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 청년 김원영의 과감한 사랑과 합당한 분노에 관하여
김원영 지음 / 푸른숲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가면서 잊혀지지는 않는 느낌 몇가지 있다. 그 중에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의 권유로 토요일 하교 후 버스를 타고 제법 먼 거리에 있는 어느 장애인 복지시설에 간 적이 있다. 2~3시간 정도 빨래도 도와주고 놀아주다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누워있던 한 아이가 내 손목을 잡고 놓지 않는 것이었다. 말을 할 수 없었던 그 애는 내 손을 잡고 놓지 않는 것으로 가지 말라는 뜻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 힘이 얼마나 세었는지 혼자힘으로 감당이 안되어 시설 선생님이 오시고 우는 아이를 달래고 다음주에 꼭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나는 놓아졌다. 장애를 갖고 태어나 버려져서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도 정이 금방 들기 때문에 흔한 일이라고 마음 쓰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그 때 그 느낌은 뭐라고 할까. 안타까움, 아니 난 그런 장애가 없어 버려지지 않고 엄마, 아빠와 같이 살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 다음에는 어떻게서라도 가지 말아야지 다짐 했던 것 같다. 왠지 무서웠던 것이다.

 

 장애우에 대한 생각은 어른 된 뒤에는 그 때보다는 나름 훨씬 달라졌다고 생각헀는데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2010.4 푸른숲)를 읽다보니 아직도 나는 혹시 내게 도움을 원하는 게 아닐까 늘 한족으로 비켜가고 싶은 사람이었다.

 

 가난을 극복하고 뭇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책이 있었다. 어떤 화려한 수식보다 '서울대'출신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성공'이란 이미지가 콕 박힌 우리나라에서나 나올만한 제목의 책이었는데,

 

 한 장애를 가진 사람이 서운대도 아니고 진짜 서울대학교 로스쿨에 다닌다는 사실이 먼저 부각되기보다 뜨거운 욕망의 인간이 되고 싶다는 김원영이란 사람이 말하는 이땅에서 장애우의 현실을 온몸으로 쓴 사회과학 에세이라는 형식의 책이다.

 

 골형성부전증이란 병을 가진 그는 어려서 장애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답답한 현실적인 장애를 부딪치면서 겪었던 일들은 여타 다른 매체를 통해서 본 적이 있는 경험들이었다. 다르게 와 닿는 것은 지하철 리프트를 타고 '즐거운 나의 집'의 멜로디에 맞춰 오르내릴 때 그 비참함을 직접 겪어보라고 하는 대목이었다.

 

 그들이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는 것은 스타들 화려함과는 다르다. 내가 가진 당신들과 다른 가진 점을 만천하에 공개하면서 원하지도 않은 동정어린 눈빛을 받는다는 것은 지금껏 어떤 느낌일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서울대에 들어가서 이른바 상류사회에 진입한 것처럼 자신을 한 껏 내새울 법도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장애에 대한 사회적 불합리한 면들을 하나씩 바꿔보려는 그의 노력과 정곡을 찌르듯 장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하나씩 들추는 그의 예리한 지적들은 아직도 우리가 가지고 가야 할 많은 장애를 넘어 인권에 대한 문제들이다.

 

 진정한 봉사는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비를 맞아 주는 것이다.

 

 한 시간 아니 하루쯤 시간을 내서 시설을 찾아가 봉사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아니다. 과연 나는 그들과 같이 우산을 나눠쓰면서 대신 우산을 들어줬으니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만족하지 않았는지 진정 그들과 같이 비를 맞을 수 있는지 자문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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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딸기 2011-05-18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좋은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