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오후세시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공중그네>의 이라부나 <남쪽으로 튀어>의 아버지 우헤라라는 주인공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를 비꼬는 듯한 말투와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로 각인 된 오쿠다 히데오와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이번엔 여자다. 일부러 히데오의 유머에 녹아 들어 신작이 나올 때마다 나는 찾아 읽고는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오랜만의 나온 신작에 역시나 나는 눈이 돌아간다.

 

   '어떤 인물도 다들 나름대로 할 말이 있고 자기만의 이론이 있다. 나는 그것을 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소설을 쓴다'

                           -   << 소문의 여자>>출간 즈음 신초샤와의 인터뷰에서 오쿠다 히데오

 

  주인공이자 10가지 에피소드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미유키는 20대 중반의 화려한 경력(?)을 소유한 여자다. 그녀와 연관이랄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어찌보면 소소한 일상과 특별한 인연이 만들어 낸 허상의 또다른 여자 미유키를 만들어 냈다. 자신들의 상상으로 그녀는 바라보는 데 그녀의 의견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최소한 변명이라고 듣고 싶으나 증발하는 관계로 그녀의 아들은 대체 누구의 아들인지 또 증발할 때 사라진 현 의원의 비자금은 어떻게 뺴 돌렸는지 누가 대신 회고라는 듯 알려 주었으면 좋을 만큼 책을 다 읽었는데도 마침표가 없어서 궁금증만 더 커져 버렸다.

 

   소설의 배경이자 지방의 한 도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발을 벗고 나서는 사람부터 어떻게서든 뭔가 이익을 생각해 내고는 흠집을 잡으려는 사람도 있고, 내게 주어진 불합리함을 직접 말하지 못하고 뒤에서 수군거리에 바쁜 사람도 있다. 그 중심에 한 소문의 여자인 미유키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서슴없이 한다. 물론 소문이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짐작만 있다.

 

  요리교실에서 신부수업에 한창인 여자들은 요리재료에 불만이 많다. 말뿐이다. 그러면서도 임대주택에 들어가기 위해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리베이트의 금액에 열을 올린다. 요리 선생님도 범상치 않다. 자신을 궁색하게 변명하지도 않는다. 당연한 주부의 할 일이라고 포장까지 한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여기서도 앞장서는 미유키를 피하는 수강생들은 어쩌면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일을 구하지 못하고 실업수당으로 파친코에 들다들다 마이와 미호는 우연히 미유키의 심부름을 하게 된다. 수면제를 구해다 주고 밥을 얻어 먹는다. 그러다 추근대는 남자에게 억울한 일을 당하지만 오히려 당할 위기에 놓인다.  구세주처럼 미유키가 동생을 보내주어 해결된다. 또 보육원에서 일하는 히로미는 늦게 까지 아이를 봐주다 미유키를 만난다. 클럽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아이들은 봐주다 그녀들의 생활에 관심이 가게 된 데는 부모님의 주택할부금을 갚는데 이력이 났기 때문이다. 이 세 여자 모두 자신들의 인생에 미유키의 모습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돈이면 뭐든 해결되는 세상에 미유키는 승자인 것으로 오인되지 않았을까. 

 

  소문의 여자, 미유키를 둘러싼 많은 일들 중에는 사고로 이어진 남자들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이를 눈치챈 경찰은 수사에 들어가지만 마침 인사이동 시즌인 만큼 이리저리 그 공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후 어떤 다른 피해자가 나올지 모를 상황인데도 급하지 않다. 현의회 의원에 비서이자 미유키의 동창인 호시노 미사토는 의원의 정부인 미유키를 통해 왠지 모를 통쾌함을 느낀다. 남자들이 여자를 더 많이 죽이는데 두명 쯤 대수냐 하는 식이다.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다. 더구나 의원을 위해 티켓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데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사는 자신이 생각하는 범위를 벗어나 성공한 인생처럼 비치는 미유키는 그저 동경의 대상인 셈이다. 그녀에 대해 친구로 부터 소문을 듣고 엉뚱하게도 부탁하려는 이마다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결국 미유키는 사라진다. 아무런 변명도 못듣게 되었다.

 

  진짜 그녀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단순이 돈이 좋고 그것을 얻기 위해 살인을 한 건인가. 자신을 둘러싼 무수한 소문을 듣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히데오의 소설 중에서 아마 등장 인물이 제일 많이 나온다.  한 명 한명이 모두 현대인들을 대표할 만큼 평범하지는 않고 모두 특별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쩌면 그 상황에서 그들이 한 최상의 변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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