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그림 책 한 권 퇴근 후 시리즈 3
윤정선 지음 / 리얼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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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유아, 어린이들이 읽는 책이라는 편견을 벗어나, 가끔은 그림책을 읽는다. 어릴 적에 읽었던 그림책을 읽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 출간된 새로운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을 읽으면 더욱 흥미롭다.

짧은 이야기 그리고 다양하게 표현된 일러스트.

그림책 속에는 어린 날의 나를 만날 수 있는 추억이 담겨 있기도 하고,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낸 친구 또는 가족의 모습과 삶의 이야기를 되돌아 보게 하는 그런 이야기도 있다.

가장 순수한 나, 가장 진솔한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그림책을 읽는 시간이다.

<퇴근 후 그림책 한 권>의 저자인 '윤정선'은 "그림책과 영화를 활용해 마음을 치유하는 독서치료를 하고 그림책 낭독과 치유 강의, 음악이 어우러진 토크 뮤지컬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 (저자 소개글 중에서)

저자는 <퇴근 후 그림책 한 권>을 통해서 그림책 14권을 소개한다.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그림책의 내용을 소개해 준다. 

그리고, 각 장의 그림책 소개가 끝난 후에는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을 몇 권 더 소개해 준다.

아마도 어른들은 잘 모를 것 같은 그림책 중에 그동안 읽었던 그림책도 나온다.

<배고픈 여우 콘라트>, <마음이 아플까봐>, <무릎 딱지> 등...

<배고픈 여우 콘라트>는 여우가 오리를 잡아 먹으려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나서는데, 눈치를 챈 오리가 도망을 간다. 그런데 급하게 도망을 치다 보니 품고 있던 알을 놓고 간다. 

여우는 배고픔을 참으면서 알에서 깨어난 아기 오리를 어떻게 잡아 먹을까 궁리를 한다. 조금 더 키워서 살이 찌면 잡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차마 잡아 먹지 못하고 아기 오리에게 이름을 지어준다.  아기 오리는 수컷 오리가 되어 가족을 이루게 되고 새끼 오리가 탄생하게 되는 과정 그려진다.

여우의 뱃 속에서는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멈추지를 않지만 그래도 오리를 잡아 먹지는 못하고...

여우와 오리 가족의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어린이들에게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마음 속에 남겨진다.

14편의 이야기에는 속하지 않지만, 함께 읽으면 좋은 이야기로 <무릎딱지>도 오래 전에 읽었지만 기억에 남는 그림책이다.

엄마를 잃은 슬픔을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아이의 이야기이다. 아이는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에 직면하게 된다. 어른도 견디기 힘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별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얼마나 힘들까? 아이는 어느날 무릎에 생긴 딱지를 손으로 긁어 뜯는다.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넌 씩씩하니까 이겨낼 수 있을거야' 라고 말할 엄마의 목소리를 그리워 하면서.

아이는 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서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는 무릎딱지가 떨어지고 거기에 새 살이 돋아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엄마는 항상 마음 속에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그림책은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어린이들에게 전달한다. 읽으면서 느끼는 많은 것들이 마음 속에 담겨서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지혜가 되고, 아름다운 감성으로 남겨진다.

<미운 오리새끼>와 비슷한 이야기로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가 있다. 다른 기러기들과 다르게 깃털이 없는 기러기, '너는 왜 그렇게 생겼니?' 하면서 놀림의 대상이 된 기러기.

추위를 피해서 다른 기러기들은 따뜻한 나라로 날아 가는데, 보르카는 깃털이 없어서 날아 갈 수가 없다.

그러나 영국의 큐가든에서는 깃털이 없는 보르카를 놀리지도 않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새들이 있으니...

남과 조금 다르면 어때?

배려가 있는, 편견이 없는 그곳에서 보르카는 행복한 생활을 찾게 된다.

" 잃어버린 것을 되돌아 보며 후회하기 보단 삶의 흐름에 자신을 맡길  때 찾아오는 축복, 그녀에게는 그 축복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십여 년 만에 조우한 그 날. M의 얼굴은 고통에 함락되지 않은 사람만이 지울 수 있는 눈부심으로 반짝였으니까요. 결핍을 결핍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남과 조금 다르면 어때? 그럴 수도 있지 뭐? 자신을 토닥이는 아름다운 삶의 태도가 M에게는 있었습니다. 기러기 보르카가 자신을 가두지 않고 삶이 흐르는 대로 흘러갔던 것처럼요. " (p. p. 40~41)

이렇게 그림책은 어린이들에게도 행복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 주지만, 어른들에게도 지친 삶에서 따뜻한 위안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짧은 글, 책 속의 내용을 간결하면서도 또렷하게 느낄 수 있게 그려진 일러스트.

우리들은 그림책 속의 아름다우면서도 행복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날 하루는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날, 엄마와 함께 보던 그림책이 어렴풋이 생각나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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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저물어가는 생을 축복합니다
강신주 지음 / 엘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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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음은 한 인간이 홀로 오롯이 겪어내야 하는 인생의 과정인 것 같다. 우리 모두는 그 '불쌍한 경험'에서 누구든 자유로울 수 없다. 그저 묵묵히 감당할 수 밖에.

내가 아무리 부모님을 잘 모시려고 해도 두 분 각자에게 맡겨진 그 실존적 고통은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마음이 가난해져버린' 나이든 부부를 모시며, 나는 생각한다.

마음이 가난하니 그들을 행복하게 해드리는 게 너무나 쉽지 않은가.

곁에서 눈 마주치며 이야기를 나누고, 가려운 데를 긁어드리고, 다정히 머리를 쓰다듬어드리고, 베게를 바로 놓아드리고, 손톱이며 발톱을 깍아 드리고... 이렇게 간단한 일들이 그들에게 행복감을 안겨준다.

노인들은 언제든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곁에서 조금 힘이 되어 드릴 수 있어서, 내가 그들분의 인생에 조금 행복을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내게도 곧 노년이 찾아올 것이다. " (p.p. 74~75)

나이가 든다는 것 그리고 병이 들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당사자에게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힘겨운 일이리라.

그래도 누군가 보살펴 주고, 간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크나큰 복이 아닐까....

병들어서 요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을 몇 번 접한 적이 있다. 가족들은 며칠에 한 번 정도 들리고, 간호는 오로지 의료진에 의존하는 그런 사람을 병문안 간 적도 있다.

돌아서서 오는 그 발길은 너무도 무거웠고, 다음에 다시 오리라 생각했지만, 다시 한 번 들리지 못하고 그의 부음을 들었을 때에 마음은 착찹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누구도 늙지 않을 수 없고, 병들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강대건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마지막까지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준 딸이 있었으니....

이 책의 저자인 강신주.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 철학자 강신주가 죽음에 대하여 철학적으로 풀어나가는 책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의외의 저자에 약간은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저자인 강신주는 강대건과 이춘산의 딸이다. 강대건은 영문학 교수로 재직을 했었다.

은퇴 후인 2015년 미국에서 살고 있는 딸 강신주를 만나기 위해서 미국에 가게 된다.

미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아버지는 한국에 돌아가기 직전에 사고를 당하게 된다. 차에서 내리던 중에 낙상을 당하는데, 그 과정에서 머리를 부딪히고 골절상을 입게 된다.

한국에 돌아가서 치료를 받기를 희망하지만 그 상태로는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미국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그래서 약 3년간 딸의 간호를 받게 되는데, 그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 있다.

중환자실에서 맞게 되는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그로 부터 며칠 후에 세상을 떠나는 아버지의 이야기.

삶과 죽음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아버지에 대한 딸의 절절한 병간호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딸이 아버지의 배변, 목욕 등을 비롯한 간호를 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딸은 아버지를 의무감에 돌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아버지와 엄마를 지켜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딸은 아버지랑 같이 했던 그 순간들이 행복했노라고 말한다.

병간호를 하는데는 육체적, 정신적 문제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금전적 문제가 무시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인연을 만난다면 훨씬 힘이 될 것이다.

저자는 아버지가 아프기 전에 이미 오빠의 죽음을 접하기도 했다. 오빠의 죽음, 아버지를 위한 3년간의 간호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장례....

" 우리는 만나고, 헤어지고, 울고, 살아간다." (책 뒷표지 글 중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낸다는 것 자체가 견딜 수 없이 힘든 일이었다. 그저 조용히 아버지의 모습을 마음에 담고 애도하는 시간이 내게는 필요했다.

이런 행동은 어쩌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후 가장 힘든 것은 조문하는 이들이 아니라 남아 있는 가족이다.

슬픔에 잠긴 유족이 침묵과 은둔을 택한다면 혀를 차거나 손가락질을 할 게 아니라,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위로이다." (p. 176)

팔순이 넘은 부모님을 돌보는 50대 딸의 이야기를 통해서 '늙어감'에 대해서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마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노년의 삶 그리고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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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 노르웨이에서 만난 절규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8
유성혜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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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의 클래식 클라우드 8번째 책은 <뭉크 ×유성혜>이다. 클라우드 클래식 시리즈는 국내 최대 인문기행 프로젝트로 세계적인 거장 100인을 선정하여 그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전문가가 거장의 인생과 활동의 발자취를 찾아 떠난다.

시리즈 중 8번째 만나게 되는 거장은 뭉크이다. '뭉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은 <절규>이다. <절규>는 2012년 소더미 경매에서 1,400억 원으로 사상 최고가로 판매된 작품이다.

그런데 뭉크의 작품들은 같은 제목의 작품이 딱 한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버전으로 남겨 놓았다.

<절규>도 마찬가지로 4개의 버전과 판화본이 남아 있다. 

대부분의 화가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뭉크의 예술도 그의 인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의 작품 세계 그리고 그 바탕이 된 인생 이야기를 찾아 떠난 작가는 유성혜다.

유성혜는 예술학과 미술사학, 박물관학을 전공했으며 뭉크의 고향인 노르웨이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뭉크미술관에 대한 담론 분석을 다룬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뭉크의 <절규>는 누구나 기억하는 작품이지만 뭉크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지 못하는 독자들이 많은데, 뭉크는 노르웨이인들에게는 국민 화가로 사랑을 받는 인물이다.

노르웨이의 수도인 오슬로 시청에는 '뭉크의 방'이란 공간이 있다.

뭉크의 키워드는 '절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절규>는 뭉크의 드라마칙한 삶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또한 뭉크에게 고독은 그가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이자 원동력이기도 하다.

뭉크가 유소년기를 보내며 방황하던 칼 요한 거리. 절규를 그린 에케베르그 언덕, 사랑했던 여인과의 추억이 있는 오스고쉬트란드.

오스고쉬트란드는 첫사랑의 추억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고 마지막 사랑의 극적 이별의 아픔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뭉크에게 큰 행운을 가져다 준 베를린, 뭉크의 유학지이자 세계 화단의 중심지인 파리.

뭉크가 떠돌았던 노르웨이의 이곳 저곳, 뭉크가 마지막 30년을 보낸 에켈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뭉크가 죽은 이후의 이야기는 뭉크 미술관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지은이는 이런 곳들을 찾아서 뭉크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그곳의 뭉크의 인생 이야기, 예술 이야기가 펼쳐진다.

뭉크는 어린시절부터 죽음을 접하게 된다. 5살에는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죽고, 13살에는 누이 소피에가 죽는다. 어머니를 잃은 뭉크는 아버지에 의해서 엄격한 종교 생활을 강요 당한다.

신체적으로 병약했던 뭉크에게는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힘겨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유부녀와의 첫사랑은 몇 개월만에 끝나게 되고, 이후에도 그의 사랑은 이별로 끝나게 되니 평생을 독신으로 살게 된다. 딱 한 번 약혼을 한 적은 있다.

뭉크는 20,30대에 이미 고독과 괴로움으로 방황을 하게 되고 공포, 불한, 현기증, 환영에 시달리게 되면서 강렬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 상황들이 뭉크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오스고쉬트란트에서의 단조롭고 외로운 생활은 예술적 영감과 모티브를 얻는 계기가 된다.

우리가 뭉크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는 것은 뭉크는 그림 그리기도 좋아했지만 글쓰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당시의 이야기들이 뭉크의 노트로 남겨져 있다.

뭉크는 오슬로 대학 강당을 장식하는 벽화를 그리기도 했는데 이 벽화는 노르웨이 대형 공공미술의 백미로 꼽힌다.

뭉크는 자신의 자화상을 비롯하여 다른 사람의 자화상를 많이 남겼다. 

" 생애의 마지막 10년 동안 그린 자화상에는 잠재적으로 죽음과 직면한 노인의 모습이 등장한다. " (p. 282)

 마지막으로 지은이는 뭉크 예술의 키워드를 제시한다.

1. 죽음 :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누이 동생, 아버지, 가까운 가족의 죽음

2. 사랑 : 첫사랑의 실패 - 슬픔과 외로움

3. 불안 : 평생을 신경 쇠약과 불안증에 시달림

4. 절규 : 뭉크의 아이콘과 같은 작품, 강렬한 시각적 자극을 청각적으로 느끼게 된다.

5. 여자 : 첫사랑을 비롯한 사랑했던 여인들과의 이별

6. 외로움 : 뭉크의 인색은 외로움의 연속

7. 오스고쉬트란드 : 이곳에서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그것을 작품으로 남김

8. 초상화와 자화상 : 수많은 초상화와 자화상을 남김

9. 생의 프리즈 : 그림 하나 하나를 개별적으로 보는 것보다 이들을 함께 묶어서 본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한 예술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

10. 오슬로 대학 강당 벽화 : 노르웨이 공공미술의 대표작

" 뭉크의 그림은 수용의 수준에서만 의미 있는 게 아니다. 서양 미술사에서 뭉크가 이룬 가장 획기적인 발전은 미술의 대상을 자신의 경험에서 찾고, 또 그것을 시각적인 방법으로 표현해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각에 대한 이야기이다. 화가란 눈과 손으로만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가슴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뭉크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새로운 조형언어와 재료, 기법, 매체로 표현했고, 이를 통해 20세기 현대 미술이 꽃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 (p. 308)

뭉크의 예술은 그의 인생을 알게 되면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평생을 외롭고 고독하고 신경쇠약에 시달렸던 뭉크는 그의 작품 속에 이런 심경을 그대로 표현하게 된다.

<절규>, < 마돈나>, < 아픈 아이>, <이별>,<키스>....

이 책은 뭉크의 작품 속에서 고독했던 뭉크의 삶과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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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콜록 - 누군가 조금은, 혹은 아주 많이 아파하는 소리 월간 정여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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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출판사 '천년의상상'은 정여울과 2명으로 이루어진 출판사이다. 2018년 '천년의상상'에서는 12개월 프로젝트를 내놓는다. 월마다 나오는 작은 한 권의 책은 각 달마다 우리말 의성어, 의태어로 책제목이 만들어졌다.

 

1월 : 똑똑 - 수줍은 마음이 당신의 삶에 노크하는 소리

2월 : 콜록콜록 - 누군가 조금은, 혹은 아주 많이 아파하는 소리

3월 : 까르륵까르륵 - 가장 순수한 것들의 찬란한 웃음소리

4월 : 와르르 - 간절한 기대와 희망이 무너지는 소리

5월 : 달그락달그락 - 삶이 굴러가는 소리, 일상이 출렁거리는 소리

6월 : 옥신각신 - 아프지만, 싸워야 모든 것이 나아져요

7월 : 어슬렁어슬렁 - 산책자의 꿈, 맘껏 두리번거릴 자유

8월 : 팔딱팔딱 - 저기요, 나 아직 여기 살아 있어요

9월 : 와락 - 꽉 안아주고 싶은, 온 몸이 부서지도록

10월 : 후드득후드륵 - 빗방울 혹은 눈물의 전주곡

11월 : 덩실덩실 - 최고의 몸치조차도 맘껏 춤출 수 있도록

12월 : 으라차차 - 마침내 당신과 내가 함께 만들어낼 눈부신 세상

얼마 전에 '까르륵까르륵'을 읽은 후에 2번째로 <콜록콜록>을 읽었다. 제목에 붙은 설명처럼 '콜록콜록'은 누군가 조금은, 혹은 아주 많이 아파하는 소리를 일컫는다.

그 아픔의 소리는 '콜록콜록'으로 내뱉어지겠지만 그 원천은 신체적인 아픔일 수도 있지만 정신적이 아픔일 수도 있다.

정여울이 말하는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고 싶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180 페이지가 안 되는 얇으면서도 작은 사이즈의 책이지만 거의 1달에 걸쳐서 읽었다.

책을 펼치고 얼마 안 있어서 사랑하는 반려견이 세상을 떠났다. 17년이란 세월 중에 15년 9개월을 함께 한 강아지.

그래서 책을 덮은 후에 한 달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며칠에 걸쳐서 천천히 책장을 넘기면서 이 책의 주제 중의 하나인 '아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작가 자신이 그랬듯이,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 중 하나는 ‘아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작가 자신이 그랬듯이, 트라우마를 겪고 난 이후 어떻게 극복해낼 수 있는지, 어떻게 다른 삶을 살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그에게는 아픔을 통해서만 우리가 제대로 연결될 수 있다는 느낌, 아픔을 통해서만 우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기쁠 때보다 고통스러운 순간이 더 많지만, 그 고통을 장애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변신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이 세상엔 상처받기 이전의 삶보다 훨씬 더 나은 삶, 훨씬 더 찬란한 삶을 사는 사람이 많다고. 그러니 우리 함께 아프고, 함께 극복하고, 함께 아름다워지자고.   (출판사 책소개글 중에서 )

월간 정여울에서 출간되는 12개월 프로젝트의 책은 정여울의 글과 화가의 그림이 함께 한다.

이번 '콜롤콜록'에는 남경민 화가의 그림이 담겨있다. 화가는 꿈과 현실을 잇는 '나비떼'와 '예술가의 작업실'로 유명하다.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읽게 된 '이청준'의 <선생님의 밥그릇>은 작가의 잔잔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많은 글들과 함께 가슴이 짠해진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읽게 된 정여울의 칼럼은 지금까지 작가의 글들에서 느꼈던 것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됐다.

사람들에게 내재된 생각들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우리는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나와 생각이 다르면 틀리다고 하는 것인가 보다. 요즘은 이런 생각들 때문에 책읽기가 두려워진다. 책 속의 생각들을 어디까지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진다.

"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는 멋진 일이고, 동시에 우리 자신의 익숙한 편견을 깨부수는 아픔이기도 하다. " (p.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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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 살인 사건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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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는 일본 작가로 '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작가'라는 평단의 호평을 듣는 여류작가이다. 작가의 작품 중에 <고백>을 처음 읽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소설의 화자는 '내 딸을 죽인 사람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는 고백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싱글맘 교사인 유코에게는 마나미란 딸이 있다. 마니미는 학교 수영장에서 익사를 하게 되는데, 경찰은 단순 사고로 처리를 한다.

그러나 유코는 당시의 상황을 면밀하게 조사하면서 딸의 죽음은 자신의 학급 학생인 나오키와 슈야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13살 중학생이니 형사 처벌을 받지 않게 됨을 알고, 자신이 직접 딸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게 된다.

소설의 구성은 각 장마다 화자가 바뀌면서 담담하게 일인칭 고백체 형식으로 사전을 회상하고 사건 이후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같은 사건에 대해서 각자가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다른가를 화자의 입장을 통해서 공감하게 된다.

당시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강한 느낌은 사랑하는 딸은 죽음이 누군가에 의한 범죄라고 해도 과연 이렇게 복수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것도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들인데....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은 이렇듯 한 사건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읽은 <백설공주 살인사건>도 역시 살인사건을 둘러 싸고 부상되는 용의자를 어떤 시각에서 보는가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또한 용의자일 것이라고 그녀를 지목하게 되면서 그녀가 살인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주변 인물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기억과 주관에 따라서 그녀를 살인자로 믿게 된다.

또한 SNS나 잡지 등이 어떻게 사건을 몰아가느냐에 따라서도 가해자가 아닌 인물이 가해자가 되니  결국에는 마녀사냥의 덫에 걸리게 된다.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화장품 회사의 미녀 여사원이 회사 회식이 끝난 후에 근처 시쿠레 계곡에서 살인을 당하게 된다. 열 군데가 넘게 칼에 찔린 후에 석유를 뿌리고 태워진 시체로 발견된다.

피해자인 미키 노리코가 1차 회식이 끝난 후에 2차에 참석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기에 용의자의 범위는 좁혀 지게 된다.

회식이 끝난 후에 노리코가 입사 동기인 시로노 미키의 차를 타고 가는 것을 받다는 증언 그리고 시로노 미키의 집이 시쿠레 계곡 근처에 있다는 것을 근거로 시로노 미키가 용의자로 떠오르게 된다.

게다가 살인서건이 일어난 다음 날부터 시로노 미키는 어머니의 병을 핑계로 회사를 결근하게 되는데, 그것이 거짓으로 밝혀지게 된다.

회사 선배인 가노 라사코는 친구인 주간지 기자 아카보시 유지에게 이 사건을 이야기하게 된다. 가노는 주간지 기사를 쓰기 위해서 시로노 미키의 주변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시로노 미키의 어린시절부터 미키 노리코와의 관계까지 적나라하게 기사로 뜨게 된다.

SNS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이 사건의 내용들은 근거없는 소문과 추측성 내용까지 여과없이 퍼지게 된다.

아름다웠던 피해자 미키 노리코와 동기이지만 얼굴은 별로인 시로노 미키의 대비되는 외모에서부터 회사내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건들까지.

열등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몰아가게 되면서 시로노 미키의 어린 시절 이야기까지 알려지게 된다.

시로노 미키가 한 행동들은 이상하게 살인자가 될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는 식으로...

소설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는 시로노 미키의 동료, 동창생, 마을 주민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당사자인 시로노 미키의 이야기로 마무리짓는다.

과연 시로노 미키가 범인일까? 그렇다면 그녀는 왜 미키 노리코를 죽였을까?

언론을 비롯한 SNS는 진실만을 알려주는 것일까?

물론, 추리소설은 반전이 있기 마련이니, 마지막 장까지 마음을 놓고 읽으면  안 된다.

책 표지 뒷에 있는 글 중에,

" 자신의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와

타인의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

진실은 무엇인가"

타인의 기억은 자신의 기억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단편적이고, 세간에 퍼져 나오는 추측성 소문에 편승하여 기억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타인의 기억은 각자의 개인적인 기억과 주관에 따라서 기억된다.

'카더라' 통신이라고 해야 할까. 떠도는 소문들에 맞춰서 생각을 하게 될 우려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들이 진실인 듯 퍼져 나가는 안타까움 속에서 그래도 진실은 밝혀지게 되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의 끝부분에는 이 사건이 SNS를 통해서 어떻게 퍼져 나갔는가에 대한 자료과 주간지 기자에 의해서 어떤 기사가 실려는지에 대한 기사들이 소개된다.

 

한 장을 읽은 후에는 이 자료를 읽고, 다시 다음 장을 읽고 자료를 살펴 보는 식으로 책읽기를 권한다.
있는데, 독자는 이것을 모두 읽어야만 사건의 전모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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