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구기 와 티옹오(1964, 케냐)

아프리카 문학, 흑인과 백인, 교육, 탈식민지화

영국의 식민 치하였던 케냐의 2차 세계대전 이후 즈음이 배경이다. 내가 읽은 아프리카계 작가들의 소설은 세계화, 타국에서 자리잡은 아프리카계 사람들의 생활이나 가치관같은 뿌리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울지 마, 아이야‘는 그보다 이전의 역사적 배경이나 아픔, 시련을 보여준다.

은조로게 가족은 아버지와 두 명의 어머니, 형 3명 그리고 전쟁에 나가 죽은 형이 있다. 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은 백인 정착민과 흑인 지주의 양분된 권력 아래에 있다. 아버지 응고토는 조상들의 땅, 그 땅을 신으로 보며 소작농으로 일한다. 한편 은조로게는 가족 중 유일하게 학교에 다니게 된다.

은조로게는 학교에 가는 것에 내일의 희망이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은조로게의 가족은 점점 힘들어진다. 아버지는 파업에 참여했다가 실패하고 형 보로는 케냐의 자유, 흑인의 권리를 위한 집단을 위해 일하다가 쫓긴다. 가정이 파괴되며 은조로게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학교도 가지 못하게 된다.

막연하지만 미래와 내일에 대한 희망만은 잃지않았던 은조로게가 느끼는 부질없음, 좌절이 소설의 마무리이다. 마치 파멸같이 느껴지는데 케냐의 독립이라는 역사를 알고있기에 조금은 다행이다.

소설 ‘울지 마, 아이야‘는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식민 시절의 지독함이 너무 익숙해서 인지 얼핏이지만 흑인 노예의 삶에 대해서 알고있어서 인지. 담백하면서도 현실적인 소설이라는 강점은 있지만 그 이상은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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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앵 툴메(2015, 프랑스)

만화가 파비앵 툴메의 자전적 그래픽노블 ‘내가 기다리던 네가 아냐‘이다. 둘째 아이 임신과 아이를 기다리는 준비 과정, 아이가 태어난 이후의 이야기이다. 태어난 딸 아이의 얼굴을 보고 파비앵은 충격을 받는다. 아이의 생김새에서 다운증후군 특유의 징후가 보였기에.

충격과 좌절은 딸 아이 쥘리아의 출생에 대한 파비앵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내가 기다리던 네가 아냐‘는 파비앵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울림같은 말이다.

잔인하지만 솔직한 그의 마음이 쥘리아에 대한 사랑과 책임으로 보듬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장애아의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두려움은 아내 파트리시아와 첫째 딸 루이즈라는 소중한 이들을 통해 조금씩 옅어진다.

길에서 본 다운증후군 아이를 보고 단번에 너무나 귀엽지 않냐고 묻는 아내 파트리시아.
... 눈을 감고 생각한 나의 솔직한 마음이 처참하고 끔찍하고 씁쓸해 적기 조차 부끄럽다. 눈물이 떨어졌다. 눈물은 단 한 방울뿐이었는데 눈을 가려버린 나는 손을 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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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2012)

읽지 않은 책을 반납하러 가서 빌려온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이다. 눈에 띄는 제목에 책장에서 꺼내들고 이런 책은 뭐지? 싶은 마음에 작가 소개를 펼쳐보았다. 나에게는 드라마로 익숙한 ‘스타일‘이라는 전작으로 작가를 알게 되었다.
책장에 다시 꽂아놓을까 하다가 이 책 한 권을 들고 도서관을 나섰다. 특별한 기대보다 궁금증 정도였고 약간 심드렁한 마음이었다.

책 제목인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은 더도 덜도 말고 이야기의 큰 틀이었다. 조찬 모임에서 책의 주요 인물인 윤사강과 이지훈, 정미도가 만난다. 서로는 은근한 탐색과 실연 물건 교환으로 스치듯 지나친다.

스튜어디스 윤사강은 반짝이는 커플링이나 값진 물건이 아닌 누구도 가져가지 않을 것 같은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들고 온다. 누군가의 실연, 카메라에 관심을 갖게 된 사강은 그 안의 필름을 사진으로 인화한다. 사강은 사진 속 연인의 애틋한 오랜 사랑에 빠져들고 사진을 돌려주기 위해 지훈에게 연락한다. 사강이 내놓은 책을 들고 간 지훈은 일본에서 그녀를 만난다.

모임은 사실 결혼정보업체 정미도의 기획물이었다. 실연이 공공연히 그들의 잠재 고객 확보의 기회가 된 것이다.
온전히 그들의 몫이었던 슬픔을 공감과 동질감으로 어루만져줄 거라는 기대는 왕창 깨졌다. 낭만을 기대한 멍텅구리가 된 느낌은 결혼정보업체 대표가 몰래 찍은 영상에서 조금은 해소되었다. 엿본 그들의 모습이 처절하고 진정 맨 얼굴이기에.
구질구질하거나 어떨 때는 처절하기까지 한 미련한 사랑은 나 혼자는 좋아하는 스토리다. 감정이입해서 질질 짜고 나면 묘하게 후련해지는 남한테 말하지는 않는 취향이다. 그런걸 살짝 기대했는데 소설은 나름 균형미있었다. 윤사강이 H와 이별하고 모임에 나간 후 아버지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고 지훈은 오랜 연인과의 이별을 진정으로 마무리한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은 사랑하고 헤어지는 일조차 사치같은 현실의 씁쓸함을 마구 후빈다.
그런데 모임 이름은 참 잘 지은 것 같지 않나? 쉽게 지나칠 수 없게 손짓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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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2004, 일본)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시민 시리즈` 중 첫 권이다. 역시 시각적 자극이 큰지 분홍분홍한 표지와 딸기 타르트에 넘어가 골랐다. 작가의 유명세와 전에 읽은 `야경`에 대한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면 망설였겠지만 말이다.

별로 좋은 건 아니지만 단순 비교로 볼 때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보다 `야경`의 손을 들고 싶다. 학원 청춘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특성을 받아들이기에 이제 나이가 들었나.

고등학생이 된 고바토와 오사나이 콤비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연인은 아니지만 그보다 끈끈한 유대가 있는 독특한 관계이다. 일명 소시민 되기 프로젝트쯤 되려나. 추리를 맡는 고바토와 달달한 디저트를 사랑하는 쪼꼬미 오사나이는 집념과 끈질김이라는 공통 사항을 숨기며 조용히 고등학교를 다니려 한다.

미스터리물이니 추리할 일이야 시시각각 생긴다. 다만 잃어버린 물건 찾기나 맛있는 코코아 타는 방법 추리같은 어찌 보면 시시한 미스터리에 실망할 수도 있다. 소시민 되기에는 결국 실패한 2인조가 진짜 사소한 것들까지 파헤친다.

사건 해결이랄까 추리를 전담하다시피 하는 고바토가 아닌 오사나이의 매력은 마지막에 등장한다. 달다구리에 대한 사랑스런 애착이나 수수한 듯 귀여운 외모에 대한 이미지로 오사나이 캐릭터가 쭉 이어져 오다가 끝에야 그녀의 복수에 대한 집착이 분출된다.

책을 쭉 읽으며 고바토, 오사나이의 소시민이 되기를 희망하는 부질없는 집착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소시민 시리즈`는 비슷한 구조나 이야기의 연장이 될텐데 부리나케 찾아 읽고싶은 마음까지는 안든다.
그럼에도 고바토와 오사나이는 아기자기하게 보는 맛이 있는 콤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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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숨통


근래 세 권의 책을 읽었다. 읽으며 느꼈던 재미나 감정, 공감 그리고 낯섬과 이질감까지 스리슬쩍 희미해져 버렸다. 타이밍을 놓쳐 밀린 일기처럼 묵직해졌으니 술술 흘린다.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나 뭐,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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