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드라이버의 자동차 아는 여자
정은란 지음 / 지식너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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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학 졸업을 앞두고 본 영화가 있었다.  키아누 리브즈와 산드라 블록이 파릇 파릇한 모습으로 무지 막지하게 달리는 기분을 전해준 "스피드"였다. 시원하게 달리는 기분을 만끽하고 영화관을 나왔을 때 나는 운전을 배워야겠다는 생각했다.  만약에 영화에서처럼 버스를 타고 가는 데  강도에게 납치를 당하면 그래서 운전을 못한다면 꼼짝없이 죽을 수 있구나 싶어서였다. 그래서 1종으로 따려고 했으나 모두들 말려서 그냥 2종 스틱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면허만 따놓고 운전을 못하는 장롱면허 십수년만에 올해5월에 나는 드디어 그 때 그 기분은 고사하고 무서움에 벌벌 떨며 운전대에 앉았다. 내 뒤에 오는 많은 운전자들에게 미안함을 브레이크를 자주 밟아 주는 무례를 범하면서 그렇게 시작했다. 내 제2의 운전 역사가 열렸다.

 

  정말 친절한 선배님들 덕에 경적소리는 아무렇지 않게 되는 쾌거를 맛보았지만 두달여 지난 지금 나는 과감히 초보운전 표지를  없앴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은 느끼는 것은  매순간마다 새롭게 느낀다. 다시 운전을 시작한다는 것은 어쩌면 운전면허를 땄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크게 변한것은 없다해도 (네비게이션으로 길찾기는 쉬워졌으나) 운전미숙은 몸으로 배우는 것이고 머리로 배운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침 날 위해 새롭게 나온 것 같은 <자동차 아는 여자>(2013. 7 지식너머)는 여성운전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으로 담아 운전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점을  알려주고 있다.

 

  모르는 것은 과감하게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창피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모르면서 마치 아는 것처럼 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것이 아닌가

 

  굉장히 꼼꼼하게 점검해 주는 자동차 가이드 북이다.

  차량 이상을 나타내는 경고드이며 오디어 가이드, 각종 표시등, 타이어 제조일자 확인 하는 법까지 깔금하게 그림과 사진으로 나타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을 처음 받자 마자 내가 찾은 부문은 주차 였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주차 방식으로 익히는 데 사실 어려웠다. 연수기간 내내 제일 고민되는 부문도 주차여서 강사님이 그냥 주차는 연습이 최고예요라는 말만 되풀이 하셨기에 나름 공식도 외워보았지만 맘대로 되지 않는 주차도 쉽게 설명해 주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운전 뿐 아니라  자동차 상식부터 당황스럽기만 한 사고처리하는 방법, 차를 사고 등록하는 절차, 자동차 보험에 관한 사항도 빠짐없이 안내도 만날 수 있는 친절한 서비스를 받는 기분이다.

 

  무엇보다 튜닝하는 부문에서 눈밑에 아이라인을 하듯 헤드라이트 밑에 선명해보이도록 튜닝하는 법도 있다니 그동안 잘말 굴러가면 다인 차에 무슨 돈을 들여야 해 했던 무심한 나도 관심이 가게 만들었다. 어디 한번 해볼까 싶은.. 

 

  운전은 사실 처음 떨리고 설레는 그 기분으로 해야 하는 데 갈수록 일상생활처럼 밋밋해 져가는 것 같다.  내가 지금 몰고 있는 차에 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점검하는 것을 생활화하면서 안전운전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언제고 글러브박스에 함께할  새로운 친구가 생긴 것 같아 안심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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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오후세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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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그네>의 이라부나 <남쪽으로 튀어>의 아버지 우헤라라는 주인공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를 비꼬는 듯한 말투와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로 각인 된 오쿠다 히데오와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이번엔 여자다. 일부러 히데오의 유머에 녹아 들어 신작이 나올 때마다 나는 찾아 읽고는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오랜만의 나온 신작에 역시나 나는 눈이 돌아간다.

 

   '어떤 인물도 다들 나름대로 할 말이 있고 자기만의 이론이 있다. 나는 그것을 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소설을 쓴다'

                           -   << 소문의 여자>>출간 즈음 신초샤와의 인터뷰에서 오쿠다 히데오

 

  주인공이자 10가지 에피소드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미유키는 20대 중반의 화려한 경력(?)을 소유한 여자다. 그녀와 연관이랄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어찌보면 소소한 일상과 특별한 인연이 만들어 낸 허상의 또다른 여자 미유키를 만들어 냈다. 자신들의 상상으로 그녀는 바라보는 데 그녀의 의견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최소한 변명이라고 듣고 싶으나 증발하는 관계로 그녀의 아들은 대체 누구의 아들인지 또 증발할 때 사라진 현 의원의 비자금은 어떻게 뺴 돌렸는지 누가 대신 회고라는 듯 알려 주었으면 좋을 만큼 책을 다 읽었는데도 마침표가 없어서 궁금증만 더 커져 버렸다.

 

   소설의 배경이자 지방의 한 도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발을 벗고 나서는 사람부터 어떻게서든 뭔가 이익을 생각해 내고는 흠집을 잡으려는 사람도 있고, 내게 주어진 불합리함을 직접 말하지 못하고 뒤에서 수군거리에 바쁜 사람도 있다. 그 중심에 한 소문의 여자인 미유키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서슴없이 한다. 물론 소문이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짐작만 있다.

 

  요리교실에서 신부수업에 한창인 여자들은 요리재료에 불만이 많다. 말뿐이다. 그러면서도 임대주택에 들어가기 위해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리베이트의 금액에 열을 올린다. 요리 선생님도 범상치 않다. 자신을 궁색하게 변명하지도 않는다. 당연한 주부의 할 일이라고 포장까지 한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여기서도 앞장서는 미유키를 피하는 수강생들은 어쩌면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일을 구하지 못하고 실업수당으로 파친코에 들다들다 마이와 미호는 우연히 미유키의 심부름을 하게 된다. 수면제를 구해다 주고 밥을 얻어 먹는다. 그러다 추근대는 남자에게 억울한 일을 당하지만 오히려 당할 위기에 놓인다.  구세주처럼 미유키가 동생을 보내주어 해결된다. 또 보육원에서 일하는 히로미는 늦게 까지 아이를 봐주다 미유키를 만난다. 클럽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아이들은 봐주다 그녀들의 생활에 관심이 가게 된 데는 부모님의 주택할부금을 갚는데 이력이 났기 때문이다. 이 세 여자 모두 자신들의 인생에 미유키의 모습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돈이면 뭐든 해결되는 세상에 미유키는 승자인 것으로 오인되지 않았을까. 

 

  소문의 여자, 미유키를 둘러싼 많은 일들 중에는 사고로 이어진 남자들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이를 눈치챈 경찰은 수사에 들어가지만 마침 인사이동 시즌인 만큼 이리저리 그 공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후 어떤 다른 피해자가 나올지 모를 상황인데도 급하지 않다. 현의회 의원에 비서이자 미유키의 동창인 호시노 미사토는 의원의 정부인 미유키를 통해 왠지 모를 통쾌함을 느낀다. 남자들이 여자를 더 많이 죽이는데 두명 쯤 대수냐 하는 식이다.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다. 더구나 의원을 위해 티켓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데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사는 자신이 생각하는 범위를 벗어나 성공한 인생처럼 비치는 미유키는 그저 동경의 대상인 셈이다. 그녀에 대해 친구로 부터 소문을 듣고 엉뚱하게도 부탁하려는 이마다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결국 미유키는 사라진다. 아무런 변명도 못듣게 되었다.

 

  진짜 그녀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단순이 돈이 좋고 그것을 얻기 위해 살인을 한 건인가. 자신을 둘러싼 무수한 소문을 듣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히데오의 소설 중에서 아마 등장 인물이 제일 많이 나온다.  한 명 한명이 모두 현대인들을 대표할 만큼 평범하지는 않고 모두 특별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쩌면 그 상황에서 그들이 한 최상의 변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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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반전 : 거짓말주의보 지식의 반전 3
존 로이드.존 미친슨 지음, 이한음 옮김 / 해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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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을 많이 마시면 좋다. 하지만 8잔은 너무 많다.

 

  초콜릿은 여드름의 원인이 아니다.

 

  술을 마시면 항생제의 효과를 떨어 뜨리지 않는다.

 

  혀가 느끼는 맛은 어느 부위나 같다.

 

  화장실에서 가장 세균이 많은 물건은 변기가 아니다.

 

  잔다르크를 화형시킨 쪽은 영국인이 아니라 프랑스인이다.

 

  나폴레옹은 키가 작지 않았다.

 

  조지 워싱턴은 그의 아버지에게 벚나무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인도의 4대 종교에 불교는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시크교 순이다. 불교는 아니다

 

  해적은 보물지도에 X 표시를 하지 않았다.

 

   재밌다.  목차만 봐도..  지식의 반전은 늘 흥미롭다. 오래 기다리게 하는 차시간이나 연인을 미워하지 않게 만드는 묘약같은 거다.  TV에  스펀지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친절하게 여러사람을 상대로 실험을 하고 결론을 내려주고 당신이 아는 것은 틀렸다라고 알려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없어져서 아쉽다.

 

   끊임없이 나의 지식을 의심하게 만드는 지식의 반전(2013. 6 해나무)는 마치 한권의 백과사전을 읽는 느낌이 들게 한다.   내 머리의 무게를 재는 방법이라든가 자기혀를 삼키면 어떻게 되는가를  제외하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자세하게 믿음이 가는 해답을 준다.

 

   부모들이 단것을 싫어하는 데는 워낙 나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지 실제로 설탕이 정확히 어린이에게 과잉행동을 야기한다는 것인지는 명확하게 이론을 내놓은 적은 없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감자를 먹으면 최면효과를 가져온다든가 고기가 색정증과 광기를 일으키기 쉽다고 금기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시험문제에 꼭 나온다고 혀지도를 그린 것을 외웠던 적이 있는데 사실은 혀 전체가 모두 같았다. 같은반 개구장이 남자아이가 스포이드로 감각을 못 느끼겠다고 선생님께 질문했다가 괜히 수업방해하지 말고 뒤에 가 서있어라고 벌을 서기도 했었는데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물을 많이 마시면 노페물 배출에 좋고 피부에도 좋고 건강에는 당연히 좋고 어쩌고 물 예찬을 해 왔는데 실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 이미 필요한 수분을 모두 있었다. 사실 8잔은 먹기에 너무 많다.

 

  화장실의 변기 뚜껑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얼마전에 알았다. 변기에 물 내리는 행위와 함께 많이 세균이 퍼져 나가는 것을 막는데 있었다. 그리고 변기보다 더 많은 세균은 사실 칫솔이었다. 

 

  해적이 등장하는 대표적인 소설 보물섬이라는 책에서 해적선장이 가진 지도에 x를 표시해 놓은 것이 시작되어 해적 하면 무서운 수염과 무시무시한 칼, 보석상자등등이었던 것도 모두 어려서 읽은 책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였구나 싶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영화에 등장할 때 머리에 쓴 월계관은  승리의 의미이지고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 그가 대머리였기 때문이었고 제왕젤개란 용어가 어머니의 자궁을 갈라 꺼내어진 최초의 카이사르에 기원한 것이 아니라 그런 수술은 산모가 사망했을 때 아기를 구하기 위한 방법이었고 카이사르의 어머니는 그가 태어난 뒤로 여러해를 더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정답은 없다. 이책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많은 연구와 사실 확인이 계속해서 이루어지면 또 더 많은 이야기로 채워질 것이란 저자의 프롤로그가 얼마나 더 흥미진진할 지 기대되는 책이다. 끊임없이 의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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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쉬게 하라 - 나를 괴롭히는 집착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정은지 옮김 / 토네이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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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안 보고 듣는 많은 일 중에

  눈으로 들어온 것은 눈에만 머물게 하라.

  귀로 들어온 것은 귀에만 머물게 하라.

  눈과 귀로 들어온 것들이 마음속까지 파고들면 고통과 번민의

  씨앗으로 자라나고 만다.

  그런 것들에 마음과 감정을 심지 마라.

                                     - 우다나바르가 제36장

 

 

  어려서 부터 나는 결코 손해보는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항상 이 일과 나는 어떤 연관이 있고 그로 인해 내가 십원한장이라도 손해가 난다면 한걸음 물러선다. 혹 어쩔 수 없이 했을 때(?) 내가 들은 말중에  한마디의 말이라도 억울하다 싶으면 가슴에 새기고 다음번을 기약한다. 그리고 꼭 그에 맞거나 더 이상한 말로 되 갚아야 속이 시원하다. 억울한 일이면 잠을 못잔다. 이런  내가 무섭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런 나의 못된 습관은 어마어마한  광풍이 되어 돌아왔다. 바로 내 아이들이 내게 꼬치꼬치 따지고 묻고 반복해서 원하는 것을 차지할  때, 마치 내 거울을 보는 것 같다.

 

  길을 가다 옆에서 싸움이 나거나 가게에서 물건값을 흥정할 때 옥식각신 하면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대도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불안하다. 혹시 나에게 불똥이 튀거나 어떤 중재를 원할까봐 그런다. 몇번의 경험이 낳은 트라우마다.

 

   눈에 들어온 것만 귀로 들은 것을 귀로만 끝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가슴에 남기지 않고 깔금하게 닦아내는 휴지처럼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수행이 가까운 일이다. <생각을 쉬게 하라 >(2013. 7)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문구다.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

 

   요즘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다.  아픈 가족에게 난  어떤 도움이 되지 않아서 그저 손 놓고 있어야 한다. 그저 기도한다. 살게 해 달라고..  정신이 혼미해지도록 울고 어디에라도 호소하지 않으면 숨이 막힐만큼 답답한데도  내 마음을 나도 다스릴 수 없다.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다. 바로 엄마다. 세상에 가장 불쌍한 엄마다.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으시라고 해도 하지 못하신다. 물을 흐리는 것은 바람이나 나뭇잎이 아니라 바로 내가 담그고 있는 발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신다.  그 물을 다시 맑게 하는 것은 가만히 발을 빼는 것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어머니는 착한 자식이든 못된 자식이든 뛰어난 자식이든 무능한 자식이든 언제나 '오냐, 이리 오거라.'하며 가슴에 품어 준다.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지위를 가졌는지, 어떤 공적을 세웠는지 개의치 마라. 껍데기에 마음을 뻇겨 상대를 평가하지 마라. 살아 있는 것은 고귀하다.

                                                        - 수타니파타 제 3장

 

   어두운 굴을 지나고 있는데 혼자 간다면 얼마나 외롭고 무서운 일인가. 손을 잡아줄 이가 있다면 좋겠지만  깜깜한 데 아무도 없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다행히도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다. 다만 손을 뻗지 않는 자존심이 방해할 뿐이다. 또 무엇보다  흔들리는 마음때문에 살기 어렵다. 사람이니까 ..

 

    어떤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사자가 되어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되어라.

   흙탕물에도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이 되어라.

   늘 자애와 자비를 실천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꾀하지 않는 인간이 되어라.

 

                                                          -수타니파타 제 1장

 

   이리저리 흔들리고 다치는 마음을 다잡게 만드는 제목부터 편안해 지는 책이다. 문구 하나 하나를 천천히 읽어가며 평정심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마음을 고요하고 차분하게 흐린 눈을 다시 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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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의 세계사 창비청소년문고 10
이영숙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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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을 열고  역사의 현장으로 고고씽~

 

  청소년판 역사책이라고  읽기 시작했을 때 처음 등장하는 청바지는 중1 영어 교과서에 나왔던 "골드러시"가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생각하는 수준의 옷장속의 세계사는 딱 그 거기까지라 입시위주의 암기교육이 주가 된 역사교육의 피해자임을 내스스로 증거자가 셈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사회교과서를 들여다 보며  예전처럼 엄마 생각에 맞춰 무조건 외워!라고 아이를 다그치다가 역효과가 나는 걸 봤다.  .

 

   재밌있는 역사교육이나  역사를  자신만의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심어주기 위해 그동안의 방법으로는 역부족임을 살면서 느끼기에 아이에게도 강요하기 어려운 요즘 <옷장 속의 세계사>(2013. 6 창비)는 시작은  작은 옷장이지만  담긴  이야기는  세계사다.

 

   처음에 골드러시란 단어에 웃음이 나온 것은 청바지가 생각나서 였고 그 시절 한참 청바지를 즐겨 입었던 반 친구들과 새로운 상표가 무엇인지 영어단어를 (뜻도 사실 모르면서) 알기 위해 간판을 쳐다보면 다닌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뱅뱅이나 리바이스라는 단어가 주는 왠지 모를 멋스러움에 비싼 옷을 사달라고 조르다가 혼이 난 일은  나나 내 친구들사이뿐 아니라 집집마다 유행이었다.

 

  그 유명한 청바지의 대명사는 청바지를 처음 만든 리바이 스투라우스였는데 멕시코의 땅 이었던 캘리포니아가  미국의 승리로  미국땅이 되고 게다가 금이 발견된 뒤 벌어진 새로운 역사의 현장에서 나오게 된 결과물이었다. 동시에 점령자들 때문에  피를 흘린 많은 원주민들이 있었음도 간과하지 말아야함은 생각해볼 여지임을 남겨두고 있다.

 

  부드럽고 우아한 옷감의 대명사인  벨벳에 붙여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독립혁명,  "벨벳혁명"과 "프라하의 봄"은 잘 알려지지 않은 동유럽국가들의 아픈 역사현장으로 데려다 주었다. 당시의 긴박하고 무서웠던 강대국 소련의 영향아래에서 자유를 외치던 함성과 독립을 향한 처절하고 안타까운 희생이 낳은 승리의 현장은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건 역사적 사실이 교차되기도 했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주인공 험브리 보가트가 입고 나왔던 그 옷, 트렌치코트는 사실 전쟁과 관련이 있었다. 트렌치 (trench)는 '참호'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세계1차 대전에 방수복으로 입었던 것이 처음이었다.  참호 속의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사진 한장이 주는 전쟁의 참혹한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참호전쟁에서 더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살상무기들의 등장과 아프리카에서 차출되어 전쟁에 참여하고 죽어간 식민지 흑인들의 사진속에서 트렌치코트 일명 바바리 입은 군인들의 모습이 그들의 아픈 역사 현장이었다.

 

  한아름 '바틱"(인도네시아의 염색한 전통 옷감)을 이고 해맑게 웃고 있는 여인의 모습과는 달리 인도네시아인들과 그들을 식민지로 삼았던 네덜란드와의 역사는 그렇지 않았다. 인도에만 동인도회사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한  풍차와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로 부터 독립을 쟁취한 후 여러 섬을 병합하면서 티모르섬에 이야기는 또다른 인도네시아의  역사적 사실에 놀라게 된다.

 

   핵폭탄 만큼  파격적인 수영복 "비키니"에 이름은 섬이름이자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핵실험의 현장을 담아내고 있다.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섬이름 비키니는 전쟁과 비극이란 두 단어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미국이 일본에 떨어뜨린 핵폭탄으로 민간인을 향한 무차별 살상과 그 핵폭탄을 만들어낸 과학자 , 오펜하이머가 남긴 말 "내 손에는 피가 묻어 있습니다" 란 말로 죄의식을 분명히 표현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불어닥친 "매카시즘"의 희생자가 된 오펜하어머의 일화를 통해 20세기의 냉전과 전쟁, 극도의 공포와 편가르기를 모두 만나게 된다.

 

   아름답고 멋있는 옷에 담긴 아픈  역사를 들어보면서 이렇게 편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살게 된 수많은 이들의 희생의 대가였음을  다시한번 되새기며 동시에 역사는 내가 이순간을 사는 것도 역사의 한 순간임을 느끼게 되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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