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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모든 애인들에게 -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203가지 사랑 이야기
올린카 비슈티차.드라젠 그루비시치 지음, 박다솜 옮김 / 놀 / 2019년 9월
평점 :
https://m.blog.naver.com/kih451145/221668887296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203가지
사랑 이야기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모든것이
시작되었다.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고통스러운 물건을, 사랑이 남긴 유무형의 흔적을 전부 저장하는 보관소를 만들자는 계획은 남겨진 물건을 내것과 네것으로 나누는 것보다 훨씬 괜찮고 예술적인 해법처럼 느껴졌다.
순간의 파괴적인 감정에 휩쓸려 한 연인의 소중한 추억을 도려내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다. 이 보관소는 이별의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2006년 지역 예술 축제에서 처음 선보인후 지금도 익명으로 표기한 물건들이 오고 있다. 각 물건에는 다만 주인이 남긴 개인적인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러자 한때 오로지 두 영혼에게만 의미가 있었던 이야기가 이별의 고통을 너무도 잘 아는 낯선 이들에게 공명을 일으켰다.
구구절절한 스토리의 나열보다 깊은 공감을 일으키는 책이었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고통까지도 추억으로 간직하거나 상처로 간직하며 버리지 못한 유형.무형의 모든것들. 버리고 싶었으나 버릴 계기도 의미가 필요했고 버릴 용기가 필요했다.
연관된 사소한 사물에서도 그사람을 다시 떠올려 내며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건 인간만의 영역이지 않을까!
더이상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 헤어지고, 병마와 싸우다 헤어지고, 죽음이 우리를 헤어지게 하고, 연인이 헤어지고 부모와 이별하고, 어린 손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이유없이 헤어지고. ..
이 모든것에 이름을 붙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때를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것이 떠오르게 만드는 어떤것이 우리에게 늘 있다.
책을 보는 내내 추억의 물건이라는 것이 특별하거나 거창한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우리의 의미가 더 컸음으로 사소한 물건속에 담아두어도 충분했다.
개인적인 코멘트가 없었다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며 의아해 하거나 쓰레기통행이 될만한 그냥 그런 물건임에도 몇년, 몇십년을 함께 하는 것은 우리가 가슴으로 찍어둔 의미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내게도 이런 것이 있다.
대행히 추억의 대상과 모든것이 아직 내곁에서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리고 이별의 고통을 맞본 후에야 떠올릴 법한 잊고 있었던 추억의 조각들을 찾아본다
손에 상처가 났다고 처음 내게 싸메준 대일밴드 껍질에도 날짜와 함께 나안의 추억이 쓰여있다.
지나가다 간판 글자에 포함된 그의 이름에 설레어하며 찍어둔 사진이 있다.
남몰래 적어간 사랑의 일기들이 있다.
지나간 사랑의 추억이든 상처든
버려지지 않는것이 늘~있다
누구도 쥐우지 않은 짐을 스스로 지고 산다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비워내야 다시 채울 수 있다.
결국 나는 오랜시간 애써 눈감아왔던
사실을 깨달았다.
당신은 단 한번도
나와 진지한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된 적이
없었다는걸.
그때의 우리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본디 그런 것을 위한 단어는 드물기에.
우리는 함께하는 동안 많은 이름을 얻었다.
친구, 연인,동료,남편,아내...
하지만 지금은 무엇도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203가지와 더불어 내가 가진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