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읽었던 이 작가의 글들과는 구성 방식이 약간 달라서 색다른 맛으로 읽은 작품이다. 푸아로 경감이 나오기는 하지만 사건이 일어나고도 한참 뒤에 나와 해결하고 해결 직전까지 콜린 램의 서술이 이어진다. 다소 낯선 방식이라 1인칭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콜린 램을 잠시 동안 의심하기도 했으니, 내 추리력은 한참 떨어진다고 봐야겠다. 글을 많이 쓰면 작가도 헷갈릴까. 아니면 앞서 자신이 쓴 글을 다 챙기고 확인해서 겹치지 않도록 구상하고 쓸까. 한 사람의 글을 계속 읽다 보면, 내가 겹치는 느낌을 받든 그렇지 않든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한 인간의 역량이 어느 만큼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답을 얻지는 못하지만 감탄하는 데에는 충분하다. 이러니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구나 하면서.스파이가 있고 스파이를 찾아다니는 이가 있고 그는 스파이를 찾다가 살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서 살인을 목격한 이를 만난다.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아내는 과정이 소설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읽는 마음으로도 퍽 답답했다. 이래서야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내가 염려가 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푸아로 경감이 지극히 가볍고 산뜻하게 해결해 내는 바람에 좀 황당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한없이 꼬아 놓는 것에 추리소설의 매력이 있다고 봐야 할까. 해결되기 전까지는 독자로서 다 알아챌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얼마만큼 가깝게 알아내는가 그게 핵심일 것이고. 이번 책에서는 많이 휘둘렸다. 그래서 또 재미있었다. (y에서 옮김2021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