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반역인가-우리 번역 문화에 대한 체험적 보고서』(박상익 지음, 푸른역사, 2006-02-10 초판출간 2006년) 표지 

이 책은 현재 절판된 상태다. "지금까지 번역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더디지만 꾸준히 그리고 정확히 번역을 하고자 노력해온 저자 박상익은 ‘번역은 반역이 아닐 뿐더러, 우리는 그들처럼 번역의 근원적 문제를 따지고 있을 팔자가 아니다’고 꼬집는다."(이 책의 출판사 책소개 중) 그러나 번역가들을 위한 환경은 거의 나아지지 않았고, 물가인상을 감안할 때 그나마 지급되던 번역지원금도 줄어든 상태. 박상익은 이 책의 전면개정판이라고 해야 할까, 나아지지 않은 번역 환경에 대한 격문을 담은 또 한 권을 책을 펴낸다.  

『번역청을 설립하라-한 인문학자의 역사적 알리바이』(박상익 지음, 유유 2018-01-08)가 그 책인데, 12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은 국가의 번역지원사업(여느 기간산업과 다를 바 없건만)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까지 몸소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의 맨 마지막에 위 표지사진을 올리고, 표지 디자인 관련 에피소드를 밝혀 놓았는데, 안타까운 현실을 담고 있으면서도 흥미롭다. 


"이 책(『번역은 반역인가)의 편집이 다 끝난 후 편집자가 연락을 해 왔다. 표지 디자인을 맡기는 단계인데 디자이너에게 책의 콘셉트를 한마디로 뭐라고 전달하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즉각 "분노!"라고 대답했다. 한글이 자랑스럽다고 떠들어 대면서 그에 상응하는 한국어 콘텐츠 확충에는 무관심한 우리 사회의 이중성에 대한 분노가 이 책의 집필 동기였기 때문이다."



화질이 좋지 않아서인지, 표지디자인의 컨텝트인 '분노'가 어떻게 담겨 있는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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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무심코 썼는데 일본에서 유래된, 일본의 무사 문화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이해가 바로 온다. 그런데, 이 칼은 실제로 쓰는 칼이라기 보다는 그 존재 자체로 정통성('자부심' 혹은 '자존심')을 입증하는 상징으로, 컬렉션만으로도 영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길이 보존하세" 말하자면 서양 중세를 떠올리면 등장하는 봉건 영주 가문의 문장(紋章)과도 유사한 것이다. 무심코 받아들이는 '프레임'이란 개념도 그런 것 아닐까? 

02. 

비주얼은 『은유로 보는 한국 사회』(나익주 지음, 2020)의 표지다. 한국 사회에 '프레임'이란 용어 혹은 개념을 유포한 저자가 쓴 일종의 사례집, 열심히 읽었다. 가장 궁금한 대목이 있었는데 나름의 답이다. 

"프레임 형성 이론에서 말하는 '프레임'이란 개념적 은유 이론에서 말하는 '개념 영역'에 해당한다. 물론 '개념 영역'이 적용 범위가 넓고 시간상 안정적이어서 정적인 특성을 가지는 반면, '프레임'은 발화 순간 적용 범위를 한정하고 실시간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동적인 특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개념 영역'과 '프레임'은 미세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 여기(이 책에)서는 두 개념 차이가 초래할 수도 있는 학문적 중요성을 논의하지 않기에, '개념 영역'과 '프레임'을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프레임'은 동(動)적이다. 달리 말하면 의도가 분명하다. 뉴스가 그렇듯 굿 뉴스보다는 배드 뉴스, 곧 내거티브에 익숙하다. 그 자체가 내거티브다. 필자는 이렇게 해석하는데 현실이기도 하다. 

03.

노승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말하기 시작하였다. 

"여기 입구는 좁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깊고 넓어지는 병이 있다. 조그만 새 한 마리를 넣고 키웠지. 이제 그만 새를 꺼내야겠는데 그동안 커서 나오질 않는구먼----- 병을 깨뜨리지 않고는 도저히 꺼낼 재간이 없어. 그러나 병을 깨선 안 돼. 새를 다치게 해서두 안 되구. 자, 어떻게 하면 새를 꺼낼 수 있을까?"

(『만다라』40면) 소설 속 자암 스님 말씀)

04. 

플라톤이『국가』에서 소개한 동굴 우화만큼이나 해석의 여지가 넓은 혼란을 주는 화두다. 

05. 

순간의 꽃, 꽃이 되는 찰나의 관심사는 한 컷의 사진, 한 편의 시, 책의 표지(디자인)인데. 그 사례로 이 표지를 골랐다. '병 속의 새'라는 화두와 프레임(혹은 한 개념을 강조하는 다른 개념)에 빗댄 것까지는 좋았는데, 말아 많았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06. 또 하나의 아쉬움은 필자도 말이 많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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