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누나는 연애중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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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연애를 하는 모습에 관심이 별로 없는 편이다. 하면 하는가 보다, 안 하면 안 하나 보다 정도. 내 연애가 중요하지 남의 연애에 이렇다 저렇다 말해 주고 싶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여기는 사람이라. 그래서 이 만화가 더 신기했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관찰하는 사람도 있구나, 옆에서 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했으니까. 작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 주의깊게 본 만화였다.

연애라는 게 또는 사랑이라는 게 나이와는 상관없이 오간다고는 했는데, 새삼 그리울 나이도 아니다 보니 먼 산 구경하는 기분이다. 저만큼 떨어져 있는 산, 당장 자리에서 일어선다고 나설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게 아닌 산, 굳이 찾아가 보고 싶은 만큼 끌리지는 않는 산, 구태여 그 힘든 오르기를 뭐하러 싶게 하는 산, 가 봤자 또 그 산이 그 산인 산. ㅎㅎㅎ 걷는 일은 좋아해도 등산은 싫어하는 나로서는 연애 혹은 사랑이라는 게 딱 그래 보인다. 그래, 하고 싶은 사람들은 사랑을 많이 하셔야지요.

남동생이 보는 누나의 연애라. 남동생은 아직 제대로 사랑을 못해 본 순진한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다. 반면 누나는 연애와 실연을 오가고 있다. 아직 못해 본 사람이 지켜보는 사랑의 물결이라니. 덩달아 흔들리기도 할 것 같다. 많이 궁금하기도 하겠지. 자신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고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도 염려되고 그러면서 남들 다 한다고 하니 자기도 해 보고 싶고. 사랑, 참 흔하면서도 내것이 되기에는 쉽지 않지.

이토록 순진한 이 남동생, 언젠가는 자신의 사랑을 찾게 되겠지. 그러면 그때는 누나 입장에서의 만화가 나오게 되는 걸까. 살짝 기대가 된다. (y에서 옮김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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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속편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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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자는 모른다, 여자의 말을. 여자는 끝내 이해가 안 된다, 남자가 여자의 말을 모른다고 하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거리감을. 더 이상 안 되는 거라고 포기해야 하나, 그래도 될 때까지 노력을 해 보아야 하나. 노력한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테고, 둘 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일 텐데, 이런 책이 나오는 것도 읽히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일 텐데.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갈등 중의 하나인 남녀 간의 갈등, 여자의 말과 남자의 말의 차이.

언제나 그랬듯이 소소하게 재미있다. 변하지 않는 단순한 그림, 담백한 대사, 그럼에도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뒷맛. 그리고 끄덕거리게 되는 공감. 이것이었지, 그래, 그래서 그랬던 거야, 그때 그래서 기뻤고, 그때 그래서 서운했던 거야,...... 미처 생각 밖으로 떠올려 보지도 않고 넘겼던 상황들이 슬며시 그러나 강하게 되살아나면서 새삼스럽게 인정하도록 만들어 준다. 우리는, 여자인 나와 남자인 그는 이렇게 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남자인 그는 끝내 내가 한 말의 의도를 몰랐던 것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내게는 누나인 딸과 동생인 아들이 있다. 얘들도 이런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여자라서, 또 남자라서 서로가 서로에게 낯선 말의 의미들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인지. 이러한 속뜻을 조금만 더 잘 파악해도 인간 관계의 많은 부분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을 것인데. 아니다, 어쩌면 남녀 간의 혹은 사람들 간의 모든 문제들이 우리 자신이 조금 더 이기적인 쪽이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네가 나를 더 이해해 달라고, 내 말뜻을 네가 먼저 알아 달라고, 나보다 네가 더 신경 써 달라고, 그런 바람을 품고 있는 건지도.

사이 좋은 오누이의 일상을 담은 만화, 보기에 좋았다. (y에서 옮김201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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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들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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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읽었던 이 작가의 글들과는 구성 방식이 약간 달라서 색다른 맛으로 읽은 작품이다. 푸아로 경감이 나오기는 하지만 사건이 일어나고도 한참 뒤에 나와 해결하고 해결 직전까지 콜린 램의 서술이 이어진다. 다소 낯선 방식이라 1인칭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콜린 램을 잠시 동안 의심하기도 했으니, 내 추리력은 한참 떨어진다고 봐야겠다.

글을 많이 쓰면 작가도 헷갈릴까. 아니면 앞서 자신이 쓴 글을 다 챙기고 확인해서 겹치지 않도록 구상하고 쓸까. 한 사람의 글을 계속 읽다 보면, 내가 겹치는 느낌을 받든 그렇지 않든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한 인간의 역량이 어느 만큼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답을 얻지는 못하지만 감탄하는 데에는 충분하다. 이러니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구나 하면서.

스파이가 있고 스파이를 찾아다니는 이가 있고 그는 스파이를 찾다가 살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서 살인을 목격한 이를 만난다.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아내는 과정이 소설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읽는 마음으로도 퍽 답답했다. 이래서야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내가 염려가 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푸아로 경감이 지극히 가볍고 산뜻하게 해결해 내는 바람에 좀 황당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한없이 꼬아 놓는 것에 추리소설의 매력이 있다고 봐야 할까. 해결되기 전까지는 독자로서 다 알아챌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얼마만큼 가깝게 알아내는가 그게 핵심일 것이고. 이번 책에서는 많이 휘둘렸다. 그래서 또 재미있었다. (y에서 옮김202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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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긴티 부인의 죽음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심윤옥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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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다. 증거가 너무도 확실하여 범인도 바로 잡혔다. 그런데 범인을 잡은 경찰이 의문을 갖는다. 잡은 범인이 도무지 범인 같지가 않아서. 그래서 포와로 경감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다시 한번 봐 달라고. 범인이 되고 말아 억울한 처지에 놓였을지도 모르는 사람은 아무런 요청도 하지 않는데, 심지어 그에게서는 어떤 동정심이나 호의도 생기지 않는데.

포와로는 사건 현장으로 다시 찾아간다. 그리고 범인이 따로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퍼뜨린다. '왜 죽였는가'가 아니라 '왜 죽음을 당했는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춘다. 마을 사람들이 흔들리고 그 안에서 진짜 범인도 흔들리고 살인은 또 한번 일어난다. 나는 작가가 깔아 놓은 단서에 마구마구 휘둘리며 이 사람 저 사람을 의심했다.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끝까지 못 찾았다.

어떤 이의 과거는 남은 생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까.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가 없었을 출생 이전의 조건부터 명확하게 말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근거로 드는 유전적 요인에 이르기까지 지나간 사실 때문에 현재와 미래의 삶을 위협받는다면, 위협을 느낀다면, 그래서 일어나는 범죄라면......

태어나는 운명, 부모가 어떤 사람이었는가 하는 배경은 어찌하여 자식에게 중요해진 것일까? 기득권의 세습 때문에? 불평등을 일으키는 요소로? 요즘 우리 사회도 이 문제로 크게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문득 자녀에게 거액의 유산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부자들의 일화가 떠오른다. 뭐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좋은 건 얻고 싶고 나쁜 건 지우고 싶은 게 평범한 이들이 갖는 소망이기는 하겠지만 불합리하고 불쾌한 일이 생길 때면 인간의 본성을 한탄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가.

평소에 내가 보던 황금가지 출판사에서는 절판된 책이다. 이 출판사의 책을 처음으로 산 건데 값이 싸다. 대신에 활자가 작은 편이라 읽기 힘들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두 출판사가 내놓은 책을 비교하면서 모을 수 있을 만큼 모아 보려고 한다. 이런 게 수집의 재미인가 보다. (y에서 옮김201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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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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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절대로 이해해 줄 수 없는 그 어떤 지점. 아무리 마음이 넓어도 아무리 이해심이 탁월해도 남자는 여자가 될 수 없고, 여자는 남자가 될 수 없으므로(예외적인 것으로 성전환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짐작만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지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니 남녀 간의 다툼은 역사 이래 없을 수가 없는 것이고, 이를 제대로 다룰 줄만 안다면 모든 사람들로부터 관계 유지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될 텐데.

작가는 여자이면서 남자 마음도 잘 그린다. 여자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 마음을 알아 내는 것도 능력의 하나일 것을. 상대가 왜 그러는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왜 이해를 하지 못하는지까지 더욱이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싶은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러면서 또 내 마음을 알아주기도 바라게 되는데 그게 참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다.

만화는 작가의 다른 작품처럼 여전히 재미있다. 어쩌면 싶도록 소소한 발견을 그려내어 무심히 넘겼던 일상을 떠올려 보게 한다. 큰 문제가 아니어서 굳이 해결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는 데 별 지장이 없는 사소한 문제들, 혹은 변명들. 그렇지만 분명히 걸리적거리기는 한 그것들. 그것을 여자의 눈으로 또 남자의 눈으로 잘 그려놓았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자신에게 있던 똑같은 부분을 만나 볼 수 있으리라. 그리고는 살짝 웃게 되리라. (y에서 옮김201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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