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015년에 처음으로 읽고 5년이 지나 두 번째로 읽었다.

분명 나는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아주 코믹하고 재미있다고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작가가 신자유주의 경제체재를 싫어하고 그 이유는 우리의 모든 일상에 프로가 되기를 강요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기억이 난다.

두 번째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코믹과 재미는 여전하지만 재미있는 소설을 발견하고 방방 떠서 그 시절야구를 회상하고 프로의식자본주의를 비판하기 보다는, 차분히 앉아 세상의 이치를 다 알아버린 사람처럼 관조하고 사색하고 약간은 가슴 아파한다.

나는 5년 전의 내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옛날에 써 두었던 감상문을 다시 불러오는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감상문이었다. 무려 40대 중반의 성인이 저 정도 수준의 감상밖에 남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너무나 부끄러웠다. 실은, 이 책을 다시 읽고 감상문을 쓰는 수고를 덜기 위해 전에 썼던 감상문을 그대로 옮길까. 라고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나에 대해서는 기특하게 생각한다.

 

이 책은 세 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1.1982년의 베이스볼 2.1988년의 베이스볼 3.1998년의 베이스볼.

11982년의 베이스볼은 주인공과 조성훈이 중학교에 입학하는 그 해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기고 그들의 연고지인 인천에 하필삼미슈퍼스타즈가 창단되면서 두 주된 인물들이 야망을 가지는 소년이 되었다가 12푼의 승률을 숙명처럼 끌어안고 사는 불행한 소년의 삶을 살면서 유니세프는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원망하다가 그들의 슈퍼스타이자 별이었던 삼미슈퍼스타즈를 떠나보내는 것이 주 내용이다.

21988년의 베이스볼은 삼미슈퍼스타즈를 경험하면서 사람의 인생은 소속이 결정하고 세상은 프로들이 이끌어나간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이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충실하여 열심히 공부해서 일류대를 진학하고 진학 후 삼미는 잊고 소속과 계급이 좌지우지하는 세상을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한편, 아버지가 죽은 후 친척들이 돼지발정제를 먹은 듯이 돈을 향해 미쳐 날뛰는 것을 보면서 조성훈이 미련을 버리고 일본으로 떠나는 것도 2장의 이야기가 되겠다.

31998년의 베이스볼은 제목에서 딱 감이 오듯이 6.25이후 대한민국 최대 환란이라는 경제위기를 맞이한 주인공이 드디어 회사에서 짤린다. 일류대 출신의 주인공은 대기업에 들어가서 가정을 버려야 직장인이 산다는 책을 끼며 하루 4시간의 수면만을 취하며 회사에 모든 것을 바쳤건만 일류대도 대기업도 별 수 없던 그 시절에 주인공도 별 수 없었다. 그 즈음 일본에 갔던 그리고 아직도 삼미슈퍼스타즈의 정신을 신앙처럼 새기고 있는 조성훈이 돌아오고 그의 영향으로 주인공은 세상은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구성해 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신이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주신 새 치약처럼 풍부한 시간을 남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내 인생의 일’ ‘내 인생에 대한 생각들을 잔뜩 끌아 도토리의 산을 쌓아두는 데 쓰기 시작한다. 그리곤? 다시 플레이 볼이다. 주인공은 이제 다시 플레이된 볼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전에 읽었을 때 나는 주인공이 다시 플레이. 된 공.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 지 아는 것을 당연히 여겼는데 지금 다시 보니 주인공이 진짜 제대로 알았을까 혹시 잠시 알았다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1998년의 주인공보다 강산이 한 번 바뀌고 한 번 바뀌려고 준비하는 것 만큼 나이를 더 먹은 나는 아직도 어떻게 그 공을 잡아야 할지 여전히 생각 중이기 때문이다. 전에 써놓았던 감상문의 마지막 부분을 보니 나라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한 치의 성장도 못했나보다.

 

외환위기 이후에 현재까지 (이 책이 출판되고 10년하고도 2년이 더 흐른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 지구가) 긴장의 날을 세우고 뒤처지지 않기 위하여 열심히 살고 있고, 세상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따위를 인용해가며 이것은 현대인의 숙명인 듯 세뇌시키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했는데 과연 지금, 우리 앞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는가. 여전히 우리는 배고프고, 외롭고, 괴롭고, 늘 쫓기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에 다시 삼미슈퍼스타즈를 소환하여도 별 문제가 없을 듯하다.

, 나는 삼미슈퍼스타즈를 소환하여 지금 내 일상에 한번 대입해보고자 한다.

과연 지금 그리고 미래에 내 앞에 펼쳐질 일상은 무엇인가, 무엇이 내가 즐거이 맞닥뜨릴 수 있는 삶인가? 불안을 해소할 프로의 인생인지, 불안을 떨칠 삼미의 방식인지.

적절한 고민 후에 선택은 나의 몫. 나의 선택은?“

 

나는 여전히 내가 즐거이 맞닥뜨릴 수 있는 삶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이보다 더 이상 적절하지 못할 만큼 고민을 했으나 나는 내 몫을 쟁여두지 못했고 선택도 미루고 있다.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고민한다. 다만 불안하고 고민하는 가운데서도 남의 일이 아닌 내 인생의 일내 인생의 생각들을 조금씩 쌓아가느라 치열하는 것이 전과는 다를 뿐.

작가의 역할은 문제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던 안톤 체홉의 말에 따르면 박민규는 2015년에도 2020년에도 제대로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