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을 대표하는 리터러리 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
스웨덴 시내 한복판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 그리고 한 이슬람 이주 청년의 긴박한 하루
소수자, 약자, 혹은 혐오 대상으로서 살아가는 한 인간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 낸 문제작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는 2010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타이무르 압둘와하브(Taimour Abdulwahab)라는 남성의 자살 폭탄 테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스웨덴은 이백 년 넘게 어떠한 전쟁과 분쟁도 겪지 않은 중립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민 2세대인 케미리는 이 작품을 통해 스웨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공포와 불안을 퍼뜨리는 테러, 그와 함께 확산되는 인종차별주의와 이슬람 혐오주의, 그리고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소수자, 약자, 혹은 혐오 대상으로 살아가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류 사회’의 시각에서는 관찰할 수 없는 이민자-외국인-이방인의 모습과 생각을 보여 줌으로써 주류 문화와 비주류 문화 간의 소통과 교류를 시도하는 케미리는, 새로운 주제와 서사 기법으로 스웨덴뿐만 아니라 유럽 문학 지형도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문제적’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2015년 6월 25일 ~ 7월 1일
- 당첨자 발표 : 7월 2일 (리뷰 작성 기간 : ~7월 14일)


2. 모집인원
- 10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 해주세요.(필수)
-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서평단 응모 링크(https://goo.gl/wiEUIv)를 클릭하여 설문지 작성

4. 당첨자 미션
-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서평이 등록되지 않는 경우 추후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처 없이 사랑하고 싶다 - 사랑하지만 상처받는 이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박규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면서 상처 없이 그 관계가 존재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 궁금증의 답은 부정적이었다. 지금껏 살아온 내 경험으로 보자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니까 이렇게 상처 주고 상처 받는 일이 계속 이어질 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배르벨 바르데츠키가 들려주는 행복한 관계 만드는 법으로 그 상처를 극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자의 전작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대부분 이러했다. 상처받은 영혼들, 그 영혼을 달래주는 일, 그렇게 행복해지는 길을 말하고자 애쓰는 게 보였다. 2010년 출간된 <너에게 닿기를 소망한다>의 개정판인 이 책을 이미 읽어본 사람도 있겠다. 나는 그때 끝까지 읽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개정판 출간이 더 반갑다.

 

꾸준히 사랑해야 할 관계들이다. 기본적으로 가족부터 친구, 동료, 지인들. 그 외 많은 사람에게 받는 마음의 상처가 어떻게 다독여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랑하며 보이는 이기심이 상처를 부른다. 높은 기대감, 지나친 집착 같은 변질된 사랑이 상대를 아프게 하고 병들게 한다. 거기에는 자기애가 곁들여진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이 되어 상대의 감정을 돌보지 않기에 사랑의 부정적인 면을 만들어 상처를 내는 것. 그 상처들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하고, 나아가는 삶을 만들기 위해 저자가 다정하게 처방을 내린다. 내면의 나를 들여다보고 다독여주고 안아주라는 말. 처방이라고 내놓은 말들이 다 따뜻한 말들이다. 손짓과 품이 만들어내는 포근함이다. 거창한 무엇이 필요한 게 아니어서 ‘이런 게 필요한 거였나?’ 하는 웃음도 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가장 필요한, 정말 간절했던 반창고는 바로 이런 게 아니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여기에서 9가지 방법으로 그 상처를 다독여주라고 말하고 있지만,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어디 그 방법이 9가지뿐이겠나. 누군가에게는 더 모자랄 수도, 더 많은 수도 있겠지. 저자가 내린 처방을 근거로 그 치유를 가능하게 하는 범위를 넓혀갈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게 바로 이 책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말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사적인 도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의 신간 소식이 반가웠지만, 이번 세 번째 도서의 저자에 대해서는 그리 궁금하지 않았다. 그냥 편하게 읽히는 책 한 권을 만날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이 책을 얼마쯤 읽었을까, 저자의 글에서 '제임스 설터'가 몇 번 언급된 부분을 보다 생각났다. 아, 그 책의 번역가였구나. 제임스 설터의 전작 두 권을 읽으면서 봤던 이름이었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번역가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했던 작품이었다. 감정적으로 흥분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제임스 설터가 그렇게 썼는지, 아니면 번역가의 번역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법 담담하게 읽었던 여운 때문이었다. 저자와의 그런 인연(?)이 생각난 순간, 이 책이 달리 보였다. 편하게 읽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흥분되지 않는 감정의 선을 더 그어갈 수 있다고 생각되기 시작했다. 분명 어떤 감정이 들어가 있기는 한데, 내가 읽은 이 책은 감정의 흐름보다는 조금은 담담하게 읽혔다. 저자의 말투와 흐름이 여전했다는 느낌?

 

무엇을 강요하거나 억지스럽게 소개하려는 애쓰는 게 없다. 담담하게 풀어가는 일상의 한 부분이며, 저자의 생활 대부분을 이루는 책과 예술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지극히 사적인 저자의 시선을 담은 뉴욕이란 도시 생활기이자, 그곳에서 살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일기처럼 풀어낸 글이다. 때론 타지에서 겪는 향수가 살짝, 삶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세상 보기가 약간, 그림과 작가에 대한 지식이 많이, 담겨 있다. 자신이 걸어온 길과 자신이 쓴 글을 되짚어보는 일이자, 앞으로의 시간을 꾸려갈 어떤 마음의 확인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시선으로 읽게 했다. 무엇보다 저자의 사적인 도시의 이야기다, 그동안 내가 뉴욕이란 도시에 가졌던 선입견을 흐리게 했다는 거다. 상당히 거리감 있게, 뭔가 어울리지 못하고 삭막하게, 바삐 돌아가는 세상의 표본처럼 여겼다. 그런데 말이다. 저자의 글을 읽다 보니, 뉴욕이든 어느 도시든 특별해지는 건 한순간이더라. 그 특별한 감정을 함께한 곳이 저자에겐 뉴욕이었을 뿐이다. 뉴욕에서 살면서 크게 작게 저자가 겪어간 시간이나 장면이 저장한 기억이 이 글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러한 것들이 모여 저자에게 특별하고 사적인 도시로 만든 거다. 그 도시 전체가 아니라 저자를 품었던, 저자가 걸었던 그 길이 이젠 그냥 도시가 아니고, 그냥 길이 아닌 게 된 것. 읽다가 문득, '나에게 그런 도시는 어디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아쉽게도 그런 특별한 기억저장소로 들어갈 도시가, 나에겐 없더라.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숨 쉬고 걸었던 그곳의 이야기가 사적이고 특별해 보였다. 반면에 그 특별함에 속하지 않은 나도 불편하지 않게 읽을 수 있게 한다. 낯선 곳을 걷는 기분으로, 낯선 사람들과 웃는 얼굴을 마주하는 표정으로, 낯선 기분을 즐기게 하면서.

 

사람들이 내가 쓴 책에서 원하는 것은 결국 뉴욕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의 처음부터 나에게 뉴욕이란 도시는 중요했다. 내가 태어난 도시가 아니라 내가 살기로 선택한 도시. 뉴욕은 나라는 개인에게 매우 사적인 은유였다. 내가 자라나며 불만을 품었던 중산층적 가치들의 전복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 안정과 위생과 효율보다 도전과 거침과 우회가 인정되는 곳, 불가능하게 치솟은 빌딩들처럼 위대함이 꿈꾸어지고 시도되는 장소로서의 은유. 뉴욕은 내 삶의 변명들을 뭔가 다른 것으로 바꾸어가는 데 필요한 나만의 내면적 장치였다. (87~88페이지)

 

거의 모든 예술가의 도시라고 여겼던 곳. 뉴욕의 갤러리들과 거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게 한다. 공연과 영화를 찾아다니며 음악으로 귀를 붙잡고, 그 시대의 패션과 스타일을 그리게 한다. (이 책은 2005~2010년까지의 기록이다) 예술 작품들을 이야기하고, 무심코 책 한 권을 꺼내 어느 구절을 찾게 한다. 사실 나에게는 저자의 관심사나 기록, 저자가 언급하는 예술 작품들의 흥미로움이 그대로 전해지지는 않았다. 내가 잘 몰라서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다. 하지만 저자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예술을 대하는 자세와 의미를 고민하게 한다. 평범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공기가 존재하는 듯하면서도, 그 진지함과 특별함에 눈길을 머물게 하곤 했다. 한편으로는 그 분위기를 끌어가며 뭔가 더 말하고 가르쳐주려고 하는가 싶었는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읽는 이에게 강요하는 게 없어서다. 그저 저자의 생활 주를 이루는 것들을 얘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이런 관심사가 있고, 이런 일을 하며, 이런 사람들과 이런 시간을 보내며 살고 있다. 바로 여기, 뉴욕에서...'라고 말하는 듯이.

 

언급되는 작품들과 작가들의 이야기에서, 미술을 보는 전문적인 눈을 가지면 좋겠다는 부러움의 시선도 가지게 된다. 그림을 자유롭게 보면 된다고 하지만, 제대로 볼 줄 아는 자연스러운 지식을 말한다. 여러 작가를 말할 때는 애정과 관심이 넘쳐 보였고, 그들의 작품과 생을 들려줄 때면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들을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관심 두게 된다면 예술을 접하는 깊은 눈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많이 들어본 작가도 있었지만, 저자가 어디에 아껴두었다가 꺼낸 것처럼 생소하게 들리는 작가도 있었다. 아마도 여기서 저자의 취향을 살짝 엿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패션, 미술, 문학 등 다양하게 그 취향의 멋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자가 번역한 작품들, 애정 있게 보는 그림들, 시대의 흐름을 말하는 패션의 대가들. 서로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든 작가와 작품들의 이야기가 연결된 듯하다. 같은 공간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다.

 

위대한 질문이야말로 큰 영감을 준다. 위대한 예술작품들은 모두 위대한 질문이었고 다른 작가들이 밟고 올라서는 토대였다. 이렇게 우리가 방을 채워가는 수많은 답들은 그 자체로 다시 방만한 질문이 된다. 과연 우리가 이들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이 중요한 것들을 누구의 힘으로 어떻게 지킬 것인가. (171페이지)

 

뉴욕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느낌이 강했다. 오랜 시간 뉴욕에 머물면서 보고 듣고 겪었던 저자의 시선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곳과 이곳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말이지. 몰랐던 장면들에 낯선 시선을 던지면서도 신중하게 듣게 하면서, 단어 하나가 품은 여러 의미를 어느 순간에 어떻게 꺼내야 하는지도 고민하게 한다. 이건 아마도 살아가는 태도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적용하는 듯하다. 매일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적어낸 것을 이렇게 한 권으로 만나게 되어, 독자의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아, 이런 문화의 이야기가 여기서 들려오는군요.'라고 알게 되었다고 말해야만 할 것만 같다. 번역자로 만났던 저자 특유의 분위기가 글 곳곳에 녹아있어 이국의 도시를 이야기하는데도 친근함은 있다. 번역자로만 알고 있던 저자의 이름에 다른 이름이 많이 더해질 듯하다.

 

 

덧)

책 재킷을 벗겨내어 펼치면 안쪽에 자리한 뉴욕의 지도가 하나의 산책로로 정리되어 있다. 손끝으로 그 산책로를 짚어가며 눈으로 걷는 길을 만끽해도 좋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80도 - 관점을 뒤바꾸는 재기발랄 그림 에세이
김수현 글.그림 / 마음의숲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괜찮아, 오늘도...『180도』

 

 

가끔, 뻔한 그 말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랫말처럼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말에 위로를 얹어보고, ‘괜찮아’라는 말에 어깨를 기대고 싶은 순간이 있다. 별일 없는, 별 기대 없이 흐르는 하루였을지라도 말이다. 괜찮을 거로 생각했던 일들이 괜찮지 않은 것으로 결말이 나곤 할 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알게 되는 건 만만하지 않은 세상이라는 것, 없는 게 메리트라는 것만 확인하게 되는 순간의 반복. 입버릇처럼 쉬운 게 없다는 말. 휴... 그래도 살아가고, 또 살아내야 하는 게 인생이라는 듯 오늘도 숨 쉬고, 버티며 또 걷는다. 뚜벅뚜벅. 자신에게 거는 주문처럼.

 

김수현이 전하는 뒤집어본 생각들 역시 그 걸음에, 위로와 용기에 한 손을 보탠다. ‘이렇게’ 보던 것을 ‘저렇게’ 볼 때 달라지는 것들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세상을 180도 뒤집어 바라보니 전혀 다른 방향에서 다가오는 것들로 살아갈 만한 세상을 꿈꾸게 한다는 것. 이런 말들과 생각 역시 별거 아닐 수 있는데, 그 별거 아님을 쉽게 찾지 못해서 이런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게 아닐까 싶다. 어디 들어갈 데 없나 싶어 숨을 구멍을 찾아 헤매고, 이 비를 피할 곳 없나 싶어 넓은 처마 밑을 찾아 두리번거리게 하는 상황들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목소리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들, 그렇게 보면서 생각하는 것들이 고개를 약간 기울이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일상의 여러 장면과 생각으로 풀어낸다. 30도에서 시작한 고개의 기울임이 60, 90, 120, 150, 180도에 이르러 정반대의 시선으로 왔을 때 비로소 느끼게 되는 것. ‘이렇게 보는 것도 괜찮네’ 하는 시선의 변화가 만들어낼 긍정의 후기가 그려진다.

 

안다.

사는 게 때론 계란 노른자 마냥 퍽퍽하다는 것을.

때론 삶의 중력에 짓눌려 버릴 것 같다는 것을.

그러나 이런 퍽퍽함 속에서도

누구의 ‘탓’인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은 나의 ‘몫’을 해나가는 것이다. (62페이지)

 

저자가 말하는 청춘의 특권, 실패할 수 있는 자유. 도망치거나 겁먹지 않고 용기 낼 수 있게 하는 한 마디가 짧은 글 속에 가득하다. 생각을 180도 바꾸니 세상이 180도 만만해진다는 정의를 몸소 실험해보고 싶게 한다. 실제 나를 둘러싼 환경이나 상황이 금방 바뀔 게 아님을 알지만, 그 불행이나 고통이 뒤집힐 수 있는 방법은 뜻밖에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늘 모르는 척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이런 책, 이런 문장이 하나씩 찾아와 글자를 굵게 칠하고 상기하게 한다. ‘여기, 이런 말도 있는데? 이런 시선도 있는데? 어때? 괜찮지?’

 

사소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이 뒤집어 본 생각 한 번으로 얼마나 다른 자세를 만드는지 굳이 여러 번 말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아니까 한 번만 더 언급하고, 아니까 더 잘해볼 수 있는 시도, 아니까 긍정의 결말을 기대하는 바람으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김수현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에 저자가 보태고, 독자가 빠져들면 좋을 메시지들이다. 특별할 것 없고 부담스럽지 않는 읊조림 속에서 조금은 다른 세상을 맛보고 싶다면, 한 번쯤 펼쳐 들고 그 소박한 울림에 동참해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의 목표를 찾지 못해 꼼짝달싹 못할 때에는, 그것이 나중에 어떤 의미 있는 것이 되리라고 생각하기 힘듭니다. 오히려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초조해지겠지요. 하지만 나중에 되돌아보면 반드시 무언가 얻은 것이 있을 겁니다. 그 당시에는 아무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쓸모없는 것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의 힘 110페이지)

 

이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나. 나중에 되돌아보면?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그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난 후에, 많은 것이 떠나간 후에, 사라진 후에야 알 수 있다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그럼 그렇게 지나간 시간과 많은 것은 어떻게 되찾아야 하는 건지 답이 없다. 아니, 그렇게 들렸다. 막연하게 하는 말은 내 입에서 맴도는 것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인문학자까지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어 암담했다. 너무 느긋하게, 아무런 불행도 겪어보지 않은 채로, 그냥 다 잘될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좀 삐딱해졌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런 느낌도 잠깐이었다. 뭔가 위로와 토닥임을 건네는 듯한 그의 말에, 근거 없는 안도감까지 밀려오는 것처럼 잠시 멍해도 좋을 것만 같았다. 혹시나 차근차근 말하는 투가 지루한 설득처럼 들리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차분히 들을 수 있어서 진중하게 들리는 그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흔하디흔한 단어처럼 들리는 ‘마음’이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 어떤 힘을 얘기하면서 세상 살아가는 모습과 접목하려 하는지 기대됐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토대로 저자의 마음 이야기는 시작한다. ‘왜?’ 왜 굳이 그 두 책으로 마음의 힘을 꺼내려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강상중의 책을 끝까지 읽은 게 없어서 아쉬운 마음에 펼쳐 들고 싶었던 이유가 크다. 두 책을 이미 읽은 독자라면 저자의 이 책으로 같이 얘기 나누는 듯한 느낌을 받을 듯하다. (아마 독서토론 하는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마음』이나 『마의 산』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저자의 이야기를 소화하거나 공감하기에 무리가 되진 않는다. (책의 뒷부분에 두 책의 대략적인 줄거리가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다) 『마음』의 주인공 ‘나’(선생을 지칭하는 ‘나’와 선생의 유서를 받은 ‘나’)의 생각과 『마의 산』에서는 요양소에서 7년의 세월을 보내게 되는 주인공 한스의 여정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이야기의 토대로 삼는다. 답 없는 고민과 방황으로 세월을 보낸 것처럼 보이는 두 주인공의 삶을 비춘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혹은 모양에 관한 언급은, 잠깐 이렇게 돌아가도 괜찮다는 말을 대신하는 것으로 들린다. 저자 자신이 재일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받은 상처와 고민이, 성장의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러서 이런 삶의 자세를 만든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어쨌거나 지금 그의 모습은 이런 말을 해도 좋을 것처럼 안정되어 보이니, 괜한 믿음에 저자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다. 과거의 그러한 시간이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삶의 연속성으로 해석된다. 그 의미를 담아 이야기를 계승한다는 것을 궁극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마음이란 것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그래서’ 어떻게 살아갈 건지에 대한 나름의 자기 이해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따라서 마음은,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이야기’를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힘 20페이지)

 

사람은 생물이기 때문에 죽어 버리면 당연히 그걸로 끝입니다. 하지만 그 끝나 버린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받은 누군가가 있어서 그것을 다른 이에게 전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 주고, 그걸 떠맡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는 일이 계속된다면, 죽은 사람의 인생이 그냥 끝났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영원이 되는 것이지요. 이야기가 계승됨으로써 그저 사라질 줄 알았던 누군가의 삶에, 다시 한 번 생명의 등불이 켜지는 것입니다. (마음의 힘 166페이지)

 

『마음』과 『마의 산』 두 작품 모두 제1차 세계대전 전후를 배경으로 한다. 저자는 100년 전의 두 청년이 마주한 현실과 지금 우리가 보는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면서, 유예(모라토리엄)의 시간을 인정하고 보듬게 한다. 사람의 마음은 그가 걸어온 인생과 그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고 말의 의미를 알 것도 같다. 소설 속에서 ‘나’와 한스는 그 후에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갔는지 말하진 않는다. 그래서 저자의 생각이 덧붙여진다. 두 사람이 만나 대화하듯 풀어가는 소설 형식으로 서로의 마음을 드러낸다. 과거의 그 시간을 거치지 않았다면 지금의 항로가 불가능했을 거란 것. 소설 속 청년들이 평생 붙잡아 묻고 있던 질문과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의 길이 그들의 마음에 있다는 깨달음으로 저자의 말을 전한다.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방황하던 자신의 청년 시절에 버팀목이 되어준 두 소설과 함께 이야기 전달자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야기의 계승이야말로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우리 삶의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거라고. 세대를 뛰어넘어 삶의 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입버릇처럼 살기 어렵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불안은 친숙하고, 희망은 멀어진 단어이며, 대책 없는 문제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남들과 비슷하게라도 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좌절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손 내밀면 누군가 잡아줄 사람이 없다는 관계의 어둠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엇보다 돈이 우선시 되는 현실이 앞을 캄캄하게 만들기 일쑤다. 그런 세상에서 남들보다 다르게, 느리게 간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저자는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걸어도 좋을 시간이라 말한다. 마음은 시대와 함께 있으며 마음 안에 자리한 시대의 질병과 고민을 치유하면서 가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때로는 삶을 리셋할 수도 있고, 지금 가진 것을 버리고 떠날 수도 있다는 것.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는 확신을 할 필요도 있음을 시사한다. 복수의 선택지가 얼마든지 있으니 막연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그저 무의미한 달리기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는 것. 지금 그렇게 달리고 있는 것이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의미 없는 개념에 끌려다니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할 때다.

 

그리하여 저자는 모라토리엄을 권한다. 두 소설 속 ‘나’와 한스가 머물렀던 공간과 시간. 한스가 아무 의무감 없이 몸과 마음을 뉘였던 요양소 같은 곳을 떠올리게 한다. 그곳에서의 7년이 무의미하게 흘러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가 사람과 세상을 배울 수 있었던 최적의 시간과 장소가 아니었나 싶은... 너무 한가한 소리처럼, 변명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때로는 충전의, 성장의 시간으로 자리할지도 모른다. 그런 시간도 필요함을, 가져도 좋음을 말한다. 남들에게 떠밀리듯 조급하게 가는 길이나 다른 이의 말에 휩쓸리는 시간들은 자칫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저자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시선에, 남들의 말에 휩쓸려 살아가는 인생으로 머물지 모른다는 경고처럼 들린다. 정작 나를 나로 살아가게 하는 건, 나 자신의 마음이 발휘하는 힘이 아닐 텐가. 그러니 나 자신을 위한 유예가 때로는 필요한 것임을 상기하게 한다.

 

그날 이후로 우리들은 어디를 어떻게 지나 지금 어디까지 걸어온 걸까. 나는 또 버려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또 모르는 사이에 엉뚱한 곳으로 쓸려와 버린 것일까.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마음의 힘 133페이지)

 

두 소설과 이 책 속의 또 다른 소설로 인생길에서 저절로 보일 수 있는, 메마른 우리 마음의 치유를 위한 힘을 끌어낸다. 저자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그 치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이야기의 흐름과 이어짐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 이야기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다양한 의견을 새겨 넣으면서도 자기 갈 길을 가는 것을 권한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이어가고, 그리고 이 이야기를 훗날의 언젠가, 누군가 읽고 계속 이어받아 가길 바란다.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내 안에서 머물고 우러나고 힘을 발휘하는 마음뿐이라고. 요즘 같은 세상에서 그 마음을 나누며 함께 한다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해 저자와 같은 목소리가 계속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눈으로 보이지 않은 마음의 작용과 용기를 다독이기에 충분한 멘토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물선 2015-06-1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읽고 <담론>을 읽게 되었는데 모라토리엄 시간을 깊게 보내신 우리시대 최고의 스승을 만난 느낌이었어요.

구단씨 2015-06-18 23:08   좋아요 1 | URL
저는 아직 <담론> 펼쳐보지 못했어요. 곧 저에게도 그 책을 접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네요.
보물선님의 말씀으로 더 만나고 싶은 책이 되었어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