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 꽃밭을 지나간다
- 김금용 -
자운영꽃밭을 지나간다
선홍빛으로 설레던 첫 키스 아련히
지펴지는 스무살 기억 너머를 지나간다
슈크림 가득 묻은 봄 햇살 싣고
세상으로 나가는 강둑 따라 은빛 자전거 지나간다
발 뒷꿈치 세워 한껏 키 높인 미루나무
혓바닥 속까지 까칠한 황사 밀쳐내는 동안
푸른 기다림 끝에 씻긴 소담한 풀씨
콩나물 머리 들고 일어서는 강둑을 지나간다
외로움에 코끝이 날카로워진 산비둘기
풋정에 부푼 겨드랑이 파고드는 동안 앞서
걸어간 시간 밑으로 지워진 그림자 하나 지나간다
눈자위 시큰하도록 향내 몸 일으키는
자운영꽃밭을 지나간다.


이토록 보랏빛 자운영 밭에서 나는 울었네. 울었네..그녀와 같이 나도 울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