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참 좋았다 - 곽재구의 신新 포구기행
곽재구 지음, 최수연 사진 / 해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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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한 연필이 필요해 

밑줄 긋고 깨알 메모해야지 

지우개가 있어야 해 지우면서 

읽어야 하니까 범행현장 청소하듯 

언젠가 또 '첫사랑' 하겠지 


투 플러스 원 독서라고 해버려 

깨달음보단 울림이 더 '좋아요' 

시의 리듬이 스민 산문들 

음, 곽재구의 포구기행 

시리즈가 내겐 그렇더라 


투 플러스 원, 삼 세 판 읽기

가게가 24시 편의점뿐이라 

문득 발견한 나의 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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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娛 2022-04-1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 신영복선생님의 말씀하신 書三讀(서삼독)이 생각,투 플러스 원으로 삼세판 읽기 아주 좋습니다 ,투 플러스 원으로 삼세판 읽기 아주 좋습니다 투 플러스 원으로 세판읽 기 원

Meta4 2022-04-14 10:34   좋아요 0 | URL
감사, 책에 기척을 남기는 것은 스스로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더라고요. 다시 읽으려면 내가 쓴 기록 때문에 확증편향. 해서 책을 새로 사요. 이건 아니지 않나, 해서 ... 그 시간의 내가 아닌데 늘 그 시간처럼 머물게 할 순 없지 않나. 감사

ranskykim@gmail. 2022-05-08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드뎌 20년만에 <신(新) 포구기행>을 내셨다.
지난 2002년에 초판을 낸 후 오랜만에
그의 감미로운 문장을 보게 되었다.

Meta4 2022-05-13 18:27   좋아요 0 | URL
해냄에서 이것을 펴내면서 기존의 포구기행도 개정판을 냈지요. 벌서 몇 년 되었네요.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한 기행수필을 단행본으로 엮었답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25만 부 기념 봄 에디션, 양장)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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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는 표제시(詩), 소설집에는 표제소설(小說)이 있다. 표제소설, 좀 낯설다. 중·단편 소설들을 모은 소설가의 단행본 제목이기도 한, 수록 작품 중 대표작이 표제소설이다. 표제시도 그렇다. 예외는 있다. 김규동 시인(1925~2011)의 시집 『깨끗한 희망』(창비, 1985)은 수록한 시 「꽃」에서 제목을 뽑았다. 함민복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창비, 1996)도 그러하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제호 선정은 어떻게 봐야 할까. 에세이 형식 철학적 담론들을 체계적·조직적으로 모은 리뷰 모음집, 설정은 늘 철학기행이다. 쓰임새에서 <자기계발서>로 분류되기를, 저자는 마다하지 않는다. 14인의 동서양 철학자들에게서 한 가지씩 배울 거리를 추출하고, 그 한 가지에 집중하여 그의 삶을 탐사한다. 


궁금해하기(소크라테스), 걷기(루소), 보기(소로), 듣기(쇼펜하우어), 싸우기(간디), 감사하기(세이 쇼나곤), 후회않기(니체), 늙기(보부아르), 죽기(몽테뉴)… 


’○○처럼 □□하는 법‘이라는 꼭지명에서 신영복 선생을 떠올린다. 지금 『처음처럼』(책이자 캐치프레이즈)은 소주 브랜드로 더 익숙하다. 국회 다수당의 초선의원들 모임 ’처럼회‘란 이름도 같은 맥락에 있지 않을까. □□은 ○○처럼, ○○에게서 배우자. 그렇게 변화하는 나를 만나는 법 발견하기, 이 책의 메뉴다. 

그런데 왜 제호에 소크라테스 선생이 나올까? 공자, 간디, 세이 쇼나곤을 제외하면 이 멤버십 회원들이 서양 지성들이니 이해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자다,‘를 ’소크라테스는 철학이다,‘ 혹은 ’철학은 소크라테스다.‘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서양철학사에서 소크라테스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를 앞세운 속내, 이해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 마케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 않는가. ’소크라테스‘로 검색한 책들, 결과를 살펴본다. 이 책(『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도 마케팅 혐의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낯설지 않다. 그래서 어짜라고? 어쩌지 않으셔도 된다. 지성 소크라테스의 권위를 가장 먼저 '판' 사람은 수제자 플라톤이다. 소크라테스(는 글 한 줄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의 말씀을 글(책)로 옮긴 인간이 플라톤이다. 위작을 포함 30여 편이 넘는 대화편들이 근거다.『소크라테스 회상』 등 크세노폰도 스승 소크라테스의 삶과 가르침을 전했다. 플라톤만큼 '보란듯이'(노골적은)는 아니었다. 크세노폰에게서 너무나도 인간적인 사람 소크라테스를 만날 수 있는 이유다. 

플라톤의 주요 대화편들, 각각이 다룬 주제를 살핀다. 흥미롭다. 번역가 천병희 완역 『플라톤전집 세트』(전7권, 숲, 2019-07-23) 수록 순에 따라 그 주제들을 살핀다.「향연」은 '사랑'에 관하여,「테아이테토스」는 '지식'에 관하여 나눈 대화이다.「파이드로스」(2권)는 사랑, 지식, 이데아론, 혼불멸론, 혼의 윤회 등 플라톤의 주요 사상을 조금씩 선보인다. 「소크라테스의 변론」 주제는 ’변론‘ 자체로만 특정할 수 없고 대화편 범주에 넣기엔 좀 특이한 형식이다. 그럼에도 주요 대화편들은 한 주제(개념)를 탐사한 대화 녹취록에 가깝다. 아래 괄호 안 단어는 그 대화편 주제(부제이기도 함)이다. 


메논(미덕), 뤼시스(우정), 라케스(용기), 카르미데스(절제), 에우튀프론(경건), 에우튀데모스(논쟁),  메넥세노스(연설)[2권], 고르기아스(수사), 이온(예술), 크라튈로스(이름)[3권], 테아이테토스(지식), 필레보스(즐거움), 티마이오스(우주), 파르메니데스(형상 形相)[5권]…. 


4권 국가(국가)와 6권 법률(법률)은 말할 것도 없다. 플라톤이야말로 소크라테스 마케팅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두 번째 꼭지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이 사사하는 바가 있다. 소크라테스의 말과 플라톤의 글은 그렇게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 되었다. 헤아릴 수 없는 주해설서의 대상 텍스트로 영원한 삶을 살고 있다. 

익스프레스(Express)는 급행열차에 가깝다. 책(사상)을 다룬 책은, (이) 한 권만 읽으면 ~이 가능하다, 독자들을 유혹한다. KTX처럼 ’빠르게‘, 보다 ’빨리빨리‘ 보다 많이 습독할 수 있다? 그러나 앎과 그 앎을 실행하기는 보다 빨리, 스케치하듯 이뤄지지는 않는다. 두 번째 꼭지 <2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보다 <3. 루소처럼 걷는 법>을 먼저 읽을 필요가 있다. 

당신은 지금 카메라 가방을 메고 피사체들을 찾아 나섰다. 출사다. 천천히 걸을 때라야 포착 가능한 순간들이 있다. 자전거라는 이동수단마저 과감히 버려야 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어 있다. 상태 또는 사태의 민낯을 발견하기, 그 한 순간(프레임)을 포착하는 일도 그렇다. 시와 더불어 사진은 ’순간의 꽃‘이다. 이뿐이랴. 모든 발견이 그렇다. 읽기도 걷기처럼 해야 한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열차 종류로 치면 ’무궁화호‘, 그 이전 ’비둘기호‘보다 느린 속도이리아. 정차한 열차 안에서 몇 시간을(OTT드라마로 업로드되어 외국에서 주목 받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한 장면처럼), 며칠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천천히 걷기는 제대로 읽기다. 에릭 와이너(Eric Weiner)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도 그렇다. 원제는 The Socrates Express: In Search of Life Lessons from Dead Philosophers다. 2부 중간 간디(8. 간디처럼 싸우는 법)까지 읽고 썼다.


플라톤전집 세트-전7권 |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은이), 천병희(옮긴이) 도서출판 숲 2019-07-23

알라딘: 플라톤전집 세트 - 전7권 (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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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3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01. 근래에는 드문 일이었다. 왜 이걸 주문했지, 읽는 동안 숱하게 던진 질문들.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이 쓴 『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영어 글쓰기가 가능하고, 어느 정도 독해 능력을 갖춘 이에게 필요한 책이니까. 한글 자막 없이는 외화 보기가 힘든 내게 필요한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구입하고 읽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글쓴이)에 대한 호기심, 문장 기술자로 살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궁금했다. 다 읽었다, 하지만 완독했다 할 수 없고, 정독했다고 할 수도 없다. 

인내심에 채찍질을 하며 읽다, 문득 발견한다. “대화체 문장을 이텔렉체로 표기하는 방식이 유용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쩌다 한 번씩만 써야 한다.(대화체 교열하는 법)” 필자는 늘 이런 식, 과다복용은 금물, 이 책 곳곳에서 팁(Tip)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다음이 흥미롭다. “우선 독자들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읽으라고 대놓고 지시받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렇게 해보시라. “……강조할 대목을 대화 중간에 넣어 다른 말과 뒤섞기보다 문장 끝으로 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렇게 다음에서 다음으로 조언의 징검다리 건너며 책장을 넘기는데, 자꾸만 한 문장이 뒷덜미를 잡는다. “독자들은 ~ 달가워하지 않는다.”


02. 때문에 한동안 쓰는 일이 두려웠고, 쓰기를 멈췄다. 가끔 올리는 독후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다. 읽자. 작년 4월 우리말 콘텐츠에 포함된(국내 독자들의 사랑 덕분에 최근 양장본으로 재출간됨,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2022-03-14) 책을 뒤늦게 읽다, 발견한다. “관심은 집중이 아니다. 집중은 강제할 수 없다.”(7.시몬느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233쪽) 베유의 말씀을 재인용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생각은 텅 빈 채로 기다려야 하고 그 무엇도 추구해서는 안 된다. 그저 자신의 생각에 침투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수동성의 결여에서 생겨난다.” 

모든 문제가 수동성의 결여에서 생겨난다고? 이런 베유의 선언 소개에 앞서 저자는 집중과 관심을 설명한다. 집중은 수축한다. 관심은 확장한다. 집중은 사람을 피로하게 한다. 관심은 피로를 회복시켜준다. 집중은 생각을 한 곳에 모으는 것. 관심은 생각을 유도하는 것…


03. 나는 왜 책을 읽는가,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보는가? 왜, 무엇 때문에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는가. 또한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의 주장을 말에 싣는가? 책을 쓰고, 드라마를 만들고,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왜 그것을 하는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과 그런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대화(소통)는 어떤 식이라야 하는가, 두 책의 두 부분에서 필자는 어떤 ‘발견’을 한 셈이다. 콘텐츠를 그냥 ‘책’이라고 하자.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뭔가를 발견하기 위해서다. 어떤 의미, 읽은 이 스스로가 발견한, 읽는 이에게 남다른 의미다. 

벤자민 드레이어(교열국장)는 글쓴이가 의미 있는 무언가를 글에 담아 누군가와 공유하려 할 때, 가능하다면 그 의도를 드러냄을 삼가라 조언한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독자들이 읽는 동안 문득 ‘발견하게’ 하자. 대화체 문장만이 아니라 어떤 대목을 이태릭체로 표기하는 순간, 독자의 관심은 평정심을 잃게 되고, 그 발견은 독자의, 독자만의 순수한 발견이 아니게 된다, 뭐 이런 얘기 아닐까. 

시몬느 베유는 콘텐츠 소비자 입장에서, 책 읽기를 통해 독자의, 독자 스스로 발견하려면 어떻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구체적인 가르침을 준다. 무엇인가 발견하기 위해 ‘집중’하면 할수록 그 발견(깨달음)의 진가는 떨어지게 되는 것이고, 그 실체적 진실과 온몸으로 만나기는 불가함을 역설하고 있다. 


04. 필자만의 발견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소해 보이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동안 필자가 발견한 필자의 발견이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에 이런 발견의 소중함을 역설한 이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우리의 주제는 시학이다.”라는 문장으로 시학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주제는 (그리스) 비극 위주로 풀리며, 비극 장르의 위대함을 증명하였다. 이 비극의 구성 요소(6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의 짜임새, 즉 플롯이다. 플롯은 비극의 제1원리, 곧 비극의 혼이다. 플롯 창작에 뛰어난 사람이 좋은 비극작가다. 그런 플롯 창작에서 핵심이 ‘발견’(무지의 상태에서 앎의 상태로 이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발견에 급반전이 따르는 「오이디푸스 왕」(소포클레스)을 최고의 비극으로 꼽는다. 다행히 우리말로 (원전) 번역된 지 40여 년 된 고전 『시학』에서 그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발견’을 직접 발견하시길.


05. 독자들이 지금 콘텐츠를 소비-책을 읽는-한다. 자신만의 ‘발견’을 위해서다. 한마디(사람의 말, 대사)에는 그 사람과 그 말을 듣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앞뒤 어떤 부연 설명보다도 힘이 있다. 한마디에서 플롯의 창조자가 애써 숨기려고 했던 바, 플롯의 소비자가 스스로 찾고자 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교열국장은 이탤릭체 사용을 극도로 자제하라 했다. 시몬느 베유는 그런 유혹에 이끌리지 않고 대상을 만날(발견할) 준비를 하시라, 강조했다. 

사실,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초빙하지 않더라도 동양 사상에는 으레 ‘무위(無爲)’가 각인되어 있다, DNA처럼. 우리 가곡 한 대목은 어떠한가? 중학교 생물 선생이던 심봉석 작사, 같은 학교 음악 선생(이면서 제5차와 제6차 고등학교 음악 교과서 저자) 신귀복이 작곡한 <얼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발견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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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3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imeroad 2022-04-1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글을 올린 이유가 담겼군요.

Meta4 2022-04-12 12:25   좋아요 0 | URL
덕분에 평소보다 읽는 데 집중하고 있답니다.

Meta4 2022-04-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제목을 떠올리다 검색한, <얼굴>이란 곡이 만들기까지 에피소드가 흥미롭네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196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귀복 작곡가는 서울 동도중학교 음악 교사였다. 얼굴을 작사한 심봉석 시인 또한 같은 학교 생물 교사로 근무했다. 교장 주재로 열린 신학기 교무회의가 계속 길어지자, 지루해진 심봉석 시인이 보고 싶은 ‘첫사랑’을 떠올리며 공책에 얼굴을 그리고 즉흥시를 썼다. 동료 교사 신귀복은 심봉석 시인의 그림과 시를 보고 즉석에서 5분 만에 멜로디를 입혀 곡을 완성했다. 같은 중학교 음악교사 신귀복과 생물교사 심봉석의 번뜩이는 재치가 만나 번갯불에 콩 튀기듯 후다닥 완성한 얼굴이 불후의 명곡으로 50년 넘게 온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을 줄 그 누가 알았겠나! 신귀복 작곡가는 이 노래를 1970년 가곡집에 수록했다. 그리고 4년 후인 1974년 윤연선이 리메이크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노래가 나온 이후 얼굴 작사가 심봉석 시인은 헤어진 첫사랑과 재회하여 결혼에 성공했으니 <얼굴>이 행운의 오작교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다산茶山 정약용은 귀양지 강진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폐족으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밖에 없다." 그리고 그동안 정리하지 못한 생각을 정리하여 글을 씁니다. 그래야만 200여 년 전 손암巽庵 정약전의 말처럼, 무서운 흑산(黑山)이 희미하지만 빛이 있는 자산玆山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_조국, 『가불 선진국』, 메디치미디어, 2022, 03. 


공교롭게도 이번 신간에는 '있는' 머리말 앞 ‘펴내며’ 한 대목이다. 

평소라면 덧댈 필요가 없다. 그렇게 보였다. 단행본 원고를 탈고하여 출판사에 넘길 즈음 20대 대선 결과를 접했다. 해서 끝에는 <2022년 3월 10일. 20대 대선 결과를 확인한 새벽에. 조국>이라고 정황을 또 덧붙이었다.  





‘무서운’ 흑산이 ‘희미하지만 빛이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 개혁 군주 정조의 죽음과 더불어 시작된 다산과 손암 형제의 유배 생활, 『현산어보』를 남긴 형은 유배지(흑산도)에서 생을 마감하였고, 다산은 무려 (유배) 18년이 흐른 뒤에야, 남양주 어디쯤 고향으로 돌아간다. 정약전은 책 서문에서,  

“흑산이라는 이름은 어둡고 처량하여 매우 두려운 느낌을 주었으므로 집안 사람들은 편지를 쓸 때 항상 黑山을 玆山이라 쓰곤 했다. 玆는 黑과 같은 뜻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현산어보를 찾아서1』, 이태원, 청어람미디어, 2002-12-05, 정약전의 초판 출간 1814년) 필자(조국)의 프롤로그에서 발견한 한 문장에서 그간의 회한과 희미하지만 분명한 빛을 만난다, 흑산에서 발견한 자산, 희망의 끝을 놓지 않았던 그 형제들처럼. 




모처럼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꺼내 해당 대목을 읽는다. 

“내가 누누이 말했듯이 청족(淸族)은 비록 독서하지 않는다 해도 저절로 존중받을 수는 있으나 폐족(廢族)이 되어 세련된 교양이 없으면 더욱 가증스러운 일이 아니겠느냐. 사람들이 천하게 여기고 세상에서 얕잡아보는 것도 서글픈 일인데 하물며 지금 너희들은 스스로를 천하게 여기고 얕잡아보고 있으니 자신을 비겁하게 만드는 일이다. 너희들이 끝끝내 배우지 아니하고 스스로를 포기해버린다면 내가 해놓은 저술과 간추려놓은 것들은 앞으로 누가 모아서 책으로 엮고 교정하며 정리하겠느냐?”_정약용, 박석무 편역,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창비, 19991, 43(근간은 40-41쪽) 

18년 유배 기간 동안, 다산에게는 제자이면서 그들끼리는 동학이고, 500여 권의 저서와 편저들을 남긴 다산 출판사의 스텝이었던 전남 강진, 해남 일원의 18명의 제자가 있었다. 아들들에게 남긴 편지 속 당부이지만, 출판사 발행인의 바람처럼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박석무는 청족(淸族)은 ‘깨끗하고 이름 있는 집안’, 폐족(廢族)은 ‘무거운 죄를 지슬이나 출세길이 막힌 집안’이라고 설명한다. 당대엔 그랬지만 좀 살다보니까 폐족이 청족이었고, 청족이 폐족이었음 밝혀지리라. 그 대답 역사에 일임하여 쏘리. 이전의 책 『조국의 시간』이 ‘조국 사태’, ‘조국 전쟁’으로 불리는 민감한 사태의 당사자가 스스로를 변론한 것이라면, 앞서 소개한 ‘펴내며’의 한 구절처럼, 덧댄 ‘펴내며’를 제외하면 다산이 『목민심서』를 기획·집필했듯이, 선진국에 진입하기까지. ‘가불을 해야만 했던’ 우리나라의 아직은 어두운 부분을 밝힐 숙제들을 담고 있다, 

가불 선진국』은. 책에서는 별도 항목으로 다루지 않았지만, 산업역군으로 고된 몸의 삶, 암울한 독재의 시간 속 반공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혼란스런 마음의 삶, 장년, 거슬러 노년 세대들이 마주한 ‘노인 빈곤’를 생각하게 한다. 이분들 인생이야말로 가불된 선진국의, 가불된 삶, 그 시간이었다는 역설. 


<파친코> 첫 에피소드를 본 김에 찾아서 본 윤여정 주연의 다른 영화, <죽여주는 여자>의 한 대목은 이렇다. 


(양미숙 역(윤여정), 경찰차 안, 운전하는 친구에게 담배 한 개비를 얻어 피우며, 차창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혹시 봄 돼서 감방 가면 안 될까요. 제가 추위를 많이 타서, 도망 안 갈게요. (형사, 어이없다는 표정) 차라리 잘 됐지 뭐, 어차피 양로원 갈 형편도 안 되고, 거기 가면, 세 끼 밥은 먹여주는 거잖아요. 요즘은 반찬이 뭐가 나오나, 올 겨울은 안 추웠으면 좋겠다." (1H:45M~)


그리고 <파친코> 첫 에피소드의 한 장면은 이렇다. 할머니 선자(윤여정)의 어린 시절, (부산 영도) 자기 집에서 하숙하던 어부 아저씨와 어시장에서 나누는 대화다.     


어린 선자: 괴기 표정이 안 좋아 보이네, 

어부 아저씨: 봐래이. 아무리 하찮은 미물도 억척같이 살고 싶은 기라. 

어린 선자: 밤장수 아지매는 죽지 못해 산다꼬. 차라리 죽어 삘면 편켓다 하시던데예.  

어부 아저씨: 그 아지매는 남편이 밖에선 설설대면서 집구석에만 들어오모 헌구헌 날 마누라 패고 자식 패고 하이까 그치, 말은 그래도 살고 싶을 기다. 가자.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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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4 2022-03-31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오늘(2021.03.31) 개봉된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 The Book of Fish , 2019 제작>는 본문에서 거론한 정약전의 유배 생활과 집필 과정을 담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산어보‘가 아니라 ‘현산어보‘로 불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에 대한 반박도 있다. 책명이기도 한 영화 이름을 보면, 참 영어가 심플하구나, 싶다. 물고기 책이긴 한데..
 
플라톤전집 세트 - 전7권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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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보기에 익숙해졌지만, 자막이 필요한 외국 드라마 연속시청은 쉽지 않다. 눈이 아프다. 또한 OTT시장의 활성화로 예전에 CD나 화일 내려받기로 시청했던 대작들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신작이 마땅치 않으면 '다시보기'가 더 신선한 경우가 있다. 필자는 책읽기나 쓰기에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 익숙한 '국내' 드라마(혹은 영화)를 모니터 한 켠에 켜놓고 일을 본다. <변호인>도 그렇게, 다시 시청했다기 보다는 청취하던 중이었다.


사무장: 아, 우리 변호사님 영어 억수로 잘하시나봐.

미스문: 와~ 다 영어네요. 변호사님 이게 뭐해요

변호사: (장갑으로 유리컵을 만지작거리다가, 웃으며) 저 난이 왜 저렇노. 비실비실하다, 물 좀 줘야겠다. 미스 문아. 

미스문: 오케이! 난이 말라비틀어져 버렸네에.(화분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변호사: (사무장에게 다가가며) 이게 한글이면 사무장님이 읽을라켔어요. 어차피 가오잡을라고 하는 것, 기왕이면 영어가 낫지에. 

사무장: (이삿짐센터 직원에게) 제일 잘 보이는 데다가 꼽아주시요.(<변호인> 24:20~ )


젊은 변호사 시절의 노무현 전 대통령 자전적 기록을 영화로 만든 <변호인>. 부산에서 변호사로 개업하여, 부동산 등기 업무로 진출, 대박을 터트린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어엿한 변호사 사무실을 구해(여직원도 뽑고), 입주하는 날의 풍경, 하드커버로 된 책(전집 중 1권) 한 권을 펼치며 사무장이 송변에게 묻고 대답하는 과정이다. '재미'를 위해 삽입된 그렇고 그런 에피소드 중 하나일 뿐인데, 문득 다른 생각이 든 것이다. 

그 하드커버 전집이 영어 원서가 아닌, 한글 번역판이었다면 어땠을까? 그 내용은 접근성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화편들로 가득한 플라톤전집(전7권)이었다면.

사무장은, 송변은, 미스문은 플라톤을 통해 소크라테스를 만날 수 있었을까? 고전번역가 천병희 선생의 원전번역 역작 가운데 하나인 [플라톤전집 세트](전7권)은 2019년에 봄, 이즈음에 완간되었다. 번역가 한 사람이, 그것도 철학전공자가 아닌 독문학자(희랍어와 라틴어에 정통한)가 위작까지 포함하여 플라톤이 집필한 대화편 전편을 읽기 쉬운 한글콘텐츠로 생산했다는 것은 그 자체가 출판계에만 국한되지 않는 빅뉴스였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책에 대한 책을 쓰는 인문활동가가 천병희 선생의 대화편들로 독서토론을 진행하면서 했던 이야기를 잊을 수 없다. <국가>를 읽을 때였다. "영어 원서로 <국가>를 읽을 때, 뭔 말인지 이해되지 않은 대목이 적지 않았는데, 구름 걷히듯 풀리더라." 그런 얘기였다.

격문을 쓰듯 국내 번역환경 개선을 주창한, <번역청을 설립하라>(박상익)를 전자책으로 구매해 읽으면서(2018년 출간) 플라톤전집 완역까지의 과정을 독자로 따라온 사람으로서 감회가 남달랐다. 더구나 천병희의 원전번역은 전공분야인 문학에서 시작하여, 역사 그리고 철학까지 망라하고 있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플라톤 대화편 원전번역은 철학전공자들에 의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전공자들은 텍스트만이 아니라 그것이 가지는 철학사적 의미를 포함한 주해서이고, 그래야 하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우리 번역환경을 생각하면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은 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서양 고전, 서양 철학에 관심 있는 모든 독자들이 철학전공자들일 수는 없다. 소를 물가에 까지 몰아가는 일, 그리고 물을 먹거나 말거나의 선택은 그 소가 알아서 할 일이다. 독자들이 플라톤 대화편 읽기에 접근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 부분은 천병희 선생님의 역할이다. 덕분에 이 분야의 매니아들이 늘어난다면, 철학서적의 번역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천병희의 플라톤전집은 모두 7권인데, 위작으로 확정이 되었거나 위작 논란 중인 작품들,  '서한집' '용어해설' 등 대화편으로 볼 수 없는 것들까지 수록한 전집 7권을 제외하면, 6권에게 걸쳐 25편쯤 된다. 전집7에 실린 <알키비아데스1.2>와 <힙피아스1.2>를 각 편으로 치거나 한 편으로 보거나, 7권의 다른 대화편들을 고려한다면 이 전집에는 플라톤의 대화편들이 최소한 28편 이상 수록되었다고 할 수 있다. 

<번역청을 설립하라>(박상익)에 담긴 한 나라의 기간산업인 번역환경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고전번역가 한 사람과 한 출판사의 끈질긴 노력으로 플라톤전집을 완간했다는 것은 뉴스 중의 뉴스이다. 그러나 척박한 번역 현실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완벽한 번역이란 없다. 하지만 완전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은 독서가들(소비자)의 꾸준한 독서가 이어질 때 가능한 일이다. 조사 하나, 쉼표 하나를 첨삭하여, 가독율을 높이기 위해 기울인 번역서의 편집진들에게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원전번역도 좋지만 읽히는 번역서를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 있다. 박상익 교수가 책 말미에 수록해놓은 <번역가를 꿈꾸는 젊은 학도들에게>라는 당부 말씀이다. 절절한 제언이지만 그 가운데 하나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3. 번역가는 편집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줄 알아야 한다. 독립적 사고를 하라는 것은 편집자의 적절한 도움마저 뿌리치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약점 없는 인간 없듯이 결점 없는 번역도 없다. (너 자신을 알라!) 편집자는 한계를 극복하게 해 주는 최선의 동지이며, 번역 결과물의 수준을 끌어올려 주는 고마운 동료다. 번역가의 평가는 오직 '결과물'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명심하자." 


여기에 좋은 번역을 읽는 독자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주인공 송변에게 영어 원서 전집은 '가오'를 잡는 도구였다. 벽돌책, 영어식으로 표현하자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천병희의 플라톤전집이라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그렇게 떠나지 않고 지금도 경남 어디쯤 사저에 살아있다면 영화 속 주인공 실제 인물은 자신의 전문분야인 <소크라테스의 변론>부터 대화편 한 권, 한 권씩 섭렵하며 이곳 어딘가에 리뷰를 올리는 중일 수도 있다. 낱권으로 먼저 발행되었던 책들 재고가 소진되고 전집에 편입되면서, 주머니가 헐거운 독자들에게 하드커버는 부담이 될 것이다. 주요 대화편은 최근 상태의 번역을 반양장으로 출간해놓은 상태, 맛보기로 혹은 시험삼아 읽어볼 수 있다, 굳이 '있어 보이려고' 전집을 사기보다는. 좋은 번역을 훌륭히 소비하는 독자가 되는 길, 좋은 번역에 참여하는 길이기도 하다.(끝) 


[이 리뷰 맨 앞에 썼던 글을 아래에 옮겨 놓는다.]

[OTT시장에 뛰어든 애플TV가 막대한 제작비를 쏟은 <파친코>(8편)를 앞세워, 가입자 늘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동명의 원작소설도 세계 독자들의 찬사를 받은 바 있거니와 실상과 달리 'K-드라마'로 세계 시청자들이 오인하는 등, 한류라는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것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8편 중 3편을 공개하고(3월 25일), 매주 금요일 마다 1편씩 올리는 식으로, 시청자들은 애태우는 마케팅을 선택했다. 그리고 1편을 무료로 공개한 상태이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주말을 이용하거나 평일 밤샘해서라도 전편 몰아보기에 익숙해진 (한국)시청자들의 상태를 잘못 읽은 것은 아닐까. 전편이 공개되는 4월말 이후가 되어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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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road 2022-03-30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참 웃다가 갑니다. 그리고 급 우울. 그립네요.

Meta4 2022-03-30 21:0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노통의 변론은 죽음 그 자체였죠. 소크라테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