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 비룡소의 그림동화 314
리타 시네이루 지음, 라이아 도메네크 그림, 김현균 옮김 / 비룡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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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힘들 때 읽어서 그런가. 아빠가 아이에게 전하는 작은 희망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새롭게 들려온다. 그래, 괜찮겠지. 좋아질 거야. 어떤 주문은 희망이 되기도 하면서, 살아갈 모든 것이 되기도 한다. 꿈을 꾼다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지, 그 꿈이 만드는 희망이 우리를 어떻게 살아가게 하는지 보고 있노라면, 정말 나를 부르는 한줄기 마법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구나 나와 비슷한 감정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것 같다. 저자는 2015년 시리아 내전 중 튀르키예 해변에 떠밀려 온 아이 알란의 기사를 보고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4년을 걸쳐 우리 앞에 나타난 이 책은 지금도 계속되는 난민의 상처와 아픔을 들려주면서,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지는 이 기막힌 일에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곁의 이야기로 남겨두기 위한 저자의 노력에 독자의 눈길은 깊어진다. 우리는 인간이고, 살아가야 할 시간이 남겨져 있고, 꿈을 꾸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으니까 말이다.



오늘도 끝나지 않는 전쟁은 총성 소리를 불러온다. 더는 견딜 수 없어 아빠를 아이와 집을 떠나기로 하는데, 이 탈출이 쉽지가 않다. 폭설에 몸이 빠져들어도, 먹을 게 없어서 굶주린 날에도 이 여정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 길 끝에서 그들이 도착한 곳은 경계와 장벽이 없는 곳. 괜찮겠지? 이제 그들은 여기서 행복한 미래를 꿈꾸겠지? 하지만 난민이라는 이름의 그들을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그들을 맞이하는 건 천막이 즐비한 난민수용소였다. 거기에 머물면서 그들을 받아줄 곳을 찾아야만 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싶었는데, 아빠는 아이에게 희망을 놓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지금 절망의 순간을 걷고 있는데도, 이 비극의 순간을 재미있게 느끼게 해주려고 애쓴다.


그 상황에서 나는, 아이에게 이 그림책 속의 아빠처럼 말할 수 있을까? 이 탈출을 숨바꼭질이라고 말하며 가방 안에 잘 숨어있으면 된다고, 그들을 막아선 군인이 두려울 만도 한데 이 완벽한 나라에 초대장을 두고 와서 들어갈 수 없었다고, 아무도 그들을 맞아주지 않아서 절망한 순간에도 그들을 맞이하려고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아빠. 읽으면서 혹시 이 아이가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으면서 모른 척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이 아니라 정말 몰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품어본다. 아직은, 이 아이에게 이 지독한 세상의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게 겁이 난다. 아니라고, 아이 아빠의 말처럼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라고 말하고만 싶다. 기다리는 일이 힘들겠지만, 적어도 이 현실을 모르고 있다면 꿈과 희망을 품으며 이 순간을 견딜 수는 있을 테니까.



난민 생활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머무는 곳이니, 무얼 하나 하려고 해도 긴 줄에 서야 했다. 이를 한번 닦는데도 긴 줄을 서야 했고, 한번 씻으러 갔다가 오는데 발에 진흙을 다시 묻혀야 했다. 다시 또 긴 줄을 서서 밥을 먹어야 했고, 혹시나 딱딱한 빵 한 조각이라도 떨어트릴까 봐 전전긍긍했다. 학교도 너무 작아 번갈아 가면서 가야 했다. 이런 일상이 정말 우리의 삶이란 말인가?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 이탈리안 피자와 파스타,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나라가 있다는 핀란드를 꿈꾼다. 날마다 학교에 가서 진짜 공부를 하고, 최고의 멋진 장난감이 있는 덴마크 장난감 공장을 상상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은 그곳에 있단다.


아이가 몰랐으면 했지만, 알고 있다. 서야 할 줄이 많으니 제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점심때가 되어야 아침을 먹고, 아파서 기다리는 사이에 병은 낫는 일을 경험하면서, 이곳에서 벗어나는 일이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그러는 사이 알게 되는 건 더 많아진다. 그들이 받아야 할 도장의 색깔이 바뀌기를 바라면서 그 공간의 삶을 버틴다. 그러면서도 놓치지 않는 아이의 마음이 있다. 떨어진 빵을 재빠르게 주우면서도 그곳에 함께 있는 쥐를 위한 빵조각을 살짝 내려놓는다. 이 마음은 뭘까 싶을 때 아빠가 아이에게 건네던 말들이 생각났다. 전쟁으로 그들이 떠나오던 순간부터 난민촌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힘들고 불편했던 모든 장면에서 아빠는 아이에게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말만 들려준다. 어떻게 그 순간에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읽는 내내 맴돌았는데, 그러지 않고서는 이 아이의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생각이 미치자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실은 난민촌에서 언제 벗어날지 모를 절망의 순간뿐이지만, 그래도 언젠가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난민이 없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난민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자 오랜 시간 자료를 찾고 기록했다는 저자의 노력이 그대로 묻어나는 책이다. 그림 분위기는 물론이고, 문장 하나하나가 이들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때로는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들려준다. 언젠가 우리는 경계가 없고 장벽이 없는 곳에서, 마음껏 배우고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읽는 우리도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들이 바라는 그곳으로 갈 수 있기를, 상상하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말이다. 전쟁과 아름을 우리 사는 동안에 더는 느끼지 않는 세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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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1-16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제품 의외로 잘 깨집니다 ㅠ.ㅠ

구단씨 2023-01-17 23:35   좋아요 0 | URL
아마도, 그럴 거 같아요. ㅎㅎㅎ
저는 그냥 주전자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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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리차 #1(상큼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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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리차 #4(고소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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