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만큼 성공한다 - 김정운교수가 제안하는 주5일시대 일과 놀이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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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라디오 시대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이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선했다. 논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게 했는데, 기회가 닿으면 이 책을 읽어 봐야지 했던 것을 읽게 된 것.

막상 책을 다 읽고 나니 처음 기대했던 것만큼 울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느 면에서 나는 이 작가가 주장하고자 하는 부분을 이미 상당히 실천하고 있는 듯했다. 한 마디로 나는 지금도 잘 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잘 놀 것이고, 놀 준비를 하는 데도 늘 열심인 사람이니 무엇이 아쉬우랴.

나는 어쩌다가 언제부터 혼자 잘 놀게 되었을까. 혼자서 영화도 보고, 혼자서 식당에도 가고, 혼자 구경도 다니고, 혼자 차 안에서 음악도 들을 줄 알고, 그러다가 혼자 잘 줄도 알고, 혼자서 시내를 돌아다닐 줄도 알고,... 정말 아쉬운 게 없다. 남편이 섭섭해 할 정도로.

가끔 주위에 보면 혼자서는 무언가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혼자서는 식당에 못 가서 굶는다거나, 혼자서는 쇼핑도 할 수 없다거나, 혼자 있으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해 한다거나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혼자서 공부도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작가가 혼자 놀 줄 모르고,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잘못들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서 공감했다. 특히 놀 줄 모르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들볶고 있다는 내용, 요즘 아이들은 노는 방법을 모른다는 내용, 우리나라 어른들은 놀 줄도 모르고 논다는 것에 대해 너무 무식하다(? 나의 표현임)는 내용들. 나는 내 아이들이 잘 놀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나는 혼자 좀 있어 봤으면 좋겠다. 만 24시간만이라도. (y에서 옮김200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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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살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윤정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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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게 많으면 좋을까 어떠할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아는 게 많다 싶으면 좋아 보이기는 하겠는데(아는 게 많아 보이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입장이라) 정작 본인도 그런 넉넉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걸까.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자신이 아는 바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또 만족하는 수준도 다르겠지만, 이 작가의 글을 읽을 때면 아는 게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양도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늘 든다. 아는 게 많은 작가라면 펼쳐 보일 세상도 그만큼 넓고 깊을 테니까.

이번에는 마술이다. 어렸을 때 마술 쇼를 텔레비전으로 본 적 있는데 나는 그때부터도 마술이라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눈속임이라는 것에 영 언짢았던 탓이다. 마치 내가 속아서 억울한 일이라도 당한 것 마냥. 남을 속이는 일은 하면 안 된다고 배운 게 절대적이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남을 속일 만큼의 기술을 갖지 못한 내가 딱해서 미리부터 미워했을 수도 있겠다. 그러니 마술사가 아무리 현란한 기술을 가졌다고 해도 그저 사기꾼 정도로밖에 안 보였고, 직업인으로서의 마술사 입장에서는 괜한 오해를 받는 억울한 처지에 놓인 것일지도.

다시 말하지만 이번 책의 요건은 마술의 기술을 이용한 범죄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화자인 마플 여사의 활약을 바탕으로 범죄에 이용된 마술의 원리를 풀어서 보여 준다. 눈에 보이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순간을 이용한다는 설정. 마술사가 직접 등장하는 것은 아닌데 마술은 이용되고 있다. 이를 알아채는 마플 여사. 결국 작가가 마술에 대해 이만큼의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겠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싫어도, 작가라면 두루두루 알고 있어야 하는, 알면 알수록 글을 쓸 때 더 도움이 된다는, 이런 식의 자질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고.

돈이 너무너무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 무엇이 있을까. 기부하는 것 말고, 그 돈을 이용해서 어떤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사명감이나 책임감이나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기여 정신을 갖고서. 이 소설을 읽다 보니 내가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고민을 하게 되기도 한다. 허무하지만 또 그럭저럭 재미있는 요소다. (y에서 옮김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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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반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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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이면서 읽었다. 참 맞는 말만 하는구나 여기면서. 작가가 시도하는 모든 제안에 기꺼이 동의하면서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심리학이라는 게 내 마음 짚어서 네 마음 헤아리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대학 때의 교수님 말씀은 두고두고 생각해 봐도 그럴 듯하다. 남의 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내 마음이 그러하니 네 마음도 그렇겠지 하고 짐작할 수 있을 뿐. 그래서 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일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에 비해 엄청 용기있는 일이 된다. 더구나 그게 고상하거나 격식을 차리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으면서 본능이나 욕망에 가까운 것을 드러낼 때는 '세상에, 이런 말까지 하다니!' 하면서 놀라는 척 하기도 한다. 사실은 그 또한 나의 속마음인 것을, 혹 들키기라도 했나 의아해 하면서, 새삼 아닌 척 뒤집어 놓으면서.

말로 듣는 게 아니라 얼굴 안 보고 글로 읽고 있자니 내 얼굴이 붉어지지 않아서 편했다. 남자가 아니어도 여자여도 욕망이라는 것은 거기서 거기인 셈이다. 더구나 내가 천재도 아니고 평범한 개인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정하고 읽었다. 다른 사람 앞이라면 절대로 내놓지 않을 내 안의 은밀한 정서, 나는 나를 속일 수 있을 만큼 영악하기도 하니까.

그런 면에서 작가의 내공이 확실하게 잡힌다. 자신이 있으니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모자란다고 부럽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음에도 그 자체가 자신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같은 사람은 부럽다는 말조차 좀처럼 하지 못하니까, 그것 또한 자존심 상하는 일인가 하여, 그것마저 나를 부족하게 만드는 반증인가 하여. 그러니 재미있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겨지고 솔직함에 감탄한다. 진실한 솔직함은 정녕 미덕이다.

책의 제목, 에디톨로지, 편집 능력의 힘, 이 또한 적극 지지한다. 정보량이 실력이 아니라 정보를 재가공하여 보여 주는 능력이 힘이라는 것,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내게 그 힘이 얼마나 있느냐와는 별도로.

건강하게, 오래, 재미있게, 살 수 있어야 하는 세상이다. 더 늦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 (y에서 옮김20141103)

자연과학의 기초는 실험이다. 실험의 결과가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지려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누가 실험해도 같은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는 ‘객관성‘, 반복해도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신뢰성‘, 측정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측정했는가의 ‘타당성‘, 그리고 그 결과를 일반화할 수 있는가의 ‘표준화‘ 및 ‘비교 가능성‘이다. - P68

사회적 경력·학력을 제외하고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학력·경력 없이도 자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깊은 자기성찰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명함을 내보이지 않고 자신을 얼마나 자세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서술할 수 있는가가 진정한 성공의 기준이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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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4 (완전판) - 메소포타미아의 살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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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두 번째 남편이 고고학자였고 그를 따라 중동에 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는데.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유홍준 교수의 중국 답사기를 읽으면서 발굴 탐험자들에 대한 내 인상이 나빠졌던 참이라 이 책을 어떻게 읽게 될까 궁금했다. 읽고 보니 발굴 탐험자에 대한 내용과는 그리 관계가 없어 끝 무렵에는 홀로 살짝 민망했다. 내가 무슨 대단한 정의감의 소유자였을까마는, 이러다가 또 어설픈 편견 하나 더 갖게 생겼다.

배경은 이라크의 땅인 모양이다. 유럽인들이 아시아 유물 발굴에 한창 열 올리던 시절, 발굴단이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한다. 그래, 발굴이라는 게 개인의 호기심과 탐구심과 용기만으로 가능한 게 아닌 것이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팀을 이루어야 하고, 마음이 맞아야 할 것이고, 분위기가 좋아야 할 것이고, 단원 중에 사기꾼이나 도둑이 없어야 할 것이고, 낯설고 고립된 땅에서도 먹고 살아야 할 테니 요리사도 있어야 할 것이고. 거의 한 팀의 공동체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그 와중에 어떤 이는 배우자와 함께 생활하기도 한다. 발굴 기간이 길면 그게 자연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유적지 발굴 과정에 더 흥미를 느꼈으니 이 또한 앞서 읽은 책의 영향 탓이겠다.

어찌 되었든 발굴지에서 발굴단장의 아내가 살해당한다. 뻔한 공간에서 뻔한 용의자들을 두고 범인을 찾아 내는 푸아로 경감.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사람은 뒤늦게 발굴단에 합류한 간호사 레더런이다. 단장이 신경과민의 상태인 아내를 위해 고용한 사람인데 사건 현장에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던 목격자라는 이유로 화자의 역할을 맡았다. 푸아로를 만난 초반에는 그에게 비호감이었다가 점차 호감을 갖게 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한 가지 좀 아쉬운 설정은, 15년 전에 헤어진 남편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럴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지도. 그런데 막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 또한 저 좋을 대로 착각하고 사는 인간의 본성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죽은 희생자의 성격 묘사는 또 얼마나 근사하던지. 그래, 세상 사람 그 누구도 단순한 성격을 가진 이는 없는 것이다. 복잡하고 섬세하고 이중삼중적이고 심지어는 저도 저를 잘 모르고. 그러다가 결국은 스스로의 허물로 피해를 입고 말기도 하고. 이 작가가 그려 내는 인간상을 정리하면 뭔가 작품이 나올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나야 그저 읽고 잊고 읽고 잊고 해도 좋을 따름이고.

집착은 아무리 애정이 담겼다고 변명을 해도 좋은 게 아니라고 말해 놓겠다. (y에서 옮김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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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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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는 다음에 해당되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하려고 한다.

1. 작가의 책을 읽어 본 적이 있으면서도 이 책을 읽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분

2. 나만의 공간을 가졌다고 자랑하는 작가를 적은 질투만으로 참아 줄 수 있는 분

3. 나이가 들어도, 오십을 훌쩍 넘어도 여전히 철이 들지 않은 채 투덜거리는 남자의 수다를 너그럽게 받아 줄 수 있는 분

순전히 내 마음대로 떠올린 대상이므로 혹시 내 권유에 책을 읽고 실망하신다면 어쩔 수 없겠다. 너그러운 이해를 바란다. 작가의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이다.


1. 작가의 책을 읽어 본 적이 있으면서도 이 책을 읽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분

나는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유쾌하다. 문제를 지적하는 부분도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도 짜증나지 않는다. 작가 스스로는 짜증난다는 듯이 표현할 때도 있는데, 읽는 입장에서는 시원하고 통쾌하다. 심지어 문제가 해결될 길이 아득히 멀어 보일 때조차도 그러하다. 문제를 파악하고 통찰하는 작가의 시선이 내게 웃음을 일으키고 여유를 갖게 해 주는 덕분이다. 그러니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라고 다른 사람도 다 나와 같이 느낄 수는 없을 것 같다. 같이 좋아한다면 그것대로 또 다정한 연대감이 생기겠지만 취향이 다르니 따질 일은 아니다. 다만 이래저래 망설이는 분들에게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작가의 책을 한 권 이상 읽어 본 적은 있어서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데, 나처럼 발간되는 족족 무조건 읽겠다는 생각은 아직 없는 잠재적인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는 뜻이다.

이 작가의 성향을 아예 모른 채 이 책을 처음 잡는 독자라면, 몇 가지 좋지 않은 인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를테면, 나이가 그만큼이나 되었는데도 여전히 철딱서니가 없다라든가, 재수없다라든가, 잘난 척한다라든가... 하는 정도로. 만약 이런 인상을 받은 탓에 이 작가의 글을 다시는 읽지 않겠다고 해 버리기라도 한다면 이 작가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좀 서운할 듯하다. 그런 점을 다 봐 주고서라도 책을 읽는 재미가 있었으니까.

2. 나만의 공간을 가졌다고 자랑하는 작가를 적은 질투만으로 참아 줄 수 있는 분

‘슈필라움’. 매력적인 공간이다. 이는 꼭 남자만 갖고 싶은 공간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여자에게도 필요한 공간이다. 그냥 모든 이에게 필요한 공간이라고 해야겠다. 함께 있어도 좋지만 그래도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향한 바람. 이런 공간을 당당하게 가질 수 없는 여자들이 화장대 앞이든 식탁 옆이든 조촐하게나마 의자를 마련하는 것일 테고.

작가는 이 공간을 얻기 위해 집을 떠나 여수에 들렀다가 마침내 여수 앞바다 섬에까지 이른다. 미역창고를 사서 돈을 들여 고치고 다듬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매일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바다를 보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겠다는 자신만의 장소. 거기에 한쪽 벽면을 책으로 장식하다가 모자라서 한쪽 벽면을 더 마련하고 있다는 계획과 빈 책장에 책을 채우면서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작가의 소망. 부러운 노릇이다.

이렇게 할 수 있으려면 바닷가 미역창고를 사서 고칠 수 있을 만큼 돈이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림도 글도 남들에게 번듯하게 내 보일 만큼의 실력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러는 동안에도 먹고 살 수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니, 하루하루 악착같이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약오르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다만 나로서는 작가의 앞선 책을 통해 어떤 과정으로 작가가 여기에 이르렀는지 대략 알고 있고 이해하는 처지이므로 질투나 불만 없이 지지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이런 삶에 동경하는 마음마저 들 정도이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을 무턱대고 질투를 하는 태도도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무런 노력 없이 누군가로부터 덜렁 받은 것도 아니고, 자신의 힘으로 겪고 잇고 쌓아온 결과로 얻은 것이라면, 그것으로 지금까지의 삶과 앞으로의 삶을 조금 더 근사하게 꾸려 가겠노라고 한다면, 그저 응원해 주는 게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좋은 일이 아닐까 싶어서다. 요즘 들어서 제 몫으로 잘 살아 나가는 사람을 보는 일이 내게 엄청 좋은 에너지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된 탓이 크다. 이 책도 역시 그러했고.

3. 나이가 들어도, 오십을 훌쩍 넘어도 여전히 철이 들지 않은 채 투덜거리는 남자의 수다를 너그럽게 받아 줄 수 있는 분

남자는 15살 이후로 자라지 않는다는 말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남편이나 아들이 같은 수준에서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본다거나 나이와 상관없이 열다섯 살 사춘기 때의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볼 때,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지려고 굳이 욕심을 부리는 때나 주변 여건 고려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하는 때 등등.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증상의 작가 모습을 시시때때로 보게 된다. 언제 어디서든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는 작가의 모습은 애교 수준이다. 여자는 어쨌든 부인의 입장에서 고려할 수밖에 없다. 남편이 가정이 있는 서울 집을 떠나 굳이 여수에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하면? 교수라는 직업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오십이 넘어 그림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가겠다고 하면? 여수 앞바다의 섬에 있는 창고를 사겠다고 하면? 그 창고에 가기 위해 배를 사겠다고 한다면?

작가의 이런 성향을 고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무척 짜증이 날 것 같다. 어쩌면 화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소제목을 이렇게 만들었다. 이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어야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작가의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당당한 자기 주장으로 읽을 수 있으려면 작가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해를 한 상태가 좋을 듯하다. 괜한 오해나 비난을 막기 위해서라도. 나는 취향이 다른 분들 간의 다툼을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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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내 리뷰가 다른 책들에 비해 다소 넘치게 쓰여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이만큼이나 될 정도로 작가에 대한 내 호감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다만 요즘 같이 조심스러워야 하는 때에는 도로 변명을 앞세우고 싶어지기도 한다. 좋다고 해도 그게 왜 좋은 거냐고 하고, 좋지 않다고 해도 왜 좋지 않느냐고, 마치 시비를 걸기 위해 웅크리고 있다가 탁 터져 나올 기회만 보고 있는 것처럼 조마조마한 시기에는 방어막을 쳐 두고 싶은 것이다. 덜 다치고 싶어서, 덜 깨지고 싶어서, 그럼에도 하고 싶은 말은 좀 해 보고 싶어서. 이게 예상보다 훨씬 넘치고 만 것 같아 지금 많이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 책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니. (y에서 옮김20190521)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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