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이여자 / 기욤 뮈소 ㅣ 밝은세상 ㅣ 2010>★

 

 

 

 

 

 

 

 

 

 

 

우리나라 여성독자들에게 각광을 받는 프랑스 작가라고 하면 서슴치 않고 '기욤뮈소'라고 대답할 것이다.

'기욤 뮈소'는 그동안 <사랑하기때문에> <구해줘>를 통해서 사랑을 이야기하였는데,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함께 감각적이고 스피디한 문체를 보여주었다.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테마를 위주로한 이야기를 보여 주었다면, <종이 여자>는 캐릭터에 색다름을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궁금한 점은 '종이 여자'라는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일 것이다.

어릴적에 가지고 놀던 종이 인형?

종이와 여자가 합쳐지는 느낌은 갸냘픔이나 연약함. 그런 느낌들인데.....

프롤로그를 읽을 때까지도 독자들은 어떤 확실한 실체를 잡을 수가 없을 것이다.

프롤로그는 <천사 3부작>이라는 작품의 2권까지를 출간하면서 혜성처럼 나타난 유명 작가 톰 보이드의 이야기가 뉴스 매체를 통해서 소개되는 기사들과 그가 받은 메일들을 소개해 하는 기사 내용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또 뉴스 매체의 기사는 미모의 피아니스트 오로르 발랑꾸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어느새 톰과 오로르는 연인사이로 발전하게 되고.... 곧 이어 톰은 오로르에게 버림을 받게 된다. 그 결과, 형편없이 무너지는 톰 보이드.

폭행, 과속 운전, 마약.... 도저히 재기를 할 수 없는 형편없는 모습으로 변해 가게 된다.

<천사 3부작>의 마지막 3권은 앞으로 세 달후에 출간예정이지만 톰의 머리 속은 백지상태이다. 굳어져 버린 머리. 컴퓨터 화면을 열면 구토를 느낄 정도로 무기력하게 변해 버린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 지난 일이 돼 버렸다. 옛날 일이.

나는 글쓰기를 포기했고, 글도 나를 버렸다. (p.185)

 이때 나타난 여인, 빌리.

톰의 <천사의 3부작>중의 스페셜판이 인쇄상의 문제로 266 페이지까지만 인쇄된 책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가 그녀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 그녀는 바닥에 나가 떨어지면서"까지 인쇄가 된 그 책에서 빌리는 떨어져 나왔다고 한다.

책 속에서 떨어져 나온 빌리.

그녀는 이 책이 완성되어야만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당신이 쓴 미완성 문장 한 가운데서, 그러니까 행의 중간쯤에서 딱떨어졌다니까요. (p.76)

 여기서 독자들은 어리둥절하게 될 것이다.

'기욤 뮈소'의 판타지 소설?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가 끝맺지 못한 <천사 3부작>의 등장인물 중의 한 여인인 빌리가 펼치는 이야기이니까.

이 작품 속에는 톰, 캐롤, 밀로의 우정과 사랑도 강한 감동을 준다.

세 사람은 미국의 한 빈민촌 출신들이다. 가난하기만 한 것이 아닌, 몸과 마음에 상처를 담고 있는 세 친구.

밀로는 톰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서 그의 매니지먼트 역할을 하지만, 청소년기에는 갱단에 가입했던 사람.

그리고, 캐롤은 치유 불가능한 고통 속에서 나날을 보내야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톰은 매일 캐롤을 위해서 <천사 3부작>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마법같은 세계를 만들어 주었기에 그녀가 삶을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러니, 톰이 나중에 <천사 3부작>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그녀를 즐거운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 단 몇 시간이라는 야수가 가하는 고통으로 부터 벗어나게 해 주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 자체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픽션의 세계에 사는 것으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p.400)

소설도 쓰지 못하는데다가 밀로의 펀드 실패로 무일푼이 된 톰과 그의 책에서 나왔다는 종이 여자 빌이 펼치는 모험에 가까운 이야기들.

그리고, 어느새 사랑을 느끼게 된 톰과 빌리의 이야기.

빌리는 톰에게

"몇 주 안에 내게 불가능한 것에 대한 믿음을 주었고, 굽이치는 비탄의 강줄기들이 마침내 고통의 절벽으로 떨어지는 그 아슬아슬한 세계에서 나를 구해 준 여자."  (p.473)

또한 청소년 시절에 톰, 캐롤, 밀로에게 있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이 <종이 여자>를 통해서 펼쳐진다.

기욤 뮈소가 젊은 작가인 만큼 그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들도 젊고 상큼함이 있다.

빌리의 발랄하고 재치있고, 통통 튀는 캐릭터는 읽는내내 신선함이 있다.

소설가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찔하고 위험한 순간들과 수시로 맞닥뜨리"(p.117)는 존재임을 기욤 뮈소는 자신의 책 속에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종이 여자>는 그의 소설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창작력의 부재, 작가의 백지 공포증...

이런 것들이 작가들이 느끼는 것들 중의 일부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 속에 살면서도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 내면서도 현실 속에서 살아야 하는 작가의 일상이 곧 <종이 여자>에 나타나는 작가의 창작 활동의 일부분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단 한 권 남은 파본을 찾기 위해서 말리부에서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대서양을 건너서 로마, 다시 한국, 그리고 맨해튼, 이런 긴 여정을 거쳐서 한 권의 책은 프랑스의 센 강에서 퉁퉁 물에 젖은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 책의 향방을 쫒는 이야기는 분명 모험 이야기이지만.

 35. 심장의 시련

헛고생을 하며 찾을 때는 없다가도 막상 일을 그만두면 발견 될 때가 있다.

- 제롬 K. 제롬

이처럼 작가가 <감사의 말>을 통해서 이야기한 것처럼 "삶은 한 편의 소설이죠"(P483)

이 말을 대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종이 여자>의 이야기처럼 인생은 픽션과 현실 사이에 놓인 마술 거울을 통해서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단 한 번밖에 오지 않는 순간의 이미지를 포착하는 데 실패한 사진작가처럼, 나는 내 인생에 다시 웃음과 빛을 줄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p.473)

기욤 뮈소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듯이 <종이 여자>도 탄탄하고 섬세한 구성, 그리고 기발한 아이디어, 작가의 감성과 취향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또한, 마지막 반전은 허를 찌를 것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으면서도 사랑스럽다.

빌리가 픽션 속의 인물이지만, 현실 속에 살아 있는 듯 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책을 덮을때까지 한 치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사랑의 이야기를~~ 판타스틱한 이야기를~~ 모험의 이야기를~~

모두 원한다면 <종이 여자>가 제 격이 아닐까 한다.

또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한국 사랑은 <종이 여자>에서도 한 몫을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카산드라의 거울>에서 한국 청년을 주인공으로 했듯이.

<종이 여자>에서도 '대한민국'이란 단어들과 박이슬이란 여대생이 살짝 등장한다.

역시,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 수준도 그 어느 나라 못지 않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 <천사의 부름 / 기욤 뮈소 ㅣ 밝은세상 ㅣ 2011> ★

 

 

 

 

 

 

 

 

 

 

 

 

기욤 뮈소는 <그후에>, <당신없는 나는?>,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사랑하기때문에> 등으로 이미 많은 독자들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 작가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는데, 그것은 아마도 작가의 톡톡튀는 젊은 감각적 문체와 트렌디한 대중문화의 코드와 달콤한 사랑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젠 많은 독자들에게 작가의 스타일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데, 작가는 작품마다 또다른 새로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내가 기욤 뮈소의 책 중에 가장 아끼는 책은 <종이여자>이다. 이 소설은 베스트 셀러 작가인 톰이 피아니스트 오로르 발랑꾸르와의 사랑에 실패하게 되면서 단 한 줄의 원고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데, 그의 작품 속의 인물인 빌리가 책 속에서 튀어 나와서 톰의 재기를 도와준다는 이야기인데, 처음에 이 소설을 읽게 되면 황당한 설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차츰 차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허구와 진실의 숨바꼭질같은 러브스토리와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이야기인 것이다.

책표지 역시 종이 여자 빌리의 모습이 판타스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마치 책표지만 보면 <천사의 부름>은 <종이여자>와 시리즈처럼 많이 닮아 있다.

<천사의 부름>은 휴대폰이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기에 단순한 사랑이야기처럼 생각하고 이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은데, 이 책 속에는 엄청난 스릴러가 담겨 있는 것이다.

기욤 뮈소는 <천사의 부름>을 통해서 러브스토리와 스릴러를 접목시키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의 긴장감과 재미를 함께 선사한다.

물론, 그동안, 기욤 뮈소가 다른 작품에서도 반전과 스릴러적 효과를 노리는 장치를 작품 속에 가미시키기는 했지만, <천사의 부름>은 제대로 된 스릴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휴대폰을 처음 사게 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처음엔 남들이 다 쓰니까, 가장 기본 사양을 골라서 사용하게 되는데, 스티브 잡스의 영향인지 휴대폰은 이제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신들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요술방망이나 다름없는 기계"(p.10)가 된 것이다.

이야기는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뉴욕의 JFK 공항에서 조나단과 매들린이 부딪히면서 휴대폰이 바뀌게 되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상반된 기분으로 그 공항에 있었던 것이다.

조나단은 한때는 재벌가의 딸과 결혼도 했고, '맛의 마술가', '미식계의 모차르트', ' 세계 최고의 천재 셰프'라는 말을 들으면서 세계적인 셰프로 명성을 날렸으나, 지금은 아내가 바람을 피워서 이혼을 하고, 샌프란스시코에서 허름한 식당을 하고 있다.

그가 뉴욕에 온 이유도 크리스마스를 아들 찰리와 보내기 위해서 이혼한 부인으로부터 아들을 데리러 온 것이어다.

매들린은 파리에서 플로리스트로 <환상의 정원>이란 꽃집을 하는데, 얼마후에 결혼할 남자와 함께 밀월여행을 보내고 돌아가기 위해서 공항에 있었던 것이다.

너무도 상반된 감정으로 뉴욕 JFK 공항에서 부딪힌 두 사람은 얼마후 자신들의 휴대폰이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된다.

조나단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매들린은 파리에서...

서로를 경망스럽고 정떨어지는 인간들이라고 생각했던 잠깐의 만남을 생각하면서 휴대폰을 돌려주려고 하지만, 파리의 공공노조 파업으로 지연되게 된다.

조나단은 매들린의 휴대폰을 본다는 것이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같은 죄책감에 휴대폰을 훔쳐 보려는 생각을 하지 않으나, 휴대폰의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자, 다른 사진들을 그리고, 다음에는 메일을 보게 되고, 또다시 일정관리를 보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휴대폰의 용량을 채우고 있는 어떤 파일들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밀번호를 풀게 되고, 그 속에서 엄청난 사건의 메일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매들린의 입장에서는

"(...) 더 깊이 파고 들면 아무도 봐서는 안 될 파일이 나올 수도 있었다. 진작 없애야 했던 파일, 세상 어느 누구도 보아서는 안 되는 파일이 휴대폰에 들어 있었다. 그녀의 삶을 망가뜨린 비밀, 그녀를 광기와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았던 비밀." (p.79)

기욤 뮈소가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스타일로 변신하는 기욤 뮈소의 스릴러 소설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휴대폰 속 파일은 앨리스 딕슨 이라는 14살 소녀의 실종사건에 대한 모든 기록을 담은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의 전개는 조나단과 매들린이 서로 어떤 접점으로 다가갈 수 밖에는 관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매들린은 조나단이 오늘날 허술한 식당을 운영하기 전에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셰프였으며 그가 추락하게 된 배경에 <윈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 그래, 운명이었어, 조나단과 휴대폰이 뒤바뀐 건 하늘의 뜻이었던 거야. 조나단, 조르주, 프란체스카의 뒷조사를 하고 다닌 건 앨리스에게 돌아오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어. " (p.283)

" 그녀는 그와 처음 만났던 순간을 다시금 떠올렸다. JFK 에서 우연히 몸을 부딪치지 않았다면 그와의 인연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수로 휴대폰이 뒤바뀌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와의 인연은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30초만 일찍 혹은, 30초만 늦게 카페에 들어갔더라면 그와 마주치지 않았을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두 사람을 그 자리에 있게 한 건 바로 운명의 힘이었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운명을 일컬어 '천사의 부름'이지, 라고 말씀하시곤 했었다. " (p.314)

<천사의 부름>은 이런 숨겨졌던 이야기들을 두 사람이 어떻게 풀어나가게 되는가를 잘 표현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을 보는 것처럼 칙칙한 맨체스터와 뉴욕의 맨해튼을 비롯한 곳곳을 독자들이 책 속의 주인공들과 함께 그 장소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장소적 표현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심리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첫 장면부터 끝 장면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계산된 구성이 돋보이기도 하면서, 이야기의 전개는 빠른 템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긴장감이나 흡인력은 최고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천사의 부름>에는 음식이야기도, 음악이야기도 한 몫을 한다.

기욤 뮈소의 소설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역시 '사랑'이다. 진실한 사랑, 한 순간에 끌리는 사랑.

그 사랑의 이야기에 스릴러가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어 한 편의 소설로 탄생한 것이 바로 <천사의 부름>이다.

실제로 소설의 모티브가 된 휴대폰이 뒤바뀌게 된 상황이 2007년 8월 몬트리올에서 작가에게 있었으며, 그것에서 영감을 얻어서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기욤 뮈소는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속편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으니, 이 소설은 결말이 있기는 하지만, 열린 결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독자들 스스로 그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앨리스가 조나단에게 남긴 편지 속에 인용된 빅토르 위고의 말을 끝으로 이 글을 맺으려고 한다.

"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우리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 " (p.247)

 

   ★ <7년 후 / 기욤 뮈소 ㅣ 밝은세상 ㅣ 2012> ★

 

 

 

 

 

 

 

 

 

 

 

기욤 뮈소는 <종이 여자>의 '감사의 말'을 통해서 " 삶은 한 편의 소설"( 종이여자, p. 483)이라고 하기도 했고, <7년 후>의 책 뒷표지의 글에는 자신의 소설이 베스트 셀러가 되는 이유를 " 단지 내가 독자의 입장에서 읽고 싶은 소설을 쓰는 게 내 나름의 방업이라면 방법이다." 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기욤 뮈소의 소설은 정말 평범한 이야기가 아닌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설정이 돋보이기도 하지만, 때론 너무 소설적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을 정도로 드라마틱하기만 하다.

바로 <7년 후>가 그런 요소가 진하게 담긴 소설이다. <종이여자>와 <천사의 부름>을 읽으면서 기욤 뮈소의 소설의 경향을 익히 알게 되어서 인지, 이번에는 그런 것들이 신선하다기 보다는 너무도 기욤 뮈소의 소설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소설은 초반부에서는 흥미진진하게 읽다가, 후반부에 접어 들면서 조금씩 스릴러적 요소가 누군가가 꾸며낸 조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것이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에는 허탈감이 들게 된다.

이미 기본틀이 다 그려져 있는 종이를 이렇게 저렇게 잘라서 만든 퍼즐의 조각들이 서서히 맞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의 다 맞추어진 상태에서 나머지 퍼즐의 위치가 다 드러난 듯한 그런 기분이다.

그런 경우에 퍼즐을 맞추었다는 기쁨보다는 퍼즐 맞추기가 쉬워서 재미가 반감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천사의 부름>이 로맨스와 스릴러의 결합이었고, <7년 후>의 이야기의 시작이 세바스찬과 니키의 아들의 실종사건으로부터 시작하기에 스릴러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읽어 내려갔는데, 이 작품은 기욤 뮈소의 새로운 변신인 로맨틱 코미디 소설이라는 것이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가정환경과 성장배경, 성격을 가진 세바스찬과 니키가 결혼 후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혼하게 되고, 그들은 이란성 쌍둥이인 자녀를 각각 1명씩 키우게 된다.

유복한 가정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세바스찬은 현악기 제조를 하는 그 분야에서는 최고의 장인인 명망있는 남자인데, 이혼 후에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딸 카미유를 키운다.

성해방론자이고 진보적 가치의 신봉자이고 성격은 격렬하고 무절제한 생활을 하는 니키는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아들인 제레미를 키운다.

세바스찬과 니키는 출신배경, 자라온 환경, 교육 정도, 종교, 기질, 성격 등 무엇 하나 비슷한 점이 없는 부부였다. 그들의 만남도 세바스찬이 화장품을 훔쳐서 곤경에 빠진 니키를 구해주면서 한 눈에 반하게 되어서 결혼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혼...

" 난 내 생애에서 불처럼 뜨거운 사랑, 오직 하나뿐인 사랑을 만났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우리에게 모든 걸 주었다가 빼앗아간 사랑, 우리의 삶을 한순간 환하게 비추었다가 다시 영원히 폐허로 만들어 버린 사랑을... " (p. 196)

그런데, 이혼한지 7년이 지난 어느날 니키가 키우던 15살된 아들 제레미가 실종되면서 그를 찾기 위하여 만났게 된다. 그런데, 제레미의 방에서 1kg 이 넘는 코카인이 발견되게 되고, 그 코카인의 출처를 찾다가 살인 현장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현장에서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저지르게 된다.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서 제레미의 실종에 관한 소식과 아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단서들이 여기 저기에서 발견된다.

그래서 그것을 추적하여 가는 과정에서 제레미와 니키가 다시 사랑을 찾게 되는 이야기인데, 그 과정이 스릴러적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이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가 맞추어지게 되는 것이다.

기욤 뮈소의 소설의 특징 중의 하나는 소설의 배경이 지구위를 넘나든다는 것이다. <7년 후>에서도 뉴욕과 파리를 넘어 브라질까지 뻗어 나간다.

특히, 뉴욕의 각 지역들, 파리의 센 강변의 다리 위의 묘사는 책을 읽고 있는데도 뉴욕의 거리에 서 있는 듯, 센 강위를 배를 타고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생생하게 장면 구성을 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가 돋보인다.

그리고 한 순간도 놓치면 안 될 것같아서 책에서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 빠른 전개와 긴장감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작품마다 기욤 뮈소의 작품임을 알 수 있을 것같은 작가의 감성과 취향들도 소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부분들이다.

그렇다면 기욤 뮈소는 소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 용서, 화해라고 한다. 그의 소설에서 꼭 찾을 수 있는 것이 러브 스토리이며 거기에 또 다른 요소가 가미된다. 판타지 기법일 수도 있고, 스릴러 요소 일 수도 있고, 코믹 요소일 수도 있는 것이다.

" 내가 열 네 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 아마 내 생에서 최악의 시기는 바로 그때였을 거예요. 내 가슴은 갑자기 갈가리 찢겨나가는 듯했고, 내가 믿었던 모든 가치들이 한순간에 보잘것없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으니까요. (...)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 대부분은 은연중 엄마 아빠가 언젠가 재결합해 함께 사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고 해요. 그리고...."(p. 330)

이 소설은 이혼한 부모를 바라보는 자녀들의 훈훈한 마음이 가슴에 감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그런 소설이다.

누군가의 고약한 장난에 번번이 당하고 있는 꼴이었던 세바스찬과 니키. 꼭두각시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니면서 벌이는 한 판의 대결. 그것이 이미 꾸며진 무대였다는 것. 그러나, 거기에 또다른 변수가 작용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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