의 존재로 늘 겉돌 수 밖에 없어서, 조그마한 낮은 속삭임에도 벌벌 떨던 나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어 버렸다.

 

처세술이 좋다 ....... 그건 정말 나로서는 쓴웃음이 나는 말이었습니다. 나한테 처세술이 좋다니! 하지만 나처럼 인간을 두려워하고 도망치고 대충 속이며 사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으면 탈도 나지 않는다'는 영리하고 교활한 처세술을 신봉하는 자들과 똑같은 게 되는 걸까요. 아아, 인간이란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고, 아예 잘못 보았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 생각하고, 평생 그걸 깨닫지도 못한 채 상대가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읽고 있는 건 아닐까요. -92쪽

  내 마음을 허락했던 벗이라 할지라도 다 나의 마음과 같을 수는 없겠지요. 저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고, 생각도 다르게 마련이니까. 마음을 준 만큼의 무언가를 다시 받을 수 있다면, 누구나 다 그 마음의 크기가 같을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서로 이렇게 엇갈리는 거겠죠.

누군가의 마음을 꺼내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사람 모르게 그 마음을 알아주고 싶을 때.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것만 같이 불안할 때. 마음을 정말 꺼내볼 수 있다면, 평생 깨닫지 못하는 마음 따위는 없을까. 진심은 통한다고 하지만, 나는 솔직히 그 말에 대한 자신이 없다. 나 스스로가 불안한 마음을 떨쳐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만 떳떳하면 된다고 생각해보아도, 돌연 나와 같지 않은 마음이 돌아오는 것에 무언가에 찔린 듯 고통을 수반하기에. 그리고 그 돌아오는 고통 마저도, 내가 감수해야함을 잘 알고 있기에 늘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안다고 장담하는 그 어떤 것도 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바보가 어찌 거짓이 아닐까. 노력하면 할수록 나는 거짓에 거짓을 덧칠해갈뿐이다. <로마네스크> -186쪽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하지만, 노력한다. 괜찮다. 괜찮다. 슬픈 모습 보이지 않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어쩌면 나를 위한 가면.

우리들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그것이 본인이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가면을 벗어버리고 진실되게 살자! 하고 외치고 싶은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다. 그 가면을 벗는 순간. 상처받을테니까. 나를 지키기위한 가면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나는 힘들어도 괜찮은 척, 슬퍼도 웃고, 그냥 그렇게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바보. 그렇다. 나 또한 거짓말쟁이이다.

 

  그 때 나는 아마도 <인간실격>이라는 작품보다 이 소설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의 자살을 읽었던게 틀림없다.

- <해설> 253쪽

나도 처음에는 '자살'이라는 점 때문에 읽는 내내 한 구석에 어둠의 기운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리고는, 조금은 무덤덤하게 읽어내려갔다. 많이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 나는 잘해오고 있다. 스스로 주문을 걸면서. 동요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해설은 읽지 않으려고 했다가, 다자이 오사무의 생애 전반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의 입장이 되어 보기로 했다. 해설을 읽고 난 후,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접했을 때, 내가 처음 맞딱들였던 두려움은 온데간데 없고, 온통 이 세계에 매료 되어 있었다. 몇 구절 적어 놓은 부분들은 몇 번 읽고 또 읽어도 심장이 떨렸다.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하게 될지, 그냥 이대로 머무르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으나 인.간.실.격. 이 작품 만큼은 꼭 지니고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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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버스데이 - 부모와 아이의 인연을 60억 분의 1의 기적
아오키 가즈오.요시토미 다미 지음, 오유리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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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의 인연은 60억분의 1의 기적

 

이 글귀로 내 마음을 한 순간에 확 사로잡은 책이다.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독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처음 손에 잡는 순간부터 가슴이 철렁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니. 그 말이 귓전에 쉼없이 맴도는 것 같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존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렇다. 나도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스카와 동병상련이었다.

 

'엄마한테 사랑받는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요.......'

어릴 때 부터 나도 아스카처럼 착한 아이 컴플렉스가 있었다. 나만 조용하게 말썽을 일으키지 않으면 집이 평안할거야. 하는 생각을 줄곧 해왔었다. 그래서 속에 있는 말들을 잘 꺼내지 못하고 억누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급기야는 감정이 메마르기까지 했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저 시간은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할 뿐, 나에게는 햇볕 한 줌 허락하지 않는 어둠의 시간들이었다. 어떤 모습이 그토록 엄마를 화나게 만드는지 모른 채, 나도 누군가를 닮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철저하게 외면당했고 그래서 늘 외로웠다. 아스카 역시 그랬으리라.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는 안다. 그래서 아스카를 미워하는 엄마를 증오했다. 어떤 이유가 있었건 열 한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마음이 괴롭고 억울했다. 세상의 빛을 보게 해준 사람에게 받는 미움은, 살아갈 이유를 없애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자기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달라는 신호 아니었을까? 자신의 존재를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으니 얼마나 괴로웠겠니.

아스카의 마음은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었겠지."

그저 따스한 시선과 손길이 필요했을 뿐인데, 어린아이에게 무관심은 학대나 다름이 없다. 사랑과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한 나이. 다른 가족의 생일은 다 챙겨주며 축복을 해주어도, 그 자리에 섞일 수 없었던 아스카. 내 어린 날의 기억으론, 나도 가족과 생일파티를 한 기억이 없다. 엄마, 아빠의 축복 속에서 촛불을 끄는 건 드라마에서 나오는 이야기일 뿐. 아스카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오빠가 엄마에게 사랑받는것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엄마에게 아무리 관심가져달라고 눈길을 보내도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외면. 엄마 대신 아스카를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함께 촛불도 불어주고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고 싶었다.

 

"정답은 우리 주변 곳곳에 숨어 있었어. 땅속과 물속 그리고 하늘에도 있었고. 이 세상은 벌레도 식물도 땅도 바람도 다 한데 어울려사는 곳이야. 그 하나하나 모두가 가치있는 자연의 은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우리 엄마가 자연이 낳은 은혜로운 생명이라면 나도 자연 속의 은혜로운 선물인 거라고. 그렇게 모든 것들이 더불어 살아가야 이 세상이 조화롭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저 사랑받고 싶어서 아둥바둥거리던 나와는 달리, 아스카는 훨씬 강한 아이였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며 자연과 어울리고, 그 자연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은 아이. 할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방법을 깨우친 아이. 어떻게 엄마의 입장에 서고, 이해하려는 기특한 생각이 들었을까?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 버린 우리들 마음 속에도 아이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 아이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 세상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 아이의 세상은 훨씬 더 넒고 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엄마보다, 더 어른스러워진 아스카. 엄마안의 상처받은 아이를 어루만져줄줄 아는 아이였다. 나는 그저 도망치기만 했다. 그리고 아예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원망만 했을 뿐이다. 아스카처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비겁했다. 내가 안아주어야만 하는 여린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아스카에게 되려 위로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이 낳은 은혜로운 생명이라고 말해주었다. 어린 날의 어둠에 갇힌 나는 이제 없었다. 응어리가 녹고 있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감사해요.'

'할아버지가 아스카의 마음에 영양분을 가득 심어주셔서 오늘 이렇게 해낸 거 같아요.'

마음의 영양분은 다른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리는 일이다. 존재감이 없던 아이가, 제 스스로 빛을 내기 까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변할 수는 없었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아스카 스스로가 변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래서 더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아스카, 시간은 바람과 같단다."

"시간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지. 아무리 괴롭고 슬픈일이 있더라도 언젠가는 흘러간단다.

지나간 시간에 사로잡혀 있으면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지 못하고 흘려버리게 된단다."

그 누군가에게서 꼭 듣고 싶었던 말. 이 말은 아스카 혼자 들은 것이 아니었다. 아스카와 함께 하는 시간동안 함께 아팠고, 함께 성장했다. 지금 이 순간이 무엇보다 소중함을. 그리고 내가 먼저 변해야 함을. 상대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더 소중한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음을 실감했다.

 

눈물을 뚝뚝흘려가며 슬픔과 감동을 함께 했던 책.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은 없다고, 우리는 누구보다 소중하다고 소리치고 싶었던 책.

훗날, 나에게 아이가 생기게 되면 꼭 함께 다시 읽어보리라 다짐했다. 아스카, 태어나줘서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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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식 원장의 자연치유
조병식 지음 / 왕의서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요즘 부쩍 건강에 관심이 많아졌다.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무분별한 영양공급으로 내 몸이 예전같지 않고 변해가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가족 중에 암으로 돌아가신 분이 계시기 때문에, 암에 관한 책도 가지고 있고 보험도 착실히 들어놓을 정도이지만 사실 몸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막상 자신의 일이 아니면 누구나 그렇듯 마냥 지금처럼 건강할 것이라 방심하기 쉽상이다. 어릴 때 부터 밥을 잘 챙겨먹지 않아 위가 특히나 좋지 않다. 그래서 병원을 꾸준히 다녔을 정도인데, 몸이 좋지 않으니 얼굴에 다 드러나더라. 회사에서 2년에 한번씩 정기검진을 받기는 하지만 간단한 검사만 하므로 나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않다. 다만 아무거나 먹어도 잘 버티던 몸이 이제는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신호를 자꾸 보내온다. 금방 피곤해지고, 몸이 개운해지지 않는다. 좋은 습관으로 몸을 변화시켜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그냥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간다.

 

  나의 몸을 돌볼 겨를 없이 갑자기 흉통으로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워낙 평소에 엄살이 좀 있으신 분이기도 하고, 평소 급한 성격 때문에 가슴 답답함을 어느정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연락이 왔을 때에도 솔직히 큰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기 위해 연락을 다시 취했을 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두어 번 전화를 더 했더니 구급대원이 아버지 전화를 대신 받았다. 응급차로 병원에 모시고 가고 있으니, 빨리 오라고 하였다.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뭔가 일이 잘못되었구나. 그 때부터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고 어느새 얼굴은 눈물 범벅을 하고는 소리를 지르면서 통곡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유일한 피붙이라 '난 정말 혼자가 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 겨우 마음을 달래고 병원으로 갔을 때,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발견하고는 눈 부터 마주치려고 애썼다. 다행이 의식을 잃은 것은 아니었고, 괜찮다고 했다. 일단 안심은 했지만 무탄하게 집에 다시 가기 만을 바랐다. 심전도 검사를 하는데 검사 결과가 늦게 나와서 마음이 초조했다. 오전에 끝날 것이라는 의사의 말과는 달리, 심전도 검사는 계속 되었다. 그렇게 무작정 심전도와 피검사만 계속 하고 있었다. 답답했다. 무언가 속 시원히 이야기 해주면 좋으련만. 응급실에 있었던지라 정말 응급환자들이 들어오는 걸 보고 있자니 마음이 더 착찹했다. 여기가 과연 내가 있을 곳인가, 하고 말이다. 어서 빨리 거기에서 도망치고만 싶었다. 오후 3시쯤. 병원에 간지 딱 8시간만에 의사가 다급히 보호자를 찾았다. 여기저기 차트와 사진을 번갈아 보면서 분주하다. 앞서 동의서를 쓰는 환자 가족을 보았지만,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동의서를 쓰란다. 날벼락이 나에게 떨어졌다. 수술에 대한 후유증 등 위험하고 듣기 싫은 이야기만 하고 있다. 내 몸은 버티지 못하고 바닥으로 주저 앉으려고 하고 있었다. 갑자기 커튼을 치더니 수술 준비를 한다. 아버지의 병명은 심근경색.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을 절절히 실감했다.

 

  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일이 아닌 경우에야 정말로 아파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지 못한다. 나의 몸도 몸이 거니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아픔을 함께 느껴본 적 없는 사람에게 병은 남의 일이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병(病)이 들어있거나, 미병(未病:아직은 병이 아닌 상태)인 것이다. 누구나 병(病)이 들 수 있다. 잘못된 식습관이 병((病)이 되는 것이다.

 

  솔직히 자연으로 가서 생활을 하더라도 병(病)은 완치될 수는 없다. 의학이 많이 발달되었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치료비만 내면, 무슨 병(病)이든 고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치료를 하더라도 정지상태로 만들 뿐 그것이 100% 완치되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 그래서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과 함께 산에서 지내는 사람들의 경우도 보기는 했지만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어서인지 치유되면 얼마나 치유될까 하는 불신을 가진 채 이 책을 접한게 사실이다.

 

  경과가 좋게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만 써놓지 않았을까. 뻔한 얘기만 가득하겠지. 물론, 알고 있는 내용도 있었고 의학적인 용어가 섞여 생소한 부분도 있었다. 원장님이 신(神)도 아닌데 어떻게 100%치료를 한다는 말이야. 원장님은 뭐 사람아닌가? 사람은 완벽할 수 없어. 하는 생각은 머릿 속에서 지울 수 없었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환자들의 수기에는 빠짐없이 사람 좋다.는 말이 빠지지 않았던 것. 보통 병원에 가면, 환자별로 식단을 어느정도 조정해주기는 하지만 그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개 알고 있듯이 병원 밥은 맛이 없다. 평소 즐겨 먹을 수 있는 식단도 아닐 뿐더러, 아픈 사람들이 득실한 곳에서의 식사가 즐거울리 없지 않은가. 자연의원이 일반 병원과 다른 점은 환자에 맞는 식단을 꼼꼼히 처방해준다는 것. 한 명 한 명 증상을 체크하고 식단을 짜는 그것에서 마치 엄마의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아프면 더 관심받고 싶고 혹은 투정부리고 싶다. 그런 마음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그런 곳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직의사이시기도 하고, 부드러운 인상 때문에 신뢰가 가는 부분도 있었다.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 병을 치료하는 첫걸음이라 더욱 그랬다.

 

  책도 자연이라는 컨셉에 맞게 은은한 녹색을 사용했고, 전체적으로 암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는 하지만 이 책만 보면 건강해지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일 것 만 같다. 물론, 독하게 실천하는 사람에게만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만. 자연치유법 5가지를 설명하고 있으며, 그 요법을 행하는 방법과 그 요법으로 치유된 환자들의 수기를 덧붙여 신뢰성을 더하였으며 음식처방까지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풍부한 정보를 이 책 하나로 얻을 수 있었다. 건강을 해치는 음식이나 성분을 볼 때는 정말 우리가 흔히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들이 실제는 독이 되는 경우가 더 많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입술이나 피부가 잘 터서 꼭 립밤과 핸드크림을 사용하는데 그것에도 벤젠성분 때문에 좋지 못하다는 내용을 보고서는 정말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 나한테 도움이 되는 물건들이 하나도 없구나. 하는 생각에 망연자실했다.

 

  꼭 수치로써 내가 이렇게 병을 완화시켜주었다. 하고 보여주기 위한 글이었다기 보다는, 마음의 수련과 해독에 더 비중을 많이 두고 있어 마음에 들었다. 음식을 조절해야 하고, 어떤 성분은 불필요하고, 등의 내용들은 건강에 관한 책이라면 어디에든 실려 있는 내용이라 좀 식상한데 한가지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부분이 좋았고, 꼭 자신의 병원을 강요하지 않고 식단과 관리방법을 설명하면서 치유되고 있는 환자의 수기도 보여주어 내가 지금은 미병(未病:아직은 병이 아닌 상태)라 하더라도, 휴가를 가보고 싶을 정도가 되었다. 아프면 소독약 냄새가 가득한 병원을 생각해 마음대로 아프기도 싫은데 이런 사람냄새나는 병원, 자연과 함께하는 병원이라면 단 며칠을 있더라도 마음의 병이 금새 녹아들 것만 같기 때문이다.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체험해보고 싶은 코스도 생겼다 *^^* 오래오래 번창했으면 좋겠다.

 

  요법들 중에 체조 같은 것들이나, 에너지 기운을 받는 것 등은 실제로 하기는 할까? 그림 설명이나 사진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보니, 와 정말 하긴 하는 구나. 신기하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거리를 지나가더라도 담배연기로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부분이 한정되고 있는데 자연의원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생활은 정말이지 내가 꿈꾸던 생활이다. 물론 관장이나, 음식조절 부분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사는 부분에만 한정이긴 하다. 나무들이 우거진 그 길을 따라 산책하고 상쾌한 공기를 들이쉬는 건 상상만 해도 몸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땅의 에너지를 받고 있는 그림이다.

저렇게 누워 있으면 정말 마음이 편안해 질 것 같다.

한 번 해보고 싶은데... ^^

 

 

  몸에 좋은 음식의 요리법과 효능도 부록으로 나와 있어 솜씨는 없지만 아버지께 만들어 드리고 싶다.

이 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자연스레 삶의 중요성과 자연의 중요성까지 곁들여 알려주고 있다. 만능 건강백과 사전으로 임명한다.

꼭 아프고 나서 관리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 보다는 미리 이런 건강에 관련된 책들을 보고 참고해두면, 앞으로 더 싱그럽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오탈자 발견]

006쪽 : 그들의 이해를 오리려 혼란스럽게까지 만든다. --> 그들의 이해를 오히려 혼란스럽게까지 만든다.

167쪽  : 마지막을 찬물로 마쳐한 한다는 점이다. --> 마지막을 찬물로 마쳐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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