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etry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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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시가 죽어가고 있어요. 참 안타까운 일이죠." 

영화 속 시인인 김용탁(김용택 시인 분)이 영화 속에서 탄식하며 한 말이다. 영화는 한 소녀의 죽음과 그 죽음의 진실과 관련된 사람들이 헤쳐모여를 하는 내내 시란 무엇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 무엇을 쓰 것인가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파출부 생활을 하며 외손자를 키우고 있는 윤정희는 어느 날 문득 시쓰기 교실에 나가게 되고 시를 쓰기 위해 몸부림친다.  동시에 손자가 다니는 학교의 한 소녀가 자살히고 이 죽음과 얽힌 사건과 사람들이 사건의 원만하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이 이 영화의 큰 이야기이다.  

근래 영화를 보는 내내,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저릿하고 큰 한숨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던 듯 하다. 시는 양심이었다. 윤정희는 영화 내내 시가 너무 어렵다.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냐는 고민을 무수히 한다. 시인은 시가 죽었다. 죽은 시를 살리려는 사람도 별로 없다. 남아있는 시인을 너무 힘들다고 토로한다. 시는 양심이다. 양심이 죽어가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양심적으로 살아라'고 할 수 없음을 알기에 단지 흐르는 눈물만 훔칠 뿐이었다.  

이 영화는 이분법적인 양심과 비양심을 보여주면서 극단적 권선징악을 권하는 것이 아니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특히 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누구나 쉽사리 양심을 택할 수 없는 현실속에서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깉은 고민을 던져준다. 그런데 그 고민이 정말 어렵다. 출세주의와 물신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죽어가는 시를 살릴 수 있을까? 흔히빠진 나부터? 그 첫번째 나는 나여야만 하는가? 안 그러면 일생동안 양심과 타협하고 안락을 책할까?  

이런 고민을 하느라 영화관을 나오면서도 가슴이 짓눌려 숨 쉬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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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 오프 - Kick Off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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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15년 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가 1회 부산국제영화제 때였는지 아니면 일반개봉 극장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 때로서 아주 희귀한 아시아 영화, 그 중에서도 더 희귀한 이란 영화가 남포동 극장가에 걸렸다. 지금 기억에 부산국제영화제 덕분에 아시아권에서 의외의 좋은 작품들을 발견하고 사람들의 호응이 좋았던 것이 개봉 극장에 이란 영화가 걸린 이유가 틀림이 없을 것 같다. 그 영화는 바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고 감독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중동은 낯선 동네이다. 왠지 중동에서는 전투가 있을 것 같았고 혁명이 있을 것 같았으며 사람들은 늘 그렇게 살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내 친구의 집”은 폭격이 없었다. 비록 사막이 영화 배경의 대부분을 차지하긴 했어도 적어도 폭격은 기억에 나지 않는다. 꼬마 주인공의 까만 눈동자, 친구의 공책을 돌려주질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꼬마의 불안한 눈동자만 기억이 난다. 그 때 난 또 생각했지. “아, 내가 아는 폭격의 이란은 미국의 화려한 화면과 선전때문이구나.”
     실로 한 15년 만에 중동 영화를 다시 보았다. 학교 레포트용으로 우연히 고른 영화는 단지 ‘축구’라는 소재 때문에 나의 선택을 받게 된 “킥 오프”이다. 이 영화는 이라크 영화다. 아니, 이라크에서도 영화를 찍나? 거긴 늘 전쟁일텐데. 거긴 수시로 폭격이 있어 잘 나다니지도 못한다 하던데. 먹고 살기도 바쁠텐데 웬 영화? 그러나 이란, 이라크는 한 축구하는 나라임을 숯한 월드컵 예선전에서 보아왔기에, 그 나라가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있겠거니, 스포츠 영화겠거니 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내 친구”와는 달리 초반부터 전투기 비행장면이 나온다. 정찰기가 수시로 도시를 정찰하고 폭격기가 폭탄을 투하하는 일이 일상의 하나된 이라크의 한 도시. 폐허가 된 공설운동장에 피난민들이 모여 산다. (이 배경은 영화를 위해 만든 인위적 세트가 아니라 실제 피난민 주거지라고 한다.) 업자들은 곧 있을 재개발을 위해 피난민들에게 당장 장소를 비우라고 독촉하지만 사람들은 갈 곳이 없다며 맞선다. 이 난민촌에 사는 주인공인 아소는 아시아컵 축구 결승전에서 이라크 승리하는 장면을 본 후 피난민과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다. 이를 계기로 아소는 전쟁의 한 가운데서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일상적인 삶의 기쁨을 주고자 아랍, 쿠르드, 터기 등 4 민족 친선 축구 대회를 조직한다. 아소가 뚱보 친구와 유니폼을 사고 축구공을 사고 네트를 치고 팀원을 모으고 홍보를 하고 (서양의 기자도 취재를 온다) 관객을 모으는 과정에 같이 사는 피난민들의 고단한 삶, 지지부진한 살림살이 등이 영화 전반에 걸쳐 보여진다. 그렇지만 이렇게 보여지는 고단한 일상을 감독(샤우캇 아민 코르키)은 슬프게 신파적으로 그리지 않았다. 그냥 그 오랜 전쟁이 늘 붙어있는 혹인양 불편하지만 일상처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것도 흑백으로.
     이 점이 이 영화가 가진 단점이자 장점이다. 이것 때문에 영화는 좀 지루하다. 특히 3차원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감수성 짙은 충무로의 드라마에 익숙한 우리에게 마치 홍상수 영화와도 같은 담담함은 많은(나는 그랬고 같이 본 사람도 그랬다) 사람들에게 하품이 나게 많들었다. 그러다 영화의 결말을 보곤 괜히 하품 찍찍 해댄 내 가슴 한 쪽이 ‘징~’하면서 쓰라려 오는 것이다. 아, 감독은 왜 이리 불편한 영화를 만들었던가! 이 담담한 묘사가 나중에는 은근한 통증을 주는 것. 이것이 ‘킥 오프’의 장점 중 하나이다. 재미없다고 느끼지만 그저 그런 영화로 취급하며 머리 속 쓰레기통에 막 던질 수 없는 영화. 재미없다고 생각하지만 계속 맴맴도는 영화. 바로 그런 영화이다.
     ‘킥 오프’를 통하여 잘 몰랐던 이라크의 참상과 현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아, 이 나라는 잘 견디고 있을까. 앞으로 어떻게 될까. 왜 전쟁을 계속 하고 있지. 이것만으로도 ‘킥 오프’를 관람한 충분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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