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 관점을 뒤바꾸는 재기발랄 그림 에세이
김수현 글.그림 / 마음의숲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괜찮아, 오늘도...『180도』

 

 

가끔, 뻔한 그 말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랫말처럼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말에 위로를 얹어보고, ‘괜찮아’라는 말에 어깨를 기대고 싶은 순간이 있다. 별일 없는, 별 기대 없이 흐르는 하루였을지라도 말이다. 괜찮을 거로 생각했던 일들이 괜찮지 않은 것으로 결말이 나곤 할 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알게 되는 건 만만하지 않은 세상이라는 것, 없는 게 메리트라는 것만 확인하게 되는 순간의 반복. 입버릇처럼 쉬운 게 없다는 말. 휴... 그래도 살아가고, 또 살아내야 하는 게 인생이라는 듯 오늘도 숨 쉬고, 버티며 또 걷는다. 뚜벅뚜벅. 자신에게 거는 주문처럼.

 

김수현이 전하는 뒤집어본 생각들 역시 그 걸음에, 위로와 용기에 한 손을 보탠다. ‘이렇게’ 보던 것을 ‘저렇게’ 볼 때 달라지는 것들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세상을 180도 뒤집어 바라보니 전혀 다른 방향에서 다가오는 것들로 살아갈 만한 세상을 꿈꾸게 한다는 것. 이런 말들과 생각 역시 별거 아닐 수 있는데, 그 별거 아님을 쉽게 찾지 못해서 이런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게 아닐까 싶다. 어디 들어갈 데 없나 싶어 숨을 구멍을 찾아 헤매고, 이 비를 피할 곳 없나 싶어 넓은 처마 밑을 찾아 두리번거리게 하는 상황들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목소리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들, 그렇게 보면서 생각하는 것들이 고개를 약간 기울이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일상의 여러 장면과 생각으로 풀어낸다. 30도에서 시작한 고개의 기울임이 60, 90, 120, 150, 180도에 이르러 정반대의 시선으로 왔을 때 비로소 느끼게 되는 것. ‘이렇게 보는 것도 괜찮네’ 하는 시선의 변화가 만들어낼 긍정의 후기가 그려진다.

 

안다.

사는 게 때론 계란 노른자 마냥 퍽퍽하다는 것을.

때론 삶의 중력에 짓눌려 버릴 것 같다는 것을.

그러나 이런 퍽퍽함 속에서도

누구의 ‘탓’인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은 나의 ‘몫’을 해나가는 것이다. (62페이지)

 

저자가 말하는 청춘의 특권, 실패할 수 있는 자유. 도망치거나 겁먹지 않고 용기 낼 수 있게 하는 한 마디가 짧은 글 속에 가득하다. 생각을 180도 바꾸니 세상이 180도 만만해진다는 정의를 몸소 실험해보고 싶게 한다. 실제 나를 둘러싼 환경이나 상황이 금방 바뀔 게 아님을 알지만, 그 불행이나 고통이 뒤집힐 수 있는 방법은 뜻밖에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늘 모르는 척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이런 책, 이런 문장이 하나씩 찾아와 글자를 굵게 칠하고 상기하게 한다. ‘여기, 이런 말도 있는데? 이런 시선도 있는데? 어때? 괜찮지?’

 

사소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이 뒤집어 본 생각 한 번으로 얼마나 다른 자세를 만드는지 굳이 여러 번 말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아니까 한 번만 더 언급하고, 아니까 더 잘해볼 수 있는 시도, 아니까 긍정의 결말을 기대하는 바람으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김수현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에 저자가 보태고, 독자가 빠져들면 좋을 메시지들이다. 특별할 것 없고 부담스럽지 않는 읊조림 속에서 조금은 다른 세상을 맛보고 싶다면, 한 번쯤 펼쳐 들고 그 소박한 울림에 동참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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