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시대의 토지 쇼핑 - 아파트가 가고 땅이 온다 천기누설 토지투자 13
이인수 지음 / 청년정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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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다가 내려앉은 후 나라 전체에 큰 우려가 일었습니다. 우선 젊은 세대는 다서 무리를 해서라도, 여태 마련해 둔 저축분에 더해 대출까지 보태어(이른바 영끌) 내 집부터 일단 마련하고 보자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또 나이 든 은퇴 세대는, 자산으로 지닌 집 한 채를 담보 삼아 이런저런 대출을 끼고 사는 경우가 꽤 되는데... 만약 집값이 단기간에 폭등했다가 그 거품이 꺼지면, 이 두 세대의 삶이 모두 지옥으로 치닫는 것입니다. 일본도 이런 과정을 거쳐 잃어버린 30년을 맞았는데, 그나마 일본은 포트폴리오의 구성 요소가 다양했고 기본 체질이 튼튼했었습니다. 한국은 펀더멘털이 그렇게 튼튼하지 못해, 저런 일이 일어나면 어떤 파국적 결과를 맞을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지난 고도 성장기 한국을 버티게 한 굳건한 믿음은 이른바 부동산 불패 신화였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쓴 이인수 코랜드연구소장은 이제 부동산 중에서도 아파트는 더이상 그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어려우며, 아파트의 자리를 "땅, 대지"가 대신하리라는 전망을 내놓습니다. 실제로 근현대 들어 미국이나 서유럽에서 부동산이라고 하면 경제학이든 부동산학에서든 토지 그 자체에 훨씬 주목하는 게 보통이었고, 대지위에 얹혀진 하나의 옵션일 뿐인, 집, 그리고 집 중에서도 현금화와 표준화가 훨씬 쉬운 아파트에 대해 이렇게나 모든 주의가 집중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시피합니다. 그러나 이제 분양가상한제, 과잉공급 등으로 아파트 불패 신화에 균열이 생기고부터는, 원칙적으로 지상의 부착물일 뿐인 아파트보다는 토지 자체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의미심장합니다. 

요즘은 특정 지역의 경제활성도나 가능성을 체크할 때 GRDP라는 지표에 눈을 돌리기도 합니다. p83에도 설명이 잘 나오듯 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의 약자인데, 저자께서도 그리 설명하듯, 원래 있던 GDP라는 개념에다 지역(region)이라는 속성만 살짝 붙였을 뿐입니다. 저자가 GRDP를 언급하는 이유는, 과연 어떤 지역이 앞으로 유망한 투자 가능성을 지녔는지를 체크할 때 가장 직관적인 지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 나온 수치를 잠시 인용하자면, 한국 각 지방 전체의 GRDP(따라서 한국의 GDP)는 1731조이며, 서올, 경기도, 인천의 GRDP는 870조 정도로 절반에 가깝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화성의 경우 경기도내 1위이며, 맥킨지 선정 유망 투자 도시로도 꼽혔다고 하네요. 이런 각종 경제 지표는 포털 사이트 네*버 등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도 덧붙입니다.    

"토지투자를 결정할 때 거리는 아주 중요하다.(p125)" 이때 거리는 지도상에서 두 지점을 직선으로 이었을 때 산출되는 믈리적 거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어떤 교통 인프라에 의해 연결되어 얼마나 짧은 시간 동안에 다녀올 수 있는지가 더 우선순위 높은 고려 요소라고 하겠습니다. 요즘은 행정구역상의 (공식) 명칭보다 부동산 가치를 더 잘 반영하는 통칭이 더 널리 쓰이는데, 예를 들어 화성시가 종전보다 훨씬 더 사람들의 큰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해당 시 자체의 역량보다, 그 구성 요소인 동탄 여러 동 일대의 가치 때문입니다. 성남이나 고양, 용인도, 이에 포함된 분당, 판교, 일산, 수지 등의 중요도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반면, 부천에 포함된 중동, 안산에 포함된 고잔 등은 소속 시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리기에 역부족임이 드러났다는 게 독자인 제 생각입니다. 책에서는 김해 일대에 생긴 장유신도시가, 창원터널 덕분에 창원시에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진 예를 듭니다.  

이탈리아 북동부의 작은 도시 베네치아는 구성원들의 남다른 근면성, 창의력, 혁신의지와 도전정신으로 중근세 수백 년 동안 지중해 일대에서 큰 세력을 형성했었습니다. 이 도시의 특징은 지중해와 유럽 내륙을 잇는 핵심적인 지정학적 중요성을 지녔었고, 아예 도시 자체가 수로로 긴밀하게 연결되었던 사실인데, 저자는 p176에서 앞으로 미래도시에서 번영하는 부동산 입지는 "친수(親水)구역 워터프론트(waterfront)"라고 내다봅니다. 수변(水邊)공간은 일단 도시 내 거주지로서 탁월한 뷰(view)를 끼고 있을 뿐 아니라, 교통 측면에서도 새로운 이동 수단의 등장과 더불어 메리트를 갖게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저자는 택지 개발에 있어 이른바 강소(强小)택지 투자 트렌드(p188)가 대세가 될 것을 예측하는데, 그 핵심은 세컨 하우스 옵션, 여유있는 자금계획(설계 후 추가금 발생 대비), 집 본체보다 정원과 텃밭 등의 중요성 대두 등을 짚습니다. 현재의 닭장 같은 아파트 위주로 짜여진 포트폴리오하고는 근본의 관점부터가 다르다는 걸 눈치챌 수 있는데, 저자만의 차별화한 인사이트가 곳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장기 투자 비전을 물색하는 이들에게 무척 유익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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