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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웃긴 사진관 - 아잔 브람 인생 축복 에세이
아잔 브람 지음, 각산 엮음 / 김영사 / 2013년 7월
평점 :
올해도 어김없이 휴가를 떠난다. 애들이 어렸을 때는 준비물도 많고 어딜 가도 칭얼대는 아이때문에 고민을 하다 하다 시댁과 친정을 하루씩 다녀오는 걸로 대충 지냈는데 애들이 클수록 없어질 줄 알았던 그 고민들은 다른 데서 생겼다. 특히 큰아이가 한 달전에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하고 난 뒤라 멀리 갈 수 없었고 (물리치료가 필요애라) 학원이며 방과후 수업휴가 서로 어긋나서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추다 결국 내린 결론은 가까운 계곡을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
간단하게 수건이라 갈아 입을 옷, 간식거리등을 준비물은 며칠 씩 걸리는 여행보다는 적었지만 돌아온 뒤의 뒤치다거리는 모두 엄마인 내 차이였다. 더운 여름날이라 수건의 사용량은 빨래의 반을 차지하고 계곡에 다녀온 옷가지와 수건이며 그밖에 것은 지칠 대로 지친 내게 던져진 숙제나 다름없었다.
시원한 계곡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집에 돌아와서 다들 씻고 누워있을 때 나만 바쁘게 지냈다. 이렇게 휴가를 다녀오는 것은 내게 과연 휴가인가 노동인지 구분이 안간다.
게다가 요즘 나의 화두는 죽음이다.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나는 이렇게 고생만 하다 죽은 것은 아닌가. (남들이 보기에 전업주부가 무슨 배부른 소리인가 싶겠지만) 나는 언제쯤 조용히 지낼 수 있는지 (매일 아이들과 악다구니에 신경질만 내는데) 궁금하기만 하다.
처음 제목을 접한 나는 어떤 사진으로 행복을 전달해 준다는 것인지 그저 그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책을 다 읽으면 혹시나 마지막 장에 짜잔~ 하고 사진이 멋스런 사진이 나올줄 알았다. 하지만 없었다.
아무래도 멋진 풍경이나 다른 사진만 상상했다가 아잔이란 뜻이 스승이란 뜻이고 번역하신 분이 스님이라고 하는 데 그제서야 조금 내 상상이 달라 지겠구나 여겼다.
개인적으로 종교는 다르지만 법륜스님의 책이나 혜민스님의 책을 즐겨 읽는 편이라 아잔 브람스님의 편안하고 조곤조곤 하시는 말씀이 낯설지 않았다.
<즉문즉답>처럼 명쾌한 해답을 던져주는 것은 아니지만 명상이 주는 기쁨, 모든 병의 원인인 스트레스는 저멀리 던져버리는 명상의 성공적인 자신의 체험, 시험도 물론 잘보게 해 주었던 명상의 기적 그리고 빠지지 않는 유머러스와 함께 현재 다들 가지고 있음직한 문제들을 38가지 이야기로 들려 주고 있다.
# 매일 얼굴찡그리며 설거지만 하는 여자 - 오늘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설거지를 하지 마십시오. 그대신 더러운 그릇이 몇 개인가를 세어보면 됩니다. 만일 깨끗한 그릇이 더러운 그릇보다 많으면 설거지를 하지 말고 그냥 놔두시면 됩니다. 여러분은 그냥 마음을 들여다보며 쉬면 됩니다.
빨래를 널어 놓고 다 마른 빨래를 개키다가 문득 생각나서 웃고 말았다. 내일 어딜 가겠다고 검색하는 식구들을 보면서 어쩜 저리도 행복해하는지 처음에는 도와주지 않아 서운하기만 했는데 뭐 일년에 한 번인데 내가 조금 참지 하고 내려놓게 되었다.
# 마음챙김에 친절함이 더해지면 몸의 긴장을 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진정으로 긴장을 풀 수 있다면, 그것은 온천에서 마사지를 받는 것과 같이 황홀합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나의 마음을 먼저 돌아보고 챙기는 것에 더 선심을 쓰고 나의 가족을 바라보는 것이 그들에게도 나자신에게도 모두 이득이 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말이다.
# 마음속의 올바른 스위치, 바로 '내려놓기', '놓아버리기' 스위치만 찾으면 됩니다. 일단 이 스위치만 찾으면, 이 동작만 마음속에서 제대로 익히면, 명상 중이건, 식사 중이건, 무엇을 하고 있건 간에 상관없이 모든 것이 너무나 쉬어지고 평온해집니다.
어김없이 시댁에도 다녀왔다. 시간에 쫓겨 하룻밤이지만 워낙 혼자 계셔서 마치 처음 하시는 말씀처럼 지난 이야기를 하시는 시어머니의 말씀에 모두들 귀를 닫고 있는데 내 마음속에서는 얼마나 외로우셨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듣고 있으면서도 나의 마음속 스위치를 찾느라 무진 애를 써야 했다.
어디에고 하소연 하고 싶을 떄가 있다. 담아두기엔 내 맘은 비우기가 덜되어 부족하기만 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명상을 통해 마음비우기, 마음 들여다 보기, 마음챙김까지 꾸준한 연습과 인생을 축복이라고 여기게 만드는 인생축복 에세이를 읽는 것만으로도 오늘 나는 힐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