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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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처음으로 읽고 5년이 지나 두 번째로 읽었다.

분명 나는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아주 코믹하고 재미있다고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작가가 신자유주의 경제체재를 싫어하고 그 이유는 우리의 모든 일상에 프로가 되기를 강요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기억이 난다.

두 번째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코믹과 재미는 여전하지만 재미있는 소설을 발견하고 방방 떠서 그 시절야구를 회상하고 프로의식자본주의를 비판하기 보다는, 차분히 앉아 세상의 이치를 다 알아버린 사람처럼 관조하고 사색하고 약간은 가슴 아파한다.

나는 5년 전의 내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옛날에 써 두었던 감상문을 다시 불러오는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감상문이었다. 무려 40대 중반의 성인이 저 정도 수준의 감상밖에 남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너무나 부끄러웠다. 실은, 이 책을 다시 읽고 감상문을 쓰는 수고를 덜기 위해 전에 썼던 감상문을 그대로 옮길까. 라고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나에 대해서는 기특하게 생각한다.

 

이 책은 세 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1.1982년의 베이스볼 2.1988년의 베이스볼 3.1998년의 베이스볼.

11982년의 베이스볼은 주인공과 조성훈이 중학교에 입학하는 그 해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기고 그들의 연고지인 인천에 하필삼미슈퍼스타즈가 창단되면서 두 주된 인물들이 야망을 가지는 소년이 되었다가 12푼의 승률을 숙명처럼 끌어안고 사는 불행한 소년의 삶을 살면서 유니세프는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원망하다가 그들의 슈퍼스타이자 별이었던 삼미슈퍼스타즈를 떠나보내는 것이 주 내용이다.

21988년의 베이스볼은 삼미슈퍼스타즈를 경험하면서 사람의 인생은 소속이 결정하고 세상은 프로들이 이끌어나간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이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충실하여 열심히 공부해서 일류대를 진학하고 진학 후 삼미는 잊고 소속과 계급이 좌지우지하는 세상을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한편, 아버지가 죽은 후 친척들이 돼지발정제를 먹은 듯이 돈을 향해 미쳐 날뛰는 것을 보면서 조성훈이 미련을 버리고 일본으로 떠나는 것도 2장의 이야기가 되겠다.

31998년의 베이스볼은 제목에서 딱 감이 오듯이 6.25이후 대한민국 최대 환란이라는 경제위기를 맞이한 주인공이 드디어 회사에서 짤린다. 일류대 출신의 주인공은 대기업에 들어가서 가정을 버려야 직장인이 산다는 책을 끼며 하루 4시간의 수면만을 취하며 회사에 모든 것을 바쳤건만 일류대도 대기업도 별 수 없던 그 시절에 주인공도 별 수 없었다. 그 즈음 일본에 갔던 그리고 아직도 삼미슈퍼스타즈의 정신을 신앙처럼 새기고 있는 조성훈이 돌아오고 그의 영향으로 주인공은 세상은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구성해 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신이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주신 새 치약처럼 풍부한 시간을 남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내 인생의 일’ ‘내 인생에 대한 생각들을 잔뜩 끌아 도토리의 산을 쌓아두는 데 쓰기 시작한다. 그리곤? 다시 플레이 볼이다. 주인공은 이제 다시 플레이된 볼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전에 읽었을 때 나는 주인공이 다시 플레이. 된 공.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 지 아는 것을 당연히 여겼는데 지금 다시 보니 주인공이 진짜 제대로 알았을까 혹시 잠시 알았다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1998년의 주인공보다 강산이 한 번 바뀌고 한 번 바뀌려고 준비하는 것 만큼 나이를 더 먹은 나는 아직도 어떻게 그 공을 잡아야 할지 여전히 생각 중이기 때문이다. 전에 써놓았던 감상문의 마지막 부분을 보니 나라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한 치의 성장도 못했나보다.

 

외환위기 이후에 현재까지 (이 책이 출판되고 10년하고도 2년이 더 흐른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 지구가) 긴장의 날을 세우고 뒤처지지 않기 위하여 열심히 살고 있고, 세상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따위를 인용해가며 이것은 현대인의 숙명인 듯 세뇌시키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했는데 과연 지금, 우리 앞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는가. 여전히 우리는 배고프고, 외롭고, 괴롭고, 늘 쫓기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에 다시 삼미슈퍼스타즈를 소환하여도 별 문제가 없을 듯하다.

, 나는 삼미슈퍼스타즈를 소환하여 지금 내 일상에 한번 대입해보고자 한다.

과연 지금 그리고 미래에 내 앞에 펼쳐질 일상은 무엇인가, 무엇이 내가 즐거이 맞닥뜨릴 수 있는 삶인가? 불안을 해소할 프로의 인생인지, 불안을 떨칠 삼미의 방식인지.

적절한 고민 후에 선택은 나의 몫. 나의 선택은?“

 

나는 여전히 내가 즐거이 맞닥뜨릴 수 있는 삶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이보다 더 이상 적절하지 못할 만큼 고민을 했으나 나는 내 몫을 쟁여두지 못했고 선택도 미루고 있다.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고민한다. 다만 불안하고 고민하는 가운데서도 남의 일이 아닌 내 인생의 일내 인생의 생각들을 조금씩 쌓아가느라 치열하는 것이 전과는 다를 뿐.

작가의 역할은 문제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던 안톤 체홉의 말에 따르면 박민규는 2015년에도 2020년에도 제대로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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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 그날의 역사
황인희 지음, 윤상구 사진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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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건물과 건축에 관련된 책과 궁궐 기행 책은 많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의 자료를 이 책보다 더 많이 인용하여 각 궁궐의 전각과 연결지어 역사를 많이 설명하는 책은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궁궐 전각을 설명하는 책과 같이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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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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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를 참 좋아한다. 이 작품을 읽음으로써 그의 모든 소설을 다 읽었다. 처음 읽었던 <28>은 동물이 화자가 되는 새로운 시점에 대한 충격을 가져다주었고 스펙타클하고 다이내믹한 전개는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 했다. 내처 다른 작품을 골랐다.

<7년의 밤>. 실은 <7년의 밤>이 먼저 나온 책이다. 그러니 나는 발행 역순으로 책을 읽고 있는 것이다. <7년의 밤>은 <28>과는 다른 화자 다른 이야기로 그 몰입감과 이야기 전개에 대한 궁금증이 독자로 하여금 강하게 집중하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두 책을 읽고나니 정유정 작가의 다른 책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읽은 책은 <내 심장을 쏴라> 2009년 세계문학상 수상작품으로 이 작품이 정유정 작가의 첫 작품이 되겠다. 역순으로 읽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내 심장을 쏴라>가 제일로 마음에 든다. 앞선 두 작품 <28>과 <7년의 밤>이 좀더 미스테리나 추리에 가깝다면 <내 심장을 쏴라>는 우리 인간 세상, 청소년, 사회에서 흔히 루저라 일컫는 이들과 그 심리를 다룬 사람냄새나는 작품이다. 결말도 마음에 들고 인물, 묘사, 대사가 다 좋았던 작품이다.

 

서론이 길었다. <진이, 지니>는 2019년 5월에 나온 책이다. 그런데 나는 존재를 몰랐다. 내가 얼마나 한국현대소설에 관심이 없었던지를 자명히 보여준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데 푸른 표지의 이 책이 바로 눈에 띄였다. 아마 그동안은 대여하는 사람이 많아 제대로 비치되고 않았던 것이고 이제 웬만한 읽은 사람은 다 읽었나보다. 예약하지도 않았는데 온전히 내 눈에 띄인 것을 보면. 주저함이 없이 바로 빌렸다.

 

정유정 작가의 다른 전작들과 비교해서 볼때, 나는 당연히 1~2일이면 다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일주일이 넘어서야 책을 반납할 수 있었다.

 

세상 모든 작가는 자기 복제의 한계를 당초부터 갖고 있다하겠다. 하늘 아래 완전한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문체는 있을 수 없을 거니까. 전작 3개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유사한 점이나 문제의 비슷한 점도 없었다고 단언한다. 그런데 작가의 4번째 작품인 <종의 기원>은 작가의 전작과 소재가 달랐음에도 다른 컨텐츠, 예를 들면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많이 다루어서인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있엇다. 약간의 <7년의 밤>과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이번 작품 <진이, 지니>도 그렇다. <28>과 상당히 닮았다. 동물 소재라는 것과 동물이 주체가 되어 움직이다보니 그의 움직임을 쫓는 묘사나 표현까지도. 그래서 새롭지 않고 약간의 지루했다. 그래서 꼼꼼히 읽지 못하고 는으로 흘려 읽는 부분이 많았다. 줄거리가 짐작이 되고 표현도 새롭지 않고 새길만한 깊은 문장도 아니었다.

 

분위기가 어둡다. 그럴 수 밖에 없겠지. 밀렵으로 포획된 동물이 우연히 탈출하고 탈출해있는 과정의 사건들을 두 남녀 주인공의 교차시점으로 그린 내용인데 밀렵된 동물이라는 소재 자체가 어두운 데다가 두 주인공의 처지를 생각하면 전반적으로 우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읽는 동안 가슴이 답답했다. 여자 주인공 진이가 동물 지니와 동화되어 회상하는 부분은 작가가 밀렵둥물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고 부각시키기 위해 억지로 감상적으로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개인적 감상이니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 알아두시길.

 

왜 하필 주인공 동물로 보노보를 골랐을까? 작가의 인터뷰라도 있을까 하여 검색을 해보았는데 실패했다. 아마 밝히지 않겠게지, 내가 못 찾은 게 아니라. 밀렵이라는 설정을 하다보니 그랬을까하고 추측만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 아니다보니 작가가 보여주려 했던 사람과 동물의 교감, 동물 사랑이 내게 쉽게 와닿지가 않았다. 아니, 내가 동식물에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게는 그랬다.

이런 이유로 전작들 대비 책을 처음 잡은 이후로 가장 오래동안 붙잡고 있었던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은 뻔하지 않았다. 진이와 지니가 처음 만나는 순간과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을 절묘히 혼합하고 교차시킨 작가의 이야기를 꾸미는 능력은 인정해야만 하겠다. 동물 학대, 휴머니즘,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한 공감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작품은 그러나 나는 별 3개정도만 주겠다. 동시에 <내 심장을 쏴라>같은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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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러스먼트 게임
이노우에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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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러스먼트 게임 ;

해러스먼트라는 단어와 게임이라는 단어가 도무지 짝지워지지가 않았다.

 

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때 도대체 이 책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책일까 궁금증이 일긴 했다. 해러스먼트, 즉 괴롭힘, 희롱이라는 다소 고통과 희생이 연상되는 단어와 게임이라는 유희와 재미가 떠오르는 단어는 하나의 문구로 연결되기에는 소시오 패스가 사람을 갖고 장난치는 것 같은 위험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해러스먼트에 방점이 찍혀있을지 게임에 강조가 되어있을지 알고 싶어졌다. 동시에 왜 제목을 이렇게 무게 중심없이 지었을까, 작가가 지었을지 편집자가 지었을지에 대한 호기심도 일었다. 작가가 지었다면 필력을 의심했을 것 같고 편집자가 지었다면 스스로 마케팅 방향에 대하여 우왕좌왕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작품은 일본의 한 유통회사에서 벌어지는 사내 괴롭힘과 그것을 해결하는 컴플라이언스실(일종의 감사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7년 전 해러스먼트(이 책에서는 일본식 표현인 '하라'라고 표기되어있는데 이 글에서도 '하라'라고 하겠다.)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지방으로 전출된 주인공 아키쓰는 사장 마루오에 의해서 본사 컴플라이언스실로 다시 발령을 받는다. 컴플라이언스실에는 마코토라는 젊고 똑똑한 여직원이 이미 일을 하고 있다. 마루오 회사의 사장 마루오씨가 아키쓰를 다시 본사로 발령낸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런 와중에 마루오수퍼에는 5건의 다른 '하라'가 발생하면서 회사에 위기가 찾아오고 아키쓰와 마코토는 처음의 어색함과 불신을 발생한 '하라'들을 해결하면서 신뢰와 성과로 대체한다. 마침내 마루오 사장이 아키쓰를 본사 컴플라이언스실로 불러올린 이유도 밝혀지고 회사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문제도 해결되면서 아키쓰는 고위직으로의 승진을 제안받지만 이를 마다한다. 아키쓰는 업무에 대한 성취를 위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자신 인생에 대한 여유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행복으로  느끼게 되고 승진대신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으로 남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이 작품의 작가인 이노우에 유미코는 소설가라기 보다는 드라마 작가로 더 많은 작품을 남겼다. 우리도 잘 아는 일본드라마 <하얀 거탑>도 이노우에 유미코의 극본이다. 이 외에도 히트시킨 많은 드라마들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은 읽는 동안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였다. 희곡은 아니지만, 소설 문장은 지문같이 느껴지고 등장인물들이 주고 받는 말은 대사와 유사한다. 묘사되는 술집, 사무실, 수퍼마켓 등도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공간이 그려진다. 우리가 최근에 오피스 관련 컨텐츠라던지 '쌉니다. 천리마마트'같이 대형마트에서 벌어지는 드라마에 노출이 많이 되었기 때문인지, 드라마 극본을 많이 쓴 작가의 필력 덕분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쉽게 연상하고 떠오르면서 막힘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쉽게 읽혔기 때문일까? 5개의 '하라'가 반복되면서 약간은 지루한 감도 없지않아 있다. 이것은 예를 들어, 대형마트 관련 TV드라마에서 어딘선가 본 듯도 하고 들은 듯도 한 익숙한 5개의 에피소드를 무작위로 배치시켜 상영하여 이미 본 듯한 착각마저 든다. 그리고 독자는 이미 다 알고 있다. 5개의 '하라'들이 어쨌든 아키쓰에 의해서 잘 해결되것임을. 문제는 이 해결의 전개가 우리가 너무도 많이 보았던 방식으로 너무도 익숙한 클리셰의 반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쉽게 읽히기도 하지만 그만큼 4번째 즈음까지 가면 약간은 지루한 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소설의 전개 방식과는 별개로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일부 공감되기도 하고 일부 우려스러웠던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이 '하라'들에 대한 것이다. 흔히들 우리나라의 10년 뒤는 일본이라는 말이 있었다. (솔직히 지금의 나는 이 생각에 반대다. 요즘 일본은 오히려 우리보다 더 뒤쳐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그야말로 수 많은 '하라'들 혹은 '하라'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파워하라(Power Harassement): 같은 직장에서 작무상의 지위나 인간 관계의 우위성을 배경으로 적정한 업무를 초과해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열심히 하라"는 말도 파워하라가 될 수 있다.

-참견하라: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오지랖을 부리는 행위

-모라하라(Moral Harassment): 말이나 태도로 상대를 불안에 빠뜨리거나 인격과 존엄에 상처를 입히는 정신적 괴롭힘. 자네, 당신이라는 용어도 모라하라가 될 수 있다.

-파타하라(Paternity Harassment): 부성 침해.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남자직원에게 가해지는 괴롭힘

-아라하라(Alcohol harassment): 음주나 회식 관련된 괴롭힘

-에이하라(Aging harassment): 나이에 대한 차별이나 괴롭힘

-스모하라(smoking harassment): 억지 담배를 권유하는 것에 대한 괴롭힘.

-마타하라(materinity harassment):직장에서 임신, 출산 등으로 당하는 괴롭힘.

-에어하라(Air harassment):멋대로 사무실 온도와 공기조절을 하는 괴롭힘.

-카스하라(Customer harassment): 고객해러스먼트. 고객의 악질적 클레임.

 

뭐 이런 것까지 '하라'인가 할 정도까지 세세하게 '하라'로 취급하고 인정하며 문제로 다룬다. 이 작품에 등장한 '하라'의 사례나 설명이 실제로 일본 기업에서 사용되고 인지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작품에 사용된 이상, 실제로 발생하거나 인지되고 있다고 본다면 이것이야 말로 참 갑갑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우리의 기업 문화도 많이 바뀌고 있다. '꼰대'라는 단어는 이젠 거의 보통명사화 되었고 '90년대생이 온다'는 책까지 나왔다. 이는 우리의 기업에서도 얼마 전만 하더라도 무심히 넘길 수 있던 행동이나 말들이 얼마든지 '하라'로 취급되어 문제시 될 수 있는 것이다. 시대적 요구와 문화적 흐름으로 볼 때 대부분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에 대한 권리가 너무 심하게 대두되다 보니 어디까지가 서로 용인할 수 있는 교집합의 상황인지, 어디까지가 서로 교차되면 안되는 온전한 개인의 영역인지 아직은 그 경계가 애매하고 모두가 공감되지 못하고 있다. 80년대의 문화에서 이제 2020년의 문화까지 약 40년을 넘나드는 문화적 충돌하에서 기업들은 어쩌면 지나친 '하라'가 소통과 공감을 방해할 수도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90년대생과 2000년대생들이 이런 나를 보고 '꼰대'라고 할까. 이 책에 나온 가슴 답답해지는 '하라'의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이렇게까지는 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까지 되기 전에 지위와 나이를 넘어서 다같이 서로 막힘없는 대화와 소통이 되는 문화가 자리잡혔으면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 나부터 우리 아들과 딸과 먼저 대화를 시도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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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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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뒤티유욀은 자신이 벽으로 드나드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43세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정말 우연히 알게 되었다. 의사는 체력을 과도하게 소모하라는 처방을 내렸지만 종일 앉아서 일을 하는 뒤티유욀은 업무 외 시간이나마 신문 읽기와 우표수집 정도만 할 뿐이어서 도무지 체력을 쓸 일이 없어서 벽을 드나드는 능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전혀 쓸 일은 없는 채 그저 보유만 하고 있었다.

어느 날, 회사에 상사가 바뀌면서 새로운 변화의 지시가 내려오는데 이 변화를 거부하던 뒤티유욀은 벽으로 드나드는 능력을 인지하게 되고 그 때부터 이 능력을 왕성하게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주로 부자들의 물건을 도둑질하며 의적으로 칭송받다가 스스로 감옥에 갇혔고 또 탈출을 하여 나름 변신을 하여 유유자적 살고 있었다. 하루는 길을 가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그 여인과 사랑에 빠졌는데 그 여인은 유부녀였다. 어쩔 수 없이 늦은 밤 몰래 그녀의 남편이 없는 사이 그녀의 집에서 뜨거운 사랑을 종종 나누게 되었다. 그 날은 두통으로 언젠가 처방받은 약을 먹고 그녀의 집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새벽이 되어 늘 하던 것 처럼 벽을 통해 그녀 집에서 나왔는데 갑자기 몸에서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더니 뒤티유욀은 그만 벽 속에 그대로 갇혀 버렸다.

 

약 20쪽이 되는 분량의 이 소설의 줄거리는 정말 위의 요약이 전부이다. 서너 페이지에 있는 삽화를 빼면 순수히 내용은 15쪽 정도뿐이 안되는 것 같다. 요즘 기준으로 치면 단편소설 축에도 끼지 못할 만큼 짧아서 아마 어디 응모하지도 못했을 분량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현재까지 인구에 회자되면서 널리 이름을 알리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2~3년 전에 연극무대로 올려지기도 했다. 내용이 이렇게나 짧은데 각색은 어떻게 되었고 연출은 어떻게 되었을지 다시 공연된다면 꼭 연극을 보러가고 싶을 정도이다.

 

이 작품은 1943년에 발표되었다. 그 당시를 기준으로 본다면 멀쩡한 사람이 벽으로 드나드는 초능력을 가졌고 별 쓸잘데기 없는 곳에 그 어마어마한 초능력을 쓰고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벽에 갇힌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정말 신박했었을 것 같다. 그래서 많이 사람들이 좋아하고 인기가 있었을 것이다. 무엇인든지 처음 시도한다는 것은 새롭다는 것에 대한 위험과 엉뚱한 것에 대한 용기와 모험에 대한 호기심이 동반되어야 그 '처음'을 완성할 수 있는 법이다. 지금의 관점에선 그닥 새로울 것 없는 환상동화이지만 1943년 프랑스를 생각해보라. 우울한 그 시대에 이런 기발한 환상을 꿈꿀 자 별로 없었을 터.

이 작품을 두 번을 읽으면서 (왠만해서 한 번 본 것을 두번 보지않는 편인데 책이 너무 짧아 두번보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었다.) 드는 생각이 세 가지 정도 있었다.

 

첫째, 사람은 역시 여유가 있어야 자기의 능력을 개발하게 된다.

지루하기 짝이 없을 만큼 변화가 없고 여유가 충족한 생활을 하던 차에 뒤티유욀은 자신만이 가진 능력, 벽으로 드나드는 능력을 깨닫게 된다. 새벽에 일어나 교통지옥에을 통과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빡빡하게 몸과 머리를 쓰고 소금에 절여진 배추같은 상태로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이라면 내가 뭘 갖고있는지 알아차릴 수가 전혀 없을 것이다. 뒤티유욀이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알고 찾아간 의사의 처방은 "체력을 소모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즉, 제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을 소모하면 능력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일상이 스스로를 절인 배추와 같이 만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여러분들이여 자신이 놓치고 있는 능력은 없는지 여유를 갖고 찬찬히 관찰해볼지어다.

 

둘째, 사는데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뒤티유욀이 그렇게 좋은 능력이 있었다해도 상사가 바뀌지 않고 또 상사가 바뀌었더라도 업무에 변화를 주지 않았더라면 뒤티유욀은 살던 대로 살았을 것이고 자신의 능력을 되찾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뒤티유욀은 강하게 거부했지만 어쨌든 상사덕분에 능력 개발을 이루었다. 그에게 감사해야 한다. 우리에게 자극을 주는 모든 외부 변화에 대부분 감사하고 볼 일이다.

 

셋째, 자신의 주변에 뭐가 있는지 정도는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한다.

정리 정돈을 잘 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의약품이 어디에 있는지 뭐에 쓰는 약인지 정도는 알고있는 사람으로서, 그냥 두통약이겠거니 짐작하고 알약을 먹어서 능력을 잃게되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과유불급이라고 자신의 능력을 막 써도 되는 지경이 되니 긴장을 늦추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첫 눈에 반한 사랑하는 여인에 온 맘을 다 쏟고 있었기 때문일까? 뒤티유욀은 체력을 소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두통약으로 잘못 알고 먹는 실수를 한다. 능력이 생긴 이후에 처음처럼 약간의 긴장과 생각을 하고 지냈다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실수였다. 사람은 익숙해지면 편해지고 편해지면 습관이 된다. 습관이 되는 순간 생각의 횟수는 줄어드는 것이 이치이다.

 

이 책에는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외에도 생존 시간 카드, 속담, 칠십 리 장화, 천국에 간 집달리 의 4개 작품이 더 실려있다. 개인적으로는 '생존 시간 카드'가 너무나 재미었었고 어릴 적 보던 환상특급에서 나올 법만 이야기여서 기발한 상상력과 전개에 푹 빠져서 보았다.

속담과 천국으로 간 집달리는 전래동화같은 느낌이 있었고 칠십 리 장화는 안데르센의 따뜻한 동화같은 분위기의 책이었다.

 

한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분위기의 글을 쓴다는 것에 놀랍고 그 시절에 이렇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또 놀랍니다. 여러모로 부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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