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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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선뜻 읽을 엄두도 내지 않았었다. '은교'의 작가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은교'도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새로운 작가를 대할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반감. 사람들이 너도나도 좋다, 좋다. 를 연발하면 그 책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나를

느끼곤 한다. 모두가 yes할 때, NO. 라고 말할 수 있는 나도 아니지만 부딪쳐보지도 않고 실망하면 어쩌나,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사서하는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찼던.. 내 눈 앞의 안개를 걷어내지 못한 채 그냥 무작정 읽기에 돌입했다.

장윈의 '길 위의 시대'를 먼저 읽고 연달아 읽은 작품이라 설레임이 조금은 있었다. 나는 역시, 한국사람인가보다.

 

야릇한 표지에서 풍기는, 비즈니스의 실체. 작가 특유 성향을 알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무작정 읽어내려간 글에서 휘감기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작품에 익숙해 있는 나이기에 한국작품과 그리 친하지는 않은데, 한국작품 특유의 무거움이랄까 질질 끄는 느낌이랄까, 한없이 고독한데

그 책임감을 등에 업고 살아가는 적막같은 시린 어둠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담담하게 상황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 상황 하나하나에 대한민국의 뼈져린 아픔이 서려있다. 무언가 바늘로 콕콕 찌르는 느낌이 나를 엄습해왔다. '길 위의 시대'를 읽을 때와는 다르게 완전 몰입한 나를 보고

조금 놀랐다. 빨아 당기는 그 느낌을 주체할 틈도 없이 나의 시선을 잡아끄는 통에 신이났다. 조금 더 조금 더 달음질 쳐. 하면서..

 

이 책은 '자본'의 노예가 된 시대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금의 현실과 직시하도록, 말이 뱉어진 그 순간 주워담을 수 없는 것 처럼,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그 상황을 낱낱하게 속속들이 보여준다. 자식을 위해 '비즈니스'도 마다 하지 않는, 그런 지고지순한 크고 큰 어머니의 바다인가 싶지만, 실제 그것이 자식을 위하는 일인지 무엇을 위해 그렇게 까지 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그렇게 자본의 노예가 된다. 먹고 살기 위해 자식과 함께 잘 살기 위해 선택한 일들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음이 마음이 아플 뿐이다.

 

형식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편의를 위해 사람을 이용하기도 하는 '진심'이라는 것이 통하지 않는 시대. '진심'? 그것이 대체 무엇일까?

내일이면 다시 보지 않을 사람들처럼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며 사는 이 세상에서 제대로 가면을 벗고 제대로 된 숨을 쉬며 살아가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리는 그렇게 진심을 숨기고,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며 오늘 하루 그냥 무사히 지나가기를,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삶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모든 의미를 포괄한 '비즈니스'를 행하고 있다. 어찌보면 win-win, 꿩먹고 알먹고, 누이좋고 매부 좋고인거다. 그것이 실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끼치는 피해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나만, 혹은 나와 관련된 사람들만 한정해서 괜찮으면 된다는 그런 생각이 팽배한 이런 시대에서 오로지 자신보다 좋지 않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몸을 낮추고 마음을 보여주는 이들마저 하나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그 때는 이미 이 세상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이 책은, 제발 살아달라고 그것이 사랑이란 이름이든, 연민이라는 이름이든, 애정이라는 이름이든 간에 무엇이든 좋으니 그저 살아남아달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진짜 나의 모습을 찾으라고, 진정한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깨달으라고, 자본의 노예따위는 되지 말자고 말이다.

 



 


 

우리가 달려가는 길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본적이 있는가?

그저 남들보다 잘 살기 위해 먼거리를 오가고, 너도 나도 강남을 찾고, 수도권에 들어서야 교육이다 뭐다 최상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금 우리의 이 안타까운 시대를 어찌하면 좋을까.

 

나 자신이 걸어온 길을 잠시 돌아보자. 나만을 사랑해서, 상처받기 싫어서 정작 주변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무언가를 떠넘긴 적은 없는지.

차도남, 차도녀를 꿈꾸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의 시대는 자꾸 차가워져만 간다. 서로의 진심따위는 안중에도 남기지 않은 채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 물론, 나 또한 그렇지 않다고는 할 수 없기에 이 소설을 만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 작품을 통해, 박범신이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 되었고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세상이 다 아니라고 할 때 나의 소신을 꿋꿋하게 지킬 수 있는 온정을 품은 젊은이로 거듭나기를 바래본다.

'자본'에 얽매이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나의 진정한 자본은 우리들 자신, '사람'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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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도 올레길이 있다 - 국내 최초 로드플래너가 추천하는 도심 속 걷기여행52
손성일 외 지음 / 올(사피엔스21)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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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제주도가 어드메에 붙어있는지, 또 어드렇게 생겼는지는 지도로만 보았다.

얼마나 만세를 부르고 싶기에 (통신사 광고 중에서 볼 수 있는 제스쳐) 올레! 인걸까 훗,

 

올레는 큰길에서 집앞까지 이어지는 작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입니다.

즉 올레길은 집앞으로 난 작은 골목길 처럼 걸어서 산책할 수 있는 작은 길이며

주변 경관이 뛰어난 곳들을 연결해서 트래킹을 즐길수 있도록 꾸며놓은 길입니다.

 

검색해 보았더니 친절하게 알려준다.

 

'올레'라는 뜻도 모르고 좋다는 뜻으로만 알고 있던 나였기에 이 책은, 조금.. 알쏭달쏭하게 다가왔다.

무심코 책을 훑어 보고, '올레'를 검색했을 때, 그제서야 아... 그래서 이렇게 곳곳 구석구석의 길까지 찾아다닌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즐겨하던 걷기여행에세이는, 혼자 다녀도 전혀 적적하지 않은, 그래서 여유로운, 오히려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었다면

이번에 접한 책은 자연과 더불어, 사람과 더불어 몰랐던 곳의 구석구석을 조금은 숨가쁘게 돌아보는 일정이 함께했다.

 

 



 


 

도보의 아름다움이라,

걷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말이지만, 요즘같이 걷는 것 보다 자동차를 우선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름답지만은 않은.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 도저히 나의 상식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 '아름다운 도보여행을 위한 10가지 약속'이 되겠다.

어쩌면 이렇게 구석구석 찾아다니는 일이 자연에게는 좋은 일만은 아닐터, 좋은 코스를 추천해주되 지킬 것은 지키자는 취지가 마음에 들었다.

 



 


 

감성에세이가 대세인 요즈음에, 익히 내가 보아오던 책들-사람이 없는, 자신의 발자국이나 감성사진 등- 과 다르게 자연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도한 것 같지 않은 느낌의 사진들. 자연스럽게 그 길에 머물렀다가 이내 돌아가는 바람직한 도보여행을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내음이 보기 좋았다. 자연은 우리의 필요에 의해 훼손되어 많이 아파하고 있는데,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다독여주려는 마음이 보인다고나 할까?  그렇게 자연을 아끼는 마음에서 출판된 책이긴 한데.. 책에 쓰인 나무들은.. 행복할까? 하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무거웠다. 종이의 질감도 보드랍고 좋았기 때문에 더.. 그래도 인세일부가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된다고 하니,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들었다. 

 



 


 

이렇게 직접 그려진 지도들을 보고, 우와! 손으로 쓰여진 글씨도 글씨지만, 이 길을 걸으며 지표를 보여주기 위해 그리고 쓰고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참 정성스럽네. 분홍색으로 하늘색으로 수놓아진 나무그림을 보면서 솜사탕같은 느낌, 꼭 그림일기를 보는 기분으로 빙긋이 웃었었다. 

기분 좋은 지도라면, 이런 지도가 아닐까?

 



 


 

서울, 경기를 중심으로 지하철, 대중교통이 닿는 곳이면 구석구석 거의 소개를 해놓았다. 내가 자주 가던 지역에도 이런 올레길이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반갑기도 했고 설레기도 했다. '느림'을 추구하는 나에게는 정해진 코스가 대부분 길고, 게다가 내가 사는 지역과는 먼감이 있어 조금 아쉬웠지만, 삭막하고 차갑기만 할 것 같은 서울 도심 안에서 이렇게 자연과 어우러지는 장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기쁘고 부럽기도 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듯이 서울이라는 도시도 많이 발전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속에 알려지지 않은 고즈넉한 곳들이 많아서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한동안 서울에 머물러 이 코스들을 답습할 기회가 오면 좋겠다. 차가움의 이미지를 벗겨주기 위해서라도..

 

우리 동네에도 찾아보면 이런 올레길이 있을까.

내 가까이에 있는 나무를 벗삼아 바람을 음미하며 공기를 맡는다면 그 곳이 바로, 나의 올레길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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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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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마게? 이게 대체 뭘까. 고작, 이라는 뜻으로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고작 푸딩? 무슨말이야. 하고 고개를 갸웃갸웃 했는데, 도입부에 촌마게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촌마게란? 에도 시대 남자의 머리모양으로 정수리까지 밀고 남은 머리를 뒤통수에서 틀어올린 것이란다. 그러니까, 일본식 상투인거다. 상투와 푸딩,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가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그나저나, 표지의 푸딩이 꽤나 먹음직스럽다. 푸딩처럼 달콤한 이야기라면 좋겠는데,

 



 

과거에서 온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겉표지를 살짝 벗기니 사랑스러운 핫핑크가 튀어나왔다. 발랄하고 튀는 색깔만큼이나, 재미있을 것 같다.

타임슬립. 내가 좋아하는 소재니까~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만들지를 못해서; 게다가 입도 짧고;- 디저트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떤 상큼한 디저트가 나올까, 심장 두근두근하며 펼쳐들었다.

 



 

180년 전의 에도시대에서 현대의 도쿄로 튀어나온 사무라이. 우연히 만나게 된 싱글맘 히로코와 그의 아들 도모야와의 특별한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현대의 음식을 맛보며, 감탄하는 사무라이 기지마 야스베. 우리가 흔히 사먹을 수 있는 푸딩. 예컨대, 고작 푸딩이, 처음 접하는 그에게는 천상의 맛, 구름 위에서 선녀들의 연주에 몸을 맡긴 느낌으로 다가온다.

 



 

- 줄거리 -

싱글맘인 히로코는 밥벌이와 자녀양육을 위해서는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집안일, 회사일 모두 완벽할 수 없다.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일도 그녀에게는 벅찬 일. 그저 냉동식품에 의지하던 집의 식탁이, 이상한 나라의 사무라이로 인해 바뀌기 시작한다. 에도시대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히로코 집에 신세를 지고 있는 만큼, 집안일과 도모야를 돌봐주는 일을 자처한 것이다. 그로인해, 가족이라는 느낌을 다시 확인하게 되고 히로코는 사무라이에게 의지하기 시작한다. 회사일에 치여 도모야와 보내는 시간이 적어서 늘 미안했지만, 사무라이 아찌의 등장으로 히로코의 아들 도모야는 하루하루 행복하게 보낸다. 처음에는 현대에 어울리지 않는 말투와 예의법도가 확실한 그를 무서워한 도모야였으나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어른을 공경하는 법과 자신의 할일을 하나씩 찾으며 어른스러워지는 도모야. 아빠가 없어 비행기 붕붕도 삼촌에게 졸라야 했지만 사무라이아찌와 함께하는 동안 비행기 붕붕도 실컷하게 되고, 게임도 함께하며 가족이 되어간다. 집안일을 도맡고 있는 사무라이 덕분에 히로코도 회사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되어 인정받게 된다. 사무라이의 요리솜씨를 맛본 히로코의 지인이 디저트 대회에 몰래 응모하여 방송출연을 하게 된다. 그 출연을 계기로 더이상 히로코의 집에 머물지 않아도 될만큼, 많은 돈을 벌게 되고 도모야와 히로코에게서 멀어져간다.

 

단지, 자신의 시대로 돌아가고 싶어했던 사무라이. 잠깐 가지게 된 흥미거리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자신이 살던 시대에서는 빈둥거리는 사무라이였지만, 자신의 일을 찾은 현대에서는 마음껏 일에 심취한다. 그럼으로써 주변 사람에게는 무신경하게 된다. 그저 그것이 좋아서 만들던 푸딩과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드는  푸딩의 맛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사람의 마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던 푸딩과 기계가 찍어내는 사람의 정이 없는 푸딩.

 

이 책은 아마도, 달콤한 디저트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전혀 현대식과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사무라이를 파티시에로 변신시키면서 에도시대와 지금의 도쿄를 이어주었다. 마음을 열어주는 사무라이. 그리고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열정을 쏟아내는 사무라이를 보여주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가족의 의미와 어른에 대한 공경, 자신이 해야하는 일 (주어진 일)을 잊지 말아야함을 알려주고 있다. 요즘은 한 가족이 식탁에 마주앉아 얼굴을 보며 식사를 하는 광경은 찾아보기 힘이 들고, 간단한 빵조각으로 끼니를 대신하며 일에 파묻혀 살아가고 있다. 따스함이 오고가는 식탁에서 바뀌어 가는 아이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일에 대한 열정과 인정. 따스함이 결여되어 있는 현대인에게 달콤한 일상을 되돌려주고자 하는 책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오직, 히로코와 도모야에게 주고자 만들었던 윤기도는 색깔과 달콤한 캐러맬향이 감도는 푸딩. 나 또한 한 사람을 향해 정성껏 만들고 마음을 쏟으면 그런 푸딩을 만들 수 있을까? 사람에게 마음을 온전하게 쏟는 것이 힘든 요즘에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예전의 모습을 되 찾음에 다시 에도시대로 돌아갈 수 있었던 사무라이처럼, 나도 예전의 모습을 잃지말고 다시 찾아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겉모습이 다가 될 수 없는, 따뜻한 마음이 전부를 휘감을 때까지 다시 달려보자.

 

 



 

오랜만에 읽는 일본소설이었다. 한동안 일본소설은 멀리했었다. 내가 자꾸 무미건조해지는 느낌을 받아서였다. 이 책 또한 일본소설 특유의 건조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으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이야기에만 흠뻑 빠질 수 있었다. 푸딩에만 시선을 두었을 뿐 사무라이의 느낌을 그냥 지나쳤었는데 책을 덮고 다시 본 표지는 실로 웃음짓게 만들었다. 이상한 말투를 하고, 이상한 머리를 하고, 검까지 차고 있는 사무라이에게서 맡을 수 있었던 사람냄새가 있었기 때문이다. 왼쪽 중앙에 비행기 붕붕을 하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열심히 칼질을 하는 모습, 티비에 흠뻑빠져 흥분하던 그 모습도,

시대는 다르지만, 현재에 적응해가는 사무라이를 보면서 영화도 보고 싶어졌다. 사무라이에 대한 거부감을 영화에서는 어떻게 깨어주고 있을지. 실제 디저트를 만드는 모습은 어떠할지에 관해서. 그리고 먹어보고 싶다. 촌마게표, 푸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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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미끈거리는 슬픔
류경희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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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미끈거리는,

슬픔이라는 건 어떤 종류의 슬픔일까?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종류의 슬픔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차도녀 (차가운 도시 여자) 혹은, 차도남 (차가운 도시 남자) 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는 지금,

차갑다는 것은 일종의 트랜드가 되어버렸다.

차가운 도시에서 자신을 지켜내는 방법은 오롯이 자신조차도 차가워져야한다는 것.

그래야 자신이 받는 상처가 다른이에 비해 덜하고, 온전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

마음에 숨겨두는 것 하나쯤은 당연하게 지니고 있는 현대인들.

 

어쩌다가 우리는 제대로된 ’소통’이란 것과 멀어지게 되어버렸을까,

 

 



 

혼자 슬픔을 삭이고, 견디는 것에 어쩌면 익숙해져가고 있는 우리들.

하지만 끊임없이 누군가와의 소통을 원한다.

그래서,

서로 얼굴을 알고 있지 않은 사람과의 대화도 가능한 것이리라.

나의 옆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보다도,

어쩌면 실제 얼굴 맞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무언가를 한없이 풀어내고, 온전하게 가벼워지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의 생각을 네모난 틀안에 풀어내며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차가운 방구석에서 무언가를 풀어내놓으면, 풀어낸 글 만큼이나 살아있음을 느낄 때가 종종있다.

정체되어 있지만, 실제는 정체되어 있지 않은.. 나는 이렇게나마 나의 존재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외치고 있다.

당신도 나와 소통해주시겠습니까...?

 

진정한 대화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외치는 목소리. 소통,

 

 



 

일상에 지친 남자 셋, 여자 셋,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여섯명이 어느날 알 수 없는 ’메모리박스’ 에 초대되고,

여섯명만이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에서 그들만의 소통을 시작한다.

 

 

인터넷이 만들어낸 여러가지 친목도모 카페모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함께 모이게 하거나, 음악, 핸드폰 등 같은 취향을 공유하고자 하는 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또하나의 사회. 익명으로 활동할 수있기 때문에 서로 부대끼며 직접 소통해야하는 생활과는 다르다. 그야말로 간접소통.

쉽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만날 일이 없으니 거짓이 난무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미지 관리가 무척이나 중요한데, 그래서인지 진정한 대화라는 것을 해본지 오래되었다. 절친한 친구나 지인이 있다해도 진정한 속내를 풀어놓기란 쉽지 않게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자신의 벽을 만들어 놓고, 그 벽안에 존재하는 우리네 마음들. 갈 곳없는 그 마음들을 모르는 공간안에 그저 풀어놓는 것으로 위안을 받고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 보면 그 사이를 조율해가면서 이야기 해야 하는 부분도 적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그곳에서 위안받고는 한다. 그 말이 진심이건 아니건 상관없다. 그 이야기에 실제 수긍하지 않고 그저 보고 지나친대로 상관없다. 그저 누군가 들어주고 있다. 는 그 느낌만으로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치유, 위로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 또한,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내가면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자신의 일이 아니면 적어지는 관심인 만큼, 건성건성. 그렇게 소외되어가는 사람들이 메모리박스에서 만났다. ’메모리’라는 연결고리로 만나게 된 여섯사람이지만 실제 초대한 ’메모리’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자신들이 평소 풀어내지 못했던, 위안받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자신의 방에 조금씩 풀어내며 서로 소통하고, 의지한다. 실제로는 만나서 소통을 하기도 하고, 예전과는 다른 ’메모리’라는 연결고리 안에서 새로운 위안을 얻는 그들. 그들의 이야기 안에서 가상공간에서 위안을 받으면 얼마나 받겠는가 하고, 생각하던 예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주변에서 위로 받지 못하는 부분들을 가상공간에서 어느정도 치유하고 있음도 인정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세상에서 만들어낸 또 다른 모습의 나. 하지만 그것이 온전한 소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 안에서도 불만, 불안, 고독이 형성된다. 자신과 맞는 사람만을 찾을 수는 없으므로. 그저, 나를 이해해주는 그 누군가 던 한명이라도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기억속에서 잊고 지냈던,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 존재하는 한 소녀가 있다.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소녀가 하나로 연결될 때에는 참으로 흥미진진했다. 여섯명의 기억이 모여 진정한 메모리 박스를 형성하는, 그래서 그것으로 온전해지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동일인인 그녀. 그녀가 왜 그들을 한 자리에 초대했고, 그들에게 어떤 것을 주고 싶었는가 하는 생각으로 초점이 모아지면서 가상공간이라 할지라도, 소통할 여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물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들을 생명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에 언급 되어 있는 물고기들을 떠올리며 물고기 종류도 찾아보고하면서 관심을 가지려고는 했지만, 좋아하지 않는 그것에 대해 어떤 계기가 없는 이상은 다가가기 힘들 듯 한데..

애완용으로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많지만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은 그에 비하면 많지 않다. 실제 옆에서 부대낄 수 있는 존재와 수족관에 갇혀있어야 하는 존재. 그것들을 비교하고 있자니, 물고기로 만들어낸 닉네임, 그리고 차갑고 미끈거리는 슬픔에 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왜 물고기라는 소재로 현대인을 나타내고자 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수족관이 곧 메모리 박스이고, 여러가지 물고기가 그들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음직한 물고기들이 한 수족관 안에서 위안받고 기억들을 공유한다.  그리고 그 안이 맞지 않으면 죽음을 맞이하고, 그런대로 견디는 것들은 자기가 살았던 환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으려 애쓴다. 먹이를 줄 때만 수족관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일상에 지치면 그 먹이를 주는 것 또한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다 문득 수족관 안을 들여다보면 둥둥 떠 있는 물고기를 발견하게 된다. 현실에서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소외되어가는 우리네들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개운하지 않다. 자신들이 만든 벽 안에서 언젠가는 잡아먹힐 수도 (물고기라면 횟감이 되겠지..) 그대로 죽어버릴 수도.. 어쩌면 저 멀리 그렇게 살다 본인의 운명을 다 할 수도 있겠지..그렇게 이리저리 떠도는 인생들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차고 미끈거리는 슬픔에 빠져 공허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속에서 끊임없이 위로받고 싶어하는 나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나 또한 이런 소외감 속에 빠져 있기에 공허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면서 관심 가지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관심가져보리라 마음 먹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진정한 소통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꾸만 차가워지는 나의 마음을 돌이켜보게 만든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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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첫 번째 걷기 여행 -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다독이는
김연미 지음 / 나무수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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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낙엽 밟는 바스락거리는 느낌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낙엽을 밟고 있는 사진을 찍는 것 또한 좋아한다. 이 표지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조금씩 무뎌지고, 지쳐가는 나를 느낄때마다 무작정 걷는다. 그게 어디든 나의 발길이 닿는 곳 까지.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더 의미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망설임없이 선택했다.


<프롤로그>가 마음에 들었다. 책을 볼때 표지와 뒷면에 살짝 맛볼 수 있는 맛보기를 훑어보는 건 책을 고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할 것이다. 길은 표정이 풍부합니다. 우리가 그 표정을 깨닫지 못했을 뿐,  그렇다. 나는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걸었지만, 그 정리하는 시간동안 주변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하염없이 걸었고, 또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계를 보고 난 후, 돌아가야한다. 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는게 고작. 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또 그 길에서 내가 어떤 위안을 받는지 생각하면서 걸어본 적은 없다. 그래서 내 머릿속이 쿵, 하고 울렸다. 여태껏 그 길로써 치유받고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또 한번 가슴이 뛰었다.

 

스르륵 책을 훑어보았을 때, 관광지 소개인가? 하는 생각에 조금은 멈칫했다. 나는 그런 안내서를 원하지 않았고, 길이 주는 느낌을 읽고 싶었을 뿐이다. 트레킹을 위한 준비물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잠시 망설였다. 나는 아직, 본격적인 걷기를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의 습성이 그렇듯, 준비가 어느정도 되어서야 어떤 일이든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혹은 그렇게 진행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것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나의 현실에 안주하기 습성이 또 나와버려, 이래가지고 서는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에 한숨만 나왔다. 그리고는, 일단 책이니까 읽고나서 생각하는 것도 늦지 않아. 마음을 다잡고서 한 페이지씩 읽어내려갔다. 원래는 목차부터 보는데, 이 책을 읽을 때는 느닷없이 왜 그랬을까? 목차부터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처음에는 목차를 염두해두지 않고 첫 페이지부터 읽으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 분명, 내가 마음에 드는 곳도 있고 그저 그런 곳도 있을 수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트레킹, 이라는 단어 때문에 책을 덮었었지만 책이 읽히지 않으면 과감히 책을 덮고 목차부터 다시 본다. 그리고 골라 읽었다. 지금 나의 감정상태에 따라 이곳도 여행하고, 저곳도 여행하고. 마음이 시키는대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봄에서 겨울로 가을에서 여름으로, 사계절에 상관없이 상상도 포함되는 여행이라 더 신나고 재밌었다.




 

봄으로 떠나는 여행.

 

여 유 찾 기




봄의 목차에서 마음에 들었던 여행. 늘 그렇듯 나는 향기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냄새' 특히 그 사람에게서 나는 고유의 향을 좋아하는 나는 '사람냄새'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향기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나를 이끌고 간 곳은 매화가 있는 매화길. '매화'는 내가 정말로 닮고 싶은 꽃이다. 사자성어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아치고절' 이듯, 매화는 나에게 그런 존재이다. 이 책에서 매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니, 더욱 반갑고 신났다.

 


 

젊다고 향기가 좋은 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품는 향기도 깊어져 간다. 나도 매화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은은하고 우아해질 수 있을까. 나에게 나는 냄새가 매화 향이 될 수 있도록, 은은한 사람이 되는 연습을 해야지. 조금씩, 천천히, 그렇게.



 







 


이 책에는 작가가  추천하는 테마 오른편에 추천하는 달, 난이도 (걷기에 따른), 걸맞는 길동무, 책과 음악, 준비물이 함께 소개되어있다. 이 책에서 가장 칭찬할만하다! 내가 아는 책이나 음악이 나오면 반가웠고 읽고 싶은 책도 왕창 생겼다. 횡재한 기분이랄까.





 

책을 읽는 내내 향기가 솔솔 나는 느낌. 나의 마음은 어느새 매화길로 가 있다. 그리고 맨발로 그 흙을 밟고 있다. 지금은 겨울이라 봄의 기운을 상상하며 읽는데 그것 또한 즐거웠다. 땅이 따뜻해진다, 하고 상상하니 기분도 좋아졌다. 봄이되면, 꼭 친구랑 손잡고 거닐어 보고 싶다. 매화, 를 닮고 싶은 내가 조금은 그 은은한 향기를 품어올 수 있도록.





이 책에서 본 사진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컷! 왕 벚나무 아래에 곱게 흐드러진 연분홍 벚꽃들. 그 벚꽃을 주워다가 욕조가득 물을 받아놓고 띄워놓은 다음 몸을 담그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색감도 어찌 저리 잘 담았는지, 곱다. 화려하다. 눈이 행복하다는 느낌 한 가득.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예쁜 풍경들이 많다는 것을 나는 왜 몰랐을까, 이제라도 안 것에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지는 것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구절들이 많아 읽는내내 반성하고, 또 되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느릿느릿, 차근차근, 정성을 다할 준비,

새해가 되면 다시 이 책을 품고, 여행계획을 해야지. 벌써부터 내년이 알차질 것만 같아 뿌듯한 이 기분.



 




 

그 지역에 따른 역사도 간단히 곁들여져 있고, 찾아가는 방법, 숙박, 어느정도 묵으면 좋은지 등의 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 이 안내만 따라가도, 혼자서 여행하는데는 전혀 문제 없을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자신감까지 든다. ^^

 





 

싱그러운, 혹은 무더운 여름에서

 

환희를 꿈꾸다


 


여름에서 제일 좋았던 곳은, 강원 횡성.

이따금씩 자꾸 개인이기주의가 튀어나오는 요즘, 나를 ,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게 만들었던,

여름에 소개된 곳이지만 마음 한 구석은 온기로 가득했던 곳.

 


강원 횡성의 숲체원.

휠체어를 타고도 오를 수 있다는 산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신세계를 발견한 기분.

싱그러운 자연과 함께, 그리고 마음이 하나되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는 그런 곳인 것 같다.

아빠가 복숭아뼈 연골 수술을 하셔서 다리가 조금 불편하신데, 이런 곳이라면 아빠와 올 수 있을 것 같다.

운동도 하셔야 되는데, 봄이 조금 지난 그 즈음 아빠랑 손잡고 거닐어 봐야지.

마음까지 건강하게 해서 돌아가야지.





사회생활을 너무 오래하다보니, 열정, 이라는 아이는 숨어버리고 없다. 그냥 하루하루를 사는 것일뿐.

내 무뎌진 열정을 찾아줄 것만 같은 곳, 찔레꽃 향이 가득한 충북 충주 하늘재.


 


연분홍 벚꽃 다음으로 좋았던 사진. 찔레꽃 향은 아쉽게도 맡아본 적이 없지만, 하얗게 몽글몽글 피어있는 귀여운 느낌만큼이나 달콤할까? 그러고 보니, 꽃 향기를 맡아본 것도 참으로 오래되었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품을 시간도 없이 밥벌이만 하고 살아가다니. 아까운 내 청춘. 새삼스레 신세한탄도 곁들여본다.

 


 

내가 바라보는 곳이 곧 앞이 된다. 조급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간이 더디게 가길 바라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느리게 가더라도 내 마음은 늘 변하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돌아보며 살았으면 좋겠다.

 


울산. 그렇게 멀리 있지도 않은데,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산책로가 꽤 많구나. 산책로만 구경해도 우리나라는 둘러볼 곳이 참 많네, 내년 한 해는 참 바쁘겠다! 가보고 싶은 곳이 이리도 많이 생겼으니!  일단, 해외여행 이전에 국내여행부터다!

 


 


 

이 구절을 보는 내내 왜 그렇게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하고, 뭉클했던지.

나도, J같은 사람이었다. 먼저 뒤돌아서 간 적이 없는 사람.

그런데, 자꾸 먼저 뒤돌아서려는 마음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만큼 내 마음안에 여유가 없다는 거겠지. 그리고, 나보다 주변을 생각하던 내가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겠지.

 

이 구절을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 변해버린 내모습이 서글퍼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그 옛날을 위해 발걸음을 할 수 있겠는지,

나 자신을 가만히 다독여본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아직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았어. 하고..




고층아파트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지인을 통해 알게된 능소화,가 참 반가웠다.

능소화, 라는 책을 보고서야 이 꽃의 존재를 알았는데 이 꽃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니.

그것도 내가 사는 지역과 가까운 곳에! 능소화가 필 때 즈음, 연인의 손을 잡고 거닐어 보고 싶다.

향기로운 내음을 맡으며, 하늘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능소화 소설 속의 그 사랑을 기억하면서..


 





 

능소화가 잘 어울리는 여인,

나는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벽에 의지해 하늘을 보고 싶었던, 그리고 늘 변치않는 마음을 닮을 수 있을까,

눈이 멀게된다 하더라도, 한 사람을 향한 마음이 곧은 그런 여인이 될 수 있을까,

그 길을 거닐며 능소화를 빤히 바라다 보고 싶다.




 

단풍이 드는, 그리고 낙엽 바스락 거리는 정취가 멋진 가을.

 

추억을 떠올리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언제 가장 행복했냐고 물으면 단연 지금이다.

예전에는 가족의 따뜻함 같은 건, 느껴본 적이 없는데 지금에야 조금 알 것 같다.

나의 따뜻한 잠자리를 위해 많이 고생하고 계시는 우리 아빠. 많이 사랑해요♡


 


 

가족을 부양한다는 것이, 무척 힘든 일임을. 나는 잘 안다. 회사생활을 일찍 시작한 것도,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된것도, 어찌보면 가족이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서 였을 거다. 즐겁게 짊어지고 가자. 힘들어도 피를 나눈 사람들이고,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늘 내 편인 고마운 사람들이니까,



가을이 되면, 유독 울쩍해지거나 사람이 그립다. 그리고, 가슴 한 켠이 시큰해지고 감성적이 된다.

다른 계절보다 책이 가장 잘 읽히는 계절. 가을,

붉게 물드는 단풍, 떨어지는 낙엽을 보아도 이내 마음이 동요되는, 그런 계절.


 


 

머릿속에서 단풍잎이 마구 떨어지네요.

나는 마음먹고 단풍놀이를 간적이 없다. 가을이 되면, 이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들이 천지에 널렸기 때문이다.

은행 특유의 구린내. 은행잎을 책갈피로 삼고 싶어도 그 특유의 냄새가 나를 잡아끈다. 은행잎에도 냄새가 날 것 같아 잡으려다 멈칫.

그래도 빨갛고, 노랗고 색감들이 참 예쁘다. 낙엽의 바스락거림도, 시인이 되기에 충분한 정취.

 


 


 

원래 봄에 소개된 곳에 있는 사진인데, 나는 가을이라는 계절에 꺼내어 보았다.

그리운 사람은 아니지만, 그리운 동물. 나의 가족이었던 강아지, 복동이와 너무 많이 닮아있어서.

꼭 저렇게 슬퍼보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복동이,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게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손가락 마디가 툭 하고 떨어질 것만 같이 얼어붙는 정말 추운 계절.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은 그 겨울.

하지만 눈이 있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겨울,

 

그 지루함을 깨우다




 

무거워보이는 눈의 이불을 덮고 있는 나무들. 내가 사는 지역은 눈이 오더라도 나무 특유의 색깔까지는 덮을 수 없어서

하얗게 변한 나무를 보고 싶은게 한번쯤은 소원이긴하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다는 그 풍경. 한 10년은 되었을까.

이 지역에서 그런 눈을 본 적이 없는게, 이번 겨울에는 눈 소식도 빨랐고, 다른 지역에는 펑펑 잘도 내리던데,

눈 때문에 오도가도 못할까봐 사진으로나마 만족해야겠다. 히~




바람의 화원 셋트장이었다는 이 곳, 경기 양평 고랭지.

김홍도가 그리워지는, 풍경. 정말 새하얗다. 뽀득뽀득 예쁘게도 소리나는 눈. 밟아보고 싶다. 사뿐사뿐




요즘은, 일상이 정말 무료하다. 추워서 그런지 아무것도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저, 죽어서도 잘 수 있는 그 잠이 나에게 유일한 친구이다.

 

그 잠을 깨우는 장 그르니에!


 


 

유독 이번 겨울에 자주 만나는 작품. 장 그르니에의 <섬>

이 책에서도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눈이 번쩍 떠졌다.

 

이 책에는 책과, 음악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100점 만점에 100점!

요즘 시크릿 가든 김주원, 길라임의 서재가 인기를 끄는 만큼 이 책 또한, 나의 위시를 팍팍 늘려주는 보물상자였다.

내가 모르는 책도 어찌나 많던지, 나는 아직 여행자의 자세가 부족하다. 더 많이 둘러보고, 더 많이 즐겨야지.

그리고 소개된 책들을 하나씩 들고, 소개된 여행지로 떠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두근.

여태껏 만난 여행에세이 중, 단연 최고다!!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하는 나지만, 바다보다 산을 더 좋아지게 만들 것만 같았던 책.

산행, 걷기를 무지 좋아하는 나의 절친에게 선물해주기 위해 주문을 했다.

나는 마음에 들면, 여지없이 책을 뿌리는데 이 책 또한 많이 선물될 것 같다.

올해, 나의 절친과 당일치기지만 산도 타고, 바다도 보며 짧은 여행을 했었는데

내년에는 이 책을 깃발삼아 들고 다니며 또 즐거운 여행을 해야겠다.

한달에 한번이라도 가까운 곳, 여행해보자! 하는 친구와의 약속이 이 책을 통해 더욱 확실해질 생각을 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내가 이 글에 담아낸 곳 이외에도 좋은 곳들이 많이 소개되어있다. 작가가 여행한 계절을 바탕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것은 작가가 그 계절에 여행을 했기 때문이다.

꼭 그 계절에 가지 않더라도 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숙박이나 찾아가는 길, tip같은 것도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자료를 보고 가고 싶은 여행지는 더 자세하게 조사해서 여행한다면 각자 자신의 느낌이 묻어나는 여행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여행지에 어울릴만한 책과 음악도 곁들여져 있으니 그것들과 함께 여행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여행에세이에 책과 음악, 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으니 금상첨화.

 

걷고 싶은 사람~ 요기요기 붙어라 >_<

 

 


 

그녀와의 첫 번째 걷기여행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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