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예쁜 초콜릿 색 표지가 가을에 딱 어울립니다. 표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읽고 있는 내내 입이 가만 있지를 못하더라구요. 평소 좋아하지도 않는 초콜릿 쿠키를 콱 깨물어 먹었습니다. 초콜릿이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준다고 하잖아요. 이 책을 읽는 동안 전,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안절부절 못하고 이리 끙끙 저리 끙끙. 입이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이 초조한 마음을 달랠길이 전.혀. 없었습니다. 왜냐구요?
결혼을 앞둔 한 사내 앞에 예기치 못한 유혹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결혼식까지 넉달이 남은 상황에서 어떤 낯선여자로부터의 유혹, 그것이 만약 당신에게 들이닥쳤다면 어떠실 것 같으세요? 
저는 이 책을 읽기까지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워낙 외설적인 것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짝사랑, 해바라기 사랑이 전문인 저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 소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도입부가 굉장히 외설적이예요. 결혼한 남자를 꼬득이는 여자도, 거기에 넘어가는 남자도,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 4년전까지는 말이죠.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하고, 제 나이도 한살 두살 먹어가면서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이 책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하신 분들의 말에 의하면 결혼하기 전에 굉장히 싱숭생숭하대요. 어쩌면 평생을 함께 해야할 반려자를 결정하는 일이 쉬울 턱이 없지요. 이것 저것 준비하면서 싸울 일도 무지 많아진다고 하는데, 그 때를 잘 넘기면 상관이 없지만 준비하다가 헤어지는 커플들도 많더라구요. 살면서도 이혼하는 세상인데 자신에게 꼭 맞는 사람이란게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요.




유타카의 결혼상대, 미츠코. 그녀가 지은 시예요. 유타카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던지 다 감싸안아줄 것 같은 그녀. 진정한 현모양처감인 것 같아요.

여러분은 사랑받은 기억과 사랑한 기억 중 어떤 기억을 떠올리고 싶으세요?
저도 첫 대답은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릴 것 같다였어요. 내가 죽게 될 때 나를 위해 울어줄 단 한사람만 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고, 늘 생각하거든요. 이 말인 즉슨, 사랑받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은 쪽이 아닐까. 그런데 미츠코의 시를 보고 있자니 이 말도 참 일리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정으로 사랑해봤기 때문에 죽어도 후회없다는 뜻일까요? 여기서 유타카와 그녀를 유혹했던 토우코의 안타까운 사랑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넉달동안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는 생각나지 않는다, 추억일 뿐이다, 하고 서로의 감정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세뇌시키는 두 사람. 그리고 그 가운데 아무 것도 모르는 미츠코가 있습니다. 그저 유타카를 믿는 거예요. 그 사랑을 소중히 하고 싶어서 쉽사리 고백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을 미츠코는 믿어버려요. 그만큼 유타카를 사랑해서겠지요. 오로지 동반자였던 미츠코, 유타카의 진짜 사랑 토우코. 그들의 사랑은 어쩐지 모르게 슬퍼요. 금방 부서질 것만 같은 얼음조각 같았지요.






토우코는 당당하고 멋진 여성이었어요. 유타카를 향한 마음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정열적이었죠. 그에게 사랑받는 것만이 그녀의 삶의 이유가 되었어요. 무모하지만 부럽기도 합니다. 불타는 사랑, 살면서 꼭 한번쯤은 해보고 싶어하잖아요. 딱 한 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으면서 말이지요.



미츠코의 사랑관이예요. 이끌림이 있는 여성은 아니었지만 그녀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사람이었어요. 바람직한 여성상이라고나 할까요? 토우코가 장미같다면, 미츠코는 들꽃 같아요. 두 사람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유타카는 정말 복받은 사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네요.

앞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이 책은 정말 초콜릿같아요. 꼭 표지의 영향때문만은 아니예요. 단맛을 좋아하는 초콜릿의 맛이 아니라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 (어쩌면 극도로 그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느끼는 초콜릿맛이요. 그런 사람이 초콜릿을 접하게 되면요. 정신이 몽롱해져 그것이 단맛인지 무슨맛인지를 느끼지 못하고 나중에는 그냥 원래 그것을 좋아했던 냥, 아니면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태에 이르러요. (그냥 무의식 중에 집어넣는다고 하는게 맞을지 몰라요.) 제가 꼭 그랬거든요.  실컷 그것을 입에 집어넣고 나중에서야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했습니다. 씁쓸함이 남았어요. 초콜릿보다는 카카오에 가깝다고 하는 게 맞을까요. 의도하지 않은 이끌림, 혹은 빠짐. 그런 중독성이 있는 책이었어요. 빠져들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결국엔 빠져든 책이었습니다. 일본의 연공서열은 무서울 정도예요. 사람이 모험보다는 안정을 좇는게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겠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아직은 더 많으니까요. 결국엔 안정된 생활을 위해 그 사랑을 방치해둘 수 밖에 없잖아요.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겠죠. 단지 넉달이었을 뿐인데요. 다른 의도로 접근했다가 넉달동안 불타올랐고, 그것이 인생의 전부가 되다니. 현실을 선택하고 가슴안에만 숨겨두어야 하는 사랑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30년이 지났는데도 간직할 수 있는 사랑이란게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요? 이루어지기를 바랬던 사랑은 아니었지만 애잔한 마음이 드는 사랑, 그리고 이별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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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1-09-28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우리 유키. 평가단 되서 신나써열 ?
 최선을 다해보자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