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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표지부터 완소.
친구들이 하도 연극, 연극하는 통에 보고 싶었던 작품이지만
연극보다는 영화, 영화보다는 책이 더 손이가고 마음이 가서일까.
연극을 두어번 본 적이 있지만, 함께 호흡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나로서는
그냥 어느 인기많은 연극의 하나일 뿐이었는데...
책으로 나온다고 하기에, 급 호기심이 생겼더랬다.
게다가 영화까지!! 주인공은 공유, 임수정. 우와우와, 겨울에 보기에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공유, 임수정의 얼굴을 마구마구 떠올리며 책 읽기에 돌입.
표지도 러블리 핑크, 하트 뿅뿅~ 기대 100% 그 이상.
당신의 첫사랑을 기억하십니까?
이따금씩 눈이 내리는 겨울이 되면, 늘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첫, 사랑.
처음 알게된 사랑이라는 이름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기대를 많이 하고 이 작품을 들여다본다 하더라도, 마구 뿌려대는 행복 바이러스가 아니라 자연스레 생기는 아련함 때문에 마음이 시려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사랑스러운 커플. 공유와, 임수정만을 생각하고 싶었지만 나는 어느순간부터인가, 나의 첫사랑과 마주하고 있었다. 눈도 마주치지 못했던 그 때로, 모든 것이 떨리고 낯설기만 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있었다. 가슴 깊이 묻었다고, 이제는 지난 추억일 뿐이라고 생각해도 자꾸만 떠오르는 그리움. 아련함. 서글픔. 이 감정들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이루어지지 않아서가 아니다. 단지, 첫사랑이라는 그 이유만으로 그저 한쪽 구석이, 숨어있던 감춰왔던 내 마음이 살짜기 드러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던, 그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느꼈던 내 어린 시절의 추억. 첫, 사랑.
유독 이 책에서 '기억'이라는 단어에 한없이 매달려 있었고, 붙잡고 있었다. 기억하는 만큼만 떠올리고 싶어서
내 마음을 흔들던 글귀. 좋은 모습만 보고 싶었고, 다른 사람이 무어라 말하건 내가 보는 그라면 충분했다. 단지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의 모습이 그에 대한 전부다. 늘 그렇게 되뇌이고 되뇌였었다. 내가 기억하는 딱 그만큼이면, 내 안에 그를 간직하기에 모자라지는 않을테니까..
굳은 의미가 부여된 기억
다른 사람이 그에 대한 기억을 나에게 흘린다하더라도 그것을 비집고 들어올 수는 없다. 내 안의 방어막이 뚫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방어하고 있으니까. 첫, 사랑은 그런 것 같다.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는 나 혼자만의 비밀. 혹은 보물상자.
언제든 나를 위해 꺼내보고, 나를 위해 닫아둔다. 오직, 내가 꺼내보았을 때 비로소 존재하는 그런 것.
첫사랑이란 건 조금씩 덜 익거나 부서진 구석이 있게 마련이라 그 모자란 부분 속에 환상을 채워 넣을 수 있다. (242쪽)
환상, 실로 그는 내가 만든 상상 속에 존재한다. 다른 사람과 있을 때와 나와 있을 때는 무언가 다르겠지.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나의 환상 속에 그를 가둬두고 나의 생각대로 그의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처음이라고 하는 것은 알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라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만 한다. 함께 할 수 없는 부분까지도 나의 환상으로 채워간다. 모든 것이 콩깍지로 에워싸이는 첫, 사랑이란 꼭 그런 것.
빛이 바래는 걸 원치 않아서 늘 햇빛이 들지 않는 나의 마음속에 꽁꽁 숨겨두고 있었던 것 같다. 꺼내어 놓았다가 유리처럼 깨어져 버릴까봐 늘 조바심에.. 내 것도 아닌데, 그렇게 자물쇠를 굳게 채운 채로 나의 것인냥. 그리고 바라보는 그 숨결 속에서는 한없이 상쾌한 공기내음이 났다. 그 순간만큼은 그가 내 하늘이었고 바람이었다. 나와 일상을 함께한다는 것은 생각조차도 하지 못할 만큼, 닳을까봐 멀어져버릴까봐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전전긍긍. 이 책 속에서 내가 첫, 사랑을 할 때의 그 느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나는 쉼없이 동요되고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추억속의 그가 온전하지는 않지만 희미하게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었다. 코흘리개 어릴 적 그 모습 그대로.
이 책을 통해 내가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지만 주인공은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공유'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신사적인 이미지랄까. - '성재'와 오버랩이 되지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주인공이 아니었다. 좀 더 멋진 운명으로 만나지길 바랬다. 아마, 환상을 깨지 못한채 완벽한 해피엔딩을 꿈꾸었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 같다. 아마도, 내 생각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공감되는 인연 - 주변을 돌아보라. 인연은 바로 주변에. 이런식의- 을 통해 사랑이라는 의미를 재탄생시키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조금 아쉬웠던 점은 내가 공감가는 문구를 곱씹으며 다른 활자로 눈을 옮겨가고 있을 때 일러스트가 몇번씩 등장한다. 위 사진에도 볼 수 있는 삽화. 그림+글. 공감하고 있는데 그 똑같은 문구가 반복이 되어 또 튀어나온다. 흐름이 완전 끊겼다. 앞에 뭐였지. 하고 다시 돌아가기를 몇 번.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이 강조되는 것이겠지만, 그런 부분은 아무래도 공감이 많이 가는 문구이기 때문에 글의 중간에 끼워넣지 말고 이야기가 끝나는 시점에 넣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좀 더 여운이 남지 않았을까. 불쑥 튀어나오는 느낌은... 나는 그다지 좋지 않았었다. 그리고 엔딩이 너무 짧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조금 더.. 없나요? .... 아쉽다...
내가 느꼈던, 혹은 생각했던, 그리고 지금도 생각하는 첫, 사랑의 느낌과 너무 닮아 있는 이 소설은 첫 눈이 내리는 광경을 보는 듯 했다. 까만 밤하늘에 조금씩 피어나는 눈꽃송이를 맞이한 느낌. 첫, 사랑의 느낌을 잘 표현한 소설이라면 여지없이 이 소설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와 많이 닮아있는 모습이라서 그런 것이겠지만. 감성적인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이 작가. 나와 또 만나게 될 것 같다. 나와 코드가 맞는, 글쟁이를 만난 느낌이다. 괜스레 뿌듯하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나에게 다가온 김종욱 찾기.
이번 겨울은 내 옆을 늘 지켜주는 그와 함께 따뜻하게 맞이해야지. 운명처럼 연인이된 그들보다 더 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