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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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의 거취에 대해 고민이 많던 참이었다. 외숙모와 단둘이 살고 있는 사촌 언니는 갑자기 닥친 엄마의 암 진단과 급한 수술, 입원, 그리고 자신의 정신과 상담 등의 일들로 그야말로 정신이 없었다. 외숙모의 입원 기간 동안 간병인이 되어야 했던 언니는 덕구(재페니스 스피츠 3살 남아)를 잠시 우리 집으로 보내게 되었다. 다행히 덕구는 언니와 떨어져서도 잘 적응했고 나를 무척 따랐다. 또 우리 가족의 일상 루틴을 좋아했다. 아침, 저녁으로 꼭꼭 해주던 산책도 좋아했고 매우 규칙적이면서도 여유로운 일과를 함께 즐겼다. 병원에 있던 언니와는 덕구 사진과 동영상을 주고받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언니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더 이상 좋은 견주가 아닐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며 덕구에게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이 생긴 것이다. 덕구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길 바라면서도 덕구 없이는 못 살겠는 마음. 난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사랑은 예측 불가능한 일을 겪는 거야. 강아지를 사랑하는 건 더 그래

올해 초 나의 반려견 마루가 16살 나이로 별이 되었다.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과 잘해주지 못한 후회로 한동안 매일 울었었다. 그런 나에게 덕구가 왔고, 덕구의 까만 눈과 하얀 흰자를 통해 주고받는 교감은 마루와의 시간들을 다시 살 수 있게 해주었다. 1주일이라는 그 짧은 시간에 강한 인연의 끈이 이어졌다. 덕구 없이는 내가 안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한 달 사이 덕구는 사촌 언니와 우리 집을 오가며 2주씩 지냈다. 덕구에게 무엇이 더 좋을까를 엄청나게 고민했다. 언니도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반려견, 반려묘,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간에겐 상황과 사정이란 게 예기치 않게 생긴다.

사촌 언니의 결심은 하루하루 달랐고 나보다 더 힘든 결정을 해야 하는 언니를 더 배려하고 싶었다. 덕구는 내가 키우기로 했다가 언니가 울면서 전화가 와서 다시 데려다줬다가, 덕구가 우리랑 그새 정이 들어서 밥을 안 먹고 힘들어한다고 해서 다시 데려왔었으나 결국은 언니가 계속 키우키로 했다. 우린 둘 다 덕구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었지만 덕구를 위해, 언니를 위해 원래 함께였던 그 둘이 계속 함께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좀 더 소홀해질 수 있더라도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는다.

이러던 중에 이 책을 만났다. 비숑 프리제 이시봉의 이야기에 내가 얼마나 푹 빠져버렸던지. 집사의 마음을 잡아챈 이 소설이 너무나 반가웠다. 더불어 프랑스 왕실에서 시작되는 비숑 프리제의 이야기는 이 소설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 연결되는 책 인연만큼은 정말 럭키하고 럭키하다)

지금 기적처럼 곁에 있는

작고 소중한 존재들을 위하여

덕구랑 함께 읽어서 좋은 책,

이시봉의 이야기를 덕구에게 들려주고 싶네요.

너의 까만 눈을 보고 있으면 내가 맑아져~

개라는 존재는 사람을 완전히 사랑에 빠지게 한다. 이 작고 명랑한 친구가 우리 생을 얼마나 달라지게 하는지 그 신비는 아는 사람들만 알 것이다. 작고 소중한 존재들이 인간에게 사랑받긴 하지만 그 그림자 속에서는 인간으로 하여금 상처받고 아프다. 반려견 집사로 16년을 살았으면서도 뒤늦게 깨달은 것들이 있다. 그래서 다시 이 작은 존재를 품고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 이 소설 < 작고 명랑한 이시봉의 투쟁>과 함께 저장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 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p 50

나에겐 그런 엄마의 존재가 은근한 자부심이었다. 이시봉도, 나도 안전하다는 느낌. 우리가 나중에 어떤 존재가 된다 해도 버려지거나 외면당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이시봉도 그걸 알고 있었는지 엄마가 아무리 투덜거려도 그 앞을 떠나지 않았다. 둥근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꼬리를 살랑거렸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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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0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기호작가 신작이라 궁금했는데 반려견 이름이 이시봉인건가요? 역시 재밌을듯요. 덕구에 대한 얘기도 가슴 뭉클합니다.부디 모두 건강을 회복해서 다 좋아지시기를요

모든것이좋아 2025-08-02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 이시봉도 나오지만 반려견 이름이구요. 작가님 반려견 이름도 이시봉입니다.ㅋ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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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의 호감보다 읽어갈수록 몰입력이 대단했다. 프랑스 왕실 역사와 비숑 프리제, 이시봉의 혈통 역사가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그안에 그려지는 인간성과 집사로서의 진심 모든게 기대이상이다. 나의 반려견 스피츠 덕구와 함께 넘기는 책장이었다. 모든 반려인들과 함께 읽을 책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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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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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갈리레오, 가우스, 돌, 존재와 무를 함께하며 읽어가는데 무척 몰입이되었다. 과학, 철학, 종교, 예술을 아우르며 연대와 협력을 이야기하는 과학자의 인문학적 글은 우리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키고 희망을 말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세계는 더욱 위기스럽기에 더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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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클레어 노트 쏜살 문고
헤르만 헤세 지음, 박광자 옮김 / 민음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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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엔 시민혁명이 있었고,
영국엔 산업혁명이 있었고,
독일엔 아무것도 없었다.
오로지 정신만이 존재했다.
폐허 위에 쌓아올린 독일정신이 무엇인지,
어느 틈에서 쏟아져나온 빛인지
헤르만 헤세 싱클레어 노트로
처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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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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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에세이 중에서 가장 좋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작가의 삶 전체가 간결하게 담겼습니다.
이렇게 미니멀해지기 까지의 과정이 그림자 처럼 흐르는 글. 마치 피카소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아요. 작가님은 다 털어내신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도 읽으며 나를 털어냈구요.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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