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무리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아쉬움을 가득 담고 2012년이 흘러갔다.
나에게도 유쾌하지 못한 감정으로 마무리가 된 한 해였지만,
주변인들에게도 슬픔과 아픔으로 무겁게 보내야만 했던 한 해가 된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항상 흘러간 그 시간에 대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유독, 지난 해, 너무 힘들게 연말이 흐른 것 같아 그 아쉬움이 배가 되는 듯하다.





십년이 넘는 시간을 그녀와 알고 지냈는데, 그녀의 눈물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지독한 자존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안 보는데서 참 많이 울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이번에 본 그녀의 눈물은 겨우 잠깐이었지만, 아마도 그녀에게는 통곡에 가까운 표현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꾸만 변해가는 그녀의 부정적인 모습에 화가 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나 역시도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누군가(무엇에)에 대한 신뢰보다는 의심을 먼저 하는 인간이라
그녀만을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의심이 많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없는 나라고 해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세상의 모든 일 앞에서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이란 공식이 머릿속에 깊게 박혀
다른 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사람 같았다.
원래 그래왔으니까 당연하게 받아주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힘들었다.
다른 이의 의견이나 생각에, 단숨에 귀를 닫고 상대로 하여금 말문이 막히게 하는 태도에
이젠 나에게도 버겁고 지친다는 생각만이 남았다. 무언가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그날 나의 역할은 그냥 앞에 앉아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것뿐이었을 것이기에 또 한 번 참았었다.
그러다가 결국은 꾹꾹 눌러 담고 있던 세 명의 그녀들은 2012년을 이틀 앞두고 터지고야 말았다.

듣고 있기에 너무나도 불편한 말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서 나는 그만하라는 뜻으로
그녀의 어깨를 살짝 톡톡 두드렸고, 나는 그녀가 그 의미를 알아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그녀는 얼굴이 굳었고, 행동이 변했고,
그 자리를 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모르겠다는 의미로 다른 말을 했다.
나는 서로의 생각과 의견이 다르면 이야기를 해서 들어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는데,
그녀는 내 말을 듣는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원래 이러니까.’, ‘나만 고치면 되겠네.’ 하는 식으로 말을 하고 모든 것을 닫아버렸다.
상대가 그렇게 말을 하면 무언가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은 사람은 벽에 부딪힌 느낌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상황을 만나고 나니, 나 스스로도 입을 다물고 싶어지고야 말았다.
그 순간 나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그녀와 함께 보내고 보아왔던 다른 친구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입을 연 순간, 느낄 수가 있었다. 아, 이렇게 정리가 되면서 이 관계가 끝나겠구나 싶은...
결국 나는 그녀들을 알고 지냈던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길 바라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서로를 할퀴고 멍들게 하는 말들과 오해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전쟁 같았던 그날이 흐르고 그 다음 날, 나는 그녀와 만났다.
왜 그런 시작이 되었는지 차근차근 이야기하고 싶었다.
너무나도 다른 성격, 다른 표현방식, 그리고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상황들에 대해서.
정말 마지막일수도 있겠구나하는 다잡은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더욱 답답함만을 느껴야 했고,
서로를 위한 일이 어떤 것인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한가지, 다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그저, 조금이라도 말해 보고난 후의 달라질 그녀와 나의 관계였다.
이렇게 끝날 수밖에 없는 관계라면 그럴 수밖에,
이런 기회로 상대에 대한 배려가 생긴다면 다행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그녀는 여전히 세상의 모든 화살이 자기에게 향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내 코가 석자인데도 그녀를 도울 수 있다면 돕고 싶었다.
무엇이 그녀를 저렇게 만들었을까 생각하면서, 십년쯤 전에 그녀가 나에게 소개했던 이 책을 떠올렸다.

책을 잘 읽지 않는 그녀였다고 기억된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 전화를 걸어와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프리카의 어린 소녀들에게 행해지는 할례의식과 그런 힘든 시간을 건너와 세계적인 모델이 되었던
소말리아 출신인 와리스 디리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 당시의) 자신이 겪는 일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용기가 난다고 했었다.
그녀는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었고, 쉽지 않겠지만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자주 웃었고,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지내는 듯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메일 계정에 ‘인샬라(Inshallah)’라는 이름을 붙였었다.
많은 것들이 좋은 방향으로 흐르는 듯했다.

며칠 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에 오래 전의 이 책이 저절로 떠올랐었다.
그녀의 지금 이런 이야기들이, 생각이, 행동이, 어느 날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나 역시도 그녀와 꾸준히 만나오면서 계속 보아오던, 언젠가 한번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 것을 보면 갑작스러운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가족들만큼이나 나도 그녀가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한 사람으로,
지금 그녀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사고방식들이 조금은 달라지길 바라면서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위태로워 보여,
누군가가 보내는 배려에 그녀가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마도 이번에는, 내가 이 책을 그녀에게 건넬 차례인가보다.






“내려오셔야 하겠습니다.” 새벽 세시에 걸려온 전화가 예사로울 리는 없었다.

김주영의 『잘 가요 엄마』의 이 한 줄처럼, 새벽 여섯시에 걸려오는 전화도 예사로울 리는 없다.
누군가는 벌써 그날의 활동을 시작했을 시간이지만, 아직은 주위가 캄캄한 시간.
갑작스러운 새벽의 전화는 며칠 전부터 엄마의 꿈에 보였다던 외삼촌의 소식이었다.
엄마의 몸도 편치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꿈에 보였던 외삼촌에게 전화를 한번 해본다는 것이
자꾸만 내일, 내일로 미뤄지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가 진료 때문에 병원에 다녀오신 다음 날 새벽, 외삼촌의 부음을 들었다.
엄마는 ‘그래서 자꾸 외삼촌이 꿈에 보였나보다.’ 하시면서 한참을 우셨고,
본인의 몸도 추스르지 못한 상태에서 정신적이 충격까지 더해져 극도의 슬픔으로 또 한참을 멍하니 앉아계셨다.
더군다나 엄마의 형제들 대부분이 미국에 살고 계셔서 5년에 한번 얼굴을 보면 자주 본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나마 한국에 남아계신 몇 안 되는 형제 중에서도 멀지 않은 거리에 살고 계신 외삼촌이어서 그런지 그 충격이 어마어마한 듯했다.
나이 육십, 칠십이 넘은 사람들이 ‘야’, ‘너’ 하는 호칭을 써가면서 이야기할 때는
상대적으로 어린 나는 참 웃음 밖에 안 나던데, 지금에서는 그런 모습들이 너무나도 다르게 보인다.
나이를 얼마를 먹더라도 형제이기에 가능한 호칭들, 잔소리들, 관심들이었을 텐데…….
이제 그렇게 부를 대상이 없어졌다는 것은 ‘안 하는 것’이 아닌, ‘못 하는 것’이 되어버린 일들이 몰려올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삐쩍 마른 사람, 이 추운 날 차가운 냉동실 안에서 더 춥겠네.’ 하시면서 또 한 번 통곡을 하시더니
일어나시려다 다시 주저앉으신다. 엄마의 눈물은,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나에게도 고통이다.
기억에서 지워질 수 없는 아픔이고 슬픔이겠지만,
조용히 시간이 흐르기를 바라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의미가 없는 듯해서 더 안타깝다.
지금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아서 ‘그때 전화를 했어야 했는데...’하는 말과 함께 여전히 계속되는 통곡은 내 마음까지 울린다.

언젠가는 누구나가 겪는 이별일 것이지만, 매번 겪어도 면역이 생기지 않는 아픔인 것 같다. 이별에 대한 연습마저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이별에 대한 연습이 있는지조차 모르겠지만- 일들을 눈앞에서 겪는다는 건 말할 수 없는 슬픔일 것이다. 누군가의 이해가 아니라, 각자의 몫으로 남겨져 견뎌야 할 시간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이 다르고, 엄마가 견디는 만큼이 다를 것이기에 나는 또 한 번의 슬픔 앞에서 조연으로 존재할 뿐이다.

 

유독 추웠던 날, 기다렸다는 듯이 폭설까지 내렸던 날, 연말이고 연휴라서 누군가의 방문도 쉽지 않았던 날. 그렇게 아픈 날 시작되었던, 엄마는 친오빠와의 이별로 또 한참을 앓으실 것 같다. 그 앓음이 길지 않기를 조용히 바라는 것 말고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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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3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3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3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3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와우~ 벌써 1월의 책들이 나오고 있다. 나, 지난달에 한권도 못 읽었는데...ㅠㅠ
마음 먹고 1월에는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많아서, 배부르게 골라 본다.










 

연말에 구매 했던 로설로 폭탄 맞고 보니, 마음이 아프다.

새로 나오는 책들은 제발 그 폭탄들 속에서 나를 구제해 주기를... 

신해영님과 이리리님의 공저라니 낯설면서 기다려지기도 하고, 채현님의 신간도 읽어보고 싶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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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에 잠이 온다.
열흘 가까이 책 한권 읽지 못한 마음이 괜히 혼자 억울해서...
극도로 예민해진 신경으로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음에 혼자 화를 냈다가,
그러면 안 되지 싶은 마음에 혼자 추슬렀다가...


마음먹고 오늘은 열 페이지를 읽자, 했다가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이 시간이다.
새벽에, 엄마는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다시 사람을 긴장시켰고...
나는 생전에 네 번째로 구급차를 탔다.
평소에는 잘도 다니던 택시가 한 대도 보이지 않고,
추위에 더 떨고 있을 수도 없기에 119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길지 않은 시간에 구급차는 도착했고,
더 다행스럽게도 친절하신 구급대원을 만나 긴장했던 마음을 다독이면서 갔다.
(전에 만났던 구급대원 아줌마는 완전 진상. 시청 공개게시판에 신고하려다가 참았음.)


응급실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보통 환자의 증상에 상관없이 기본검사부터 시작한다.
혈액을 뽑고, 링거를 꽂고, 이 검사 하고 기다리고, 다시 저 검사 하고 기다리고...
그러다보면 응급실 안의 혼란스러움은 내가 원하지 않아도 적응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먼저 왔는데, 왜 저 환자부터 진료해주는 거냐?” 하는 질문 따위는 안하게 된다.
생명의 위험한 정도에 따라서, 응급실에 온 순서에 상관없이
진료와 치료가 행해지게 된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 엄마부터 좀 봐주라고, 어지러움이 사람을 죽일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나는 또 기다린다.


그리고 정말 토할 정도의 환자의 상태들을 보다가 겨우겨우 참는다.
갑자기 한쪽 팔과 다리가 마비가 되어 실려 온 할아버지 한 분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우리 옆자리에 누워계시고,
교통사고로 들어온 젊은 남자 한 명은 양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휠체어에 앉아있다.
가장 보기 힘들었던 건, 한 손을 심하게 다쳐서 들어온 어떤 남자...
손을 감싸고 온 몇 장의 수건은 이미 피로 흥건해져있었고,
치료하기 위해 벗겨낸 상태에서는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고...
결국 나는 봐버리고 말았다.
가정집에서나 쓸 법한 양동이에 절반 이상의 피가 채워지고 있었던 것을...
휴...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엄마가 마지막에 CT촬영까지 마치고,
다시 또 한참의 시간이 흘러 담당의가 왔다. 다시 또 이런 저런 검사, 진료...
결국에는 평생을 안고 가야하는 몹쓸 병 하나를 알고 돌아왔다.
지난번에는 그래도 좀 나아진 다음에 갔더니 확진을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오늘은 결국 예상했던 그 병으로 확진을 받고 나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이다.
하루 동안 입안으로 넣은 게 커피 한잔인데 배가 고픈지 어떤 건지도 모르겠다.


남아있는 적립금, 상품권을 다 긁어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른다.
엄마는 병원에서의 처방으로 약을 받아왔는데,
나는 지금 책이 주는 약이 필요하다...


<가짜우울> ‘우울증이라는 병은 없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 한 마디에 저절로 눈에 담았다. 그저, ‘극심한 슬픔’이란다. 병이 아닌 슬픔으로 표현하는 게 너무 와 닿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내용이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 들려주는 것은 그동안에 ‘우울증’이라는 단어에서 가졌던 선입견을 사라지게 해줄 것 같다.

<마음이 아플까봐> 아, 정말 몇 페이지 안 되는 이 그림책에서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이 책은 지금 구매하는 게 아니라 이미 읽은 책이다. 마음이 아플까봐 병에 담아 뚜껑을 닫고, 그런 방식이 이어지다가 결국에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리는 그 병의 크기에 나는 무서움을 느꼈다. 그 닫힌 뚜껑을 열기까지가 어렵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모르고, 모르면서도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이라기에는 좀 애매하지만, 소개 글에서 보이는 ‘따뜻한’ 신작이라니 저절로 훈훈해질 것 같다.

폭력과 침묵에 관한 이야기...

출간 때부터 망설이던 것을 이제서야 제대로 읽어보려 한다. 요즘 평소에 나의 취향과 다른, 좀 과한(?) 책들에 자꾸 눈길이 간다. 죽음에 관련된 책이라던가, 폭력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하는...



 

 

아, 이제 정말 좀 자야겠다.
시간이 이르더라도 지금은 잠이 정말 필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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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미제라블>을 1시간 정도 보다가 나왔다.
뮤지컬 형식이 아니라 그냥 영화로 만났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도 약간 있었고, 무엇보다도 눈에 무리가 와서 화면을 계속 쳐다볼 수가 없었다. 요즘 며칠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어젯밤에는 잠까지 설치고 났더니 바로 눈에서 신호가 온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나는 감기나 몸살이 오거나 하는 몸의 이상을 느꼈을 때 가장 먼저 눈이 아프다. 병원에서도 딱히 눈에 대해서는 별 다른 이상이 없다고 하여, 그냥 사람마다 다른 체질의 모양으로 판단... 평소에도 괜찮으니까 나도 거의 잊고 지내다가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몸이 아파오면 눈에서 신호를 보내는구나 싶은 마음으로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영화를 다 못 봐서 아쉽고, 내가 느끼기에 약간 무거워 보이는 뮤지컬이라 좀 아쉽고,
배우들의 열연은 좋았으나 노래는... 음... ^^
상영관에서 내려지기 전에 다시 끝까지 볼 시간이 만들어지길 바랄 뿐...


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가 나왔다.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엄마라는 이름의 여자> 한권만 봤는데,
우리들의 엄마를 보는 모습 그대로가 담겨 있어서 읽어가면서 많이 공감했었다. '우리 엄마도 이런데...!' 하면서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우연히 보게 된 책이었는데, 작가가 꽤나 이름 있나 보다. 여기 저기서 입소문을 들어왔던 터에, 신간을 만나게 되니 더 관심 갖고 보게 되네...


 





일본 여성들의 정신적 지주라는... 그녀의 대표 만화란다. <여자 만화 시리즈>....
주말엔 숲으로,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나라 불문하고, 대부분의 30대(어쩌면 나이 불문)의 여자들의 고민과 생각들을 그대로 담아낸 듯하다.
어떤 한 가지 정답이 아닌, 생각들을 듣는다는 점에서 편하게 펼쳐들 수 있는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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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며칠 동안 자리를 비우면서 밥을 잘 챙겨먹으라고 했고,
나는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말고 볼일을 보시라고 했다.
엄마는 말로만 하지 말고 알아서 좀 잘 하라고 다시 말했고,
나는 또 다시 알아서 할 테니 조심해서 다녀오시라고 반복했다.
몇 달 전에도 엄마가 며칠 자리를 비우면서 똑같은 당부를 내게 했었고,
나는 그때도 지금과 똑같은 대답을 했다.
그때 엄마가 집에 와서 할 말을 잃고 혀를 끌끌 차면서 했던 말은,
도대체 며칠 동안 무엇을 먹고 살았냐고 물었고,
나는 그냥 잘 먹고 이렇게 멀쩡히 있다고 대답했다.
그 당시에 엄마가 보셨을 때는 밥통은 차갑게 비어있던 상태였고,
싱크대는 설거지 한번 한 적 없이 말끔하게 말라 있었고,
냉장고는 엄마가 집에서 나갈 때 그대로였으니,
나는 아마도 공기만 마시고 살았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냥 내게 있어 끼니라는 것은,
배가 고프면 먹는 것, 그 이상의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번에도 엄마가 같은 당부를 하시기에 나는 버니니를 사달라고 말했고,
엄마는 버니니가 뭔지도 모르시면서 사러가자고 했다.
그리고 마트 카트에 버니니 5병을 담고, 맥주 5병을 쓸어 담는 당신 딸을 보면서,
두 가지를 합해서 5병을 넘으면 안 된다고 못을 박았고,
나는 이대로 계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은 버니니 3병, 맥주 2병으로 5병을 채우고 나왔다.
어차피 모자라면 더 사오면 그만인 것인데, 5병이면 어떻고 10병이면 어떠랴.
엄마는 아마 이렇게 생각하실 테지.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저 5병이 비워지지 않고 그대로 있기를, 하고 말이다.






       






마치 실연이라도 한 것처럼,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감정의 휘몰아침을 겪고 있다.
나는 계절을 타는 사람도 아니고 날씨를 타는 사람도 아닌데,
가끔 한 번씩 몰아치는 이 감정을 주체 못해 사람들과의 거리를 길게 밀어두고,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생각도 행동도 나 혼자, 그렇게 알아서 했던 것처럼...



<단순한 열정> 속의,
이 여자의 모습에, 행동에, 생각에 지금의 나를 이입시킨다.
여자는 실연을 했고, 나는 아무 일 없지만 그냥 사람이란 대상에 지친 것 뿐이다.
그런데 여자의 모습에 나는 빠져들고 있다.
이 여자만의 방식에 빠져서 나의 지겨움을 잠시 덮어둔다.
전화벨 소리를 듣지 못할까봐 일상을 멈추고,
그 남자를 기다리는 일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대부분 이 여자의 심리 상태, 그대로 표현하자면 미친 여자쯤으로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여자는 미치지 않았다. 그냥 사랑을 했을 뿐이다.
사랑은 지극히 사적인 일이며, 사랑이란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누구나의 사랑도 그렇지 않은가?
사랑은 자기만의 일이며, 개인적인 일이다. 이별도 마찬가지.
여자는 사랑을 했고, 이별을 했고, 이별의 후유증을 겪어가는 중일뿐이다.
그 시간을 여자는 기록으로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사랑했던 시간을 기억하기 위한 기록을...
자신의 경험만을 쓴다는 작가에게 그 솔직함을 보여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했다.
여자(작가)는 자신의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했을 뿐이고,
우리(독자)는 그 기록을 보았을 뿐이다.



 

단지, 그것, 뿐이다.


사람이 가지는 감정도,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 뿐이다.
사랑이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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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2-12-14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오는 날 오늘 출장을 가는 데, 개인적인 경험과 겹쳐서 이 페이퍼의 글이 가슴을 두드리네여. 그렇죠, 전 미치지 않은 거에요. 사랑을 했을 테니 말이죠. 비 오는 밖을 보며 버스 안에서...마음에 확 다가오네요 감사합니다 ^^

구단씨 2012-12-15 21:54   좋아요 0 | URL
흐린 날씨 속에서 출장은 잘 다녀오셨나요?...
누구나의 일상 속에 있는 일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건 각자의 이야기일 뿐이라고요...
남들에게 뭐라 들을 말도 아니라고요...

저의 한숨 섞인 푸념이 누군가의 가슴을 두드렸다니, 제가 오히려 감사할 일이네요.
감사해요...

루쉰P 2012-12-17 16:35   좋아요 0 | URL
날씨는 흐려도 출장은 잘 다녀왔죠. ^^ 하기사 사랑은 사람마다 자기 가슴 속에 다 다르게 있으니 그 누구에게도 해답을 찾을 수 없고, 그 누구에게도 공감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한숨 섞인 푸념이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주고, 세상을 좀 더 볼려고 하는 눈을 주는 것 같아요. ^^ 구단씨 근데여...식사는 하셔야 해요. 술만 먹으면 뼈 삭아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