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초등 6학년 3학년이다. 아직 휴대폰이 없다. 그런데, 요즈음은 아이들의 안전과 정보통신기구의 보편성 등 때문에 일찍부터 많이들 휴대폰을 소지하는가 보다. 6학년 큰애는 31명 한 반 친구중 휴대폰 없는 아이는 자기를 포함하여 6명뿐이라 하고, 3학년 둘째도 반 이상은 다 휴대폰이 있다면서 작년 연말부터 부쩍 휴대폰 사달라는 요구가 강력해졌다.  

나도 탔어야 할 학원 차를 아이가 안 탔다거나 급한 연락을 못 할때나 아이의 소재가 파악이 안 될때에는 '휴대폰을 사 줘야 하는 게 아닌가'하고 망설여질 때도 있다. 하지만, 휴대폰 미소지의 불안보다는 미소지때의 장점이 아직은 더 많기때문에 (다행이 집이 약간 도농지역이라 비교적 안전하다고나 할까?) 단호히 중학교가야 사 준다며 미루고 있다. 

 그런데 요놈들의 요구가 마냥 묵살하기에 애들의 생각과 주장 펼침이 좀 컸다. 친구들의 휴대폰 소지 퍼센트를 대질 않나, 휴대폰의 장점들을 수시로 나열하질 않나 마냥 묵살하자니 부모가 좀 억지부리는 듯 해보이기도 한다. 사실, 딸애와 한 번씩 연락이 안 될땐 당장 휴대폰을 사야지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 사줄까 말까를 고민도 했었다. 내가 자라온 우리 부모님의 교육 방침탓일까? 나도 우리 아이들한테 뭔가를 사줄때 선뜻 구매가 되지 않고 '물건 귀한 줄 알아야 하는데...', '뭔가를 얻으려면 반드시 댓가가 있어야 하는데..' 같은 생각이 들곤 했다. 이 와중에 내가 초등학생 애들보고 돈을 내라 하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책읽기 내기를 걸았다. 사실 우리 애들은 다른 집 애들보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나름 부모의 책읽는 모습을 어릴 때부터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부족했나보다. 우리 애들은 활자보다 비주얼에 더 익숙해져버렸다. 그래서 책 좀 읽어라는 잔소리를 하는 편이다. 스티커 제도도 해보고, 독후노트도 만들어 줘 보고, 각종 과자, 선물(물론 많이 소박한), 게임 시간 등의 인센티브도 실시해봤지만 그닥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러다 오히려 책을 의무로 받아들여 거부감만 더할까 한동안은 책 잔소리를 접었었다.  

휴대폰을 갈망하는 아이들에게 '책읽기'의 채찍과 '휴대폰'이라는 당근을 내밀었다. 6학년에게는 70권, 3학년에게는 50권을 읽고 목록을 알라딘에 마이리스트로 작성하고 간단한 독후 느낌을 리스트의 코멘트란이나 혹은 리뷰에 남기면 끝나는 날 휴대폰을 사 주겠다고. 조건은 짧든 길든 반드시 느낌을 써야한다는 것이고 단 책을 본인이 읽고 싶은 아무 책이나 골라도 된다는 것이다. 난 일단 아이들이 이런 작업을 하는 도중에 정말 마음이 통하는 책을 한 권이라도 접하게 되면 책을 즐기는 아이가 될 것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이런 방법을 택했다.  

이 정책을 편 다음 날, 아이들은 각각 내 블로그에 '맏아들리스트'와 '막내환휘의리스트'를 만들더니 어서 빨리 휴대폰을 보고싶다며 의욕을 붙태웠다. 아, 과연 이 열정이 얼마나 갈 지 모르지만 제발~ 이 불이 꺼지지 말고 활활 타올라 내가 휴대폰을 하루라도 빨리 사주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으련만. 이제 입을 다물고 그저 지켜볼 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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