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운 밤 창비세계문학 39
훌리오 코르타사르 지음, 박병규 옮김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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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말 너머의 아떤 순간에 있다 - 이 문장에 끌려 찾아봤어요. 적어도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러한 순간들을 읽어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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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 - 복잡한 도시를 떠나도 여전히 괜찮은 삶
조여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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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 봉급생활자

편하게 읽기 시작했다가 다른 꿈을 꾸어도 좋다는 격려와 위로를 만났네요. 누군가에게 회피나 도망 같아 보이는 일이 나 자신에게는 적극적인 도전임을 보여주셨어요. 인생에서 순리자가 아니라 역행자가 되겠다는 결단을 하기 전에 알아야 하거나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막연하신 분들에게 현실적이고 내면적인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현실적인 소득 100만 원 남기고자 애쓰는 삶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 같아서 시작부터 뼈 맞았지 뭐예요. 나머지는 명예와 영향력 그리고 사회기여도일까요? 더 많이 벌어도 더 적게 벌어도 결국은 자기의 씀씀이에 따라 100만 원씩 차곡차곡 남기고 모으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자영업 15년 차인 저 역시 씀씀이가 늘어가고 있는지 어쩐지는 몰라도 모으지는 못했으니 말이에요.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무겁지만은 않게 물어주고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는 이 책의 사회기여도가 작지 않다고 생걱되네요.

이 치열한 톱니바퀴에서 벗어나고 싶어... 학업을 위해 상경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서 정규직이 되었지만 마음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아프고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저자는 퇴사를 하고 고향으로 가 농부가 됩니다. 

누군가는 그가 이미 이룬 것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준비하지만 오히려 그는 모든 걸 뒤로하고 떠나옵니다.

MZ라서 가능한가? 내 세대가 마흔 넘고 중년이 되어서야 떠밀리듯 타의적인 현타가 왔다고 치자면 작가님은 훨씬 빠른 판단을 내리시고 결단력마저 있으시다 생각되었죠.  주도적으로 자신을 리드할 줄 아는 분이셨어요. 인간은 이렇게 문화적으로 진화하는 동물이죠. 이런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하고 더 가까이 당겨 들어봅니다. 모든 힘의 원천은 절실함이었죠. 제 눈에 저자는 도망자가 아닌 신인류이자 자신의 개척자였어요. 


SNS로 나와 아무 관련 없는 세상의 너무 많은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는 요즘 세상에서 혹독하게 자기검열을 이어가고 다그치는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정작 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내가 해야 할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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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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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플로리안 일리스, 11년 만의 후속작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책이 나오기 전에 전작 <1913년의 여름>부터 부지런히 만나보았다. 그동안 책으로 만난 인물들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이번 책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도 전작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서 낯설지 않았다. 내게 최고의 선물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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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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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개인적 느낌은 퍼즐에 비유하게 된다. 너무나 좋아하는 분야의 스페셜 한정판 10000ps짜리 퍼즐을 맞추고 싶은 욕구에 이제 막 포장지를 뜯은 느낌이다. 한동안은 퍼즐 하나하나가 헷갈려 어디쯤 두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익숙해지면 이 퍼즐 조각 하나를 큰 그림의 어디쯤 넣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아주 많은 시간과 애정이 필요하겠지만 과정이 주는 즐거움이 클 것이다. 이 책 <증오의 세대, 광기의사랑>이 전 세계 20개국 번역 출간의 성과가 그 기쁨의 증거이지 않을까. 



이 책을 만난 계기는 이렇다. 세계 고전문학을 틈나는 대로 읽어보면서 20세기의 변화들을 흠모했던 내게 이 책은 눈에 뛸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없던 것이 생기고 있던 것의 정의도 뒤집히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그런 마력의 순간들을 많은 사상과 예술 사조 그리고 문학 작가들의 이름으로 만나는 시간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현대라 부르기도 하고 모더니즘이라 말하기도 했다.



저자 플로리안 일리스, 11년 만의 후속작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책이 나오기 전에 전작 <1913년의 여름>부터 부지런히 만나보았다. 그동안 책으로 만난 인물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글이 긴 호흡보다 잡지의 지면이나 라이오 사연 듣듯이 만나는 것 같았다. 당대의 주요 인물들의 사적이고 공적인 이야기들은 뭔가를 엿보는 기분이기도 했다. 시대를 풍미한 유명 인사들 개개인의 자서전이나 평전을 꿰차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을 책 한 권으로 만나다니. 문학 속에 녹아들어 있는 시대의 모습과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시간은 생생했다. 전작 1913년 여름은 이들이 동시에 숨 쉬고 움직이고 작품을 발표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미묘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그들이 후대에 미친 영향을 모르고 있지만 우린 알고 보는 셈이다. 그들의 삶을 연애편지나 사진, 신문기사 등으로 되짚어 보는 경험은 얼마나 특별할 것인가. 



이번 책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은 전작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서 낯설지 않았다. 다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가 모르는 게 많아 예술, 미술, 음악 분야의 주요 인물들의 이름은 낯설었다. 조금 생경했지만 기쁘다. 이제 또 하나의 10000피스짜리 퍼즐을 내 앞에 쏟아둔 셈이다. 1929~1939년의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에 대한 퍼즐을 맞춰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베를린, 지중해와 스페인, 유럽 문화사의 특별한 이야기였다.


1929 세계 대공황

1939 제2차 세계대전

폭염의 연속


세계의 역사는 적어도 그 절반은

사랑의 역사이다

로베르트 무질


저자는 일기나 잡지, 신문, 그림,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베를린의 황금기의 끝자락인 1929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39년까지 격동의 10년 동안 문화 예술사의 중요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풀어간다. 1920년대 사람들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것은 사랑이었다.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자유연애시대에 동성애가 넘치는 시대. 끝을 예고하는 시작. 내가 알던 사랑과는 사뭇 다른 사랑의 이야기들이다. 이 시간 잠시지만 장폴 샤르트르의 자유연애를 그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이고 힘들어했던 보부아르가 되어보려 한다.





이 책을 퍼즐에 비유했을 때 정말 많은 퍼즐 조각을 가지고 있다. 퍼즐 조각 중에는 비슷해 보이는 주변 퍼즐과 구분하기에 유용한 퍼즐 조각이 있기 마련이다. 나의 인식에 기반해 길을 찾기 유용했던 도입부의 퍼즐 조각 몇 개를 나열해 본다면 이렇다. 



  • 1929년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누구도 과거를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모두들 그토록 정신없이 현재에 몰두하고 있다. 


  • 1929년 봄, 파리 고등사범 학교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와 처음 눈이 마주친 젊은 장폴 샤르트르는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성을 잃었다. 


  • "누가 사랑 때문에 남자와 결혼하는 위험을 감수해? 난 아니야." 마를레네 디미트리히는 확신에 가득 차서 이렇게 말했다.


  • 여자들은 더 이상 남자들이 필요 없다. 남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든 이 메시지는 1920년대 후반의 사회 분위기를 말해준다. 여자들은 이제 생계를 위해 남자들이 필요 없다. 스스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베를린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그랬다. 



  • 1920년대 내내 정처 없이 방황하는 젊은이가 있다. 토마스 만의 아들, 이제 겨우 스물세 살의 클라우스 만은 인생이 막 시작될 나이인데 이미 인생의 끝자락에 서 있는 것 같을 때가 많았다. 



  • 파블로 피카소는 젊은 연인 마리테레즈 발테르를 누운 모습으로, 서 있는 모습으로, 앉아 있는 모습으로 그린다. 



  • 1920년대는 고트프리트 벤에게 끔찍한 10년이었다. 어스름을 사랑하는 벤에게 베를린은 모든 것이 너무 시끄럽고, 너무 빠르고, 너무 향락적이었다. 



  • 1929년 3워 27일, 콜 포터는 처음으로 이 위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건 도대체 뭘까?"


  • 디트리히 본회퍼가 사랑하는 것은 오로지 신과 자기 자신뿐이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굉장한 봄을 보내는 중이다.


  • 저 먼 라트비아에서 온 급진적인 공산주의자 아샤 라치스와 함께 보낸 밤들은 발터 벤야민에게 아주 불만스러운 결말을 맺게 된다. 두 사람은 아프리카의 카프리섬에서 만났다.


  • 상대성이론 창시자인 진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사랑에서 시간과 공간이 꽤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글을 쓰는 것은 바보 같아. 일요일에 당신에게 키스하러 갈게." 그러니까 일요일=키스×시간 ²인 셈이다.(26~27쪽)


  • 1929년 초여름의 빌리 와일더는 무성영화 <일요일의 사람들> 각본을 집필 중이다 이 영화는 마지막 무성 영화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진정한 베를린 영화다 다시 말해서 뭔가 부족하지만 섹시하다.


  • 피카소는 아직도 가끔 올가, 자기 아내를 그려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쉼 없이 올가를, 그 가냘픈 발레리나 몸매를 그렸지만 지금은 마리테레즈 발테르가 가장 중요한 모델이 되었다. "버림받은 여자가, 내 그림을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리고 올가는 이 교체되었다는 느낌을 거의 미친 사람처럼 표현한다. 그러나 올가의 분노는 피카소의 창작력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그 창작력은 죄책감과 고집으로 유지된다.


  • "우리는 모두 차가운 평화 시대의 아주 평범한 지식인들이었다." 우리는 모두 매정하리만치 냉정했다. 우리는 대부분 곧 다시 잘못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쟁의 트라우마와 얼음과 어둠에 대한 공포는 특히 남자들이 모든 종류의 감정 폭발에 맞서 무장하도록 만든다. 


  • 1929년 7월 6일에 쉰 살의 알마 말러가 드디어 자기보다 열한 살 어린 작가이자 '꼬마신랑' 프란츠 메르펠과 결혼하여 알마 말러 메르펠이 된다... 두 사람은 사실 헤어지기 직전에 결혼한 셈이다. 알마니 베르펠이 '세계문학'을 생산 해내기를 원하고, 베르펠은 그 핑계로 자주 혼자 있을 수 있어서 기뻤다.


  • 이제 남은 것은 갈라와 달릴 뿐이다. "갈라는 내 인생에 소금이 되었고, 내 인격에 경화제, 내 등대가, 내 도플갱어가, 바로 내가 되었다."라고 달리는 환호하며 기뻐한다. 두 사람은 딱 한 번 함께 자는데, 왜냐하면 달리는 여성의 성기에 공포와 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갈라와 처음 만났을 때 달리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는데 아직 숫총각이었다. 달리가 안전함을 느끼는 것은 오직 엉덩이까지였다. 




  • 1929년, 1920년대도 어쩔 수 없이 그 끝을 향해 가고 피츠제럴드 부부의 결혼생활도 마찬가지다... 스콧의 이야기나 젤다의 이야기나 주제는 오직 하나 '결혼생활의 침묵'이다. 이 여름에 스콧이 가장 즐겨 하는 일은 헤밍웨이와 함께 달아나는 것이다. 둘이서 함께 술에 취하고 술잔을 그윽이 바라보며 인생을 논하는 것이다. 


  • 스물네 살의 장폴 샤르트르는 스물한 살의 시몬 드 보부아르에 둘이 처음 함께 밤을 보내고 나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결혼을 요구한다. 그 전제 조건은 양쪽에게 모두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동의하겠냐고 샤르트르는 묻는다.



  • 발터 벤야민은 여자친구 아샤 라치스와 결혼하기 위해서 아내 도라와 이혼을 서두른다. 벤야민은 아샤 라치스를 통해 느꼈던 '사람을 변화시키는 사랑의 힘'은 그 누구에게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내 안에서 많은 것을 처음으로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고 친구 게르숌 숄렘에게 고백한다. 아샤 라치스는 벤야민과의 관계를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혼으로 가진 재산도 모두 잃은 남자와 헤어진 것이다. 아내는 결혼 지참금을 가지고 온 것을 모두 도로 가져갔다. 그래서 발터 벤야민은 자기 안에서 새로운 남자를 재발견하게 된다. 바로 버림받은 남자를.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에게 어려운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 다른 것은 모두 이해한다. 그런데 젊고 활발한, 빈 예술 아카데미 학생이자 누이의 친구인 마르그리트 레스핑거가 비트겐슈타인의 이성을 무너뜨린다. 안타깝게도 비트겐슈타인은 순결이라는 인상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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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어 줄게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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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엄마와 딸의 나이는 딱 저와 딸아이 같아서 감정이입이 엄청 되는 거예요. 과거의 엄마가 되어보는 체험, 엄마로 살아보는 체험은 갱년기와 사춘기의 충돌을 해결하는 해법인 것 같았어요.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줄 수 있는 게 바로 사랑이겠죠. 그런 시간을 불러오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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