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5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구매 후 생각날 때마다 한 권씩 꺼내서 보는 만화책이다. 각 권이 비닐포장이 되어 있는데, 일부러 뜯지 않고 놔둔다. 뜯는 즐거움을 처음 책을 보는 재미와 같이 즐기고파서. 

오늘은 5권을 집어들었다. 1권에 나온 인물들이 다시 나오기도 하고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도 있어 기억력 테스트 하는 느낌도 조금 든다. 이 만화책은 불혹의 나이에 일본의 신인코믹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만화가로 데뷔한 아베 야로의 작품이다. 책 날개에는 아베 야로의 인사말이 있다. 

<심야식당>에는 영웅도 귀여운 아가씨도 나오지 않고, 읽어서 도움이 되는 만화도 아닙니다. 제 자신이 그런 만화를 읽고 싶어서, '알 수 있는 사람만 알아주면 되지 뭐'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하하하. 뭔가 도움을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니까 목적의식을 가지고, 부담을 느끼고 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지. ㅋㅋ 어제 읽었던 김중혁 산문 <뭐라도 되겠지>가 갑자기 생각난다. 이 책을 소개하는 오지은은 이렇게 말한다.   

 
김중혁 씨를 여러모로 존경하고 있는데 그건 그가 내 지인 중 가장 쓸데없는 것을 열심히 생각하는 사람이고, 글 멋있다는 말보다 웃기다는 말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중략) 인생의 비밀은 쓸데없는 것과 농담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이 산문집이 나오길 고대하고 또 고대했다.  

 

괜히 속이 시원하다. 그냥 심심해서 읽고, 그냥 궁금해서 보고, 그냥 재미있어서 보고, 그러다가 쓸데없는 공상으로 빠져들어서 혼자 히죽거리고 웃으니 참 기분이 좋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마구마구, 자유롭게 하도록 도와주는 이 책들이 황금같은 휴일에 더욱 반갑다. 게다가 오전부터 공부같은 소설 읽기를 내도록 하고 난 뒤라서 더욱더!    

 

밤은 마법의 시간이다. 지성으로 넘치는 낮의 시간이 지나면 감성이 안개처럼 공기 중으로 퍼지는 밤의 시간이 온다. 밤에는 뱃속조차 감성적이 된다. 낮보다 배가 더 고파온다. 더 견디게 힘들어진다. 아! 아! 배고파!!!    이때 야식을 시켜먹어도 되지만 부러 옷을 입고 집을 나와, 혹은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심야식당을 한 번 찾아가보자. 심야식당은 밤 12시부터 문을 연다.  

심야식당에선 아주 작은 공통점도 큰 화제가 되며, 서로 다른 차이점도 좋은 관계로 바뀔 수 있다. 식당에서 옆 사람이 맛있게 먹는 요리가 더 군침이 나는 경우를 종종 느낀다.  원고를 마감한 어느날 밤, 호타루 씨는 여느 때처럼 통조림 음식인 꽁치구이 덮밥을 주문한다. 식당 주인은 통조림의 꽁치를 데워서 깨와 김, 산초 등을 뿌려서 같이 내놓는다. 아주 따끈하게. 오늘 처음 본 사람이지만 그 사람 앞에 놓여지는 따뜻한 음식을 보면서 이치조 씨는 이렇게 말한다. "저,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  

먹어본 음식은 푸아그라 같은 고급음식으로 입이 단련된 이치조 씨의 혀에 색다른 느낌을 주며 그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따라쟁이를 몇 번을 하다가, 따라쟁이라고 말하는 호타루 씨의 퉁박에 얼굴이 빨개지면서도 이치조 씨는 용기를 내어 호타루 씨에게 선물을 건넨다. ㅋ  미리 생일을 알아놓는 센스!  결국 둘은 결혼을 한다. 하아..이건 좀..부럽구나..

마지막에 만화가는 깨알같은 웃음을 준다. 애초에 호타루 씨에게 통조림 먹는 법을 가르쳐준건 1권부터 계속 등장하는 마유미 씨이다. 그러니까 호타루 씨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마유미 씨랑 남자랑 인연이...?  하하. 물론 그런 일은 없겠다. 남자가 반한 건 통조림 요리를 먹는 누군가가 아니라, 통조림 요리는 먹는 바로 그, 호타루 씨일테니 말이다. 툴툴거리는 마유미 씨를 바라보는 식당 주인의 표정이 또 압권이다. 식당 주인은 눈에 칼자국이 있다. 왕년에 한가닥 했다는 소리다. 입이 댓발이나 나온 마유미 씨를 불쌍하게 보지도 않고, 못마땅하게 보지도 않고, 그저 지켜봐주는 식당 주인의 그 표정을 보는 맛이 이 만화책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이 만화는 이런 에피소드로 가득차 있다. 

 

나는 내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유심히 볼 때가 가끔 있다.  달마다 처방전을 들고 와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며 나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를 즐겨하셨던 한 노인이 생각난다. 그 노인은 머리엔 중절모를 쓰셨고 불편한 다리를 보조하는 지팡이를 늘 들고 다니셨다. 아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이며 약국이며 다니는데 그 아들 또한 뇌졸중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 겨우 조금씩 걷기 시작하는 입장이다. 서로를 의지하는 부자를 지켜보면서 앞으로 그들의 모습을 얼마나 더 오래 볼 수 있으려나,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다. 노인은 각종 성인질환을 앓았지만 무엇보다도 와파린을 복용 중이셨기에 더 그랬나보다. 어느날 한 달을 건너뛰면서 노인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며느리에게 듣게 되었고, 또 얼마 후에는 부인되시는 할머니가 불면증 약을 처방받아 오셨다. 남편 장례까지 치르고 잠이 안 와 수면제를 처방받았다는 할머니의 말에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한참을 침묵하다가 겨우 입을 열어 할머니라도 친구분들과 여기저기 다니면서 지내시면 불면에 조금 도움이 될 거에요..라고 말을 했다. 

"벌써..어떻게.." 

눈이 급작스레 빨개지며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면서 나는 말실수를 알았고 수습할 수 없어 그저 할머니 힘내요..만 생각했다. 그리고 속으로 나는 심야식당 주인 만큼 되기엔 아직 멀었군..  

생각했다.  

 

말보단 그윽한 눈으로 바라만줘도 좋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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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10-18 0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그 할아버지 돌아가신거예요? 어머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억지로 캐묻지 않는 것, 그리고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때 잘 들어주는 것. 아마 심야 식당이든 심야 다방이든 그런 의미가 들어있지 않을까 싶네요. 저 책, 안 읽어보았는데 언젠가 꼭 읽고 싶어질 때가 있을 것 같아 아껴두고 있어요.

달사르 2011-10-19 13:41   좋아요 0 | URL
앙... hnine님.. 얼굴과 눈빛과 웃음과 걸음걸이와 입은 옷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는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건, 완벽한 자연 앞에서의 절망과 같은 느낌이에요. 그 순간이 몇 번이나 지나가야 익숙해질런지요..

네. 저 책은 아껴서, 정말정말 아껴서 보셔요. ^^ 저도 저 책 이제 2권 봤는데요. 한참~ 몇 달, 혹은 일 년이나 지나서 봤으면 좋겠어요. 아주 아껴서 말이죠. 정말정말 읽고 싶어지는 그런 순간에, 아주 기뻐하면서, 보는 책. ^^

차좋아 2011-10-2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야식당을 읽은 사람. 재밌게 익은 사람, 특히 아껴보며 읽은 사람이라면 심야식당에 대한 로망이 있을거라 생각해요. 어떤이는 그런 식당이 주변에 있어서 위로 받기를 원하고, 어떤이는 작은 식당을 꾸려 심야식당의 주인처럼 살기를 바랄 거 같아요. 저는 후자에요. 작은 주점을 차리고 싶어요. 가게를 찾은 손님들께 맛있는 음식을 내어 드리고 싶어요. 맛있게 먹는 모습도 보고 싶고 제 음식 먹고 친구들과 더 즐거워할 모습 생각하곤 해요^^ 꼭 심야식당 처럼은 아니지만ㅎㅎ
이미 심야식당 같은 곳은 곳곳에 있는 것 같아요. 해인사 께 약국도 그럴 것 같구요 ㅎㅎ


달사르 2011-10-23 10:39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요. 심야식당을 읽은 사람들은 같은 생각을 하나봐요. 나는 손님이 맞을까, 주인이 맞을까..손님도, 주인도 모두 되어보면 좋은데 말이죠. 차좋아님은 주인의 역할이 맞으시군요. ㅎㅎ 그럼 저는 손님이 되어서 자주 들러서 맛있는 것 많이 먹어야겠어요. 작은 주점이면 술도 있을테니 술친구도 많이 생기겠군요.하하
 

 
아브람 브란코비치는..  
이 책의 저자 가운데 한 명이다. 에디르네에서 외교관으로 임용되어 콘스탄티노플의 궁정으로 파견되고, 오스트리아와 터키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을 때, 군사령관으로 임명되었다.                                    p.40  
 

1. 에디르네; 옛 이름은 아드리아노플로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다. (1365-1453) 

2. 콘스탄티노플; 지금의 이스탄불로 오스만 제국이 이스탄불을 점령하면서 에디르네에 이어 수도가 되었다. (1453- 1922)  

  

 

 
콘스탄티노플에서 그는 영국 사절단과 함께 일했으며 보스포루스있는 넓은 성에서 지냈다. 보스포루스 성은 요로즈 칼레시 성과 카라타슈 성 사이에 있었다.                                                     p.45  

 

3. 아조프 해; 흑해 오른쪽 위. 러시아 땅 인근의 바다. 

4. 보스포루스; 아조프 해와 흑해를 잇는 케르치 해협 지방을 말한다. 현재의 보스포루스 해협은 흑해와 아드리아 해를 연결하는 해협을 말하며 그 지명이 남아 있다. 

 

 

 

  
브란코비치 가문의 사람들..
그 가문의 사람들은 터키의 수중으로 들어간 영지를 포기하고 16세기에 리포바와 예노폴레 지방으로 이주했다. 그때 이후로, 에르델리의 브란코비치 가문 사람들은 진차르에 자리 잡고 살았으며 왈라키아 말로 거짓말을 하고 그리스어로 침묵을 지키고 러시아어로 찬송가를 불렀다. 모국어였던 세르비아어를 사용하는 것은 오로지 사람을 죽이려고 할 때뿐이었다.  p.41  
 

 5. 에르델리; 헝가리어로 트랜실바니아를 지칭한다. 드라큐라 백작으로 유명한 곳. 

6. 왈라키아; 다뉴브 강 하류의 공국. 몰다비아와 합병해 루마니아가 되었다.

루마니아 지도에서 노란색 칠한 부분이 트란실바니아이다   

현재 왈리키아의 범위. 

  

 

그들은 오래전부터 꿈꾸어 오던 것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진차르의 카발라와 제문 사이에서 거두어들인 모든 것은 다 브란코비치 가문 사람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략)  브란코비치 가문은 왈라키아에 있는 수도원과 그리스 아토스 산에 있는 수도원의 후원자였다.     p.42

7. 카발라; 그리스 마케도니아 지방의 해항.

8. 아토스 산; 그리스 정교의 최고 성지.http://blog.naver.com/sekimdr?Redirect=Log&logNo=50095408431  

10세기 이후 격렬한 이콘 파괴 운동이 끝나자 비잔티움 제국의 가장 중요한 수도원들은 아토스산에 세워지는데, 이곳은 이제 비잔티움 동방 정교회의 새로운 중심지가 된다. 에게 해를 향한 북 그리스의 반도 위에 돌출한 바위산인 아토스는 이후 순례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성지가 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동방정교회의 중심지 역할을 맡고 있다.                                      p. 149 <비잔티움, 빛의 모자이크>

  

      "아토스산의 바토페디 수도원의 내부"  p.231 <비잔티움, 빛의 모자이크>

그리스 아토스산  

   

 

 

아브람의 고조모 안젤리나는 그리스 정교회에서 성자라고 공포한 사람이었는데, 그는 이 성의 아래층에, 고조모에게 바칠 교회 건물 가운데 정확하게 2분의 1을 지어 두었다. 그 교회의 다른 절반은 에르델리에 남아 있다. 아브람의 아버지가 바로 에르델리 출신이다.                                                                                      p45

9. 그리스 정교회;   동방정교회의 10대 독립교회 중 하나이다. 동방정교회는 비잔틴제국 그리스도 교회의 맥을 잇는 교회로 로마가톨릭, 프로테스탄트와 함께 그리스도교의 3대 분파로 꼽힌다. 주로 러시아, 발칸반도, 서아시아 지역 등에 분포한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629036 

아브람은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의 육체를 단련한다. 실제로 아브람은 이 지역에서 명성이 높은 검투사와 함께 사브르 검을 민첩하게 사용하는 연습을 한다. 이 검투사는 아베르키에 스킬라라는 이름이 콥트인으로 아브람 주인님이 고용한 하인이었다.       p.47 

10. 콥트인;  이집트에 사는 고대 이집트인의 자손으로 그리스도 단성설(單性說)을 신봉하는 사람들. 

  

아브람 브란코비치는 오른손에 사브르 검을 드는데, 그것은 아베르키에 스킬라가 어둠 속에서 들고 있는 칼과 무게가 동일하다. 두 사람은 서서히 팔꿈치에 고삐를 감아 가면서 상대방이 가까이 다가왔다고 느껴지면 짙은 어둠 속에서 사정없이 칼을 휘두른다. 사람들은 구슬레 가락에 맞추어 그의 민첩함에 대해 이렇게 노래를 불렀다.              p. 47

11.사브르; 유럽의 기병들이 사용하는 검. 

  

12. 구슬레;  남슬라브족, 특히 유고슬라비아의 세르비아·보스니아 등지에 전해오는 민속악기. 1현 또는 2현의 류트형 찰현악기로 세르보 크로아티아어로는 구슬레(gusle)라고 한다.

  

  

 

 

아브람 주인님은 잠에서 깨어나면 몹시 두렵다는 듯이, 세르비아 교회에서 성자로 인정한 그의 조상을 기리는 트로파리아콘타키아를 부른다.          p.49 

13. 트로파리아, 콘타키아; 그리스도교 단성성가 중의 하나. 플레인송, 플레인 찬트, 그레고리안 찬트 등으로 불린다.               http://www.reportworld.co.kr/report/data/view.html?no=353097&agentid=naver 

  

 

 

아브람은 아들이 둘 있었으며, 또 다른 양자가 한 명 있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문데 사실 양자는 어머니가 없었다. 아브람이 진흙을 가지고 아들을 창조한 다음, 시편을 읽어서 아들의 몸을 깨우고 생명을 불어넣어 준 것이다. 

그때 달지에서 교회 종이 세 번 울려 퍼졌으며 소년은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중략) 아브람은 소년의 머리카락으로  솔로몬의 매듭을 지은 후, 땋아 내린 머리카락에 산사나무 숟가락을 끼워 넣고 페트쿠틴이라는 이름을 내려 주었다.                                                                                             p. 53 

14.달지; 크로아티아, 다뉴브 강가에 있는 작은 마을   

  

15.솔로몬의 매듭  

 

제1막은 역동적인 흰 말를 탄 지휘관 토렌티노가 중앙에서 피렌체군을 이끌고 시에나군을 공격한다. 뒤에는 솔로몬의 매듭을 상징하는 문장의 깃발이 펄럭인다. [출처] 산로마노의 전투 [─戰鬪, The Battle of San Romano ] 그림. 

4세기 이후 초기 그리스도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했다. (중략)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교회와 그리스도의 몸 사이에서 유비적 형상의 관계를 찾으려 하고 있었는데, 이와 같이 교회 내부 공간을 상지억 공간의 관점에 따라 위계적으로 구획하는 전통은 이미 구약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의 소환을 받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니 '에클레시아'로서의 교회는 모세가 세운 성막과 솔로몬의 성전에 따라 설계되었고, 노아의 방주를 상징하는 내부의 평면 공간은 '지성소'와 '회중석'과 '나르텍스'의 세 부분으로 구획되고 있었다.     p. 141<이콘과 아방가르드>

 

   
  "그리스도 연옥 방문" 이콘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그리스도가 연옥을 방문하는 장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이 이콘에서 검은 옷을 입은 연옥의 영혼들, 다윗과 솔로몬, 손에 두루마리를 들고 있는 세례자 요한, 십자가를 지탱하는 세 명의 천사들은 가운데에 위치한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나의 평면 위에 동시적으로 병렬, 중첩되고 있다.                                                   p. 244 <이콘과 아방가르드>   
   

               

.......솔로몬의 매듭의 의미를 정확히는 모르겠고, 아마 풀리지 않는 매듭을 의미하는 듯하다. 조금더 찾아봐야 될 부분!   

16. 산사나무;  장미과의 낙엽저목. 그리스도의 형관이 산사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전설은 유명하며, 관을 씌웠을 때 떨어진 그리스도의 피가 산사나무를 물들였다고 한다. 따라서 중세에는 재앙방지의 나무로 생각했다. 로마시대에는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여신 카르나(Carna)의 성목이라고 하였으며, 이 여신이 신생아의 피를 빠는 마조(魔鳥)를 쫓아내는 힘을 가졌기 때문에, 갓난아이의 요람에 그 가지를 넣는 습관도 생겨났다.  

 식물정보 이미지 산사나무

 

 

 

아브람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을 때, 그러니까 콘스탄티노플을 떠나기 전날 저녁의 일이다. 아브람의 하인들과 아브람은 모두 자리에 앉았고 아브람은 하인에게 임금을 지불했고 원하는 사람은 남고 나머지는 전쟁터, 다뉴브 강으로 간다고 말을 했다. 그런데 왠일인지 하인 중 마수디는 다른 하인인 세바스트의 비밀을 그자리에서 밝힌다. 세바스트의 존재가 사탄임을 털어놓자 세바스트는 그 사실을 인정하며 아브람의 <하자르 사전의 연구>에 몇 마디 덧붙일 말을 털어놓는데,

고대에는 죽은 자의 세계의 세 개의 강이 있었는데, 바로 아케론, 플레게톤, 코키투스였습니다. 그 강들은 현재 각각 이슬람, 유대, 기독교의 지하 세계에 속합니다. 그 강은 각각 세 개의 지옥, 다시 말하자면 유대교의 지옥인 게헤나, 기독교의 지옥인 하데스, 그리고 이슬람교의 얼음 지옥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세 곳은 모두 한때 하자르 민족의 영토였던 땅 밑에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죽은 자의 나라 세 개가 한 곳에서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p. 77 

17.아케론;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하데스를 흐르는 강. <비통의 강>

18. 플레게톤; 하데스를 흐르는 <불의 강> 

19.코키투스; <시름의 강>이라 불리는 아케론 강의 지류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사람이 죽은 뒤 저승(지하세계)으로 가기 위해서는 5개의 강을 건너야만 한다. 첫 번째 강은 '비통의 강' 아케론(Acheron), 두 번째 강은 '시름의 강' 코키투스(Cocytus), 세 번째 강은 플레게톤, 네 번째 강은 '증오의 강' 스틱스(Styx), 마지막 다섯 번째 강은 '망각의 강' 레테(Lethe)이다.

사람이 죽으면 죽은 자를 저승으로 건네주는 뱃사공 카론이 바닥이 없는 쇠가죽 배에 죽은 자들을 태워 아케론에서 스틱스까지 건네준다. 비통의 강을 뜻하는 아케론에서 죽은 자들은 자신이 죽었다는 비통함을 느끼며 강을 건넌다. 이어 코키투스에서는 자신들의 삶이 비통에 가득찬 것으로 여겨 시름에 젖은 채 강을 건넌다.

세 번째 플레게톤에 이르러서는 이전의 강에서 느꼈던 비통과 시름을 불로 정화해 깨끗한 영혼을 얻은 뒤, 망각의 강 레테로 들어선다. 레테에서는 강을 건너거나 물을 마시면 이승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잊게 되는데, 살아서 한이 많았던 자들은 잊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레테를 건넌 뒤에는 극락의 벌판 엘리시온을 지나 마지막 강인 스틱스를 건너야 한다. 스틱스는 저승을 일곱 바퀴 돌아 흐르는 강으로, 이 강을 건너야만 하데스의 궁전으로 들어갈 수 있다.

 
   


 

 

사탄의 나라에는 기독교의 지옥 하데스가 그리는 아홉 개의 원과 루시퍼의 왕좌와 암흑왕의 깃발이 있습니다. 이슬람의 지하 세계에는 이블리스 왕국의 얼음 지옥이 있습니다. 게브라의 영토는 사원의 왼쪽에 있는데, 그 사원 안에는 악과 탐욕과 굶주림을 관장하는 유댁의 악마들이 게헤나에서 아스모데우스의 명령에 따르고 있습니다.  p.  77 

20.게브라; 유대교 신비주의에서 말하는 열 가지 신성한 숫자인 세피로트 중 다섯번째. 힘, 심판, 권능과 같은 신의 속성을 나타낸다 

21. 아스모데우스; 유대교에서 악마들의 왕  

"앉아있는 악마" 1890. 미하일 브루벨 작. 

   
 

브루벨은 악마를 영혼으로 간주하면서 영혼은 그 자체의 힘 속에서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을 결합시키고 있으며 상처받고 고통당한다는 점에서는 악마 역시 고상한 초월적 존재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브루벨의 악마는 니체의 초인 의지와 만나는 것이다.          p. 662 <러시아 문화예술의 천년>

 
   

다뉴브 강에서 간밤에 전투가 있었고 녹초가 된 아브람은 막사 앞에서 쉬고 있었다. 마수디와 세바스트는 주사위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사흘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두 사람 모두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할 끔찍하게 중요한 이유가 있는 게 분명하다.그런데 갑자기 총알이 쏟아졌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터키 군인들이 참호를 공격해 왔으며,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을 칼로 내리쳤다. 터키 군인들의 뒤를 따라서 트레비네의 사블작 파샤가 나타났다.                 p.83 

22.트레비네; 흑해 북부 도시

23.파샤; 터키의 문무 고급 관료들에게 주어진 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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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10-1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럽이나 북미에서도 발칸반도 나라들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워낙 국경분쟁이 심한 곳이라서 지도가 여러번 바뀌었으니까요.종교도 다양하고요.

달사르 2011-10-16 22:53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발칸반도..자주 들어봤던 이름인데 이번에 자세히 알아보는 과정에 정확히 어디를 지칭하는지 알게되어서 좀 뿌듯합니다. 하하. 발칸반도에 해당하는 나라들 중 세르비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말이죠. 학교때 숱하게 들었을텐데 왜 기억 속에 하나도 안 남아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일이에요.

노이에자이트 2011-10-16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콘스탄티노플이 터키에게 무너지는 동로마 비잔틴 최후의 날을 역사서나 소설로 읽는 것도 재밌을 겁니다.그 다음엔 오스만 터키의 역사를 공부해야죠.유럽외교사는 필독서입니다.

달사르 2011-10-16 22:58   좋아요 0 | URL
네. 하자르사전을 처음 읽을 때는 이정도로 깊이 볼 생각이 없었는데, 노이에자이트 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보니, 그만 점점 재미있어져서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면서 두고두고 보게 되네요. 근데 저리 포스팅을 하고도 다 이해를 못해서 몇 번이나 보고 또 본답니다. 하하. 기억력이 워낙에 형편없어서 말이죠.

이제 겨우 발칸반도, 터키 역사, 오스만 터키, 콘스탄티노플에 대해 감을 잡을 정도에요. 유럽외교사는 필독서라는 말에 무척 공감입니다. 이렇게 공부를 하면서 하자르사전을 읽으니 이해가 더 깊어지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자작나무...는 예전에 신화 공부하면서 그 기능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산사나무..가 나왔길래 왠지 비슷한 느낌일 거 같애서 찾아봤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되어 뿌듯했구 말이죠. 하하. 하나를 알게 되니, 다른 하나가 더 늘어나는 건 조금더 여유롭구나..생각했더랬어요.

참, 동로마 비잔틴 최후의 날이 소설로 나온 건 또 뭐가 있을까요?

노이에자이트 2011-10-17 16:46   좋아요 0 | URL
버트리스 스몰 <아도라>가 있습니다.요즘은 절판된 것 같아요.

달사르 2011-10-17 20:26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아쉽네요..찾아봤더니 중고도 없어요..ㅠ.ㅠ

hnine 2011-10-18 0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막 지도가 나오고 역사가 나오고...저는 아마 누가 읽으라고 압력을 넣기 전에는 엄두를 못 낼 것 같네요 ㅠㅠ

달사르 2011-10-19 13:49   좋아요 0 | URL
헤헤헤헤. 제 노력이, 이 책을 읽으려고 시도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조금 있어용~ 하하하하.

물론, 90%는 제 호기심 충족을 위해서구용. 꺄아~~
ㅋㅋㅋㅋㅋ. 제가 지도를 좀 좋아라 합니당. 헤헤헤헤.
 

 가을이라 메뚜기가 지천이다. 가을 들녘은 추수하느라 바쁘고 메뚜기는 사방천지 뛰어다닌다. 어르신들은 그 메뚜기를 잡으러다니느라 동심으로 돌아간다.  

저녁에 퇴근하고 보니 거실 위 테이블을 메뚜기가 점령했다. 오늘도 엄마는 들판을 누비고 다니셨나보다. 엄마의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엄마의 빨간 볼에 가을이 담겼다. 엄마의 마음에 장난꾸러기 어린아이가 가득찼다. 오늘 밤 꿈에 엄마는 어린아이로 돌아가 예전 어릴 적 동무들과 신나는 놀이를 하느라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겠다.  엄마가 잠든 뒤 방문을 살짝 열어봐야겠다.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농경과 목축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이지만, 아직도 자연 속에서 인간의 손길과 무방하게 자유를 누리며 풀숲에서 그 생을 살다가는 자유로운 생명에 감탄한다. 

더불어 그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존재를 잡으러다니다  자유가 옮아붙은 어르신들의 늙은 동심에 미소가 배어나온다. 

  

 

 마당에 몇 포기 심어져있던 고추를 하나 뚝 따보았다. 자연의 정수를 가득 담고 있는 생물을 따는 기분은 왠지모를 영광스런 느낌이었다.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흙을 어머니 삼아 쑥쑥 자라난 어린 생물은 어느듯 수확의 계절을 맞아 저마다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자연의 탯줄을 달고 있는 고추를 뚝, 소리를 내면서 따는 일은 그래서 경건하다.

 

 

조카에게 메뚜기 반찬을 한 번 먹어보라고 했더니 얼굴을 구긴다. 살아있는 입체적 모양 그대로인 것을 입 안에 넣을 수 없다고 했다. 작년까지의 나와 같은 말이다. 올해의 나는 뭐가 달라졌을까. 올해의 나는 메뚜기를 입에 넣어보았다. 탐욕스레, 게걸스레 먹진 못하고 그저 오래오래 씹으면서 메뚜기에 대해 생각했다. 매끼 밥상을 자연에서 빌려오는 입장으로 쌀과 메뚜기와 기타 다른 것들의 차이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그저 고마워하는 마음을 조금더 가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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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0-16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너무 징그럽잖아요!! ㅠ ㅠ 오래오래 씹으..면서.....라니....!
도랑에서 가재 잡아 구워 먹던 기억은 있는데, 메뚜기는 영 못 먹겠어요 흙.

달사르 2011-10-16 10:48   좋아요 0 | URL
하하. 오래오래 씹지 않으면 삼키기가 좀 괴롭거든요. ^^
말없는수다쟁이님은 가재도 드셔보셨더랬어요? 와우~ 가재 잡는 재미도 참 좋았겠어요! ㅎㅎ 말없는수다쟁이님의 어린 시절이 왠지 화려했을 것 같은 느낌이. 하하하.

hnine 2011-10-16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 때 메뚜기 먹어보았답니다 (흐뭇~) ^^
'자연의 탯줄을 달고 있는' 이란 표현이 멋있어요. 뚝 하고 고추를 따는 행위를 경건하다고 하신 것도요. 그나저나 저 고추 한입 베어물면 아삭! 하고 맛있는 소리가 날 것 같아요.

달사르 2011-10-16 10:53   좋아요 0 | URL
와~ 그래요? 대단대단. hnine님은 어릴 적부터 용감한 어린이였나봐요. ^^

헤헤헤. 이런 표현이 자꾸자꾸 떠오르면 시 한 편이 뚝딱 일텐데 말이죠. 저리 찔끔씩만 떠오르니 그저 아쉬워요. ^^ 표현 멋있다고 해줘서 고마워요. 헤헤헤.
아삭! 하는 소리를 떠올리니 점심으로 고추 하나를 먹어야될 것 같은데요? 하하하.

비로그인 2011-10-16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뚜기. 그 인디아나 존스인지.. 영화에서 바퀴벌레 맛이 아몬드 씹는 맛이랑 비슷하다고 해서 정말 그럴까 하던 생각이 납니다. 메뚜기는 과연 어떤 맛일까. 분명 메뚜기를 잡아 먹고 사는 동물이 있을텐데 걔네들하네 좀 묻고 싶네요. 걔네들은 생식을 하겠죠? 메뚜기맛이라고 하면 곤란한데. ㅎ

스맛폰으로 첨 봤을 땐 말린 고추인지 알았는데 이렇게 가까이 보니 더 실감나네요. ^^

달사르 2011-10-16 20:22   좋아요 0 | URL
아. 반가워요. 바람결님.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서 책을 읽었는데요. 창 밖으로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바람결을 느끼며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답니다. 히히.

으악. 바퀴벌레. 하하하. 어느 나라에선가는 분명 바퀴벌레는 먹는 나라도 있을 텐데 말이죠. 메뚜기는요. 음...바싹 말린 육포 같은 느낌이에요. 비상시의 식량 느낌도 들구요. 아..메뚜기를 잡아 먹고 사는 동물은 생식이니까 우리가 느끼는 맛과는 또 다르겠네요. ㅋㅋ

넹. 스맛폰으로는 말린 홍고추로 보일 듯해요.
 
4페이지 미스터리
아오이 우에타카 지음, 현정수 옮김 / 포레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한꺼번에 보지 마셔요. 아껴서 보셔요. 그럼 두고두고 재밌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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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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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 김훈이다! 무조건 예약주문! 무조건 기다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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