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내 것이었던
앨리스 피니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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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를 보고 있자니 스릴러를 이따금 읽은 적은 있지만 서평을 제대로(?) 쓴 책은 한 권 뿐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했다. 원래 장르문학은 추천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읽게된 날은 어김없이 관련된 꿈을 꾸기 때문에 잠을 쉽게 들지 못하는 나에게는 그 점이 꽤 곤란해서 애써 보려고는 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심리 스릴러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 나도 모르게 덥썩 집어 들게 되었다.

나는 지금 임신중이다. 그리고 첫 아이는 4살이다. 어떤 상황과 마주하게 되면 누구나 자신의 상황과 겹쳐 생각하게 되기 마련.

앰버, 클레어와 마주하게 되었을 때 내가 그랬다. 첫째의 비애에 관해 자주 생각하면서 읽을 수 밖에 없었고 제목 또한 나를 자꾸 따라다녔다. 둘째 출산을 앞두고 집에 이것저것 들이고 있는지라 앰버와 클레어의 대화나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보니 태어나게 될 둘째보다 첫째가 영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앰버는 크리스마스날 어떠한 사고로 코마상태가 되어있고, 들을 수만 있는 상황이기에 나의 마음은 오롯이 앰버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마치 애처로운 아이, 내가 요즘 첫 아이에게 느끼고 있는 그 감정을 앰버에게 쏟았다. 그래서 읽으면 읽을수록 교차되는 시간을 보고 있을수록 마음이 정말 아팠다. 심리 스릴러가 이런 것이구나, 스릴러라고 다 무섭거나 잔인한 것은 아니구나. 이 책의 글에는 그런 무언의 힘이 분명히 존재했다.

보통 스릴러는 나의 경우 범인 찾기에 급급했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앞과 뒤의 상황을 나열하고 범인 리스트를 머릿 속에 끊임없이 떠올리곤 했다. 현장이 어땠다거나 그런 걸 계속 생각하다가는 꿈에 나올게 뻔하기 때문에 최대한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느냐 보다는 범인 찾는데 주력했던 것 같다. 물론 이 책에서도 앰버의 사고경위가 중요하긴 했지만 현재-그 때-이전, 이런 식으로 시간을 전환하며 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 시간들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구성이 지루하지 않았고 범인찾기가 주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

 

- 악몽도 꿈이다. P.14

- 나를 둘러싼 새로운 세상은 내 손이 닿지 않을 만큼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 P.42

- 할머니는 항상 사람보다는 책을 친구로 삼는 게 낫다고 하셨어. 책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하셨지. 할머니 말씀이 맞다고 생각해. P.61

- 이 끝없는 잠에서 나를 깨우려는 듯, 작은 손촙들이 창문을 쉴새없이 톡톡 두드리는 듯한 빗소리가 들린다. 성난 빗방울로도 이 마법에서 깨지 못하자, 눈물로 변한 비가 유리창 밑으로 흘러내리는 모습을 그려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살갗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느끼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다는 갈망과 더불어 내가 다시 별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우리는 모두 몸 속에 별을 품고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먼지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할 수 있을 때 최고로 빛을 발해야 한다. P.64

- 만일 우리의 순수한 의도를 전부 내려놓는다면, 공통적으로 바라는 건 항상 자신의 이야기를 현대 사회의 소음으로 치부하지 않고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일테다. 일단 나는 질문을 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 내 대답을 들어주길 바라고, 내 생각이 옳든 그르든 무조건 맞다고 해주길 바란다. 가끔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다. P.75

- 그녀는 자신만의 맞춤형 광합성으로 존경을 들이마시고 오만함을 내뱉는다. (...) 나는 비서가 화장을 고치는 것을 보면서, 매일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인 척하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본다. P.77 

- 거짓말도 자주 하면 사실로 보일 수 있다. P.77 - 인기가 있는 게 꼭 좋은 건 아니야.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거든. 그냥 사람들 사이에 적당히 섞여 있는 게 나아. 너무 잘하면 눈에 띄니까. P.80

- 할머니 말로는 눈물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독이 된대. P.81

- 할머니는 사고 같은 건 없다고, 모든 일은 이유가 있어서 일어나는 거라고 하셨거든. (...) 가끔은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 생기기도 하잖아.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서 의도적으로 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니까. P.82

- 새가 되면 가장 좋은 게 언제라도 날아갈 수 있다는 거지. 이 새는 날 수 없으니까 여기 내 방, 내 옆에 같이 있는 거야. 이 새는 날지도 못하고 지저귀지도 못해.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 둥지를 짓지도 못하지 이 새도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했을 거야. P.83

- 할머니는 항상 무슨 일이든 하룻밤 자면서 신중하게 생각해보라고 하셨어. 아마 걱정을 안고 잠자리에 들면 그 일이 꿈에 나올 것이고, 그러다 보면 깨어났을 때 좋은 해답이 떠오를 수도 있다는 뜻일 거야. 깨자마자 꿈을 다 잊어버려서 한 번도 해답이 떠오른 적이 없지만. P.83

- 모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P.85

- 뭔가를 고르는 것과 소유하는 건 다른 문제다. P.86

- 내게서 도망간 시간을 되찾고 싶다. 시간에는 고유한 냄새가 있다. 친숙한 방처럼. 시간이 더 이상 자기 것이 아닐 때, 갈망하고 군침을 흘리며 갈구하게 된다. 시간을 되찾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시 시간을 가질 때까지 몇 초를 훔치고, 몇 분을 집어삼킨다. 그렇게 빌린 시간들을 하나로 모아, 더 늘어나길 바라며 섬세하게 고리로 연결한다. 그 시간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길어지면 좋겠다. 다음 페이지라는 게 존재한다면. P.91

- 두 사람이 나누지 않는 한, 추억은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는다. P. 125

- 하늘이 아주 천천히 빛을 잃어가는 동안, 깜박거리는 가로등 불빛이 집으로 가는 길을 비춘다. P.141

- 그녀의 이런 모습이 훨씬 마음에 든다. 매들린이 자는 동안 독기는 물 안에 갇혀 있고, 그녀가 잠에서 깨어나면 입술에 배어든다. P. 166

- 어둠 속에서는 지저분한 일이나 슬픈 일이 보이지 않는다. P.182
- 나는 가끔 거짓말을 해.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가끔 거짓말을 하지. P.195

- 나는 그대로 누워 베개로 얼굴을 덮었어. 할 수 있는 한 오래 숨을 참아보았지만, 결국 입 밖으로 숨이 새어 나왔어. 죽지 않은 거야. P. 278

- 가끔 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보다 행복한 것 같다고 느낀다. 물론 그들에게도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겠지만. P.285

- 마음 한쪽 어두운 구석으로 몰아넣은 뒤, 상자에 가둬버린다. 나는 예전부터 머릿 속 상자 안에 추억들을 숨겨둔다. 가끔 이렇게 하는 것이 문제를 처리하는 유일한 방법일 때가 있다. P. 289

- 어린 시절에 비하면 많은 것이 변했다. 어쩌면 우리가 좋아하는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다. 좀 더 빨라지고 좀 더 시끄러워지고 좀 더 고독해졌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달리, 우린 변하지 않았다. 역사는 거울이고, 우리는 애들이 어른으로 변장한 것처럼, 그저 나이만 더 먹었을 뿐이다. P.315

- 결국 자신의 인생처럼 딸도 포기했다. 거기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도 뭔가 하는 사람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332

- 나도 상처를 가지고 있다. 안쪽에 있다고 해서 없는 건 아니니까. P.333

- 알 수 없는 공포가 익숙한 공포보다 훨씬 큰 법이다. P. 355

- 겉으로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눈으로 보는 것만큼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보면 속으로는 힘든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 383

- 선과 악은 깨진 유리 안에서 서로의 거울에 비치는 상일 뿐이다. P. 406

- 우리는 모두 무엇이라도, 누구라도 사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안에 있는 사랑이 갈 곳이 없으니까. P.413



스릴러라는 장르에 이렇게 많은 포스트잇을 붙일 수 있다니! TV드라마화 확정이라고 하니 주옥같은 글귀들이 많아서인 듯하다. 작가분의 필력과 번역의 조화가 정말 멋드러진다.

 

내 마음을 흔드는 글귀들이 참 많았지만, 책을 다 읽고난 후 이 부분이 머릿 속에서 좀처럼 떠나지를 않았다. 서평을 어떻게 쓸까, 하고 내내 생각하는 동안에도 이 장면이 자꾸만 따라다녔다. 물론 계획대로 부부가 원해서 그 원하는 시기에 아기를 갖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나처럼 계획이 아닌.. 술김에 생긴 아기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엄마는 과연 몇이나 될까. 한 SNS에서 "어쩌다가 태어났는데 내 의지와 무관하게 멤버는 이미 정해졌다. 이건 확실히 복불복이다." 는 책의 한 부분을 본 적이 있다. 나도 내가 내 아이에게 더 잘해주지 못할 때면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면 우리 아이가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하곤 하는데 그 SNS에 달린 댓글이 나에게 망치질을 했다. "가족이 내 선택은 아니지만 그 부모의 자궁을 선택한 건 내 의지가 맞습니다." 나는 이 댓글을 보고 철렁했다. 이따금 너무 괴롭고 삶이 잘 풀리지 않으면 괜스레 지금은 옆에 계시지도 않은 엄마탓을 해보곤 하는데 태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일단 나에게 먼저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내 아이들에게 저런 엄마는 되지 말아야지, 싶다.

얼떨결에 생기긴 했지만 그 누구보다 내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고 있다. 사실 둘째가 생겼을 때는 새롭게 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였어서 갑자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 것만 같아 정말 나쁜 생각도 많이 했는데, 그렇게치면 ​내가 저 엄마랑 뭐가 다른가 싶고, 모든 딸들의 불행의 엄마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니 뱃 속에 있는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할 따름이다. 많이 많이  아끼고 사랑해줘야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제목과 거짓말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구나, 생각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고 어지러웠다. 원래 내 것이었어!!!! 하고 악에 찬 것 같다가도 아무렇지 않게 원래 내 것이었는데 뭐, 하고 담담하기까지한.. 제목 참 잘 지었구나, 싶다. 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설정에 흥미로웠고, 아직도 쳇바퀴돌 듯 그녀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거짓말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그 끝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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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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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가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보통 추리나 미스터리 소설은 범인을 찾는 것이 주목적이 될 수 있는데요. 이 책의 경우는 범인과 사건의 결말이 도입부에 미리 나와 있습니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하나씩 파고 들어 설명해나가는데요. 그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이 책은 문맹독서광의 폐해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더 리더를 통해 문맹이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을 어느 정도는 전제를 깔아두고 이 책을 보게 되어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활자에 익숙해져있는 우리들과는 다른 세계에 있는 주인공을 보면서 문화적인 폐해와 안타까움이 함께 떠올랐습니다. 실제 존재의 의미와 살아가는 방식이 판이하게 다를 수 있음을 문맹독서광은 어쩌면 확연한 반대일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세상과의 단절이라는 공통점도 지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단순하게 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사회의 문제점을 조명하고 있어 넓은 시야를 가지는데에 큰 도움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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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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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 빌라' 이름이 굉장히 독특하죠? 처음에 이 책을 받아들고는 뭔가 이름이 촌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고구려'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 같기도 하구요. 아무튼, 표지의 오른쪽 귀퉁이에 초콜릿처럼 보이는 2층 목조 건물이 바로 '고구레 빌라'입니다. '고구레'가 들어가는 제목으로 미미여사 (미야베 미유키)의 <고구레 사진관>이 작년 12월에 출간되었는데요. 이렇게 제목이 겹칠 수 있는 것도 묘한 타이밍이죠? 우리말로 번역했을 때에는 같은 '고구레'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그 의미가 좀 다릅니다.

<고구레 빌라 연애소동>에서의 '고구레'는 木暮 (나무 목, 저물 모)의 한자로 씌였구요. <고구레 사진관>에서의  '고구레'는 小暮 (작을 소, 저물 모) 의 한자로 씌였습니다. '고구레' 라는 이름을 쓰는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같습니다. 하지만 두 작품 다 언어유희의 형식으로 '고구레'를 사용한 듯 보여집니다. <고구레 빌라 연애소동>에서 '고구레'라는 이름의 빌라 주인은 70대 할아버지입니다. 나무가 저문다, 고 하면 오래된 목조 건물 즉, 고구레 빌라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고 暮 (저물 모) 의 다른 뜻을 살펴보면 '늙다, 노쇠하다(老衰--)'는 의미도 있습니다. 70대의 고구레 할아버지가 주인인 건물, 혹은 고구레 할아버지 자신, 혹은 자신의 성(性)적인 감정을 마음대로 표출할 수 없는 노쇠한 뒷방 늙은이, 이 모든 의미를 함축한 언어유희가 아닐까 합니다.

 

 

         옛 주인인 죽은 고구레 씨의 유령이 나타난다는 흉흉한 소문과 폐점한 가게 (33년이나 된 무섭게 오래된 집, 바로 <고구레 사진관>이 자리 했던 그 곳. ) 임에도 불구하고 ‘고구레 사진관’이라는 간판을 그대로 단 채로 생활을 시작한 하나비시 집에 어느 날 한 소녀가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고구레 빌라 연애소동>과는 다른 한자가 씌여졌는데요. 小暮 (작을 소, 저물 모). 小 (작을 소) 의 뜻 중에 '적다고 여기다, 가볍게 여기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옛 주인인 고구레씨의 유령이 나타나는 소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간판을 그대로 단 채 생활을 하죠. 모든 불가사의는 가볍게 여기는데에서 시작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暮 (저물 모) 는 밤, 저물녘, 해질 무렵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면 불빛이 없이는 주변을 자세하게 볼 수가 없습니다. 줄거리 상으로 보아 '가볍게 여긴 밤'이라 함은, 미처 헤아리지 못한 사람들의 속마음이 아닐까요? 심령사진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발견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인 만큼 유령이 된 고구레 씨의 못다한 말들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 우리 말로 번역하면 그저 '고구레'일 수 밖에 없는 말이 실제 그 나라의 말로 파고 들어보면 묘한 언어유희와 함께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뜯어보고 나니까, <고구레 사진관> 도 참 재미있겠는걸요 ^^

 

 

이제 본론으로 들어와서  이 오래된 2층짜리 목조 건물 '고구레 빌라'에는 다양한 연애소동이 벌어집니다. 삼각관계, 훔쳐보기, 외도, 불임 그리고 생명, 갑작스런 섹스에 대한 갈망. 닫혀진 공간 속에 살면서 저마다의 집안 풍경을 그저 상상할 뿐, 집집마다 들여다 볼 수 있는 권리는 물론 없죠. 사생활 침해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각기 다른 연령들의 다양한 연애관, 성(性)에 대한 사고방식을 당당하게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그것을 몰래 훔쳐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예요.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연애 에피소드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습니다. 그들이 하는 연애를 통해서 각자 연애를 하는 이유, 그것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하고 있어요.

 

책표지의 주책없다 하겠지만 섹스가 하고 싶네 라는 문구 때문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렇게 노골적일 수가! 아무리 개방적인 사회가 되었다고는 하나 죄다 저런 내용만 있으면 어떻게 하나 내심 걱정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친구가 남긴 유언 -죽기 전에 섹스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갑자기 섹스에 대한 갈망에 사로 잡힌 고구레 할아버지. 누군가가 날 필요로 했으면 좋겠다 (85쪽), 난 섹스가 하고 싶어. 거절당하고 싶지 않아. 누군가가 날 원했으면 좋겠어. (87쪽) 70대 할아버지가 자신의 아내말고 욕구를 충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나이가 들면 이렇게 느닷없는 욕구에 휘말릴 수도 있는 걸까요. 하지만, 할아버지도 원래부터 70대는 아니셨고 꼭 욕구 충족을 위한 발언이라기 보다는 자식도 건실하게 다 키워놓았고, 빌라에서 나오는 세를 받아서 생활하는 것 이외에는 딱히 다른 경제활동도 없으시기 때문에 뒷방 늙은이로 남고 싶지 않다, 는 슬픔을 내비친 것이라 생각됩니다. 문득, 쓸쓸해지네요.

 

 

개는 고양이나 펠리컨과는 달리 주인이 없으면 살지 못한다. 자신을 지배하고 돌봐주는 존재가 없으면 자기 존재감을 깨닫지 못한다. 그런 점도 인간과 같다. 사회라는 수렁에 목까지 잠겨 살 수밖에 없는 동물. (99쪽)  애견미용사인 미네. 어릴 적 무심코 저질렀던 자신의 실수로 인해 어떤 일이든 마음껏 하지 못합니다. 그로 인해 마음을 닫아 버렸지만 여전히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의존하고 싶은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녀에게 사랑, 혹은 연애라는 것은 동경의 대상 그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공감과 관찰은 사람과 거리를 만든다. 카메라를 손에 들었어도 깊이 생각하는 성격은 여전했다. 그래서 나미키는 사랑과 발정을 뻔뻔스레 하나로 통합하는 것도, 사랑과 하나가 된 발정이니 괜찮다고 치부하며 상대방 몸속에서 작동하는 행위도 어딘지 뒤가 캥겨 좀처럼 실현하지 못했다. (280쪽) 사랑과 행위를 동일시 하지 않는 것. 자신의 여자를 소중히 할 줄 아는 나미키. 사람에게 온전히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 쉽지 않은 녀석입니다. 태양이 존재할 때는 한없이 환해지지만 태양이 사라졌을 때에는 고개를 떨구는 해바라기처럼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한 그에게서 나의 모습을 봅니다. 아마 아직 행위라는 것 자체가 아름답게 보이지만은 않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부끄럽거나 그것에 대해 떳떳하지 못한 나이이기 때문일런지도.

 


미친듯이 연애와 행위를 하지만 정작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미쓰코, 그런 미쓰코를 윗층에서 훔쳐보는 간자키, 수수한 매력을 지닌 마유, 마유가 일하는 곳의 사에키 부부 등 그들에게는 각자의 연애방식이 있고 각자의 사정이 있습니다. 그들의 사정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동안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 모습이 겹쳐집니다. 처음에는 성(性)이라는 소재 때문에 조심스러웠지만 다양한 그들의 사고방식을 통해 자연스레 그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그건 그들이 사는 방식이니까요. 자칫 가볍게 지나칠 수 있었던 사람들의 내면을 행위라는 본능을 통해서 조금은 깊게 파고 들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 '고구레'라는 뜻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조금 더 깊은 책읽기가 될 것 같습니다.

 

 

<오타발견>

 

- 96 쪽 :  차양처럼 생긴 지붕은 전철기다리는 --->차양처럼 생긴 지붕은 전철 기다리는

- 255 쪽 :  아기를 길 때는 다급해서 그랬지 ---> 아기를 길 때는 다급해서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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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양상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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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는 점점 더 추워져만 갑니다. 그래서인지 제 식욕 또한 저 멀리 달아나려고 하는군요.

입도 짧고 위도 엄청나게 작은지라 먹을거리라는 것은 저에게는 좀 골칫덩어리입니다.

다 먹을거야! 하고 욕심부리다가도 이내 남기고 마는 저 때문에 주변 사람만 고생이지요. - 미안합니다. 진심 -

 

Food - 에 대해 어딘가 모르게 무서움이 들기 시작할 즈음, 에쿠니의 에세이를 만났습니다.

푸드에세이라니! 신선했습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

가슴 저 깊은 곳까지 뻥 뚫리는 듯한 그런 느낌이요.- 

그녀가 들려주는 음식이야기라면 분명 무언가 특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이 참 귀여워요. 참 에쿠니스러운 - , 표지도 참 앙증맞네요.

 

 

 

 

 

 

  띠지의 사진이 바뀌었어요. 싱그러운 느낌이예요. 푸드에세이에 잘 어울리는 사진같아요.

그녀와 행복한 식사를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구 두근거렸습니다.

마치 오래 기다렸던 메인메뉴를 마주했을 때의 그 놀라움이랄까, 뭉클함이랄까.

어찌보면,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될테니까. 그 점에 더욱 설레였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겉표지를 벗겨보면 이렇게 상큼한 연두빛이 나타나요.

아삭아삭한 파슬리와 금방 씻어 물을 살짝 머금은 양상추를 아그작 베어물어보는 느낌이 들지 않으신가요?

색감 하나만으로도 오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게 참 신기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어요.

표지만으로도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좋은 글귀에 작은 포스트잇을 붙이는 습관이 있어요.

붙일 때와 다시 읽을 때의 느낌이 묘하게 다른데, 그 느낌이 참 좋아요.

표지가 연두빛이다보니, 자연스레 같은 컬러로 붙였어요. 꼭 셋트같죠? ^^

 

 



  짜잔! 

  커버 뒷면을 보면 예쁜 스탬프들이 예쁘게 찍혀 있어요. 꼭 소꿉놀이하는 것 같아요.

  아기자기한 그림책을 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괜스레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답니다.

  와아- 귀엽다,를 연발했다니까요.

  여기저기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아요. 세밀함과 친절함 덕분에 눈도 마음도 모두 즐거웠어요.



 

  드디어 안을 들여다보면, 이렇게 예쁜 그림들이 가득해요.

그녀가 오목조목 담백하게 설명을 하면 제 나름대로 머릿 속에 상상을 해요.

그러고는 뒷면을 탁 넘기면 그녀의 설명대로 그림이 등장해요.

글과 그림이 어찌나 딱 들어맞는지 감탄하고는 한답니다. 상상하는 재미도 있고, 그림을 보는 눈도 즐거워요.

아- 따뜻한 주스. 굉장히 뇌리에 오래 남아서 주스를 냉장고에서 꺼내어두고 일부러 미지근하게 먹고 있어요.

시원할 때와는 맛이 다른 점이 있어요. 데워서 먹어보는 건 살짝 고민중이예요. 하하 -

 

 


 

 표현이 정말 맛깔스러워요. 에쿠니의 청아하고 깔끔한 문체와 푸드가 만나면 이런 느낌이 나요.

 따뜻하고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됩니다. 늘 따뜻한 차를 한모금씩 마시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에쿠니의 푸드에세이가 꼭 이런 느낌이예요. 마음이 화사해지는.

 그녀가 한 입 베어물면 덩달아 나도 베어물고 싶어지는 상큼 담백한 음식들이 많이 등장해요.

 거의 과하지 않은 꼭 그녀 같은 음식들이라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문득문득 생각날 것 같아요.

 

 

 

 

  참 세심한 작가지요.

우리는 그냥 흘릴 법한 것들은 그녀는 참 잘도 찝어내요.

소리없이 강하다,는 말은 꼭 그녀를 위한 말 같이 느껴질 정도로.

 

 


 

 싱그러운 비파.비파.

 저는 이것을 먹어본 적이 없지만, 그녀의 소설에는 자주 등장하지요. 이 책에도 어김없이 만났어요.

 

 


 

  그녀가 감탄하면 저도 덩달아 감탄해요. 꼭 엄마가 부르는 동요를 따라부르는 아이처럼 마냥 순수해지는 것 같아요.

  굉장하다고 말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았던 말들이 굉장하게 바뀌어요. 그녀의 말에는 신비한 마력이 존재하나봐요.

 

 


 

  음식을 깔끔하게 담아낸 그릇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네요. 후루룩- 한 젓가락하고 싶군요.

 


  그녀의 행복한 식사를 들여다보면서, 저도 음식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맛있게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딱 제가 느끼는 만큼 글로도 표현해보고 싶어요.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기쁨에 흠뻑 빠져본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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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벰버 레인
이재익 지음 / 가쎄(GASSE)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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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제목을 접했을 때, <노벰버 레인> 이라고 읽지 못했습니다. 뭔가 이상한 문자의 조합 같이 느껴졌었어요. 잘 읽어야 레인 노벰버, 이고 완전 잘못 읽으면 노레 벰인버? ... 지금도 유독 '벰'이라는 글자가 강하게 보입니다. 다른 글자들은 '벰'을 둘러싼 하나의 형태에 불과한 것 처럼 말이예요.

영어 단어로 익숙한 말, 아닌가요? 노벰버든, 레인이든. 한글로 보니 어색하다고 하는게 가장 적절할까요. 부끄럽게도, 저는 저 '노벰버'가 11월의 NOVEMBER인지도 몰랐습니다.  '벰버'라는 말에만 중점을 두어, REMEMBER의 반댓말인가? 하고 생각해버렸으니까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비, 혹은 기억해서는 안되는 비, 라고 마음대로 생각해버렸습니다. 책을 들여다보고서야 아, 11월에 내리는 비, 였다는 것을 알았어요. 모르는 단어도 아닌데 쉽게 떠올리지 못했던 것이 이상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억하다, 라는 단어의 반댓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접어둘 수는 없네요.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 영원히 남게 하고 싶어서요.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달라는 제의를 받았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씌여진 영원히 남게 하고 싶었던 그녀만의 이야기.

'프롤로그'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예비신랑과 결혼을 앞둔 그녀. 그와 함께라면 안정적인 생활은 보장받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 아직 '사랑'이라는 이름을 갈망합니다.

 

 

가슴 떨리는 마음. 마음속에 있는 북이 둥둥둥 울리는 소리.

나에게 사랑의 정의는 그랬다. 누군가를 보고, 함께 있고, 만지고, 입 맞추면서 가슴이 떨리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 31쪽

 

 

*

 

"노화가 뭐니? 세포가 지치는 거야.

매일 같이 살아 숨 쉬고 움직이느라 지친다고. 사랑도 지쳐.

오래 함께 하다 보면 지치지. 변하지 않을 도리가 없어."

 

"평생 사이좋게 사는 부부도 있잖아?"

 

"물론. 열정이 애정으로 잘 승화한 케이스지. 건강하게 늙는 것과 마찬가지야.

 내 말은 사람의 온도가 식는다는 거지 서로에 대한 호감과 존경 자체가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었어."

 

"나와 종우씨는 지금도 온도가 뜨겁지 않아."

 

"그것도 사랑일 수 있어. 꼭 뜨거워야만 사랑인가?"    - 48쪽

 

 

 

그녀는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결혼 앞에서 불안해합니다. 꿈꾸는 사랑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와의 사랑은 꿈꾸던 사랑과는 좀 다릅니다. 살다보면 情으로 산다고도 하고 결국엔 결혼은 '현실'이니까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사랑'은 아무렴 어떤가, 하는게 요즘 시대라 괜히 사랑타령하는 것이 아닌가, 배부른 소리한다고도 비꼬아서 생각할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너무 쉽게 찾아오는 행운이라면 겁나는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미래를 함께 나아가야하는 사람인데,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교감하지 않고 조건과 조건끼리만 만난다면 과연, 그 생활은 오래갈 수 있다, 장담할 수 있을까요?

 

 

미안해. 힘들어. 가지마. 슬프다. 기쁘다. 가슴이 아파. 반가워. 눈물이 나. 그리워. 행복해. 사랑해.

여명과 장만옥의 감정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달되었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햇살처럼, 누구나 적셔버리는 비처럼.    - 103쪽

 

 

그녀, 사랑하나봅니다. 영화 <첨밀밀>을 자막없이 보았지만 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대요. 예의안에서의 사랑이란 이름이 아닌, 그녀가 꿈꾸던 사랑의 이름은 바로 저런 것이겠죠. 머리가 느끼는 것이 아닌, 정말 내 가슴이 느끼는 말들이잖아요. 꿈꾸던 사랑을 해볼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세상에는 자신이 꿈꾸는 사랑을 못하는 사람도 분명 많겠지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사랑이란 없을테니까요. 현실과 책임이라는 단어앞에서 사랑은, 한없이 작아질 수 밖에 없지만 아무 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현실과 책임보다 훨씬 더 커다래지는 순간도 분명히 존재하겠지요. 마치 그것이 전부인냥 말입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거리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 154쪽

사랑이란 필시 그런거겠지요. 현실에 쫓겨 앞만 보고 살아가다보면, 소중했던 순간, 추억, 기억들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건 바로 '사랑'이라는 것. '사랑'은 우리를 뒤돌아 볼 수 있게 합니다.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고 괜스레 부웅 뜨는 기분이 듭니다. 웃음이 떠나질 않고 모든 세상이 무지개빛으로 바뀔 수도 있겠지요.  발견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니었던가요.

 

 

잊지 않는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사람도 사랑도 잊히는 순간, 죽는다.   - 262쪽

 

사랑은 그 자신 말고는 아무것도 주지 않고 아무것도 취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누군가를 소유하지 않고 또 누군가의 소유가 되지도 않습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 284쪽

 

누가 그랬다. 가난과 기침과 사랑은 감출 수 없다고.  - 290쪽

 

 

책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가 마음을 감출 수 없듯, 읽는 내내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정당하다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단지 그녀는 그 사랑이 사라질까봐 두려웠기 때문에 남겨두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짜 사랑을 알고 싶었던 한 여자와 다른 색을 띈 두 남자의 사랑이 있을 뿐.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이런 소재도 이재익 작가님의 손길이 닿으면 다른 색깔로 변해버리는 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씌여지긴 했지만 작가에 따라 그 색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을테니까요. 그만큼 그는 그녀의 이야기에 예쁜 옷을 입혀준 셈이지요.

 

같은 소재의 책을 두 권, 읽었습니다. 요즘들어 이런 소재를 많이 접하게 되는군요.

츠지 히토나리, <안녕 언젠가> 와 히가시노 게이고, <새벽거리에서> 이렇게 두 권입니다.

<노벰버 레인>은 이 두 작품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11월 비내리는 날 둘만이 허락된 방, 이라는 설정 때문인듯 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새벽거리에서> 란 작품에서 공소시효를 정해둔 것처럼 그들의 방 또한 제약이 있지요. 그렇기에 더욱 극적인 전개로 인해 흠뻑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이 있는 소설이라기에 좀 더 기대를 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사실 사진은 조금 미약했던 것 같습니다. 사진은 거의 보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에 몰입했었거든요. 표지는 참 마음에 듭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해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그저, 사랑을 하고 있는 상대와의 관계를 돌아볼 수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그 시간이 서로를 더욱 소중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할테니까요. 사랑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다 아름답다,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살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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