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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살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윤정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평점 :
아는 게 많으면 좋을까 어떠할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아는 게 많다 싶으면 좋아 보이기는 하겠는데(아는 게 많아 보이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입장이라) 정작 본인도 그런 넉넉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걸까.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자신이 아는 바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또 만족하는 수준도 다르겠지만, 이 작가의 글을 읽을 때면 아는 게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양도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늘 든다. 아는 게 많은 작가라면 펼쳐 보일 세상도 그만큼 넓고 깊을 테니까.
이번에는 마술이다. 어렸을 때 마술 쇼를 텔레비전으로 본 적 있는데 나는 그때부터도 마술이라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눈속임이라는 것에 영 언짢았던 탓이다. 마치 내가 속아서 억울한 일이라도 당한 것 마냥. 남을 속이는 일은 하면 안 된다고 배운 게 절대적이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남을 속일 만큼의 기술을 갖지 못한 내가 딱해서 미리부터 미워했을 수도 있겠다. 그러니 마술사가 아무리 현란한 기술을 가졌다고 해도 그저 사기꾼 정도로밖에 안 보였고, 직업인으로서의 마술사 입장에서는 괜한 오해를 받는 억울한 처지에 놓인 것일지도.
다시 말하지만 이번 책의 요건은 마술의 기술을 이용한 범죄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화자인 마플 여사의 활약을 바탕으로 범죄에 이용된 마술의 원리를 풀어서 보여 준다. 눈에 보이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순간을 이용한다는 설정. 마술사가 직접 등장하는 것은 아닌데 마술은 이용되고 있다. 이를 알아채는 마플 여사. 결국 작가가 마술에 대해 이만큼의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겠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싫어도, 작가라면 두루두루 알고 있어야 하는, 알면 알수록 글을 쓸 때 더 도움이 된다는, 이런 식의 자질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고.
돈이 너무너무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 무엇이 있을까. 기부하는 것 말고, 그 돈을 이용해서 어떤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사명감이나 책임감이나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기여 정신을 갖고서. 이 소설을 읽다 보니 내가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고민을 하게 되기도 한다. 허무하지만 또 그럭저럭 재미있는 요소다. (y에서 옮김202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