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무심코 썼는데 일본에서 유래된, 일본의 무사 문화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이해가 바로 온다. 그런데, 이 칼은 실제로 쓰는 칼이라기 보다는 그 존재 자체로 정통성('자부심' 혹은 '자존심')을 입증하는 상징으로, 컬렉션만으로도 영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길이 보존하세" 말하자면 서양 중세를 떠올리면 등장하는 봉건 영주 가문의 문장(紋章)과도 유사한 것이다. 무심코 받아들이는 '프레임'이란 개념도 그런 것 아닐까?
02.
비주얼은 『은유로 보는 한국 사회』(나익주 지음, 2020)의 표지다. 한국 사회에 '프레임'이란 용어 혹은 개념을 유포한 저자가 쓴 일종의 사례집, 열심히 읽었다. 가장 궁금한 대목이 있었는데 나름의 답이다.
"프레임 형성 이론에서 말하는 '프레임'이란 개념적 은유 이론에서 말하는 '개념 영역'에 해당한다. 물론 '개념 영역'이 적용 범위가 넓고 시간상 안정적이어서 정적인 특성을 가지는 반면, '프레임'은 발화 순간 적용 범위를 한정하고 실시간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동적인 특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개념 영역'과 '프레임'은 미세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 여기(이 책에)서는 두 개념 차이가 초래할 수도 있는 학문적 중요성을 논의하지 않기에, '개념 영역'과 '프레임'을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프레임'은 동(動)적이다. 달리 말하면 의도가 분명하다. 뉴스가 그렇듯 굿 뉴스보다는 배드 뉴스, 곧 내거티브에 익숙하다. 그 자체가 내거티브다. 필자는 이렇게 해석하는데 현실이기도 하다.
03.
노승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말하기 시작하였다.
"여기 입구는 좁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깊고 넓어지는 병이 있다. 조그만 새 한 마리를 넣고 키웠지. 이제 그만 새를 꺼내야겠는데 그동안 커서 나오질 않는구먼----- 병을 깨뜨리지 않고는 도저히 꺼낼 재간이 없어. 그러나 병을 깨선 안 돼. 새를 다치게 해서두 안 되구. 자, 어떻게 하면 새를 꺼낼 수 있을까?"
(『만다라』40면) 소설 속 자암 스님 말씀)
04.
플라톤이『국가』에서 소개한 동굴 우화만큼이나 해석의 여지가 넓은 혼란을 주는 화두다.
05.
순간의 꽃, 꽃이 되는 찰나의 관심사는 한 컷의 사진, 한 편의 시, 책의 표지(디자인)인데. 그 사례로 이 표지를 골랐다. '병 속의 새'라는 화두와 프레임(혹은 한 개념을 강조하는 다른 개념)에 빗댄 것까지는 좋았는데, 말아 많았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06. 또 하나의 아쉬움은 필자도 말이 많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