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해방자들
김남중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예언의 도시들 〈 해방자들 〉

다압에서 시작해 렌막으로 , 렌막에서 스파다인으로  그리고 다시 다압으로의 여정이 끝났다 . 책 속에선 자유 지역으로 그린 스파다인에서 끝이 나지만 나는 부러 앞 쪽 지니와 투의 고향 다압에 돌아와서야  책을 다 끝낸 기분이 든다. 종이 책이 아닌 ebook이란 특성상 궁금한 지점이 생겨도 쉽게 앞으로 뒤로 팔랑거리지 못하니 , 일단 궁금증을 메모에 간략하게 적어내려 가면서 읽고 , 앞 쪽에서 생겼던 의문들이 차츰 이야기 진행에 따라 잘못 이해함으로 비롯된 오해를 풀어내 가면서 . 

 

지니와 투의 짧은 애정과 투가 기술공으로 렌막으로 먼저 가고 , 곧 지니도 뒤따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 지니는 불행하게도 렌막으로 가는 양육사 채용공고 커트라인을 넘지 못하면서 절망에 빠지고 만다 . 하지만 이내 진다이가 내민 불법루트를 통해 렌막시티로 밀입국하게 된다 . 그리고 렌막에선 의심할 바 없는 렌막시민인 소우와 킴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 이 부분을 읽으며 렌막시티의 시민들이 가진 정체성(성별의)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 이 지점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는 느낌과 함께 . 

소우와 킴은 이름부터가 정체성이 다소 모호(이런 지독한 편견을 봤나!)하다 . 언뜻 이해하기엔 킴이 남자역일 것 같고 소우가 여자의 정체성을 맡은 것 같다고 느끼면서 , 지금에 시끄럽게 불거지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많고 많은 말들이 ,  아우성침을 느낀다 . 소우는 렌막에서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예방접종 때마다 날카로운 바늘에 대한 두려움으로 번번히 곤욕을 치르고 , 절친인 킴이 이를 해결해준다 .  수상하지만 아무도 의문을 제기치 않는 예방접종을 대신  더 맞는 것으로 . 그렇게 학교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소우는 자신의 배설기가 이상한 반응을 보여 킴을 볼 때마다 자신의 상태에 혼란에 빠지고 , 나 역시 소우를 따라 같이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 

그게 왜 이상한 일이란 거지 ? 사춘기라면 당연한 반응일지 모르는데 ! 하면서 ... 그렇기에 소우의 혼란이 킴이 동성이기에 저런 반응인건가 , 싶어져 버리고  , 명확히 이성 친구라는 걸 뒤로 가면서 알게 되며 나는 거기서 한번 더 혼란을 겪는다 . 이 세계의 질서에 따른 혼란이고 렌막시티의 체계에 대한 의혹으로 말이다 . 

진다이를 따라 렌막으로 스며든 지니는 돈을 모아야 자유로워 질 것이란 생각으로  자신이 지원하고 싶던 보육일을 한다  . 헌데 이 양육기관이 진다이가 하는 사업인지 또 그렇게 수상쩍기 그지없다 . 빙산의 일각 같은 진다이의 면모 , 어쩌면 그가 가진 얼굴이 이 사회 , 그러니까 렌막이나 다압만이 아닌 우리 실세계에서 알려진 누군가의 얼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
주변 공기가 한층 낮아지는 기분도 들고 말이다 . 

때때로 나는 우리 세계의 미래에 대해 이런저런 상상을 해 볼때가 있는데 , 그런 현상엔 대게 말도 안되는 재앙같은 정부의 정치체계가 버티고 있거나 인류를 잠재적으로 위협하는 자연재해 따위가 있었다 .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이 . 극단적인 예지만 인신매매 따위로 사람의 장기같은 걸 조각조각  해체해서 해외로 유통하거나 ,  어린 소녀들을 유흥에 끌어들여 놀고있는 정재계 인사들의 악행은 끝간데 없는 소설이나 영화 속의 일들만이 아닐지 모른다는 희미한 불길함 . 

인간이 인간성을 잃은 듯한 느낌은 소우네 집의 한 풍경을 보면 더욱 느끼게 되는데 그들은 부모 자식임에도 어쩐지 사람대 사람이 아닌 로봇대 로봇 같고 , 그 근거엔 책 같은 것을 읽고 양육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모습이 있다  . 이미 그런 세태는 이 시대의 단면이지 않나 , 싶기도해서 옛날부터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어떤 부분이 사라지고 만  , 이 현대엔 어쩐지 자신들의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마치 조립 로봇 설명서를 읽고 인간 조각을 맞추는 듯 하달까 ? 

소설은 지니와 소우 , 킴과 투를 또 진다이와 매지 , 추이와 대반 , 솔미들의 만남을 중심해서 전방위로 뻗어나가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도시를 향한다 .  그 느낌은 참으로 건조해서 버석버석하고 그들을 잇는 도로 34번 도로에 있는 황량한 사막지대만 같다 . 그 끝없는 사막이야 말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라는 듯 . 램프가 깨진 전광판처럼 깜빡 깜빡 대고 있다 . 

내가 다시 다압으로 부러 발길을 돌린것은 희망따윈 없는 도시로 표현한 지니의 심정과 관통하며 그 힘든 과정 ㅡ 이를테면 황량함까지를 모든 여행길로 놓고 , 다압이란 곳을 스파다인 자유구역에서의 투쟁같은것이 확장될 것으로 여겨서인지도 모르겠다 .
확실히 미래(?) 가 꽤나 불투명해 보이는 다압이지만  이 작고 여린 사랑의 게릴라들이 결국 다시 시작할 곳은 그곳 ㅡ 다압인 듯 보이니까 말이다 . 

멋지고 근사한 것의 뒷면은 참으로 복잡하고 난잡한 것들로 이뤄져 있을 때가 많다 . 마구 뒤엉킨 십자수 뒷 면처럼 . 또 멀쩡한 도시의 밑바닥 배관들처럼 . 그렇게 엉망진창인 것들 위에 당당한 척 서 있는게 우리가 보고있는 도시들의 진상이란 이야길 나는 들었다 .  
나는 최후까지 이 도시의 해방자가 될 수 있을까 ? 하는  늦은 질문을 허공에 던져보며 이 이야길 덮는다 . 



 

"이번 다압 폭동에서 집계된 사망자는 모두 쉰아홉 명, 부상자는 칠백여 명에 달합니다. 우리 정부는 다압 정부에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을 공식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엄격한 영주권 심사와 송출세 삭감이 예상되며 스파다인 재건에 따른 복구 비용은 송출 금액에서 전액 차감될 예정입니다."

다음 뉴스는 진압 현장 영상이었다. 공중에서 여러 대의 무인 카메라로 촬영한 화면은 놀랄 만큼 선명했다. 곳곳에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무기를 들고 대항하는 자유 지역 사람들과 월등한 화력으로 가차 없이 진압하는 진압군의 교전이 생생하게 방송되었다.

"광신도들 같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저렇게까지 싸우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 eBook <해방자들> (김남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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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2 0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2-22 17:35   좋아요 1 | URL
아, 이 책에선 딱히 그런 표기들이 안나와요 . 아마도! 과거 편이 아니라 미래의 가상도시라는 특성 때문인지~^^

2017-02-22 0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2-22 17:38   좋아요 0 | URL
으헉~ 전 기침은 이제 괜찮은데..으악~ 그때의 고통은 다시 상상도 하기 싫네요 ..피가 철철 흐르는 가슴을 들어내는 느낌 ..크흡..상상해 버렸어 ...ㅠㅠ
요즘은 혈액순환 때문인지 몹시 춥고 , ( 겨울 다갔는데!!) 온 몸이 저릿저릿 ㅡ 이 또한 좋지 않아.. 꾸준히 스트레칭하는 것 만으론 부족한지.. 피가 모자란지.. 암튼 그래요.
아프지 마세요 .. 이잉~~^^;;;

2017-02-22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2-22 17:54   좋아요 1 | URL
2월이 아닌 4월의 줄창 비내리던 어느 날 ㅡ 같단 생각을 하던 중이에요 . 주위 온도는 낮고 , 그런데도 빗소리는 좋으면서 어쩐지 처연해져서는 ... ㅎㅎㅎ 현관문을 열어 놓고 한참 빗소리 감상중 .. ^^
 
[eBook] 해방자들
김남중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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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들 ㅡ

 

지금 내 나이의 절반 쯤에 직장에서 만난  한 언니의 고생 때문에 나는 아이란 모두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처음 깨달았었다 . 마흔 초반쯤의 나이던 그녀는 한날 이른 퇴근을 서두르며 젊고 어렸던 나를 눈부시게 여기면서 조금은 쑥스러운 기색으로 말하길 자신은 그동안 혼자의 삶이 너무 만족스러워 결혼은 물론이고 애는 , 아이란 존재는 , 딱히 미련도 , 가질 생각조차도 없었노라고 말했었다 . 그러면서 이제와  아이에 왜 목매달게 되었는지를 얘기해 줬었는데 생각해보면 그건 당연한 목마름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그당시에는 들었었다 .

 

하고싶은 것이나 있을게 다 있고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이 한껏이었던 그 직장선배 언니는 아주 뒤늦게( 가임기가 끝났노라 의사로부터 듣는 지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그와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둘을 닮은 혹은 아빠를 닮은 아이를 낳아 꼭 남자의 품에 안겨주고 싶어졌다고 소박한 꿈을 꾸듯 말했었다 . 벌써 몇번의 인공수정인지 모른다고 괴로움을 섞어 말하던 그녀의 모습과 목소리가 기억에 아직도 생생하다 .

 

자라면서 내 주윌보면 아이들은 참 많았다 . 어린 시절에도 그랬고 크면서도 한번 아일 뱃속에 키우며 낳는 것의 어려움을 나는 가까이서 본 기억이 그때까지 없었다 . 우리들은 모두 어느정도는 흔한 아이들에 속했었다 . 오죽하면 일간 귀해보이는 쌍둥이도 내 어린 시절엔 많았었다 . 하지만 잊은 기억엔 반드시 있던 이야기들 몇몇 개 ... 그 많은 쌍둥이의 존재 이전에 그 집에선 그들이 얼마나 귀한 손' 인지 하던 뒷이야기와 딸들만 혹은 아들들만 주르룩한 어떤 집에선  딸이 , 아들이 , 그렇게 간곡한 소원의  끝에 얻어진 결실이란 뒷말이 비밀 아닌 비밀처럼 꼭 있었다 .

 

그리고 세상엔 포기할 수밖에 없는 무엇들로 어느새 가득해졌다 . 이른바 삼포 사포 시대가 된 지금 , 정부는 혹은 개인들은 결혼을 위해  국제혼과 더불어 다문화 가족을 장려하는 시대까지 와버린 것이다.  그들은 결혼 할 누군가를 만나지 못해서는 물론이고 그렇기에 아이는 바라는게 희박한 지점까지 와버렸고 우리는 자연스레 인구비례 성비가 얼마쯤 기우뚱해진 이 시대를 살게 되었다 . 그런 끝에 읽은 이 책 해방자들 속엔 일견 가혹하고 또 흥미로우면서 역시 잔혹하다 여겨지는 이야기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있었다 .


그런 일이 없다면 좋겠지만 이미 세상엔 아이를 낳고도  책임을 질 수 없거나 책임을 져도 혹독한 학대로 이어지는 사례가 도처에 있다 . 거짓말이라거나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믿고 싶어지는 사실들 . 그 즈음에 이 책을 경고처럼 놔 주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가상세계인 다압과 렌막 , 그리고 자유 구역으로 불리는 무덤이자 요람인 스파다인 세상을 들여다 본다 .

 

이 가상도시들에는  어쩌면 우리들의 미래일지 모르는 이정표가 있다고 나는 그렇게 느낀다 . 인생의 막장같은 다압이 있고 그 다압이란 곳은 렌막을 중심으로 전문기술자들이 일정 교육을 통해 배출되고는 한다 . 그 자격엔 험하다면 험한 경쟁과 그에 따른 시험이 있고 그렇듯이 커트라인도 있어서 렌막으로 가지못하면 모두 인생이 끝난 것 같은 그런 불길한 느낌마저 자아내는데 이런 다압에서 뽑혀 당당한 실력의 기술자로 렌막을 들어가도 다압의 사람들은 절대 렌막시민들이 처음부터  자연스레 누리는 정상(?) 의 삶을 살수 없다고 한다 . 

 

이제 중심도시라 불리는 렌막시티를 보자 . 그 렌막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예방접종이란 것을 통해 인간이 처음부터 가진 성욕이란 것을 억제당하고 있다 . 렌막시티만 알고 그 바깥을 모르는  어린 사람들은 거세된 욕망 위에 각자의 지위를 누리면서도 동시에 뭔가 치밀한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도시태생인 소우와 킴 그리고 다압에서 기술직으로 입국한 투의 생활을 보여주면서 헉 ㅡ 소리가 나올만큼 이상한 일을 그들은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이상한 것이라고 느끼지도 못한채 살아가고  있다 . 

 

젊어서는 렌막이 속했다는 만족감에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 노동의 정년이 되어서는 보내지는 도시 스파다인 . 그곳은ㅡ그동안 고생한 당신 이제부터 편하고 안락한 휴식의 시간 ㅡ이라고 플래카드를 펄럭이고 있지만 그 도시 역시나 기이한 불균형으로 꽉차 있다 . 생각해보면 그럴만한 게 세상을 이루는 축엔 기술직과 지배측만 있을 수 없으니 처음에 거론 된 다압이나 렌막 말고도 그자리 그 능력에 필요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 것이며 시간에 따라 노화된 사람들은 어디로 가겠냐 이말이다 . 그래서 꾸며진 도시가 스파다인으로  그 안에서도 태생에 따른 구역들이 나뉘어져 있는 것을 알게 한다 . 

 

다압의 사람으로 자격시험을 통과 못한 투의 연인이던 지니는  진다이란 정체불명의 사람을 통해 렌막에 흘러들고 거기에서 자신이 바라던 보육( 기이한 방식이지만) 일을  하다 자신이 맡아보던 다미 ( 이 이름만 있는게 아닌 아기지만) 라는 한 아기를 늙은 남자 ( 클럽 캥거루의 단골이면서 아기에게 다미라는 이름을 붙여준 ) 에게 느닷없이 도둑맞으며 일하던 곳도 잃고  불법영업장임이 드러난 클럽 때문에 갈 곳이 없다가 인식표를 추적한 진다이와 함께 스파다인으로 들어가게 된다 . 그 지점에 지니는 렌막사람 소우의 도움을 받게되며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중이던 소우는 생각을 정리하려고 절친인 킴을 두고 지니를 따라 늙은 휴양도시 스파다인으로 도망을 하게 된다 .

 

그러면서 진다이의 숨겨진 얼굴이 드러나게 되는데 그는 알수없는 뒷배를 가진 사업꾼으로 한편에선 좋은 사람들 모임으로 보이는 피닉스의 후원자 노릇을 하면서 한 편으론 불법으로 임신과 출산을 밀입국 여자들에 시켜 그렇게 낳은 아기들을 가지고  렌막에서 술장사와 연계해 "아기 돌봄 대리 체험 클럽" 을 운영했음이 보여진다 .


스파다인에서 진다이는 스스로 따라온 소우에게 지니를 가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마치 후계자로 소우를 점찍은 듯 말하는데 이미 소우는 렌막의 사람들처럼 사랑없는 관계와 감정에 의혹이 있던 터라 그런 진다이의 말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 지니는 휴양(?)중인 대반 할아버지 , 솔미 할머니를 통해 그동안 렌막이 어떻게 지켜지고 있었는지를 알게되고 , 그에 따른 갈등도 하게 된다 . 그런 그 둘에게 렌막에서 찾아 온 킴과 투 , 엇갈린 우정과 애정들을 손에 땀이 나게 지켜보도록 하는 한편  스파다인 자유지역 대반 할아버지와 솔미 할머니는 소우와 지니가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가르쳐 주는 사람들이 되고 , 다압인이던 솔미와 도마치라는 군인출신 대반이 세상을 거스르며 보이지 않는 투쟁을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

 

이미 생의 끝자락을 사는 그들이 이미 렌막 같은 곳의 사람들은 당연히 없어도 되는 기능쯤으로 여기는 사랑이란 감정에 반응해 새로 태어난 듯한 삶을 영위하려 애쓰는 것을 보며 지니는 또 소우와 그들을 말리려고 쫓아온 킴 , 투는 각자가 이유있는  반기를  정부군에 들게 되고 뜨거운  싸움을 벌이게 된다 .

 

킴은 우정(?)인듯 하지만 역시 미련이 남는 소우에게 돌아가 예방접종을 하고 어른이 되면 자신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하는데 거기에 소우는 사랑은 그런게 아니라는 말을 하면서 , 싸움이 끝난 자리엔 힘들게 다시 만난 지니와 소우가 스파다인 사람들의 미래와 희망처럼 남아 있게 된다 .

 

참 대단하고 장렬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한다 . 전쟁이란 그간 각국의 이익에 따른 산물이란 생각을 해왔는데 , 사랑이란 감정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니 , 놀랍지 않은가 싶으며 , 투쟁이란 국가간의 이념만을 위해 있는게 아니구나 ... 싶었달까 ! 하긴 사람들은 스스로 좀 더 나은 쪽으로 가기 위해 싸우고 살지 않았던가 ! 많은 것을 세상의 흐름이 그렇지 하며 포기하는 현실에 대해 ,  다시 한번 뜨거운 뭔가를 느끼게 하니 말이다 . 그러면서 예전  직장의 그 언니는 지금 그토록 소망하던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살고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 그리고 비밀스런 뒷말 같은 그 때의 그 사람들도 , 지금 사랑으로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고 있을지 ... 모두 모두 잘 살아가고 있나요 ? 묻고 싶어졌다고...그리고 이 작가 ㅡ 이렇게 멋지고 장대한 이야길 남겨준 김남중이란 쓰는 사람을  앞으로 눈여겨 봐야지 하면서  , 아 , 정말 무시무시하게 만족스러운 이야기 였어 . ^^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먹을 때보다 굶을 때가 잦았다. 출생률이 높고 평균 수명이 짧아 곳곳에 빈둥대는 젊은이들이 상처 입은 들개처럼 서로를 물어뜯으며 하루하루를 소모했다. 다압에서 아름다운 것은 언젠가 이곳을 떠나리라는 희망, 렌막에 가서 사람답게 살아 보겠다는 꿈뿐이었다. 지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기도처럼 다짐했다.

- eBook <해방자들> (김남중) 중에서

 

“그러니까 빨리 네 자리로 돌아와. 복합 예방 접종을 맞으면 네 감정이 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거야. 생식 욕구라면 잠깐 접어 둬도 괜찮잖아. 나중에 누릴 만한 위치가 되면 얼마든지 누릴 수 있으니까.”

  “사랑은 그런 게 아니야!”

  소우가 단호하게 말하자 킴이 달랬다.

  “조금만 참아. 내년이면 우리도 성인이야. 집에서 독립하면 부모님 잔소리 안 들어도 돼. 너도 정상으로 돌아올 거고.”

  “무슨 뜻이야?”

  소우가 쳐다보자 킴이 고개를 끄덕였다.

  “넌 내 앞에 나타나지 않기로 약속했으니까 내가 네 앞에 나타날게.”

- eBook <해방자들> (김남중) 중에서

 

손을 들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손에서 여전히 화약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희미하게 피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배수 터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진다이가 떠올랐다. 슈퍼 요트 아르카디아를 이끌고 다압과 렌막을 자유롭게 오가던 사람, 모르는 것이 없고 망설이는 법도 없던 진다이가 진짜 죽었다고 믿어지지 않았다. 분명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 같았다. 지니는 렌막 정부보다 진다이가 더 무서웠다. 정부와 달리 진다이는 음지와 양지 양쪽에서 힘을 쓸 수 있으니까.

- eBook <해방자들> (김남중) 중에서

 

“너한테 빚 많이 졌어.”

  “갚고 싶냐?”

  소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킴이 말했다.

  “이걸로 받은 셈 칠게.”

  킴은 천천히 오른손을 뻗어 소우의 얼굴을 만졌다. 이마에서 볼로, 턱으로,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입술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킴은 점자를 읽듯 천천히 손끝으로 입술 크기와 감촉과 모양을 느꼈다. 킴의 손가락은 길고 부드러웠지만 소우는 가슴 한쪽이 아팠다. 소우가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씻은 다음에 만지지.”

- eBook <해방자들> (김남중) 중에서

 

“왜 또 왔어? 잡히면 어쩌려고?”

  “소원이 생겼거든.”

  소우가 담요를 땅바닥에 펼쳤다. 둘은 담요에 등을 대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우수수 떨어질 것처럼 별들이 반짝였지만 유성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오늘 밤은 둘 다 다른 소원이 없었다.

  지니가 팔을 뻗더니 소우에게 팔베개를 해 줬다. 소우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 eBook <해방자들> (김남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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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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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고 한 팬질 ,

 

날짜를 보니 윤의 졸업식이 있던 날 날아온 메일이었다 . 나는 그 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기절하듯 뻗었으므로 메일 따윈 열어볼 짬도 능력도 없었다 . 16일에야 땀에 온통 젖어서 깨고 온 몸엔 멘소래담 냄새를 폴폴 풍기며 그 덕에 더 쌀랑하게 느껴지는 거실에 나앉아 습관처럼 메일과 전전 날의 블로그 기록을 살피며 와 있는 댓글에 차례차례 답글을 했더랬다 .

메일 중에 발견한게 moonrise님이란 분의 짧은 인사 , 그리고 이 책 독서만담을 보내고 싶다는 내용의 얘기가 있었다 . 안그래도 보고싶어 근질근질하던 차였는데 이게 웬 횡재 ! 아, 늦었구나 싶어 얼른 답 메일을 보냈다 . 그렇게 두어차례 서로 감사의 말을 꾸벅꾸벅하고 책을 기다려 받았다 . 메일에서 득달같이 배송에 넣었다더니 다음날 바로 도착을 해줬고 , 나는 일단 도착 인증사진을 찍어 앞으로 읽게될 독서리스트에 꼭 타임테이블 찍듯 인스타와 활용하는 sns에 책 자랑질을 했다 . 그리고 어제 , 늦은 시간부터 책을 잡고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 책을 말그대로 즐겼다 . 클클대면서 , 재미 보장이란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

 

그런데 읽으며  놀란 건 몇 꼭지만 빼곤  내가 이 내용들을 전부 서재 , 그러니까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읽어 왔었다는 것 ,  그 사실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내가 이토록 저자의 팬이었다니 , 왜냐하면 이 분이 북홀릭 (잡식성책장) 님이라는 인지를 하게 된게 오래전이 아닌  비교적 최근의 일(물론 이 책을 내기 전)이기 때문이다 . 아마도  습관처럼 다른 분들의 리뷰를 하루 시작과 함께 몇개씩 꾸준히 읽기를 해왔던 중에 , 폰이라는 놀랍지만 조악한 화면 특성상 닉네임은 따로이 기억하지 않으면서 이 분의 글 꼭지를 늘 찾아 읽었었다는 말이 되고마니 , 나로서는 그게 참 신기한 일이었다 . 책 자체가 아주 두껍지는 않지만 280 매라는 분량에서 처음 만나는 글은 겨우 두서너 꼭지 뿐이라는 걸 , 생각해보면 책 한 권의 분량을 같이 시간을 보냈다는 셈이 되는데 이 우연을 어찌 팬질이 아니라고 할수 있을까 !


많은 리뷰어 분들의 닉네임과 글을 하나로 묶어 '이건 이 분의 글이로군' 할 만큼 친숙하게 받아들이는데는  내 뇌 한계를 핑계로 댈 수 있겠지만 , 그 많고도 긴 시간 한사람이 완성한 글을 꾸준히 읽으면서도 정작 그를 몰랐다는 것이 신기하다면 신기하고 또 어떤 면에선 이처럼 무심하면서 다른 쪽에선 애호해왔다는 기이한 사실을 매 단락마다 깨달았으니 이 또한 웃긴 일이지 싶었다 .

 

이렇게 장황한 설명을 하는 까닭엔 바로 북홀릭님인 저자와 댓글로 인사를 튼 개기가 이  책 맨 처음의 주제라는데 있다 . 그저 많고 많은 괴짜 중 한 사람이겠거니 했던 블로그 주인장은 친절하게도  절판본과의 탐욕 편에 거론된 그 위대한 < 20세기 일문학의 발견> 이란 책들이 뭔지 알 수 있겠냐는 내 질문에 애써 관련 책들이 나열된 곳의 주소를 남겨 주기까지 해서 내 메모장 한 쪽을 차지하고 있고  , 그리고부턴  이 북홀릭 이란 닉네임은 그렇게 내게 메모장의 한 쪽처럼 각인이 되었다 .

 

블로그란 한정된 화면에서나 보던 익숙하고도 구성진 또 익살스런 한탄과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대는 말그대로 찌질을 지향하는 것처럼도 보이는 ' 그 남자는 그렇게 어느 날 내 기억에 들어와서 다시는 (응?) 나가지 않았다 ' 고 ,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 문장을 인용해 떠들어 대면서  지금까지 해왔듯 나는 그 찌질한 어느 날에 시비 아닌 시비를 걸어가며 오래 이웃하게 되길 바라게 된다 .

 

어쩌면 저자로서는 마음이 꿍할 수도 있겠다 . 이번 책이 처음도 아니고 무려 다섯번 째 책이란 걸 감안하면 , 그러나 책이란 성질이 그렇듯 읽지 않으면 , 그 전은 그 책이 아무리 세상에 있다고 해도 안 읽은 사람에겐 없는 세상인 것이니 , 나의 장황한 첫 인사에 아주 살짝만 삐치시기를 바라며 , 명저 "오래된 새책 "이 절판본 또는 희귀본으로 마구 몸값이 오르기 전에 찾아 또 읽어봐야겠다 . 

가깝다 느끼는 이웃님들의 리뷰로 이 책의 호기심을 키웠고 , 원래 책에 관한 책은 가급적 읽지 않으려 하던 내 애씀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져 버렸다 . 그러니 앞으론 읽더라도 마구 늘어나는 책 욕심만은 경계에 경계를 거듭하며 그저 즐겨야지 , 세상엔 별 사람도 많고 역시나 읽지 못한 (않은?) 책이 여전히 많다는 것에 좌절과 기쁨을 동시에 놓으면서  .하핫~

 

인터넷 서점의 블로그인지라 대부분의 이웃서재 주인장들은 책을 사랑한다 . 그게 ' 정신적 사랑이건 육체적 사랑 ' (육체파와 정신파, 본문 60쪽) 이건 , 저자의 말처럼 표현의 차이이지 사랑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일테다 . 그것이 ' 국내에서 출간된 책의 판매 부수가 2 천권을 넘지 않아 , 인구 5 천만 명 중 단 2 천 명만이 같은 책' (본문 7 쪽 ) 을 읽고 공감을 한다고 해도 , 그 많은 사람 중에 길게 혹은 짧게 늘어진 시간선(삶) 을 떠올리면 시대도 출판사도 읽는 사람의 지역마저도 모두 뛰어 넘어하는 공유와 공감이 되니 어쩐지 더 소중해지고 뭉클해지고 하는 것이 나만은 아닐거라고 믿게 된다 .


그런 현상을 한때 곱씹으면서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 나는 "경이로운 공감지대 "라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이 책의 만담들은 특히나 더 각별해진다 . 그 화면의 글들이 이처럼 종이에 찍혀 나왔다는 것이 .  아 , 다음은 어떤 분의 글이 이처럼 책으로 만들어질까 ! 우리가 익숙하게 읽던 누군가의 글 중에서 !?  그런 마음과 함께 많은 글사랑 책사랑 이웃님에게 한 권의 책을 내고 만나게 하는 그 과정에 용기가 될 책으로 이 책을 , 계속하는 만담처럼 놔주고 싶다 . 어떤 읽기나 쓰기를 말하는 책 중에 용기가 다리가 될 역할로 말이다 .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책을 냈고 작가라는 직업을 하나 더 얻었다 . 부끄러움이 많아 다른사람 앞에 서는 것조차 어려워했던 내가 제법 말문이 트인 것도 독서 덕분이다 . 직장에서 필요한 글쓰기를 두려워 않게 된 것도 독서 덕분이다 . (본문 7 쪽)

 

그 감탄은 종종 그 책을 재독하는 계기가 되곤 한다 . 뒤쪽에 숨어 있는 책들을 정리하는 것은 마치 미지의 동굴을 처음 답사하는 듯한 설렘을 선사한다 .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 한 번 읽은 책의 내용이 금방 잊힌다고 한탄할 이유가 전혀 없다 . (본문 46 쪽)

 

늘 그렇듯 즐거운 생활을 보여주는 박균호 (북홀릭 , 잡식성책장)님께 , 또 좋은 느낌으로 책을 보내주신 moonrise 님께 깊은 고마움 전하며 , 꾸벅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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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2-19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군요. 책으로 만난 인연은 항상 아름답고 정답습니다. 정성스러운 서평 정말 감사합니다.

[그장소] 2017-02-19 20:03   좋아요 1 | URL
워낙 책이 명저잖습니까? ^^ 또 읽어도 역시 재미있더라고요! 완전 심리스릴러 ! 특히 아내님과의 냉전 편~! ㅋㅋㅋ

북프리쿠키 2017-02-19 2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주문했습니다 흐흐~

박균호 2017-02-19 20:08   좋아요 2 | URL
에궁 고맙습니다 !!

[그장소] 2017-02-19 20:43   좋아요 2 | URL
북프리쿠키님도 , 받으시고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게 된다는걸 아시겠군요!^^

박균호 2017-02-19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저라요 ㅠㅠㅠ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헛갈리지 않도록 이름을 실명으로 변경했습니다...ㅎㅎ

[그장소] 2017-02-19 20:34   좋아요 1 | URL
저야 이제 헷갈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 저자 이름, ^^
음, 스스로도 명저라고 해야 한다고 (쑥스러우실테지만) 생각해요 .
이야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 타인을 웃음짓게 한다는게 생각보다 쉽지않다는걸 많이들 아실텐데..^^
재미 , 소소한 울림 , 그런데서 감동이라는 물결을 만나니까요!

박균호 2017-02-19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오래 오래 좋은 책 이야기 나눠요. 많이 배우겠습니다.

[그장소] 2017-02-19 20:41   좋아요 1 | URL
꾸벅꾸벅 ~ 아이쿵~ 제가 해야할 얘긴데요!^^
오래 오래요!^^

하나 2017-02-20 1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여러개 읽어봤는데 다 평이 좋더라 구요. 거기다 그장소님의 글을 읽다보니 너무 너무 재밌어지는 걸요. 책을 읽기 전에 이렇게 서평만읽어도 재미있다니... 기대되는 책이네요. 구입해야겠어요.

[그장소] 2017-02-20 11:50   좋아요 0 | URL
오옷~ 책얘길 리뷰처럼 ㅡ안한다는 양철나무꾼 님말씀이 맞아요. 그게 잘어울리고.. 재미있어요~ 하나님~^^?( 아 하나 님 닉넴 쓸때 ...기발하군 뭐 그러네요~ 아멘 나오고!^^)

박균호 2017-02-20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저자로서 ‘재미‘와 ‘웃음‘을 보장합니다...ㅎㅎ

박균호 2017-02-20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누구신가 했더니 예스24 ‘인강‘님 이셨군요 ㅎㅎㅎㅎㅎㅎㅎ 제 블로그에 매일 출근하시는 분...새삼 신기하고 반갑습니다.

[그장소] 2017-02-20 11:48   좋아요 1 | URL
ㅎㅎㅎ아셨군요?
저도 반갑습니다~^^ 스마트 폰으로 예스24를 들어가면 제 쪽에선 첫화면에 ㅡ 보이거든요..



2017-02-28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2-28 10:24   좋아요 0 | URL
아 ㅡ ㅎㅎㅎ전 진작에 친구 해놓고 들락거렸는데 .. 언 강이 숨트는 새벽 ㅡ이랍니다! 인 강이 ㅋㅋ 아니고요!^^
 
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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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퍼즐 

평소와 다른 하루의 시작이었다 .
만일 알려주지 않았다면 . 아리아케 쇼지는 그런 생각을 했다 .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면 평소와 다른 간수장의 행동으로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 어차피 결과는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 인간의 마음이란 참으로 알 수 없다 . 
ㅡ본문 13 쪽 ㅡ

얄궂게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눈앞에 닥친 순간에서야 비로소 인간성에 눈을 뜨는 이도 있다 . 오랫동안 구치소 소장으로 일하며 사형수들을 곁에서 지켜본 마쓰야마는 지금까지 그러한 예를 수없이 목격했다 .
종교를 통해 교화되어 반성하고 깨달음을 얻은 사형수는 적지 않았다 . 글이나 시 짓는 법을 배워 옥중에서 수작을 남기는 이들도 있고 , 면학에 힘써 단기간에 눈부신 성과를 올린 이도 있었다 . 아리아케 쇼지의 경우도 그러했다 . 사형수로 지낸 지난 이 년 팔 개월 , 구치소 생활을 하며 그는 난생처음으로 인격적인 성장을 경험했다 .

물론 이러한 사형수의 개심은 대부분 소박하고 유아적인 발전에 지나지 않았다 . 그들이 개심했다고 해서 희생자들이 구제 받는 것도 아니다 . 살아서 속죄하고 싶다는 사형수의 바람은 항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의 뒤늦은 참회였고 , 한시라도 빨리 죗값을 치를 것을 요구하는 피해자 유족들의 마음에 오히려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 . 이러한 비판은 정당하다 . 그 점은 인정하지만 , 그럼에도 한번 지옥을 헤치고 나온 죄인이 오성 (悟性) 을 얻는다는 것은 죄의 중함을 모르는 선량한 이들의 깨달음에 비해 더욱 숭고한 의의를 가진다 . 수많은 사형수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본 경험에 비추어 마쓰야마는 그러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
ㅡ본문 18 , 9 쪽 ㅡ





읽다보니 생각해보고 싶은 문장들이 많다 . 그런데 그런 마음은 이 책을 먼저 보셨을 보슬비 님도 그러했던지 단 번에 눈에 띄진 않지만 이 책 앞 쪽 ㅡ특히 사형수 퍼즐 부분의 책장이 아주아주 미세하게 울고있다 . 아마도 손에 오래도록 잡고 있어 그랬던 것 아닐까 ㅡ 싶어서 마치 누군가 밑 줄 그은 책을 다시 읽는 기분이 든다 . 이런 느낌 참 괜찮다. 나 만큼 그 문장 부분들을 오래 오래 곱씹었단 얘길테니...괜히 따듯하게 느껴져서 책을 옮겨 적다말고 ... 끄적 끄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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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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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
 
ㅡ 작가후기를 읽지 않고 책을 덮으며

단편집인 걸 나중에야 몇 개의 리뷰를 통해 알았다 . 그렇더라도 워낙 단편을 좋아하는 나에겐 큰 손해도 뭣도 날게 없는 책이라 첫 단편도 두번째 편도 세번째 편도 무리없이 그저 재미있었다 . 마지막까지 나는 좋았다 . 

소감을 단편 하나하나 꼽아 얘길해도 좋겠지만 말이 길어지니 짧게 줄여보자면 각 편마다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 질문) 가 (사형수 퍼즐 등) 있었고 하다못해 세상에 까지가 아니더라도 심심치 않게 수수께끼를 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 예를 들면 오십엔짜리 스무개와 천엔 지폐 같은 ㅡ수수께끼(토요일의 책) . 정해진 날마다 동전을 지폐로 바꿔가는 한남자에 던지는 호기심 어린 시선이랄지 , 그 까닭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을 통해 공유하려는 글 속 또 다른 소설가의 호기심이 느껴져 단편 그 자체가 총명한 까만 눈처럼 반짝반짝 거렸다 . 

더해서 다른 책으로 가는 입구가 되기에 어떤 면에선 작품 안의 녹색문처럼 이 책 역시 하나의 녹색문이 아닌가 ㅡ 그런 생각이 들었더랬다. 

책을 애호하다 죽은 장서가 아내의 비밀 편인 ' 녹색문은 위험' 엔 영국SF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의 환상소설 단편을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이야기 속 주인공 윌리스의 기담이 내겐 마치 토끼를 따라 들어가곤 하던 앨리스의 작은 비밀문 같이 느껴졌다 . 어려서부터 마주쳤던 녹색문이 윌리스에겐 있었고
그런 얘길 전해듣는 '나'가 있다. 언제까지고 윌리스 말 속 녹색문은 진실이 아니라고 믿는 '나'는 나이 들어 사회적으로 성공한 윌리스가 뒤늦게 집착한 녹색문에 대한 것을 환시 나 환상이 아니었을까 ㅡ 생각하지만 윌리스는 녹색문을 찾다 어느 해에 공사장의 갱도에 떨어져 죽었다는 얘길 듣고 , 독자에게 묻는다 . 그 문은 윌리스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일까 아니면 문에 미친 윌리스가 사고로 그저 죽은 것 뿐일까 ㅡ 를 되물으며 사건 속 진실 인 애서가의 죽음에 한 발 더 다가간다. 

책성애자들에 대한 이야긴 미카미 엔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 만한게 없었는데 이번 책으로 노리즈킨 린타로의 모험도 그 안에 넣어야 되지 않을까 싶기까지 하니 , 읽은 수확이 크다 .

작가의 후기를 말머리까지 읽다가 덮는다 . 안 읽어도 충분히 좋겠어서...  이 나른한 여운을 즐기고 싶어져서 ... 나중에 후기에 뭐 그런 얘기가 있었어 ? 싶어질 순간이 오길 바라며 ㅡ 노리즈키를 따라 나선 내 모험도 접는다 .  보내주신 보슬비님께 깊은 고마움을 전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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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2-19 0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서부터 만나는 문..이 모티프 문학들 참 많은 거 같아요. 생각은 나는데 제목이 기억 안나는 인상적인 작품이 저도 있거든요. 주로 이 문을 영영 놓치는 게 결말이던데...

˝문˝ 은 누구나 한 번쯤 이야기를 써 보고픈 소재^^... 전 카프카가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그장소] 2017-02-19 01:52   좋아요 1 | URL
음, 카프카도 있었죠. 문을 다룬 영화로도 있고,
우연히 마주치는 작은 문을 ㅡ뜬금없이 달린 애매한 공간의 문은 모두 상상력의 발현같아서 기특하고 예뻐 보여요 . 아~ 그래도 실생활에선 그런 문은 몹쓸 문인거라는 걸 .. 알면서도 이상하게 눈길이 가니... 이거 처지곤란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