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성인이지만 아테네 시민들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고 사약을 먹고 당당하게 죽었다.
소크라테스의 죄명은 도대체 뭐였을까?
신을 부정하고 젊은이들을 현혹하여 전통을 해치며 타락시킨 죄였다. 소크라테스가 보기에 아테나인들은 모든 것을 개선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 모든 것에서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은 포함되지 않았고, 소크라테스는 그 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고 질문을 살아냈다.
말 시리즈라고 해야하나?
'○○의 말'이라는 제목으로 만나는 책들이 있다. 철학자의 모든 책을 다 읽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그가 무슨 생각을 했고 또 무엇을 했기에 지금까지 회자되는지 알고 싶어질 때 아주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책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철학자에 대해 진지한 경험을 해보려고 어느 정도의 시간과 공을 들여본 다음에 이런 책을 만나야 온전한 깊이감을 느낄 수 있는 책들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단편적으로 보아도 훌륭한 말들이지만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면 긍상첨화인 것이다. 나도 하나 둘 모으다 보니 이젠 '○○의 말' 같은 책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기회가 될때마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해야 이제 이름 정도는 가슴에 딱 새길 수 있는 것 같다.
[초역, 소크라테스의 말]로 소크라테스를 다시 꺼내들고 그와 이어지는 사람들도 함께 만나고 있다. 400여 페이지의 구성, 딱 좋은 책의 크기와 종이의 재질로 결코 지루하지 않은 만남이었다.
유일한 선은 지식이고
유일한 악은 무지이다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고
돌아보며 깨우치는 깨달음이다.
소크라테스,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가 정확히 무슨 말과 사유를 했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까지 술술 읊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그의 제자들은 누구이며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고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까지 한 번 진지하고 보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소크라테스가 죽은 후에 생겨난 견유학파, 스토아학파, 에피쿠로스학파의 사유를 비롯해 라파엘로의 유명한 그림 <에테네 학당>을 통해 만난 디오게네스까지 내게는 아주 즐겁고 재밌는 시간이다.
소크라테스는 사상을 남긴 사람이 아니라 우리에게 질문하는 법을 깨우쳐준 사람이기에
왜? 왜? 왜? 하고 묻는 익살스러움과 괴짜스러움을 배우고자 한다.
너 자신을 알라.
너의 무지를 알라.
그 무엇보다 너 자신을 알려고 하라.
너 자신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경험해라.
너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지 마라.
'너 자신을 알라'를 비틀고 짜낸 것들이 오늘날 우리를 만들었다고 할 만큼 소크라테스는 사유의 시작점인듯 하다.
적게는 한 문장으로 많아도 한 두페이지의 짧은 글들이지만, 그 말의 의미를 들추려면 자주 또 한 참 멈춰서야 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여백이 좋았고, 여백이 많을수록 뭔가를 채워보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났다. 독서는 재밌고 유쾌해야 하니까 평소의 습관대로 메모하고 붙이고 책을 씹어 먹는다. 나는 철학자는 아닌 관계로 다른 책에서 만난 소크라테스도 데려오고, 필사로 남겼던 밑줄들도 데려와 함께 만나보는 시간을 가지며 생각해보려 노력은 했다.
지혜의 시작은 용어의 정의입니다. 나는 아무에게도 가르칠 수 없습니다. 나는 단지 그들이 생각하게 할 수 있습니다.
♡ 교육이 이래야한다는 생각이 팍 ~ 드는 순간입니다. 자신의 것이 옳으니 그대로 베기고 믿고 전하라는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내라는 말이잖아요. 동굴속에서 살던 인간이 스스로 불을 찾아내고, 도구를 만들고, 집을 짓고 그것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며 성장했던 것은 인간이 생각할 줄 아는 동물이기 때문일거에요.
그래서 또 이렇게 이 책의 첫 페이지는 짧고 굵게 전합니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이 역시 소크라테스의 말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글 한자 남기지 않았고, 책 한 권 내지 않은 거의 유일한 철학자이고 우리가 아는 소크라테스는 그의 제자 플라톤이 남긴 고대의 흔적이니까요.
소크라테스는 처음으로 철학을 하늘에서 끌어내려 마을에 정착시켰고, 철학은 사람들의 집안으로 불러 들였다는 키케로의 말이 이해된다.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발명하진 않았지만 질문하는 방식을 바꾸었고, 결과적으로 질문이 끌어내는 답도 바꾸었다.
소크라테스에게 빚지지 않은 철학자가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공들여 읽고, 메모하고, 끄적이고 싶은 <초역, 소크라테스의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