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거의 결과가 불합리했다고 할 수는 없다. 다수결로 권력자를 뽑는 선거제도가 더 훌륭한 사람의 당선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선거로 집권한 인물이 모두 민주적이고 유능하다는 보장 역시 없다. 폭군, 사기꾼, 거짓말쟁이이나 극도로 무능한 인물도 유권자의 마음을 사면 권력을 쥘 수 있다. 선거제도에 잘못이 있는 건 아니다. 민주주의 선거제도는 훌륭한 사람의 당선을 보장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악한 인물이 권력을 쥐어도 악을 마음대로 행할 수 없게 한다는 강점 덕분에 문명의 대세가 됐다. - P22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며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다. - P29
역사적 사실은 진리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실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며 역사가가 허락할 때만 말을 한다. 역사가는 제멋대로 사실을 만들거나 바꿀 수 없지만 사실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사실과 역사가는 평등한 관계에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 자신만의 사실을 갖지 않은 역사가는 뿌리 없는 풀과 같고 자신의 역사가가 없는 사실은 죽은 것이다. 역사는 역사가와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이다. - P30
대학을 마쳐도 반듯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현실을 두고 청년들을 위로하면서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것은 일종의 착시일 뿐이다..(중략)..우리 역사에서 모든 청년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decent job)‘가 주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 P41
대한민국은 이제 ‘난민촌‘이 아니지만 국민은 ‘난민촌 정서‘를 지니고 있다. 북한이 호전적 병영국가로 남아 있는 한 그 정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P51
나는 한국현대사를 만든 힘이 대중의 욕망이었다고 생각한다...(중략)...사람은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안고 산다. 욕망은 행동을 일으키고 행동은 사회를 바꾼다. 만약 모든 욕망을 다 채워서 어떤 결핍도 느끼지 않는다면 더는 행동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새로운 욕망을 끝없이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상태에 이르지 않는다. - P52
우리는 각자 나름의 철학과 인생관을 지니고 산다. 똑같은 경험을 해도 철학이 다르면 해석이 달라지며, 경험까지 다르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독재적인 방식으로 산업화를 이뤘다는 사실을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평가한다. - P100
로스토는 경제를 움직이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은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라고 봤다. - P109
나는 인간 박정희가 아무 ‘주의자‘도 아니었다고 본다. 민족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반공주의, 군국주의, 자유주의 그 어떤 이념도 그를 온전하게 사로잡지 못했다. 생애 전체를 볼 때 그가 일관성 있게 추구한 것은 권력 하나뿐이었다. - P110
포퍼가 특정한 계획이나 목표에 입각해 사회 전체를 개조하는 사회혁명을 강력하게 반대한 것은 인간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람은 눈앞의 현실조차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미래를 올바로 설계할 능력은 말할 나위도 없다. - P180
민주주의는 제도와 행태와 의식의 복합물이다. - P190
민주적 제도가 있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그에 맞는 생각을 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성숙한 민주사회를 만들 수 있다. 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길게 보면 제도는 의식과 행태의 산물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특정한 제도가 그에 맞는 의식과 행태를 북돋우기 때문이다. - P252
우리는 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넘어진 자리에서 거듭 넘어지는가. 우리는 왜 날마다 명복을 비는가. 우리는 왜 이런가.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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