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여행책 -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박준 지음 / 엘도라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세상은 한권의 책,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을 뿐!"
여행이 필요하다고, 늘 말해왔다. 졸업하기도 전에 뛰어든 취업전선. 요즘은 취업이 힘들어서 탈. 그래서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게 그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 하지만,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나름 고뇌는 있다. 특히, 꽃다운 청춘, 회사에 다 바치고 있다. 정작, 나를 위해서 마음껏 떠나본 적이 없기에 나는 여.행. 에 그 누구보다 목.말.라.있.다.
여행에세이를 보다 보면, 떠나고 싶어 미.친.다. 나를 약올리는 것 같고, 얄.밉.다. 여행작가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나는 콩만한 사무실에서 매일 매일 전화와 컴퓨터와 씨름하며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는데, 좋은 것 먹고, 좋은 것 구경하며 많은 스트레스 받지 않고, 돈을 벌다니!
이 책도 얼마나 나를 약올리는지 보자! 하는 심정으로 펴들려고 했으나, 책으로의 여행. 몽상가로서의 여행을 즐기는 나에게 조금은 위안이 되어줄 것만 같은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휴가없이도 완벽하게 세계일주를 갈 수 있단 말이지? 좋아. 가보는거야!
<책여행>총 16개의 BOOK MARK
여행에세이라고 해봤자 일본, 아르헨티나, 남미 정도.
떠나고 싶기 때문에 굳이 찾아서 보지는 않는다. 내가 가게 되면, 찾아서 보겠지만 나는 빼도박도 못하는 회.사.원. 휴가? 그런것도 녹록치 않은 그저그런. 나만 그럴소냐, 하고 위로해보지만 여행. 신혼여행으로 가게 되면 그것만이라도 고맙겠다. 에잇,
그런 나에게 익숙할 만한 책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아는 책이라고는 딱 한권. 그 유명한 알랭드 보통씨의 ’여행의 기술’
이거, 지루하면 어쩌지. 또 실컷 약만 오르다가 마는거 아냐. 김빠지게.
<여행 책> 13개의 LAND MARK
반가운 이름! 후지산, 하코다테, 그리고 고흐!
백과사전처럼 두툼한 두께. 여행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려나, 약올리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하고, 스르륵 골라 읽었다. LAND MARK로 하나씩 구경하기도 하고, BOOK MARK로 넘어와 책여행도 하고,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스르륵 넘겨서 봤다가 처음부터 찬찬히 읽을 때에 읽었던 구절이 나오면 괜히 친근해지고 반갑더라. 꼭 그곳에 다녀온 것 처럼, 나도 거기 가봤다! 이런 느낌이랄까. 쿡,
에스프레소?
사실, 나는 커피에 전.혀. 관심이 없다. 아는 책이 별로 없으니 와 닿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 정말로 몽상가가 되어야 했다. 그러기엔 내 상상력이 그렇게 풍부한 편도 아니고. 사진이라도 좀 있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하는데 일단, 저 커다란 제목의 글자가 넘 예쁘고, 그려놓은 책이 앙증맞다. 그리고 실제 ’카페 셀렉트’의 그림까지. 요즘은 인증샷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서 여행을 가면 꼭 기념촬영을 해오는데, 의례적인 사진들이아니라 그림이라서 좋았다. 사람 하나하나에도 그 나름의 풍경이 있듯이,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전혀 관심가지 않을 것 같던 커피이야기가 나에게로 와닿을 줄이야. 이 카페가 언급된 영화라든지, 관련된 인물도 묘사하면서 책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문화적인 측면에서 폭넓게 쓰여진 것 같아서, 영화도 봐야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커피를 알 생각도 없는 나에게 펼쳐진 새로운 세계. ’카페 셀렉트’는 나에게 노트북을 가질 것과 글을 쓸 것, 그리고 사진을 찍을 것, 혹은 그림을 그릴 것. 또, 에스프레소를 마실 것. 유혹의 요소는 죄다 쏟아놓았다. 괜히봤나?ㅎㅎㅎ
알랭드 보통. 유일하게 이 책에서 알았던 책. ’여행의 기술’
무언가 나랑은 절대 친해질 것 같지 않는 작가를 돌연, 호기심 가득하게 바꾸어 버리는 재주.
책의 문장을 멋드러지게 뽑아놓았더랬다.
나무는 인생의 상징이었다. 이렇게 비가 오는 아침에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비오는 날에도 아무런 불평없이 한데 나와 앉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무는 폭풍 속에도 언짢아하지 않으며, 자신이 있는 곳을 떠나 다른 골짜기로 건너가고 싶은 즉흥적인 욕망을 느끼지 않는다.
- <여행의 기술>, 알랭드 보통 - 책여행책 118쪽.
’나무’에 관해 이렇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 글귀를 읽은 이후, 나는 줄곧 나무에 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알랭드 보통씨가 한 걸음 나에게 다가왔음을 느꼈다. 어려울 거야, 재미 없을거야. 하고 미뤄왔던 나의 깊은 곳을 뚫어준 느낌.
비를 쏴아 맞고 나서 깨끗하게 걸려진 상쾌한 느낌이랄까.
또, 몽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 <내일은 어느 초원에서 잘까>
초원의 풀을 조금이라도 덜 다치게 하기 위해서 집을 작게 만든다. 자연의 일부일 뿐인 인간을 다시금 느끼며,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느낄 수 있었던 시간. 이 책 뿐 아니라, <책 여행 책>에 소개된 책이나 여행지는 자연을 사랑하는 느낌, 인간의 진정한 모습 등이 주가 되어 있다. 우리에게는 사라진 전차로의 여행이라든지, 시간의 경계가 없어진 기차여행, 자유분방한 사람들 등.
직접 내가 가본 여행지는 아니지만, 살짝 맛본 여행이라 할지라도 그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요즘은 감성적인 책들이 많아서, 감정이 자꾸만 치우쳐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여행지 특유의 색깔도 콕콕 찝어 내고 있고,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느낌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이 어떤 여행지를 가면 꼭 보는 풍경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꼭 그 풍경을 보지 못하더라도 그 순간의 풍경을 느낄 줄 아는, 그런 느낌들이 좋았다. 그것을 보러 갔지만 여건이 되서 보지 못하는 것들도 분명히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것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라기 보다 이런 느낌 또한 전해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 는 것. 여백을 볼 줄 아는 미덕을 가지신 분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이 책에서 작가의 생각을 고스란히 나타내는 말 같아서 두 부분을 뽑아보았다. 나에게 또한 꼭 필요한 말이기도 하고,
책을 덮은 후,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들의 뒷면을 유심히 관찰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누구나가 느끼는 그런 느낌이 아닌, 좀 더 색다른 느낌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책을 통해 하는 여행 또한, 즐.겁.다.
이 책과 함께 여행하는 동안 하루종일 기차를 타고, 아무도 잘 알지 못하는 이층 카페에서 커피도 마셔보고, 초원에 벌러덩 누워 어떤 구름인지 이름도 붙여보고 안개에 둘러싸인 후지산도 바라보며, 나 나름의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어떤 책들을 읽으면서, 내가 가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때는 책에 대한 반감이 생겼었는데 그것은 어찌보면 정말, 생각하기 나름이 아니었을까 싶다. 보통 한 MARK에 6장정도의 분량으로 책여행을 하게끔 되어있는데 함께 곁들여진 그림들 덕분에 더 즐거운 여행이 되지 않았나 싶다. 짧았지만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