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아리아
곽재식 지음 / 아작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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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혀서 슬프다, 그런 느낌이다. 상쾌하지는 않은데 시원한 맛은 있고, 답답한데 피식 웃게 되는 순간도 맛보고. 현실에서 아주 먼 이야기인 듯 싶다가도 바로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도 있고, 내게 닥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데 절실함은 멀고. 나는 이 작가를 응원하는 독자이므로 좋게만 보게 된다. 이것도 역시 어쩔 수 없다.

 

말 잘하는 남자 같다. 글을 읽는데 수다스러운 남자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듣고 있는 것 같다. 신기할 정도로 늘어놓는다. 이런 게 재주이겠지. 소설가가 되는 사람의 특성일 테고. 한 마디로 '그래' 할 것을 적어도 수십 장 이상의 글로 써서 독자로 하여금 '그렇구나' 하게 만들어 보이는 힘.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숨찬 수다를 들은 뒤에 끄덕이게 되는 각각의 의미.

 

못된 사람들 참 많다. 자기 이익 챙기겠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도 많고. 그렇게 죄를 짓는 그들은 살아 생전에 벌을 받게 될까? 받았으면 좋겠는데 세상이 꼭 정의로운 대로 흐르지는 않더란 것이지. 게다가 이렇게 빌어 보는 나 같은 사람도 종종 정의에 벗어나는 일을 하거나 생각을 하기도 하니, 크고 작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누구도 이른바 그러한 '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터. 다른 사람에게는 숨겨도 자신에게만은 숨길 수 없기도 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싶어도 아프게 건드리는 부분이 있다. 통쾌한 복수로 갚아 주지도 못했는데 흐지부지 스스로 무너지고 사라지는 나쁜 사람들의 결말을 읽다 보면 허탈해지기도 하고, 세상 다 그런가 보다 체념도 된다. 내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뭘 그리 많겠는가. 또 내 힘이 아니어도 해결되는 일이 기대 밖으로 많기도 할 것이고.

 

재미있게 읽고 있다. 더 바랄 것 없이 지금처럼 계속 읽을 수 있기만을 빈다.  (y에서 옮김20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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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장 살인 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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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출판사에서 나온 이 작가의 책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한꺼번에 사지 않고 한 권씩. 이 책은 서울의 친구집에 놀러 가면서 친구에게 줄 책을 사려고 들어선 서점에서 발견한 두 권 중의 하나다. 할인이 없어도 서점에서 직접 책을 사는 맛을 느끼게 해 준다.


    내용은 익숙하다. 사건을 해결하는 푸아로 탐정도, 함께 하는 헤이스팅스도.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 프랑스의 어느 마을로 나오지만,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사건들과 큰 차이는 없다. 이래저래 부잣집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니까. 부잣집에서 일어난 사건이니 당연히 돈 문제는 얽혀 있게 마련이고.  


    이런 사건을 다루는 소설이나 드라마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하나는 확실하다. 깔끔하게 해결이 된다는 점. 범인을 확실하게 잡아 준다는 점. 범인을 잡아 줌으로써 뭔가 사회 정의의 한 쪽을 실현시켜 주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 현실이 늘 그러하지 못해 내가 많이 답답한 모양이다. 괜히 특별한 이유 없이-아니,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 더 답답한 것이니-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싶을 때면 이런 소설이 더욱 잘 읽히니까.  


    어쨌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억력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알겠다. 대화든 사물이든 기억을 하고 있어야 그것을 적용해 나갈 수 있을 테니. 나처럼 관찰력도 기억력도 부족한 사람은 도무지 시도해 볼 수가 없는 일이겠다. 어찌 된 일인지 읽는 동안에는 폭 빠져 들었다가도 덮고 나면 싹 잊어버리다시피 하니. 다음에 이 시리즈를 다시 읽어도 다 읽을 때까지 나는 범인을 모를 것이리라. 이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y에서 옮김20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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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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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은 암울한데, 읽는 기분은 경쾌하다. 아마도 문체의 힘이겠지. 구질구질하게 하소연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라고, 내 처지가 이런 것을, 이래도 살만한 것을, 힘있게 내뱉는 듯하다. 동정하는 마음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 그저 씩씩하다. 


    읽는 마음으로도 좀 속상하기는 하다. 자신의 힘 밖에서 이미 주어진 한계와 상실. 남보다 덜한 처지에서 남들과 함께 살아가려니, 주인공이 가엽게 여겨질 수도 있다. 읽는 사람과 비슷하면 비슷한 대로 속상하고 울분이 생길 것이고, 읽는 사람과 다소 다른 처지라 해도 충분히 공감이 될 만큼 서글픈 상황이니. 그래도 소설 속 주인공들은 씩씩하고 꿋꿋하다. 적어도 보고 있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더 고맙고 미안하다. 


    젊은 작가의 소설을 읽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거리감. 한때는 작가와 일치되는 시절도 있었는데, 어느 새 요즘 젊은이들은...... 하는 혼잣말을 하게 된다. 나와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힘들게 참았던 것들을 절대로 참으려 하지 않는 경우를 볼 때, 내가 애써 포기했던 것들을 과감히 도전하는 경우를 볼 때, 내가 쉽게 드러내지 못했던 적대감이나 반항 의식을 굴하지 않고 펼쳐내는 것을 볼 때, 나로서는 내 나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젊어질 수는 없겠구나, 생각만으로도. 


    용기 있고 냉철한 주인공들. 팍팍한 현실에서 시달리다 보니 이렇게 버티는 힘이라도 있어야 할 테지. 이 작가의 장편 '두근두근 내인생'이 영화로 나올 모양이다. 책 표지는 본 기억이 있는데 내가 쓴 리뷰가 없다. 안 읽은 것일까, 읽다가 접은 것일까. 그게 궁금해서 읽어야 할까보다.  (y에서 옮김201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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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블 위의 카드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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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을 하면 성격이 나온다. 알 사람은 다 아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렇게 게임판에서 짐작한 성격으로 살인자를 잡을 수 있다는 데까지 나아가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되고 만다. 포와로 경감은 이 일도 해낸다. 


    네 사람이 브리지 게임을 하고 있다. 그 방 안에 방 주인이 따로 앉아 있다. 그러다가 방 주인이 칼에 죽는다. 범인은 게임을 하던 네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목격자도 따로 없고, 넷 다 수상한 전력이 있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이력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게임에 임하는 태도까지 고려하면서 마침내 범인을 찾아내는 포와로 경감. 재미있었다. 내가 브리지 게임의 방식을 전혀 몰라서 읽는 동안 약간 섭섭하기는 했지만 사건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안다고 해도 범인을 추측할 정도의 추리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 읽어도 충분했으니까.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약점이 있게 마련이고, 그 약점을 이용해서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사람이 있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감추고 싶은 비밀을 들키게 된다거나 그 비밀이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이나 죄가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고. 일생을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고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불완전한 사람으로서 그럴 수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잘못했을 때 대처하는 방식이 자신의 남은 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성으로는 쉽고 간단하게 여겨지는데 실제 삶의 현장에서는 만만하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늘 머리 아픈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것일 테지.    


    책을 읽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정직하고 겸손하게, 현실의 삶에까지 이어나가면 더 좋겠고. (y에서 옮김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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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적전
    곽재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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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은 늘 있었다. 전쟁을 왜 하는가, 얼마나 전쟁을 해 왔는가 등의 '전쟁의 역사'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했고, 몇몇 자료도 찾아 보았다.(읽어야겠다 싶은 마음이 확실히 들 때 전문가 이웃에게 도움을 얻기로 하고.)

     

    전쟁의 역사나 전쟁과 관련된 소설,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본 내용들은 대체로 전쟁을 일으킨 주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왕이나 장군과 같이 전쟁에서 이름을 얻고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 나같은 평범한 백성의 입장과는 거리가 많이 멀었고, 멀어서 차라리 흥미진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전쟁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목에 나와 있는 역적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제목이 왜 역적전인지는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는 것이고, 평범한 사람이 역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알게 된다. 좀 기가 막히는 노릇이기는 했지만. 

     

    실제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또는 전쟁이 있는 그 어느 나라에서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까. 6.25 전쟁과 관련된 우리 소설을 통해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겠지만, 도무지 살 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살아야 할 것이고, 살기 위해 요모조모 궁리해야 할 것이며, 궁리하다 보면 폭삭 망할 수도 있고 의외로 한탕 크게 얻기도 할 것이고, 너무도 쉽게 어이없이 죽을 수도 있고 끈질기게 살아서 지긋지긋한 생을 버텨야 하기도 할 것이다. 전쟁 같은 건 없으면, 안 하면 좋으련만, 단 한 사람만이라도 욕심을 부리게 되면 어찌할 수 없게 되고 마는 노릇이니, 인간 정신의 진화는 과연 이루어질 수 있는 영역인 것인지.

     

    흥미로운 소재였다. 작가의 개성 있는 문체와 참신한 내용 전개에 박수를 보내 드린다. 백 년 쯤 지나면 이 작품도 문학 교과서의 고전소설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10년 대에 쓰여졌으며, 삼국 시대 이전을 배경으로 하는 전쟁소설 정도로?(전쟁보다는 전쟁 때문에 힘들어진 일반 백성들의 고달픈 삶의 이야기이지만) (y에서 옮김2017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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