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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번역 일리아스 / 오뒷세이아 세트 - 전2권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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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내가 오랜만에 내 서재 문을 두드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고전 번역가 천병희 선생께서 별세하셨다는 부고를 접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로마 고전 번역에 평생 바친 천병희 교수 별세_플라톤 전집 등 주요 원전 40여 종 우리말로 옮겨(한겨레 고명섭 논설위원) 

그리스·로마 고전 번역에 평생 바친 천병희 교수 별세 : 학술 : 문화 : 뉴스 : 한겨레 (hani.co.kr)

향년 84세. 『일리아스』-『오딧세이아』 세트에서부터 플라톤의 대화편 전편 완역까지, 선생은 대한민국 독자들이 서양 고전들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읽을 수 있게, 일평생 원전 번역의 신세계를 펼치셨다.[2019년 플라톤전집 7권을 완역했으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정치학』·『니코마코스 윤리학』 등이 고인의 손을 거쳐 완역됐다,] 

『일리아스』부터 읽느냐, 『오딧세이아』부터 읽느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처럼 선택은 독자들 몫이지만, 이 두 권의 책이 서양 고전 읽기의 출발점이라는 데에 이의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교양(인문학)교육을 대학 전체의 커리큘럼에 적용한 시카고대학의 일명 ‘그레이트 북스’ 시리즈(시카고대학 선정)의 서양 고전 읽기의 1번이 『일리아스』이고 2번이  『오딧세이아』이다. 이처럼 두 권의 책은 (서양) 고전 읽기, 인문학 공부에서 ABC에 해당한다. 

고대에서 근현대에 이르는 시카고대학 그레이트 북스 리스트에 상당 부분(앞부분)을 천병희 선생 덕분에 원전번역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독자들에게는 내일모레로 다가온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같은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단국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당시에 20여 권, 정년 퇴임하고 명예교수로 주석하면서 집중적으로 번역하신 고전들이 40여 권, 부고 기사에 따르면, 그리고 돌이켜보면 선생의 꾸준한 번역 작업은 인생을 마무리하는 숨 갚은 여정이었던 것 같다. 

천병희의 원전번역이 우리 출판계는 물론이고 우리 현대사에 어떤 의미인지, 내게 천병희 선생이 평생 가꾸신 고전의 숲의 길을 안내한 친구가, 했던 말로 추모의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에 그런 대목이 나와. 지주였던 최참판댁 땅이 얼마나 많았는지, 소설의 공간인 평사리 근동의 주민들은 그 집 땅을 밟지 않고서는 어디를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는……. 이처럼 우리나라 독자들은 천병희 선생이 원전번역한 서양 고전들을 읽지 않고서는 서양 고전에 접근할 수가 없다는…….” 

나는 천병희 선생의 번역서 읽기의 칠부 능선에 겨우 올랐지만, 책을 펼칠 때마다 친구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만석지기 최참판댁의 드넓은 땅들 못잖은 면적의 (서양) 고전의 숲을 평생 일구신 분이 천병희 선생이다. “정년퇴직 이후 20년 동안 하루에 6시간씩 꼬박 고전 번역에 몰두해 하루 60여 행의 적은 소출로도 40여 종의 고전을 번역”(숲 출판사 보도자료)하신 분. 

대학 교수나 강사들, 학자들의 연구 실적으로 번역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한’ 문화, 원전 번역은 기간산업, 말하자면 산업화 시대를 이끈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것이라고 번역의 중요성을 목청껏 외침에도 대통령 공약집에나 실리고 묻히는 ‘특이한’ 나라, “번역청을 설립하시라!”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향년 84세로 생을 마감하신 고전번역가 천병희 선생을 추모하는 내 나름의 글을 쓰면서, 선생이 일생을 통해 남기신 유언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추정한다. 

“2022년 12월 21일 22시 49분에 작고하신 천병희 선생님의 명복을 소원합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022년 12월 24일,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진행될 예정이다.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서양) 고전의 숲을 맘껏 걸었습니다. 그리고 걷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서양) 고전의 숲을 맘껏 걸었습니다. 걷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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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12-22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천병희선생님께서 별세하셨군요 ㅠㅠ
고전이라는 단어에 우뚝 서 계신 분이신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Meta4 2022-12-23 02:05   좋아요 1 | URL
결혼식장에는 안 가도 장례식장에는 꼭 가는데.. 사랑은 하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다. 많이 아프네요. 감사

scott 2022-12-23 0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알았습니다

그리스어 희랍어 원전 번역에 한 획을 그으셨던 분
앞으로 이런 분은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ㅠ.ㅠ

Meta4 2022-12-23 02:11   좋아요 0 | URL
감사, 앞으로 이런 분이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timeroad 2022-12-25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고 기사를 읽었는데, 오늘에야 모처럼 알라딘에 글 하나를 올릴 시간을 내었네요. 감사~

Meta4 2022-12-27 18:25   좋아요 0 | URL
어제 올리신 글 잘 읽었습니다. 홧팅
 
그레이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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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 틈새로 작약이 자라고 있어요. 그레이스』 첫 문장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그레이스>(시즌1, 6화 완결)에는 원작소설이 있다. 실화에 근거한 원작소설이 있다. 논픽션(사실)에 근거한다는 것은 상상력의 한계, 그 임계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인지상정이라고 실제 역사는 매력 포인트,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 선택에서,  이런 콘텐츠를 살피게 된다. 원작소설이  있나, 사실에 근거하였나. 탄탄한 스토리가 있다면  무작정 몰아보더라도,  발견 가능성이 높아  할애한 시간이 아깝지 않다.  그것이 실화에 근거한 원작소설이라면 금상첨화, 꽃 중의 꽃을 기대해도 좋다. 내게 소설  『그레이스』(Alias Grace), 드라마  <그레이스>(2017)가 그랬다. 드라마 전편을 시청하고 책을, 전자책을 구매했다.  <미리보기>의 소설 첫 문장에 꽂혔기 때문이다.  


"자갈 틈새로 작약이 자라고 있어요."

최면시술의 결정적인 순간의 그 시그널처럼, 소설 첫문장이 중요하다는 건 새삼 강조할 필요 없다.  심리학자 등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중요범죄를 저지른 재소자를 찾아가는 익숙한 장면, 때문에 다른 영화들을 떠올리다 드라마의 1/3 지점부터 집중하기 시작했다. 독백과도 같은 그레이스의 회고를 이끌어내고 그 기억을 따라가기에(시간 순) 드라마는 어쩔 수 없었으리라.  그레이스에게는 두 번째이자 마지막 직장이 되는,  키니어 나리 댁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풍경(드라마),  정원에 만개한 꽃이 장미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  그런데 '작약'은 소설 분문에 무려 열여덟 차례나 등장한다(전자책의 미덕). 권말 <옮긴이의 말>에도 한 차례 더 등장한다. 


"그레이스의 꿈에 빨간 작약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소설 한국어판은 두 권(그레이스1과 2),으로 출간(2012년)되었고,  드라마 오픈 시점의 개정판은 한 권으로 펴냈는데(2017년), 696쪽, 적지 않은 분량이다. 옮기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하였고 그 과정에서 옮긴이 나름의 '의견'이 없을 수 없는데, 이렇듯 자주 등장하는 작약에  대해 물음표 하나를 던질 뿐이다. 1843년  캐나다에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미스터리 소설기묘한 매력을 지닌 여인 그레이스 마크스와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의 복잡한 욕망을 파헤치는 심리 소설이다. 실화 바탕, 미스터리. 심리 소설이기 때문에 할 말은 있지만 말하지 않는 선택을 하지 않았나.  소설 첫문장에 이어지는 대목이다. 


"(자갈 틈새로 작약이 자라고 있어요) 헐거운 회색 자갈을 뚫고 올라온 그들은 뱀의 눈처럼 봉오리로 공기를 탐색하다 부풀어 공단처럼 반짝반짝하고 반들반들한짙은 빨간색의 큼지막한 꽃을 터뜨리죠그러다 산산이 땅으로 떨어져요."__1부 <삐죽빼죽한 테두리>(13)

직유에 동원된 '뱀의 눈'이나 '공단(貢緞: 무문無文의 주자직물朱子織物)까지 언급할 시간은 없다. '헐거운 자갈을 뚦고  올라온' 작약에서 핀 꽃이 '산산이 땅으로 떨어지는' 낙하(落下) 혹은 낙화(洛花) 등 섬세한  묘사에는 소설의 주제와 연관된 뭔가가 있다. 뭔가 있지만 그 무엇을 무엇이라고 이름하는 순간 산산이 부서지고 문득 사라질 것 같은 뭔가가, 있다.  이쯤에서 저자(마거릿 애트우드 Margaret Atwood) 화일을 잠시 엿본다. 

"1939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자랐다곤충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매년 봄이면 북쪽 황야로 갔다가 가을에는 다시 도시로 돌아오곤 했다이런 생활로 어울릴 친구가 별로 없었던 애트우드에게는 독서가 유일한 놀이였다.

하지만 독서에만 집중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물과 생태에 대한 관찰력도 함께 갖추었다고 본다. 물레나물목>작약과>작약속인 작약(芍藥; Peony root), 여러해살이풀로 5월이나 6월에 꽃이 피는데 색깔에 따라 홍작약과 백작약이 대표적이다. 이와  비슷한 때 잎이 나고 꽃을 피우는 사촌쯤 되는 식물이 있다. 모란(牡丹; Peony)이다.  역시 물레나물목>작약과>작약속이다.  영어이름에서 보듯,  둘은 사촌 간인데 모란은 작약과 클라스가 다르다. 무엇보다 작약은 여라해살이 풀인데 모란은 낙엽 활엽 관목으로, 나무다.  모란은 잎이 지면 두툼한 가지들을 펼친 채 겨울을 난다. 봄이 오면 줄가에 새순이 돋아 자라고, 곧이어 꽃을 피운다. 그러나 작약은 겨울이 오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죽었다가)  자갈이 짓누르고 있음에도 그 틈새를 뚦고 새로운 줄기가 자라기 시작한다.  그 해의 생명이 새롭게 시작되는 것. 

작약은 해마다 봄이 오면 오로지 땅 속 뿌리의 힘에만 의존하여 새싹을 틔우고 줄기를 형셩한다. 그래서 영어명에서 'Peony'에 'root'가 추가되는 것.  실제로 모란은 뿌리가 깊지 않아, 재배 시 작약 뿌리나 모란 줄기에 접붙이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재래종 모란의 실생묘나 작약을 대목으로, 9월에 접붙인다.  작약 대목은 활착률은 좋으나 수명이 짧고 모란 대목은 활착률을 나쁘나 수명이 길다.  야생의 고욤(산감나무)에 품종이 우월한 감나무 줄기를 접붙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양질의 수확물(열매)을 위해 야생이 강한 종의 뿌리를 이용하는 것.  

들 다 화려한 꽃을 피우고, 뿌리를 약재로 쓰지만,  작약이  약용(藥用)이라면, 모란은  뿌리를 약재로 쓸 뿐 아니라 크고 화려한 꽃으로 유명하여, 화단이나 정원에 관상(觀想)용으로 재배하였다. 해서 모란은 꽃 중의 왕'이라고 화중지왕(花中之王)’ 혹은 나라에서 가장 빼어난 향이란 뜻의 국색천향(國色天香)’ 등으로 불렸다.  꽃말에서도 모란은 '부귀왕자의 품격'인데 작약은 '수줍음'이다.  제대로 자란 모란은 상당히 큰 키를 자랑하며 봄이 오기 전부터 지난 해 꽃을 떠올리면서 기다리게 만든다. 그런데, 작약은 말라비틀어진 줄기마저 제거했다면 어디 심었는지, 어디에서 줄기가 솟구칠지 알 수 없다. 이처럼 해마다 낯설게 등장하기에 정작 본인은 늘 수줍어할 수밖에. 화단이란 공간에서 모란이 정규직이라면 작약은 비정규직쯤에 해당한다.  

자기나 나나 다를 바 없는 하녀이건만 선임이라는 이유로,  토머스 키니어 씨의 하녀 낸시는 안방마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누가 보아도  나리의 정부이기도 하다. 키니어의 집에 도착한 그레이스의 눈에 낸시의 위치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같은 을이면서 갑질을 서슴지 않는 낸시, 이어지는 작약을 언급하는 대목은 이렇다. 


"저는 작약을 곁눈질해요이상한 일이거든요지금은 4월이고작약은 4월에 꽃을 피우지 않아요그런데 제 바로 앞쪽 길가에 세 송이가 자라고 있지 뭐예요슬그머니 손을 내밀어 한 송이를 건드려 봐요바스락거리는 느낌이 나는데알고 보니 조화예요." __1부 <삐죽빼죽한 테두리> 13

모란과 작약은 5~6월에 꽃이 피지만, 모란이 조금 앞서 개화기를 4~5월로 보기도 한다. 물론, 작가는 작약을 언급할 뿐 모란을 거론하지 않는다.  다만, 나리 댁에서 발견한 작약꽃 세 송이는 곧 조화(造花)로 판명되지만, 그해 4월 열여섯 살 손여 그레이스가 문득 마주친 작약꽃, 철 이른 작약꽃은 그녀의 눈에 실제의 모란꽃으로 다가왔으리라, 낸시의 존재감은 그랬다. 중국과 한국 등 동양에서 모란은 부귀와 더불어 장수를 상징하는 꽃이다.  그래서 회갑(요즘은 가족 행사지만)이나 칠순 등 장수를 기념하고 기원하는 행사(상차림)에는 주인공 뒷면에 모란병풍을 세웠다. 근래에 말이 많지만 홍도, 목포, 영산포(나주) 등 홍어가 특산물인 전라도 서남권에서는 피로연에 홍어가 없으면 잔치를 인정하지 않는데, 모란병풍도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행사에서 그런 역할을 했다. 이처럼 대접을 받는 모란의 영광 뒤에는 비교대상으로 작약이 있지 않을까?  그레이스는 첫직장은 친절한 부자인 파킨슨 저택이다. 여기에서 동료이면서 절친, 사수이며 한 침대를 쓰던 메리를 만나 행복한 시절을 보내지만, 메리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고, 그레이스의 이직에 결정적인 요인이다.  요절한 메리의 장례식 풍경이다. 


"애그니스가 장례를 도와주었어요우리는 마님의 허락 아래 정원에서 딴 꽃을 관에 넣었어요. 6월이라 줄기가 긴 장미와 작약이 만발했는데하얀 꽃만 골라서 땄죠저는 시신 위로 꽃잎도 흩뿌리고 제가 만들어 준 바늘 쌈지도 관에 넣었어요빨간색이라 안 된다고 할 수도 있으니 몰래 넣었죠그런 다음 메리를 기억할 수 있게 뒷머리를 한 움큼 잘라서 실로 묶었어요."__7부 <지그재그 울타리> 169

이번에는 백작약이 등장한다. 안데르센의 단편 <빨간 구두>에서처럼 장례나 예배에서 빨간 색은 금기라, 작약도 흰 꽃잎만을 골라서 딴다.  홍작약, 백작약이지만 그래도 작약꽃은 빨간 색일 때 작약답다.  이제 이 소설에서 '작약'의 생태는 본래 의도했던 바, 외연을 확장한다.  


 "꽃이 아니면 좋겠는데……하지만 지금이 그 빨간 꽃이 자랄 철이다공단처럼 반짝이는물감을 뿌린 것 같은 빨간 작약그들이 자라는 땅은 공허텅 빈 공간과 침묵이다나는 나한테 뭐든 말 좀 해 봐 하고 속삭인다공단 같은 빨간 꽃잎을 떨어뜨리며 침묵 속에 느릿느릿 꽃을 가꾸기보다는 대화를 하는 게 낫다." __9부 <하트와 모래주머니> 215

꽃필 무렵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 작약들이 자라는 땅은 공허, 텅빈 공간과 침묵이다.  석방 이후 그레이스의 실제  삶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30년 넘는 수감 생활을 포함하지만 그래도 '작약'보다는 '모란'처럼 오래, 예기치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았다.  드라마에서도 나름 안정을 찾은 그레이스의 이후 생활상이 소개된다.  소설은 그 즈음을 이렇게 다룬다.  여기, 이제 '그녀의' 그림 같은 정원(풍경)에도 작약꽃이 가득 피어 있다. "그레이스의 꿈에 빨간 작약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직 열여섯이 안 된 나이로 나리 댁의 기다란 앞길을 처음 걸어 올라갔던 날로부터 거의 30년이 지났네요그때도 6월이었는데저는 지금 우리 집 베란다에 내놓은 흔들의자에 앉아 있어요늦은 오후이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 평화로워서 그림 같아요. (중략마지막으로 꽃을 피우는 작약도 한창인데분홍색과 하얀색 변종이고 꽃잎이 아주 빽빽해요제가 심은 게 아니라 품종은 모르겠어요그 향기를 맡으면 키니어 나리가 면도할 때 썼던 비누가 생각나요. __15부 <천국의 나무>에서(5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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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5-3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타님의 작약 과 꽃에 관한 설명을 읽으니
그레이스를 다시 읽어 봐야 할 것 같네요

이런 의미가 있었다니!^^

Meta4 2022-05-30 22:16   좋아요 0 | URL
모란은 제 설정이긴 하지만, 닮은 듯 닮지 않은 생태를 지녔지요. 두 번째 시녀 생황을 위해 그 집을 찾아가면서, 그레이스는 ‘메리처럼 살지는 않겠다.‘라는 다짐을 하고 있는 듯. 감사합니다.
 
게르마니아
타키투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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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키투스가 살던 시대는 많이 알려졌지만막상 그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이 역사가는 라틴어로 말이 없다(tacitus)란 뜻의 이름에 걸맞게자신에 대한 말을 극도로 아꼈다.” _ 크리스토퍼 B. 크레브스그는 하버드대학교 고전학 교수로가장 위험한 책』 에서 타키투스를 정식으로 소개하는데, 그 첫대목이다. '가장 위험한 책'이란기원후 98년에 집필된 게르마니아』로, 부제는 '로마제국부터 나치 독일까지 게르마니아』 오독의 역사. ‘제목도 서문도 없이 갑작스럽고 아이러니한 결말만 있는 30페이지(양피지)도 안 되는 소책자에서 작가는 숨을 수밖에 없다그러나 다른 방대작 분량의 저작에서도 작가는 자기 노출를 삼간다. 해서 플루타르코스가 영웅전 꼭지들의 글머리를 쓰듯 크레브스도 '시작하는' 것이다.


앞서 드라마 <바바리안>을 타키투스 활동 당시 지도와 함께 소개했다. 타키투스가 왜 자기 얘기를 극도로 삼갔을까하는 물음에서 글을 이어간다. 디테일한 보고서라기보다는로마를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 게르만족에 대한 소논문 게르마니아를 왜 썼는지집필 동기를 엿보기 위해서다분량이 짧더라고 꼭 언급했어야 할 굵직한 사건이 있는데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있는 것일까? 

굵직한 사건이란 제국 로마가 게르마니아 완전정복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기원후 9년의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다. 드라마 <바바리안>은 이 전투를 재조명한다게르마니아 후손들이 그들의 언어(독일어)로 독일 민족 영웅 아르미니우스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은 역사드라마다집필 이후의 역사 곳곳에서 그랬듯 게르마니아』는 이 드라마의  캐릭터세트(배경및 의상(분장등을 재현하는데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타키투스는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를 스치는 정도로 (로마사의 일부로만) 언급할 뿐이다.  

그런데 독문학자로, 독일 유학 시절 오늘날 희랍어와 라틴어 원전번역에서 독보적인 성을 쌓게 되는( 이 책을 최초로 원전번역한) 천병희 선생은, 주석과 옮긴이 서문 등에서  타키투스가 말하지 않은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  분량이 짧은 책이기도 하지만 옮긴이 주석이 중요한 이유는, 앞서 소개한 한 권의 두툼한 책이 책을 다룬 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60장 중 27(장례)까지게르마니족의 기원과 거주지(1~5), 각종 제도(6~15), 사생활(16~27)까지는 흥미롭게 읽힌다(1부). 2부라고 할 수 있는, 28~46장까지, 게르마니아로 부를 수 있는 부족들을 소개하는데내가 왜 이런 것까지 읽어야 하지, 한숨부터 나온다.  그런데, 6부작 <바바리안>을 보고 나니 이 뒷부분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아르마니우스(아리)는  자신의 양부(養父)가 이끄는 로마군 17,18,19군단을 격파하기 위해 맨 처음, 아버지의 뒤를 이어 케루스키족의 족장이 된다.  그리고 투스넬다와 결혼하는데 정치적인 선택이다투스넬다(드라마의 설정으로 본다)는 경쟁 관계의 부족을 적극적으로 포섭하며, 아리와의 결혼도 그 연장선에 있다. 결정적인 순간동맹이 무너지려 하자 핏빛 희생을 하며 예언을 동원하는 등 위험을 무릅쓴다.  


드라마 <바바리안>에  언급되는,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에 적극 참여한 주요 부족들은 다음과 같다

캇티족(83~86), 부룩테리족(88~89), 카우키족(92~93), 케루스키족(94~95), 킴브리족(96~99)

마르시족도 등장하지만, 별도(장)로 다루고 않는다.(2장 2절, 라인강의 지류인 루어 강과 리페 강 사이에 살던 게르만족, 주석, 지도 참고). 괄호 안은 게르마니아에서 소개되는 부족들의 해당 지면이다그런데 전투는 기원후 9년에 진행되었고타키투스는 98년경에 집필하였다. 소개한 지도상의 해당 부족들의 위치나 점유지가 드라마 속(실제 역사)의 그것과 다름을 알 수 있다어쨌든 해당 부족들은 언급한 대목들을 살펴보자. 그 부족들의 특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을 발췌했다.


*캇티족(30-31):두 장을 할애한다. “게르마니족치고는 판단력과 수완이 뛰어나 지도자들을 선출해 그들의 명령에 복종하는가 하면(83),“행운은 믿을 것이 못 되고믿을 것은 자신들의 용기밖에 없다고 생각한다.”(83) ‘다른 게르마니족은 전투하러 갈지 몰라도갓티족은 전쟁하러 간다.“(84), ”청년이 되자마자 모발과 수염을 길게 기르며용기에 바친다고 서약한 이런 옷을 적을 죽일 때까지 얼굴에서 벗지 않는다.“(85)


*부룩테리족(33):동쪽의 토이토부르크 숲 쪽에서 라인강으로 흘러드는 리페 강 계곡에 살았다. 기원후 9년 바루스가 지휘하던 로마군이 전멸하다시피 했을 때 아르미니우스에게 협력했으며, 기원후 70년 바타이비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도 연루되었다.(88면, 절멸된 부족, 옮긴이 주석으로 대체). 


*카우키족(35):게르마니아는 북쪽으로 툭 튀어나와 있는데(유틀란트 반도), 그 초입에 산다한쪽 끝이 캇티족 나라에까지 뻗어있다그토록 광대한 지역을 이들은 단순히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득 채우고 있다(인구가 많다). 탐욕과 권력욕을 멀리하고 저들끼리 조용히 사는 그들은 전쟁을 일으키지도 않으며이웃 부족들의 재물을 강탈하지도 않는다(그러나 필요할 때는 적극 참전한다).(92~93)


*케루스티족(36): 카우키족과 캇티족과 이웃이다. ”오랜 동안 지나친 평화를 누린 탓에 나약해졌다.“(94, 사실은 내분으로 약해져 쇠락의 길을 걸었다.) 옮긴이 주석에 따르면타키투스는 여기서 이 부족이 주축이 되어 기원후 9년 토이토부르크 숲에서 족장 아르미니우스의 지휘 아래 로마군에 크게 승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기원후 90년경 캇티족에게 제압되어 왕이 추출되고 영토의 일부를 내준독립은 유지했지만 명망은 크게 줄어든,  케루스족의 근 황만을  (조롱하듯언급한다역사적인 전투를 이끈 지휘자가 이들 부족의 족장이었음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르마니우스는 족장인 아버지가 로마와 공물을 부치는 조건으로 휴전하면서 보내야 했던 두 아들(인질) 중 하나다. 뒷통수를 맞은 로마 입장에서는 껄끄로운 존재이다. 


*킴브리족(Cimbri): 다른 부족보다 소개가 길다.(드라마에서는 시캄브리(Sicambri)족) 명성이 자자하던 부족은 지금은 작은 부족이란다. 기원전 113년 유틀란트반도에서 일어난 이 부족(민족)끊임없이 로마제국에 대항하여 치명상을 입혔다타키투스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슬쩍, 아우구스투스 황제1)에게서도 바루스2)와 함께 그가 이끌던 3개 군단을 빼앗아갔다.“(98)라고로마군 2만여 명이 전사한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를 언급한다타키투스가 이 전투를 언급한 유일한 대목이다.


*1)아우구스투스 황제로마 초대황제재위 기원전 27~기원후 14

*2)바루스(Varus). 아그립파의 사위로 기원전 13년 집정관을 지냄. 그가 이끌던 제17·18·19군단은 기원후 9년 현지인 출신 외인부대 지휘관이었던 케루스키족 아리미니우스의 함정에 빠져 토이토부르크 숲에서 전멸하고 바루스는 자살한다최근의 발굴 결과 전투가 벌어진 곳은 오스나브뤼크 시 근처의 늪지대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이 전투로 로마군은 라인 강과 엘베강 사이의 점령지를 포기하고 라인 강 서쪽으로 물러났다.


타키투스는 왜 킴브리족을 소개에(케루스티족과는 달리)그들로부터 입은 로마의 손실을 가감없이 언급하는가? 기원후 39년 가이우스 카이사르(칼리큘라일명 작은 장화‘)가 이들을 크게 위협했다. 하지만 실제 싸우지도 않고 전투에서 이긴 것처럼 켈트족을 게르만족 포로처럼 끌면서 개선식을 했다. 로마사의 해프닝(笑劇)이었다. 기원전 83년에도 도미티아누스(재위 81~96황제도 캇티족이 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승리했다고 개선식을 올렸다. 로마 입장에서는 치욕, 제국 역사에 울린 경종이었다. (게르마니아 )집필 시점에 가까운 역사라서 언급한 것일까로마와의 국경에 있는 캇티족은 당시 케루스티족을 사실상 지배하는 등 건재한 시력이었다. 또한 (당시는) 북쪽 변방에 있지만 킴브리족은 그들을 늘 위협하는 상수(常數)로 여겼음을 읽을 수 있다.


타키투스가 어떤 의도에서 이런 논문을 썼는지의도는 확실하지 않다집필 당시 새 황제 트라이아누스는 라인 강 국경 근처에 머물렀다(제위 기간의 대부분을 전장에서 보내는 <명상록>의 저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떠올리면..). 그에게 로마에 가장 위협적인 야만족은 게르만족이라는 사실을 알리고도미티아누스 황제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이 논문을 썼으리라. 설득력이 있다도미티아누스는 로마 플라비우스 왕조의 마지막 황제로 로마를 공포 정국으로 몰고 갔다. 96년 그가 암살당하자 로마 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타키투스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로마의 원로원 의원이 언론의 자유를 되찾은 지 불과 몇 달 만에 하필 게르만 민족의 기원과 관습"을 쓴 이유는? ”게다가 그 근처에 가 보지도 못했을“(가장 위험한 책) 타키투스가 말이다일리아스』 2권의 함선 목록처럼 게르마니아』 2부의 부족들 소개도 지루하게 느낄 수 있지만거듭 읽는 동안관련 드라마나 영화를 함께 보는 동안 숨은그림찾기처럼 발견하는 것들이 있다. 아래는 현대 독일과 그 주변  지도.  위의 지도(스캔)는 아래  지도와 유사하게 트리밍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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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4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24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00. 비전을 내놓으라 했습니다비전을 생각해 봤습니다제 마음에 가장 드는 비전그것은 전두환 대통령이 5공 때 내놨던 정의로운 사회였습니다노태우 대통령이 내놨던 보통 사람의 시대도 상당히 매력 있는 비전이었습니다. (중략저도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저도 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이렇게 말할 때 제 가슴은 공허합니다그 말을 누가 못하냐누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2001.12.10. 노무현이 만난 링컨』 출판기념회 및 후원회 연설. 20노무현재단 (엮은이돌베개 2022-05-16


#01. 게르마니아 부족들은 도시에 살지 않으며서로 연결된 집들에서 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그들은 샘이나 들판이나 작은 숲에 마음이 이끌리는 곳이 있으면 그곳에 여기저기 흩어져서 서로 떨어져 산다또한 우리처럼 건물을 서로 다닥다닥 붙여 마을을 설계하지 않으며각자 화재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든 아니면 건축 기술이 부족해서든 집 주위에 빈 공간을 남겨 둔다. __16. <취락 형태와 주거지>에서


#02. 그들보다 더 연회와 환대에 탐닉하는 종족은 없다어떤 사람이든 문밖으로 내쫓는 것은 죄악시된다주인은 형편이 닿는 대로 한 상 잘 차려 손님을 환대한다식량이 떨어지면 지금까지 주인 노릇을 하던 자가 다른 숙소로 안내하기 위해 손님과 동행한다두 사람은 초대받지도 않고 이웃집으로 간다초대를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그들은 어차피 환대를 받으니 말이다. __21, <반목과 우정은 대물림된다손님 환대>에서


#03. 그 믿음은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깊이 뒤얽힐수록 서로 성가시러워진다살다보면 나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이 한둘은 나오기 때문이다이를 피할 도리는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지나치게 관계가 깊어져 서로에게 어느덧 끔찍할 정도로 무거워진 덕분에 문제가 생긴다어머니 말씀처럼 사람이나 집이나 약간의 거리를 둬 통풍이 가능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그것이 최소한의 예의인 듯 싶다.__약간의 거리를 둔다, 120약간의 거리를 둔다』 ,



#04. 인용 #01과 #02의 출처는 게르마니아이고. #03약간의 거리를 둔다[소노 아야코),김욱 옮김책읽는 고양이, 2016-10-20 원제 人間分際(2015)]이다인간(人間)에 사이 간()이 있고인격(人格)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정한 간격(格: 나무들처럼)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비로소 우리가 놓친 것은단지 사람과 사람 사이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생물체  중 하나로서 우리 인간이 너무 오만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5.  적어도 위의 책들은 코로나19 이전에 출간되었거나 발언한 것이다. 그래서 의미구나, 했다. 인용1에서 감탄하는 것은 마음에 와 닿는 풍경(자연) 속에 슬며시 보금자리를 놓았다는 것. 인용2에서는 추위도 있지만, 그러므로 그렇게 손님을 환대하는 문화가 연결되어 있다. 인용3 작가를 최근에야 좀 다른 정보로 살폈다. 소노 아야코(1931~ )는 일본의 보수주의 작가다. ‘약간의’와 ‘거리’의 다른 맥락, 일본의 대표적인 혐한주의자로 활약하고 있다는데, 이것도 간격이라면 간격인 듯 


#6. 어쨌든, 약간의 거리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든, 심리적인 거리 유지에 실패한 인간 무리에게 물리적인 거리 유지가 필요하다 한 수 가르치고 있다. 자연이든, 늘 사이에 있는 신이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든,  이런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단다. 그 섬, 찾다가 우린 헤매는 듯. ‘사이에’ 뭔가 있다. 들판이나 작은 숲 마음 이끄는 곳에 그들처럼, 노마드처럼 임시 거처라도 마련하여 일부가 되고 싶다. 사는 동안 임시 거처 아닌 곳이 어디에 또 있을까? 말로만 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의 차이 혹은 거리(인용#00) 사이에, 거기에, 뭔가,  있다. 열세 번째 그날이 내일 모레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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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2 0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넷플릭스 <바바리안시즌1(모두 6)은 독일에서 제작한 드라마로 독일학자들이 고증하였고 언어도 독일어랍니다. 기원후 9년 게르마니아 토이토부르크 숲(Teutorburger Wald)에서 벌어진 게르만족 연합과 로마군 사이의 전투를 다루고 있답니다.  그로부터 100여 년  후 타키투스(기원후, 55년경-117~130년 사이) 활동기의 지도입니다.  『게르마니아』의 부록을 스캔해서 올립니다.  한반도의 지형이 동고서저라,  높은 동쪽에서 낮은 서쪽으로 강이 흐른다면, 이곳에선 북쪽이 낮고 남쪽에 낮아.,  강도 남에서 북으로 흐르고, 그래서 게르마니아의 하부와 상부도 나뉘는 것 같습니다.  상부게르마니, 형관펜으로 표시한 부족들이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에서 로마군 3개 군단(2만여 명)를 궤멸시킨 주역들입니다.  드라마의 주인공 아르마니우스는 케루스키족 족장의 아들로, 동맹의 조건으로 로마에 인질로 끌려가 로마군 전사로 자랍니다. 그의 양부인  로마 장군 바루스가 게르마니아 총독으로 부임하면서 그는 '경계인'으로 살아가고, 정체성을 회복하며, 부족연합을 이루고, 대승을 거두는 데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우선은 지도를 참고하면서,  『게르마니아』 옮긴이 서문만 읽어도(미리보기) 드라마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오늘날 세계에는 다양한 경영 패러다임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대륙마다 다르고 국가마다 다르다매우 거친 방식으로 분류한다면 인사조직 측면에서 크게 두 종류의 패러다임이 있다하나는 영어권을 중심으로 하는 앵글로색슨 모형이다이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경영방식으로 피라미드 구조로 조직을 설계한다다른 하나는 독일어권을 중심으로 하는 게르만 모형이다이는 분권화된 경영방식으로 수평적 네트워크 구조로 조직을 설계한다." (최동석 성취 예측 모델

, 248-249)


지방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방자치 단체장 등 지역 일꾼들 뽑는 선거입니다. 앞서 새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의 대통령. 말 그대로 중앙집권적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자치는 지방정부의 재정과 행정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지방정부의 재량권 강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나도 거칠게 말하자면, 하나는 앵글로색슨 모형에서, 다른 하나는 게르만 모형에서 장점을 취하지만, 대립적이라 상호 보완하지 않으면 갈등은 일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라!" 재정자립도 낮은 상당수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게 이런 요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방정부 내 조직이 중앙집권식(앵글로색슨 모형)으로 설계되고, 작동된다면, 분권화, 명분 채우면서 장점 살리기, 주장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게다가 '관내(管內)'라는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는 힘이 작동하는 것까지, 분권화된 지방정부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그런 생각 합니다. 좋다는 것 다 가져왔다고 좋아지는 것 아닐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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