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AD 융 How To Read 시리즈
데이비드 테이시 지음, 박현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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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융을 알고 싶다면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 같다. 책 자체로도 완결성이 있다. 무의식을 쌓아두지 말라는 말을 한동안 곱씹게 되겠다. 이 책처럼 책이 `읽힌다`는 경험을 가끔 하게 되는데, 나-독자의 상태와 상관있다는 것. `나`인것 만큼. 삶의 형식으로서 독서행위가 과연 삶의 배역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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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혁명 - 콜럼버스가 퍼트린 문명의 맹아
사카이 노부오 지음, 노희운 옮김 / 형설라이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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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에서 다루는 여섯 가지 씨앗은 인류의 시간-역사의 시간을 함께 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인류를 먹여 살린 이 씨앗이 아직도 생존해 주고 있다는 것이 고맙다.

<식탁 위의 세계사>, <식탁위의 한국사>처럼 이미 익숙한 양식이고 내용도 상식 수준에서 알고 있는 것이어서 새로운 경지를 열어보이지는 않는다.

내용의 새로움이 크지 않은 대신 다른 재미가 있다면 우선 낯선 것에 대해 경계하고 외면했던 유럽인들의 반응이다.

어떠한 주장이나 상황을 설명하고 증거하는 기록들은 재미를 넘어 경외감이 들 정도여서 그들, 기록했던 사람들의 심정이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아주 뜻밖의 경험인데, 시간을 나누는 기원에 대한 어떤 거부감이었다. 감자를 먹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000년 전부터였고, 이 책에 나오는 씨앗들은 기원전부터 인간의 삶과 함께 했던 것들이다. 기원전과 후를 나눔으로써 감자의 시간이 단절되는 것을 느꼈는데 과장을 하자면 감자에 대한 모독 같았다.

우리가 지금까지 부족함 없이 향유하고 있는 것이 새로이 발견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분명 생산의 시대가 아니라 소비의 시대다. 그것도 탐욕적인소비의 시대다. 언제까지 소비가 가능할까라는 걱정과 이렇게 오랫동안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고 존재해 주는 씨앗들이 고맙기도 하다 물론 지구는 더 고맙고!

영화 <인터스텔라>, <그래비티>가 우주를 향해 있지만 역설적으로 지구 공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것은 소비의 욕망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지구에 대한 걱정과 지구 말고 대안이 없다는 확신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또 하나는 우연의 힘이었다. 고무처럼 원재료가 인간에게 유용한 물건으로 거듭 발전하고 적합해진 순간들은 우연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 자의 눈에만 띄는 것이다. 오랜 기다림과 관심을 기울인 자에게만 주어지는 게 우연의 기회다.

담배에 관한 에피소드는 과학적인 증거와 심리적인 물증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한다. 담뱃값 인상을 두고, 가격을 인상하면서 이유로 국민건강을 내세웠지만 담배 유해 문구나 그림을 넣는 법안은 미뤄진 것을 보면서, 과학이 도구화 될 때 벌어질 일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의학적인=과학적인 수치는 나와 있지만 심리적 안정 같은 수치는 나와 있지 않다는 이유로 담배가 해롭다고 하는 것을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 것은 여기 실린 여섯가지 씨앗의 여행기가 아니라 콜럼버스다. 그는 대체 어떤 인물인가?

달걀을 깨트려 세우는 창조적 생각의 아이콘으로 어린 시절 우리의 둔한 머리에 꿀밤을 주었던 콜럼버스, 모험가이며 탐험가이며, 개척자였던 콜럼버스, 물론 지금은 그렇게 믿고 보는 사람이 많이 없어졌지만, 아무튼 그 신대륙을 발견하도고 죽을 때까지 그곳이 그곳이라는 것을 모르고 사망한 비운의 콜럼버스가 사실은 그냥 선장이었다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그저 직업인으로서 향신료와 황금을 찾아나선, 배 좀 잘 모는, 바닷길 좀 잘 아는 선장이었다고 하면 콜럼버스가 좀 삐질라나.

내용은 별로 흥미롭지 못했으나, 흥미롭지 못한 내용에서 사유를 확장하도록 하는 이 책이 내게는 어쨌거나 특별한 독서 체험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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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의 즐거움 롤랑 바르트 전집 12
롤랑 바르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동문선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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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죽이고 독자의 자리를 열어준 것은 책읽기가 독자의 삶의 과정에 관여해야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모든 문학비평은 비평형식의 문학이다. 바르트의 언어와 사유를 다 이해하지는 못해도 한인간의 사유과정은 스승의 길이고 그 과정의 언어화는 문학적 실현이다. 일기와 대담의 언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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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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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심전력으로 망가지거나 도망치거나 홀로서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끝내 할 수 있는일이란 다시 전심전력으로 계속해보는 것-살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듯 전심전력으로 만두를 빚고 먹는 모습이 내가 발견한 희망이었다. 쓸쓸하지만 그렇게 따뜻한 만두를 빚어먹으며, 다시 계속 살아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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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서쪽에서 - 시에서 잃어버린 것들이 출렁이는 그 곶 이야기
탁현민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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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을 믿으며, 이 글을 그대가 볼 거라고 믿으며, 편지를 써요.

그래요, 이 책은, 탁이 쓴 제주도의 서쪽 이야기는, 그가 트위터에 물고기나 노을, 바람을 찍어 올릴 때만해도 그냥 거기 일이 있어 가나보다 했어요. 상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는 그냥 거기 있었던 '남'이니까요. 그대의 외로움을 알고 나서야 탁의 외로움 혹은 생각보다 깊었을 상처가 조금 느껴졌다고 해야겠어요. 그러니까 내게는 언제나 그대의 상처가 먼저인거죠.

 

탁의 이야기를 읽는 시간은 내내 석양이었어요. 서쪽이 비로소 제게 인식되었다고 해야겠어요. 해가 지는 쪽, 저무는 쪽, 쓸쓸하고 외로운 쪽, 어둠을 가장 먼저 만나는 쪽, 어쩔 수 없이 슬픈 쪽, 당신이나 내게 더 익숙한 쪽, 그러나 지금은 그대 혼자 응시하는 쪽!

 

"스러지는 것에 대한 본능적 슬픔 같은 것일까?

 저물어가는 것에 대한 경외 같은 것일까?

 일상의 속도보다 훨씬 느린, 어쩌면 지루할 정도로 천천히 저물고 있는 일몰을 본다.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마치 다시 못 볼 것처럼

 바라들 본다."

                                   - <사람들> 중에서

 

 하지만 탁이 말한 일몰의 시간이 아름다운 것 처럼, 나는 지금 당신이 뚫고 가는 일몰의 시간 또한 그렇다고 느껴요. 내가 지켜본 당신은 충분히 그럴수 있을만큼 힘이 있었으니까!

 

 우리 언제 제주도에, 서쪽에 가볼 날이 있을까요? 아내의 시간, 엄마의 시간, 동료의 시간을 내려놓고 당신과 나, 또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생각나는 누군가를 끼워서 함께 늙어가는 여자들끼리 한껏 느릿한 시간을 보낼 날이 있을까요?

 혜심언니도 만나고, 추의 여인숙에 짐을 부려놓고 문어 삼촌이 여전히 문어를 잡는지도 보면서, 나란히 앉아 일몰을 보는 날이!

 그냥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좋군요! 바라는 게 꼭 이뤄지는 것보다 먼 후엣일로 미뤄두고 설레는 것도 나쁘지 않군요.

 

탁이 열렬히 살았기 때문에 깊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깊이 상처받은 남자, 상처를 해풍으로 핥으며 회복하는 그가 쫌 멋있다고 생각해요. 멋이 아니라 맛으로, 끼니를 위해 낚시를 하는 모습도 꽤 좋고 말이죠.

 도시의 삶, 특히 나의 삶에서 한 끼 식사를 위해 내가 들이는 품은 돈을 쓰는 일 뿐이라니. 생산하는 노동이 아니라 소비하는 노동으로 차린 내 밥상이 잠깐 미워지기도 했어요. 15층 공중에서 사는 나의 삶이 문득 측은해졌다면 오버일까요?!

 

 내가 아는 사람중에는 열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몇 있는데, 그 중에서도 당신은 맨 앞이라는 말, 했던가요? 어떻게 순간순간을 저토록 집중해서 사나 싶어서 아주 가끔은 그냥 맥 놓고, 요즘말대로 '멍 때리고' 살아보라고도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탁처럼 살 수는 없기에 가끔은 팽팽한 마음에 바람을 좀 빼는 일로 쉬어가기를! 아마 입밖에 내 본 적이 없을 거예요. 그토록 진지한 당신에게 차마 그 말을 할 수가 없었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은 한껏 미간을 모으고 뭔가에 집중하고 있겠지요?

 그게 당신이니까그걸 바꾸라고 말하지 못하겠어요.

 탁의 서쪽이라면, 지금 당신이 있는 그곳은 당신의 서쪽이겠지요. <<당신의 서쪽에서>>라는 이 책의 제목은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당신이 있는 삶의 현장, 바로 그곳이겠군요.

 

 그러니, 당신! 지금 당신이 잘 살고 있는지 의심해서 힘들어 하지 말았으면 해요. 나 또한 늘 나를 의심하고 잘 살고 있는건가 차갑게 따져묻고 허망하게 일상으로 돌아오는 삶을 반복해서 이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거 알아요.

 그렇다고 해도 당신에 대해 말을 해 줄 수는 있어요. 그건 내가 본 당신이니까요.

 내가 본 탁의 제주도 이야기가 "훗, 뭐야, 좋잖아! 다행이야" 했던 것 처럼, 당신은 지금 훌륭하게 당신 삶을 살아내고 있어요.

 

 이 책을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내게 보내왔을 때부터 조금조금씩 읽으며 당신과 참 많은 이야기를 했네요.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좋아할만한 장면들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압권이었던 일몰장면이나, 허당 김봉민 선장님이야기, 문어삼촌, 혜심언니, 추, 담배를 두 갑만 판 할머니, 강아지풀 모자에 꽂고 돌아가던 그 여자, 제주도의 말랑말랑 야릇한 지명, 바람 혹은 태풍, 그리고 KEEN! 추가로 친구의 발문에서 느껴지는 남자들만의 그 머시기!

 

 고마워요, 당신!

 그리고 힘내요, 당신! 당신은 거기에서 지금 잘 살고 있는 거, 맞.아.요!

 

 당신의 서쪽에서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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