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해방자들 창비청소년문학 76
김남중 지음 / 창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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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들 ㅡ

 

지금 내 나이의 절반 쯤에 직장에서 만난  한 언니의 고생 때문에 나는 아이란 모두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처음 깨달았었다 . 마흔 초반쯤의 나이던 그녀는 한날 이른 퇴근을 서두르며 젊고 어렸던 나를 눈부시게 여기면서 조금은 쑥스러운 기색으로 말하길 자신은 그동안 혼자의 삶이 너무 만족스러워 결혼은 물론이고 애는 , 아이란 존재는 , 딱히 미련도 , 가질 생각조차도 없었노라고 말했었다 . 그러면서 이제와  아이에 왜 목매달게 되었는지를 얘기해 줬었는데 생각해보면 그건 당연한 목마름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그당시에는 들었었다 .

 

하고싶은 것이나 있을게 다 있고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이 한껏이었던 그 직장선배 언니는 아주 뒤늦게( 가임기가 끝났노라 의사로부터 듣는 지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그와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둘을 닮은 혹은 아빠를 닮은 아이를 낳아 꼭 남자의 품에 안겨주고 싶어졌다고 소박한 꿈을 꾸듯 말했었다 . 벌써 몇번의 인공수정인지 모른다고 괴로움을 섞어 말하던 그녀의 모습과 목소리가 기억에 아직도 생생하다 .

 

자라면서 내 주윌보면 아이들은 참 많았다 . 어린 시절에도 그랬고 크면서도 한번 아일 뱃속에 키우며 낳는 것의 어려움을 나는 가까이서 본 기억이 그때까지 없었다 . 우리들은 모두 어느정도는 흔한 아이들에 속했었다 . 오죽하면 일간 귀해보이는 쌍둥이도 내 어린 시절엔 많았었다 . 하지만 잊은 기억엔 반드시 있던 이야기들 몇몇 개 ... 그 많은 쌍둥이의 존재 이전에 그 집에선 그들이 얼마나 귀한 손' 인지 하던 뒷이야기와 딸들만 혹은 아들들만 주르룩한 어떤 집에선  딸이 , 아들이 , 그렇게 간곡한 소원의  끝에 얻어진 결실이란 뒷말이 비밀 아닌 비밀처럼 꼭 있었다 .

 

그리고 세상엔 포기할 수밖에 없는 무엇들로 어느새 가득해졌다 . 이른바 삼포 사포 시대가 된 지금 , 정부는 혹은 개인들은 결혼을 위해  국제혼과 더불어 다문화 가족을 장려하는 시대까지 와버린 것이다.  그들은 결혼 할 누군가를 만나지 못해서는 물론이고 그렇기에 아이는 바라는게 희박한 지점까지 와버렸고 우리는 자연스레 인구비례 성비가 얼마쯤 기우뚱해진 이 시대를 살게 되었다 . 그런 끝에 읽은 이 책 해방자들 속엔 일견 가혹하고 또 흥미로우면서 역시 잔혹하다 여겨지는 이야기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있었다 .


그런 일이 없다면 좋겠지만 이미 세상엔 아이를 낳고도  책임을 질 수 없거나 책임을 져도 혹독한 학대로 이어지는 사례가 도처에 있다 . 거짓말이라거나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믿고 싶어지는 사실들 . 그 즈음에 이 책을 경고처럼 놔 주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가상세계인 다압과 렌막 , 그리고 자유 구역으로 불리는 무덤이자 요람인 스파다인 세상을 들여다 본다 .

 

이 가상도시들에는  어쩌면 우리들의 미래일지 모르는 이정표가 있다고 나는 그렇게 느낀다 . 인생의 막장같은 다압이 있고 그 다압이란 곳은 렌막을 중심으로 전문기술자들이 일정 교육을 통해 배출되고는 한다 . 그 자격엔 험하다면 험한 경쟁과 그에 따른 시험이 있고 그렇듯이 커트라인도 있어서 렌막으로 가지못하면 모두 인생이 끝난 것 같은 그런 불길한 느낌마저 자아내는데 이런 다압에서 뽑혀 당당한 실력의 기술자로 렌막을 들어가도 다압의 사람들은 절대 렌막시민들이 처음부터  자연스레 누리는 정상(?) 의 삶을 살수 없다고 한다 . 

 

이제 중심도시라 불리는 렌막시티를 보자 . 그 렌막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예방접종이란 것을 통해 인간이 처음부터 가진 성욕이란 것을 억제당하고 있다 . 렌막시티만 알고 그 바깥을 모르는  어린 사람들은 거세된 욕망 위에 각자의 지위를 누리면서도 동시에 뭔가 치밀한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도시태생인 소우와 킴 그리고 다압에서 기술직으로 입국한 투의 생활을 보여주면서 헉 ㅡ 소리가 나올만큼 이상한 일을 그들은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이상한 것이라고 느끼지도 못한채 살아가고  있다 . 

 

젊어서는 렌막이 속했다는 만족감에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 노동의 정년이 되어서는 보내지는 도시 스파다인 . 그곳은ㅡ그동안 고생한 당신 이제부터 편하고 안락한 휴식의 시간 ㅡ이라고 플래카드를 펄럭이고 있지만 그 도시 역시나 기이한 불균형으로 꽉차 있다 . 생각해보면 그럴만한 게 세상을 이루는 축엔 기술직과 지배측만 있을 수 없으니 처음에 거론 된 다압이나 렌막 말고도 그자리 그 능력에 필요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 것이며 시간에 따라 노화된 사람들은 어디로 가겠냐 이말이다 . 그래서 꾸며진 도시가 스파다인으로  그 안에서도 태생에 따른 구역들이 나뉘어져 있는 것을 알게 한다 . 

 

다압의 사람으로 자격시험을 통과 못한 투의 연인이던 지니는  진다이란 정체불명의 사람을 통해 렌막에 흘러들고 거기에서 자신이 바라던 보육( 기이한 방식이지만) 일을  하다 자신이 맡아보던 다미 ( 이 이름만 있는게 아닌 아기지만) 라는 한 아기를 늙은 남자 ( 클럽 캥거루의 단골이면서 아기에게 다미라는 이름을 붙여준 ) 에게 느닷없이 도둑맞으며 일하던 곳도 잃고  불법영업장임이 드러난 클럽 때문에 갈 곳이 없다가 인식표를 추적한 진다이와 함께 스파다인으로 들어가게 된다 . 그 지점에 지니는 렌막사람 소우의 도움을 받게되며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중이던 소우는 생각을 정리하려고 절친인 킴을 두고 지니를 따라 늙은 휴양도시 스파다인으로 도망을 하게 된다 .

 

그러면서 진다이의 숨겨진 얼굴이 드러나게 되는데 그는 알수없는 뒷배를 가진 사업꾼으로 한편에선 좋은 사람들 모임으로 보이는 피닉스의 후원자 노릇을 하면서 한 편으론 불법으로 임신과 출산을 밀입국 여자들에 시켜 그렇게 낳은 아기들을 가지고  렌막에서 술장사와 연계해 "아기 돌봄 대리 체험 클럽" 을 운영했음이 보여진다 .


스파다인에서 진다이는 스스로 따라온 소우에게 지니를 가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마치 후계자로 소우를 점찍은 듯 말하는데 이미 소우는 렌막의 사람들처럼 사랑없는 관계와 감정에 의혹이 있던 터라 그런 진다이의 말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 지니는 휴양(?)중인 대반 할아버지 , 솔미 할머니를 통해 그동안 렌막이 어떻게 지켜지고 있었는지를 알게되고 , 그에 따른 갈등도 하게 된다 . 그런 그 둘에게 렌막에서 찾아 온 킴과 투 , 엇갈린 우정과 애정들을 손에 땀이 나게 지켜보도록 하는 한편  스파다인 자유지역 대반 할아버지와 솔미 할머니는 소우와 지니가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가르쳐 주는 사람들이 되고 , 다압인이던 솔미와 도마치라는 군인출신 대반이 세상을 거스르며 보이지 않는 투쟁을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

 

이미 생의 끝자락을 사는 그들이 이미 렌막 같은 곳의 사람들은 당연히 없어도 되는 기능쯤으로 여기는 사랑이란 감정에 반응해 새로 태어난 듯한 삶을 영위하려 애쓰는 것을 보며 지니는 또 소우와 그들을 말리려고 쫓아온 킴 , 투는 각자가 이유있는  반기를  정부군에 들게 되고 뜨거운  싸움을 벌이게 된다 .

 

킴은 우정(?)인듯 하지만 역시 미련이 남는 소우에게 돌아가 예방접종을 하고 어른이 되면 자신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하는데 거기에 소우는 사랑은 그런게 아니라는 말을 하면서 , 싸움이 끝난 자리엔 힘들게 다시 만난 지니와 소우가 스파다인 사람들의 미래와 희망처럼 남아 있게 된다 .

 

참 대단하고 장렬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한다 . 전쟁이란 그간 각국의 이익에 따른 산물이란 생각을 해왔는데 , 사랑이란 감정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니 , 놀랍지 않은가 싶으며 , 투쟁이란 국가간의 이념만을 위해 있는게 아니구나 ... 싶었달까 ! 하긴 사람들은 스스로 좀 더 나은 쪽으로 가기 위해 싸우고 살지 않았던가 ! 많은 것을 세상의 흐름이 그렇지 하며 포기하는 현실에 대해 ,  다시 한번 뜨거운 뭔가를 느끼게 하니 말이다 . 그러면서 예전  직장의 그 언니는 지금 그토록 소망하던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살고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 그리고 비밀스런 뒷말 같은 그 때의 그 사람들도 , 지금 사랑으로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고 있을지 ... 모두 모두 잘 살아가고 있나요 ? 묻고 싶어졌다고...그리고 이 작가 ㅡ 이렇게 멋지고 장대한 이야길 남겨준 김남중이란 쓰는 사람을  앞으로 눈여겨 봐야지 하면서  , 아 , 정말 무시무시하게 만족스러운 이야기 였어 . ^^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먹을 때보다 굶을 때가 잦았다. 출생률이 높고 평균 수명이 짧아 곳곳에 빈둥대는 젊은이들이 상처 입은 들개처럼 서로를 물어뜯으며 하루하루를 소모했다. 다압에서 아름다운 것은 언젠가 이곳을 떠나리라는 희망, 렌막에 가서 사람답게 살아 보겠다는 꿈뿐이었다. 지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기도처럼 다짐했다.

- eBook <해방자들> (김남중) 중에서

 

“그러니까 빨리 네 자리로 돌아와. 복합 예방 접종을 맞으면 네 감정이 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거야. 생식 욕구라면 잠깐 접어 둬도 괜찮잖아. 나중에 누릴 만한 위치가 되면 얼마든지 누릴 수 있으니까.”

  “사랑은 그런 게 아니야!”

  소우가 단호하게 말하자 킴이 달랬다.

  “조금만 참아. 내년이면 우리도 성인이야. 집에서 독립하면 부모님 잔소리 안 들어도 돼. 너도 정상으로 돌아올 거고.”

  “무슨 뜻이야?”

  소우가 쳐다보자 킴이 고개를 끄덕였다.

  “넌 내 앞에 나타나지 않기로 약속했으니까 내가 네 앞에 나타날게.”

- eBook <해방자들> (김남중) 중에서

 

손을 들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손에서 여전히 화약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희미하게 피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배수 터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진다이가 떠올랐다. 슈퍼 요트 아르카디아를 이끌고 다압과 렌막을 자유롭게 오가던 사람, 모르는 것이 없고 망설이는 법도 없던 진다이가 진짜 죽었다고 믿어지지 않았다. 분명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 같았다. 지니는 렌막 정부보다 진다이가 더 무서웠다. 정부와 달리 진다이는 음지와 양지 양쪽에서 힘을 쓸 수 있으니까.

- eBook <해방자들> (김남중) 중에서

 

“너한테 빚 많이 졌어.”

  “갚고 싶냐?”

  소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킴이 말했다.

  “이걸로 받은 셈 칠게.”

  킴은 천천히 오른손을 뻗어 소우의 얼굴을 만졌다. 이마에서 볼로, 턱으로,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입술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킴은 점자를 읽듯 천천히 손끝으로 입술 크기와 감촉과 모양을 느꼈다. 킴의 손가락은 길고 부드러웠지만 소우는 가슴 한쪽이 아팠다. 소우가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씻은 다음에 만지지.”

- eBook <해방자들> (김남중) 중에서

 

“왜 또 왔어? 잡히면 어쩌려고?”

  “소원이 생겼거든.”

  소우가 담요를 땅바닥에 펼쳤다. 둘은 담요에 등을 대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우수수 떨어질 것처럼 별들이 반짝였지만 유성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오늘 밤은 둘 다 다른 소원이 없었다.

  지니가 팔을 뻗더니 소우에게 팔베개를 해 줬다. 소우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 eBook <해방자들> (김남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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