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시스터스는 1973년 유가 통제력을 잃었다. 그렇다면 가격결정권은 누구의 손에 떨어졌을까? 오펙이었다. 하지만 결정권만 오펙으로 바뀌었을 뿐, 결정 방식은 세븐시스터스가 만든 기존 과점 체계를 따랐다. 즉, 일단 공시가 되면 그 가격은 시장에서 존중받았다. 하지만 이 상황을 뒤흔드는 복병이 나타났다. 역시 원자재 중개 업체였다. 그들이 득세하면서 가격을 결정하는 힘의 주인공이 완전히 바뀌었다.

_ 황제의 대관식 중 - P119

"이게 힘과 권력의 문제란 것을 모르시네요. 돈이 곧 권력이고 힘입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복잡할거 없어요."

_ 황제의 대관식 중 - P126

이제 런던이나 뉴욕에 있는 석유 메이저가 미국과 유럽 정부와의우정 속에 품위 있게 유가를 결정하던 시대는 끝났다. 무한 경쟁의 정글 혹은 도박장과 같은 로테르담 마켓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재 가격을 결정하는 권한을 이어받았다.

_ 황제의 대관식 중 - P133

이른바 ‘제3세계‘로 불리는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는 자원 국유화 바람을 타고 자국이 생산하는 원자재에 대한 통제력을 장악했다. 이렇게 된 이상 힘과 권력의 이동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과거 미국과 유럽의 석유 메이저, 광산 업체가 가진 힘과 권력은 제3세계 정부로 옮겨 갔다. 이런 변화는 원자재 중개 업체에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줬고, 그들은 그 기회를 냉큼 붙잡아 원 없이 달콤히 빨아먹었다. 게다가 원자재 중개 업체는 강경한 목소리를 가진 많은 원자재 생산국에 ‘귀한 손님‘이 됐다. 그들 국가와 국제금융 시스템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천연자원이 유일한 수익원인 정부와 위정자에게 달러가 흘러갈 수 있게 도왔기 때문이다.

_ 끝없는 탐욕 중 - P141

마크리치앤드코와 자메이카와의 거래는 원자재 중개 업체가 새로 획득한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 주는 최고의 교과서다. 그들은 한 손엔 유례없는 막강한 재정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시장을 지배함으로써 자메이카 같은 국가의 경제적 약점을 이용했다. 서방 석유메이저와 광산 업체가 빠져나갔고, 규제와 감시가 거의 없었으며, 월스트리트가 이머징 마켓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틈새에서 원자재 트레이더들은 무제한의 자유를 즐기며 활개 쳤다.

_ 끝없는 탐욕 중 - P157

원자재 중개 업체가 시장에 대한 뛰어난 통찰과 이해를 바탕으로이익을 실현했다면 문제가 될 게 없다. 하지만 그들은 도덕적·윤리적원칙 대신에 경제적 이익을 기꺼이 선택했기에 문제가 된다. 남아공과의 거래와 관련해 문제 제기가 있을 때면 그들의 답변은 판에 박힌듯 같았다. 모든 거래는 합법적이었다는 것이었다.

_ 끝없는 탐욕 중 - P167

"사실 파생상품은 최종 이용자, 항공사, 선박용 연료유 소비자에게 팔려고 월스트리트가 만든 거죠. 이게 나중엔 원자재 시장에 동력을 넣었고, 1990년대엔 파생상품이 게임 그 자체가 됐습니다."

_ 황제 계승식 중 - P188

"우리를 월스트리트랑 엮지 마시죠. 걔넨 푼돈 하나에 사람 등쳐 먹을 궁리만 하는 애들이에요. 우리는 다릅니다. 우리는 분석에 따라 결정하고 끝까지 기다릴 겁니다."

_ 황제 계승식 중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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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중개자들 - 석유부터 밀까지, 자원 시장을 움직이는 탐욕의 세력들
하비에르 블라스.잭 파시 지음, 김정혜 옮김 / 알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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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경제 불황, 경기 침체, 전쟁의 삼중고에 시달렸던 세계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안정과 경제 번영의 시대였다. 전쟁의 공포와 참상이 물러간 자리에는 날로 강력해지는 미국 군사력이 주도하는 평화, 일명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가 열렸다.

_ 제국의 시초 중 - P54

국제무역이 확대되고 현대 경제의 중심부를 차지함에 따라 그들이 이끌던 원자재 중개 업체는 경제의 최전선에서 활약했고, 그 경제에서 이익을 취하는 동시에 현대 경제의 모습을 정립했다. 또한 향후 수십 년간 원자재 중개 산업을 규정지을 포트폴리오가 탄생했다.

_ 제국의 시조 중 - P56

그 후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자원 무역은 대변신의 전기를 맞았다. 이 없어도 움직이는 증기선의 발명은 장거리 무역이 바람의 영향에서 벗어났다는 뜻이었다. 자연히 운송비가 급감했고 차, 향신료, 귀금속만이 아니라 곡물과 광석 같은 저가 상품까지 해상으로 옮겨도 이윤이 남았다.

_ 제국의 시조 중 - P57

원자재 중개 산업의 개척자 트로이카는 배경과 성장 환경이 서로달랐다. 맥밀런 주니어는 미국 중서부 부유한 가문, 제셀슨은 독일 남부의 자영업자 집안, 바이서는 함부르크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 물론 그들에게 공통점도 있었다. 국제주의(개별 국가의 이해관계를 초월해 민족과 국가 간 연대를 지향하는 사상이나 운동_옮긴이)에 대한 촉이 누구보다도 발달했고 새로운 기회가 있다면 세계 어디든 가겠다는 의지가 남달랐다.

_ 제국의 시조 중 - P59

목표는 단 하나, 그것도 아주명확했다. 바로 이익이다. 필리프브라더스 초창기에 트레이더로 활약했던 어떤 이의 말에 그러한 시선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사업이 최우선이라는 겁니다. 정치적사안은 사업이 아니죠."

_ 제국의 시조 중 - P60

카길의 국제무역 중심부로 제네바가 선정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먼저, 여행자를 위한 편의와 통신 시설이 좋았고, 공용어가 다양한 국가 특징과 낮은 세율이 큰 장점이었다. 트라닥스의 제네바 지사 설립은 스위스와 원자재 중개업체 사이의 장기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협력 관계의 시작과 같았다.

_ 제국의 시조 중 - P64

원자재를 대량으로 거래하려면 장기 계약은 필수고, 원자재의 공급자와 구매자를 최대한 확보하는 게 관건이었다. 중개 ‘제국‘의 시조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사업 네트워크를 쌓는 데에 막대한 시간과 돈을 퍼부은 이유다.

_ 제국의 시조 중 - P72

"우리 통신 체계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우리보다 잘하는곳이요? 미국 국방부나 중앙정보국 정도겠네요."

_ 제국의 시조 중 - P74

한 명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신, 수십 명이 주주로 맺어지는 파트너십 체제는 후발 업체에 좋은 예가 됐다. 고위급을 더욱 결속시킬 뿐 아니라 회사에 헌신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강력한 유인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1981년에 제셀슨은 필리프브라더스의 체제에대해 "우리는 모든 이를 가족같이 대합니다"라면서 "우리는 늘 ‘원팀‘으로 일합니다. 누구도 자신의 뜻만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죠. 이런 수평적 관계가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강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_ 제국의 시조 중 - P77

산유국이 자원을 국유화함에 따라, 그 석유를 세계시장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원자재 중개 업체가 맡은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력의 균형은 세븐시스터스에서 원자재 중개 업체로 기울었다. 석유의 구매자나 판매자를 결정하는 권한이 원자재 중개 업체로 집중됐고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 석유국가의 존재감도 덩달아 올라갔다.

_ 황제의 대관식 중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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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중개자들 - 석유부터 밀까지, 자원 시장을 움직이는 탐욕의 세력들
하비에르 블라스.잭 파시 지음, 김정혜 옮김 / 알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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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톨 리비아 반군과 손잡은 사건은 원자재 중개 업체가 현대사회에서 휘두르는 힘과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나타낸다. 여사람들에겐 원자재 중개 업체의 엄청난 힘과 권력을 리비아 국민처럼 직접적으로 경험할 기회가 좀체 없다. 하지만 알든 모르든 우리역시 그들의 고객임은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는 자동차에 기름이 떨어지면 너무나도 쉽게 가까운 주유소를 찾아간다. 마음만 먹으면 신형 스마트폰을 쉽게 살 수 있고, 콜롬비아산 커피를 마시는 건 숨 쉬는 것만큼이나 쉽다. 우리 대부분이 이런 편의를 아주 당연시한다.

_ 들어가며 중 - P17

원자재 중개 업체의 영향력은 경제에만 미치지 않는다. 그들은세계 전략 자원의 흐름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이런 지배력에 힘입어 정치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현대사회에서 돈과 권력의 유착 관계를 이해하고 싶다면, 석유와 금속이 자원 부국에서 어떻게 흘러나오고, 돈이 재계 거물과 부패 관료의 주머니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해하고 싶다면 원자재 중개 업체에 대해 이해하면 된다. 그들의 변명은 항상 뻔하다. 자신들은 정치와 권력에는 관심 없고 오직 이익에만 움직일 뿐이라고. 그러나 비톨이 리비아 반군과 거래한 것에서 봤듯 실상은 다르다.

_ 들어가며 중 - P18

물론 글렌코어의 사정도 비슷했다. 2020년 3월에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글렌코어는 투자자가 정한 목표 하나를 달성하지 못할 거란예상을 내놓았다. 그 목표는 바로 올해까지 고위 임원 3분의 1을 여성으로 채우는 것이었다.
"아직 우리는 여성・・・고위 임원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습니다. " 이들이 시대를 역행하는 건 성별만이 아니다. 고위 직급의 절대다수가 ‘백인‘ 남성이다.

_ 들어가며 중 - P30

원자재 중개 업체의 포트폴리오는 단순하다. 한마디로 ‘수급 불균형‘으로 돈을 번다. 특정 장소와 시간에 원자재를 사들인 다음, 지역과 시간을 달리하는 과정에서 차익을 얻기 위해 그 원자재를 되파는것이다.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원자재의 공급과 수요가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광산, 농장, 유전의 대부분은 구매자와 멀리 떨어져 있다.

_ 들어가며 중 - P30

원자재 중개 업체가 중요시하는 건 딱 하나, ‘가격격차‘다. 지역별로, 원자재의 품질이나 형태별로, 인도 날짜별로 생기는 가격 차이 말이다.

_ 들어가며 중 - P31

업계의 성장으로 국제무역상 그들에게 중요한 미션이 추가됐다. 일명 금융 도관체 Conduit (투자나 금융의 매개 회사 옮긴이)로서의 역할이다. 예컨대 원자재 중개 업체는 원자재 대금을 선불로 치르고, 그 원자재를 신용, 즉 외상으로 공급하는 ‘섀도 뱅킹 shadow banking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중앙은행의 감독을 받지 않는 자금중개 기관 옮긴이) 역할을 한다.

들어가며 중 - P32

"중개는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못 해요. 우리의 전통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골라 가는 것입니다. 기회는 그런 곳에 있어요. 위기든 위협이든 매우 위험한 일이든, 그것은 기회와 동의어입니다. "

_ 들어가며 중 - P33

아직도 대부분의 원자재 중개 업체는 비상장 체제다. 회사 이익의 대부분을 몇몇 창업자나 동업자가 가져간다는 뜻이다. 그들이 얻은 부는 환상적인 수준이다.

_ 들어가며 중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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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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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출발점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나는 태어났다."
-찰스 디킨스, ‘데이비드 코퍼필드(David Copperfield)』 -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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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사물
조경란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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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오늘 집을 나섰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이야기,
제대로 살아보고 싶은
보통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_ 색종이 중 - P176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조그맣고,
닿을 수 있고, 가깝다.

_ 지도 중 - P186

구두든 가방이든 무엇이나 제대로 관리하면
생각보다 오래 쓸 수 있다.

_ 구두약과 솔 중 - P217

만든 것이든 받은 것이든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에는 저절로 이런 말을 하게 되지 않나.
잘 먹겠습니다.

_ 도시락 중 - P238

나이가 들수록 미각을 잃어가는 엄마는 간을 짜게 하니까. 나는 엄마가 끓여놓은 국에 자주 생수를 부어 먹어야 한다. 그래도 국과 반찬이 짜고 입에 맞지 않더라도 내일은 엄마이 가지무침 정말 베리 굿이네, 라고 말해볼까.

_ 밀대 중 - P245

커피 향이 퍼지면
마음은 누그러져버리면서
뭐 이정도도 괜찮잖아?
싶다.

_ 핸드밀 중 - P249

와인이든 독서든 여행이든 저마다의 다양한 방식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순간을 누군가 나에게 만들어주던 시간은 다 지나가버렸을 수도 있고, 이제 스스로 만들어야 할 나이가 됐을지도 모른다. 하여간 아직도 빵 한 덩어리에 와인 한 병 있으면 그 저녁은 괜찮다고 여긴다. 아니, 그 정도면 즐거운 거다.

_ 와인 코르코 중 - P260

그날 생각해보니
가장 최근에 엄마께 드린 선물이라면
그 슬리퍼 외에는 떠오르는 것도 없었다.

_ 슬리퍼 중 - P266

좋은 선생, 좋은 작가, 좋은 딸, 좋은 시민, 좋은 사람의 역할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하든 무엇이 되든, 매일밤 잠들기전 필통과 책가방을 챙기는 마음으로 비기너의 자세를 잃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3월 이맘때가 되면 늘 그렇듯.

_ 페이퍼 클립 중 - P271

우리는 이 ‘환경‘에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거주‘하고 있으며 그래서 소중히 보살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면 지나칠까.

_ 에코백 중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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