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게 반짝이는 별 하나
이도하 지음 / 마음시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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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하 시인의 작품을 읽고 나면, 항상 선물처럼 우리 독자들에게 초심을 도로 가져다 주는 느낌입니다. 사람에게 초심이 언제나 유지된다면 이 세상에 못 이룰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나를 설레게 했던 그 어린 여성에게 차음의 설렘이 이어진다면 목청 높여 싸우지도 않을 테고, 예술가가 처음의 영감(靈感. inspiration)을 계속 솟게만 할 수 있다면 그는 결코 독자와 팬, 후원자를 잃지 않을 것입니다. "불면의 밤을 지새다 보면 내 지나온 길이 뚜렷이 보인다(p21)." 이처럼 잠이 오지 않게 밤이 새워진다는 건, 그만큼 나 자신에 대한 회의, 혐오, 불안, 분노로 내 감정이 빈틈없이 채워졌다는 뜻입니다. 이런 혼란한 감정이 만수위로 차오르면, 나 자신의 지난 부끄럽고 서투른 과거도 파노라마처럼 눈 앞을 지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별은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다(p28)."  시인은 지금도 부친께 그 작품을 메일(전자우편)로 보낸다고 하십니다. 부모님이 정성껏 키워주신 자녀가 이만큼이나 장성하여,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혹은 풍랑 가득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아름답고 훌륭한 작품을 쓰고 있음을 확인하는 소통... 제3자가 보아도 뭔가 마음이 흐뭇해지고 뭔가가 뿌듯이 차오르는 듯합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부모님이 나를 챙겨 주고 달래 주었으면 하는 어린이의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도심 근린공원 어느 한구석이라면 시민들이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이 인위적으로 조성되곤 하는데,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마음의 어느 틈엔가는 이처럼 비포장도로 같은 곳이 있고, 많은 이들은 의도적으로 자신 속에 그런 곳을 남겨 둡니다. 개성과 취향이 천차만별이라도, 사람은 결국 누군가의 아들딸이며 마음의 텃밭을 가꾸려는 의도는 서로들 닮았습니다. 

마지막 잎새라고 하면 많은 이들은 O 헨리의 그 유명한 작품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창 밖으로 보이는 마지막 잎새들을 통해, 예전에 헤어졌던 그 사람을 다시 반추합니다. "바람이 오기 전부터 슬픔이 출렁거렸다. 떨어진다는 것이 무서워, 너를 떠나 사라진다는 게..." 사람은 생명을 갖고 태어나 활기차게 한 세상을 살다가 주어진 엔진의 동력이 다 떨어지면 슬프게도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게 정해진 운명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명을 마치기 전에도, 예컨대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거나 할 때, 그 사람으로부터 잊혀지고, 혹은 지난시절의 달콤했던 기억이 모두 무(無)로 화하거나 할 때, 아마도 우리는 작은 죽음을 맞이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별과 관계의 파탄을 예고하는 작은 바람소리조차 무서운 건 다 그 때문입니다.   

류시화 시인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고 한 적 있습니다. p58에서 이도하 시인은 다소 결이 다른 그리음을 말합니다. "사랑이란 그 존재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인데, 가까워질수록 당신이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 여기서 시인이 말하는 그리움이나 사랑은, 이미 시인이 밝혔듯 내 존재의 정당성이나 뿌리를 더 단단히 다져 준, 풍성한 자양분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이 그런 의미가 아니고, 마치 에뤼식톤 왕의 식탐처럼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자기파괴 기제의 일환일 뿐입니다. <정말로 그게 맞냐고 묻는다면>에서 주제가 된 사랑은, 이미 만족함을 알고 적정선에서 멈출 줄을 아는 사랑, 나보다 상대를 더 앞세우는 사랑이기에 겸손하고 온유합니다. 못나고 추한 늙은 짐승의 욕정과는 아주 다릅니다. 

"나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p86)." 이처럼 사랑과 절제, 애착과 배려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정신이라면, 설령 일시적으로 어떤 격정이 마음의 거울 표면에 파문을 일으켰다 해도 오래지 않아 바른 평정을 회복합니다. 또 행여 외부로부터 어떤 건강치 못한 자극이 닥쳐도, 이내 바른 지향을 찾으리라는 다짐이 내면의 근원으로부터 지시를 내립니다. 깨끗하고 도덕적인, 명경지수와도 같은 심성은, 외부로부터의 타락 그 유인에 대해서는 대나무처럼 꼿꼿하게 저항하면서도, 나의 정신을 더 올곧게, 더 알차게 고양할 수 있는 자양의 섭취, 교류, 소통에 대해서는 또 대지를 움트고 나오는 새싹의 순처럼 부드럽습니다(p126). 아름다운 사람과 자연이 만나 더 누리를 풍요롭게, 평화롭게 가꾸려는 호흡과 기운이 시어(詩語)에 녹아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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