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 그리고 고두심, 이병헌 그리고 이정은까지, 매주 2회분 업그레이드되는 <우리들의 블루스>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16부작이겠지 했는데 지난 주말에도 2회분이 방송되어 또 보고 있다. 대체 몇회까지 가는가 살피니 20부작이란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언제까지 가도 언제 끝나도 이의제기를 할 수 없는 드라마인 것 같다. 책으로 치면 단편집 혹은 중편 모음집이기 때문이다.
이문구의 소설 『우리 동네』와 같은 설정이기 때문에 그렇다. 한 달쯤 살아보고 싶은 제주특별자치도가 배경인 점이 있고, 특별하게 1인 혹은 몇몇 주인공에 집중한 서사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김혜자 그리고 고두심 하면 생각 나는 드라마 <전원일기>의 연장 혹은 그 드라마가 가진 롱런의 조건을 갖추었다, 20부작이란다, 그런데 더 가도 상관없이 나름의 시청율을 유지할 것 같다.
한 집안 살림의 디테일을 거의 다 알고 있는 농촌(어촌) 공동체가 배경이다. 전지적 관찰 시점이 통용이 된다. 때문에 이 집 또는 저 집의 이야기가 다 드라마의 소스다. 익명의 도시라면 안 되는 이야기가 이야기가 된다. 그러므로 누구나 주인공이다. 그렇게 단편소설집, 중편소설집 연작처럼 주인공이 된다, 될 수 있다.
이 드라마가 '제주의 삶'을 제대로 짚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인색한 톤으로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은 것만으로도 '좋음'이다. 그리고 생각나는 소설집이 있다. 『갈보콩』이다. 『갈보콩』에 등장하는 편편의 주인공의 성들이야 김씨도 있고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동네> 연장선에 있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좀 쎄다.
영화를 보면 엔딩크레딧 이후, 익숙한데 하면서 촬영지 내지는 협조해주신 데에 대한 기록이 올라간다. "저 사람 뭐야" 그냥 한 회일 뿐인데 꼼꼼히 살피는 직원 때문이 보내는 시선이 어둠 속에서도 느껴져 늘 갈등이지만, 그 촬영지와 배경만은 아니지만 지자체의 예산이 투입되었구나, 하는 것까지 살피고 극장을 나온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우리 드라마 역사의 이정표 하나가 될 것 같다. 16+20회, 그 이상도 될 것 같은데.. 21세기의 <전원일기>로 지속가능ㅎ란 요소를 갖추었는데... 지켜보겠지만, 나름대로 가진 설정을 낭비하지 않기를, 극 속에 문득 다큐의 주인공 최불암 샘이 서귀포 어디쯤을 방문해서 '먹방'을 하는 설정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거긴 없고, 여긴 있는, 거긴 없는 것 당연하고 여긴 있는 것 당연해야 하는 그 설정 속에 <전원일기>가 있었다. 변화되는 농촌 삶과 동떨어지면서 그 생명은 끝이 났다. 무서운 곳은 농촌이 농촌다워야 하는 대로의 복무지을 이행할 필요가 없어진 현실이 더 슬프다, 제주는 우리니라 대표 '섬'이다. 그야말로 지방자치다. 그것 잃으면 안 된다. 그런 생각한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대한 나의 편견은 '제주도 여행'이구나, 였다. 그런데 이쁘게 감사하게 보고 있다. 지지는 100도 가능할 것 같은데.. 그리고 이미 얘기했지만 또 하나 여기에는 주인공이 없고(없어야 하고) , 딱히 내세울 사람이 없다. 없어야 한다. 그것이 설정이고 그것이 힘이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받은 오해는 화려한 캐스팅이다. 아니기도 하고 그런 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