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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옆집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부자형아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6월
평점 :
한국에서 자영업의 현황은 매우 살벌합니다. 아마도 어느 동네이건, 어제까지 잘 영업하는 듯하던 가게가 하루아침에 간판을 내리고 휑하니 빈 공간을 투명유리를 통해 드러낸 모습을 흔히 볼 것입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외부인들만 모를 뿐) 이미 악성재고가 쌓인다든가, 운영자금을 조달 못해 동네 일수꾼을 만난다든가 하는 과정을 그 가게 사장님(부부)이 다 거쳤을 것입니다. 동네 부동산(중개인)만 배불린다는 지적도 있지만 심지어 공인중개사 사무실도 거의 포화상태라 이 업종도 폐업하고 나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요즘의 자영업은 그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자영업이 서글픈 결말만 예정하고 있을까요? 경쟁에서 살아남아 서민부자 소리를 듣는 사장님들이 많은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희한한 경우를 (비록 소설의 포맷이지만) 접하다 보면, 세상에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착상으로 위기에서 멋지게 벗어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죽을 꾀를 내는 사장님의 자멸 행태도 보곤 합니다. 확실히 이 시대는 이런저런 소시민들이 별의별 재미있는, 때로는 매우 슬픈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만화경처럼 다채로운 촌극이 공연되는 무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들이 길을 지나면서 봐도, 요즘은 프랜차이즈 가게 수가 그렇지 않은 가게보다 눈에 자주 띈다 싶을 만큼 많습니다. 생전 못 들어본 가게지만 뭔가 특이한 모습으로 간판을 디자인하고 옆에다 "가맹점 상시 모집"이라고 써 놓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사로 봐 넘기지만, 어쩌다 들러 맛이 좋다 싶어 무슨 필이 꽂히기라도 하면 사장님을 들어가 만나 "2호점 가맹 안 받으실래요?"를 묻기도 합니다. p47 이하에서 등장인물 수호씨가 지금 벌이려는 일도 (디테일에 차이는 있지만) 그 비슷한 것입니다. 이 반찬가게 사업이 틀림없이 잘될 것 같습니다. 이미 수상쩍은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는데도 거기엔 눈을 감고 그저 본인 보기에 좋았던 것만 감안합니다.
프랜차이즈를 차려도 본사에서 지원해 준다는 인테리어, 시설 공사의 부실 문제가 내내 발목을 잡습니다. 공사업체도 본사와 아주 유리한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서, 이렇게 지점이 하자보수룰 요구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일정을 미룹니다. 사회 생활에서 당연히 이행되어야 할 사항이, 이런 사람을 만나 제때 급부 이행이 안 되면 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수호씨는 마침내 쇼케이스 에어컨 추가 설치는 본인 비용으로 충당하고 맙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뭘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자영업의 수지 맞춤이란 건 벌써 여기서부터 뭔가 어그러지기 시작하는 거죠.
저도 여태 자영업 성공의 비결을 담은 여러 좋은 책들을 읽고 독후감도 남겼지만, 이 시대에는 자영업이 적어도 비참한 실패는 맞지 않게 하기 위해 금과옥조로 꼽힐 수 있는 여러 좋은 원칙들이 있습니다. 수호 씨도 그런 책들을 읽고, 혹은 TV 프로그램을 보고, 그 모든 사항을 거의 다 실천에 옮겼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p124). 대체 뭘 잘못한 것일까. 원래 모든 원칙에는, 평범한 사람이 쉽게 캐치할 수 없는 미묘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수호씨나 우리나 그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장님 입장에서 또 힘든 게, 고용한 직원들을 잘 다독이며 불화가 생기지 않게 조율하는 것입니다. p184를 보면 실장과 홀 직원이 또 싸우는 바람에 골치를 썩는 수호씨의 난감한 처지가 나오는데, 사실 수호씨나 평범한 우리들은 이렇게 사람 다루는 요령도 매우 서툴러서 중간에 끼여 큰 고충을 겪기도 합니다. 개업시엔 이런저런 명목으로 부가세 수백만원을 환급받기까지 했는데 이번 연도에는 수백을 더 내야 하니 수호씨 입장에서 세금 폭탄이 따로 없습니다. 어떤 자영업자는 부가세 납부분을 따로 예비하지 않다가 납부기한이 닥쳐 큰 곤란을 겪기도 했다는데 사장 일이라는 게 이처럼 큰 신경을 써줘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닙니다. 여기에 코로나 펜데믹까지 겹치니 배겨날 길이 없고 급기야 수호씨는 가게를 넘기게 됩니다. 넘기는 것도 쉽지 않아 매상관리를 잘해야 좋은 값을 받을 판이니 가짜로 매출을 조작하기도 합니다.
위치가 너무 안 좋아도 좀 그렇다고 생각하는 수호씨와, 요즘은 배달콜만 잘 받아도 괜찮다는 친구의 생각은 다릅니다(p272). 수호씨도 그간 산전수전 다 겪어서 여긴 진짜로 안되겠다 같은 느낌이 이제는 옵니다. 요즘은 최저임금이 올라서 자영업자들이 직원 쓰기를 꺼려하고 그래서 무인매장도 급격히 느는 추세인데, 수호씨도 키오스크를 설치하고서야 몸도 덜 힘들고 지출도 줄어서 한숨을 돌립니다. 이 소설은 후반부에 부인 시점으로도 이야기가 진행되고, 끝에는 소설읽기를 넘어 실전 자영업 운영에 도움이 되는 가상의 대담도 나와서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경영의 신 마쓰시다 고노스케(p76)라 해도, 21세기 한국의 자영업판에서 살아남기란 정말 힘들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