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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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를 참 좋아한다. 이 작품을 읽음으로써 그의 모든 소설을 다 읽었다. 처음 읽었던 <28>은 동물이 화자가 되는 새로운 시점에 대한 충격을 가져다주었고 스펙타클하고 다이내믹한 전개는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 했다. 내처 다른 작품을 골랐다.

<7년의 밤>. 실은 <7년의 밤>이 먼저 나온 책이다. 그러니 나는 발행 역순으로 책을 읽고 있는 것이다. <7년의 밤>은 <28>과는 다른 화자 다른 이야기로 그 몰입감과 이야기 전개에 대한 궁금증이 독자로 하여금 강하게 집중하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두 책을 읽고나니 정유정 작가의 다른 책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읽은 책은 <내 심장을 쏴라> 2009년 세계문학상 수상작품으로 이 작품이 정유정 작가의 첫 작품이 되겠다. 역순으로 읽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내 심장을 쏴라>가 제일로 마음에 든다. 앞선 두 작품 <28>과 <7년의 밤>이 좀더 미스테리나 추리에 가깝다면 <내 심장을 쏴라>는 우리 인간 세상, 청소년, 사회에서 흔히 루저라 일컫는 이들과 그 심리를 다룬 사람냄새나는 작품이다. 결말도 마음에 들고 인물, 묘사, 대사가 다 좋았던 작품이다.

 

서론이 길었다. <진이, 지니>는 2019년 5월에 나온 책이다. 그런데 나는 존재를 몰랐다. 내가 얼마나 한국현대소설에 관심이 없었던지를 자명히 보여준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데 푸른 표지의 이 책이 바로 눈에 띄였다. 아마 그동안은 대여하는 사람이 많아 제대로 비치되고 않았던 것이고 이제 웬만한 읽은 사람은 다 읽었나보다. 예약하지도 않았는데 온전히 내 눈에 띄인 것을 보면. 주저함이 없이 바로 빌렸다.

 

정유정 작가의 다른 전작들과 비교해서 볼때, 나는 당연히 1~2일이면 다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일주일이 넘어서야 책을 반납할 수 있었다.

 

세상 모든 작가는 자기 복제의 한계를 당초부터 갖고 있다하겠다. 하늘 아래 완전한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문체는 있을 수 없을 거니까. 전작 3개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유사한 점이나 문제의 비슷한 점도 없었다고 단언한다. 그런데 작가의 4번째 작품인 <종의 기원>은 작가의 전작과 소재가 달랐음에도 다른 컨텐츠, 예를 들면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많이 다루어서인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있엇다. 약간의 <7년의 밤>과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이번 작품 <진이, 지니>도 그렇다. <28>과 상당히 닮았다. 동물 소재라는 것과 동물이 주체가 되어 움직이다보니 그의 움직임을 쫓는 묘사나 표현까지도. 그래서 새롭지 않고 약간의 지루했다. 그래서 꼼꼼히 읽지 못하고 는으로 흘려 읽는 부분이 많았다. 줄거리가 짐작이 되고 표현도 새롭지 않고 새길만한 깊은 문장도 아니었다.

 

분위기가 어둡다. 그럴 수 밖에 없겠지. 밀렵으로 포획된 동물이 우연히 탈출하고 탈출해있는 과정의 사건들을 두 남녀 주인공의 교차시점으로 그린 내용인데 밀렵된 동물이라는 소재 자체가 어두운 데다가 두 주인공의 처지를 생각하면 전반적으로 우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읽는 동안 가슴이 답답했다. 여자 주인공 진이가 동물 지니와 동화되어 회상하는 부분은 작가가 밀렵둥물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고 부각시키기 위해 억지로 감상적으로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개인적 감상이니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 알아두시길.

 

왜 하필 주인공 동물로 보노보를 골랐을까? 작가의 인터뷰라도 있을까 하여 검색을 해보았는데 실패했다. 아마 밝히지 않겠게지, 내가 못 찾은 게 아니라. 밀렵이라는 설정을 하다보니 그랬을까하고 추측만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 아니다보니 작가가 보여주려 했던 사람과 동물의 교감, 동물 사랑이 내게 쉽게 와닿지가 않았다. 아니, 내가 동식물에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게는 그랬다.

이런 이유로 전작들 대비 책을 처음 잡은 이후로 가장 오래동안 붙잡고 있었던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은 뻔하지 않았다. 진이와 지니가 처음 만나는 순간과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을 절묘히 혼합하고 교차시킨 작가의 이야기를 꾸미는 능력은 인정해야만 하겠다. 동물 학대, 휴머니즘,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한 공감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작품은 그러나 나는 별 3개정도만 주겠다. 동시에 <내 심장을 쏴라>같은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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