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코리 디코리 독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홍현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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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같은 낱말(히코리)에서 사건과 배경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소설 제목이 히코리 디코리 독이라 하여 무슨 독극물 중의 하나로 주요 소재로 쓰인 줄 짐작했는데 이와는 전혀 관계없는 동요 제목이라고 한다.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이 히코리라는 동네라는 점을 연결시켜 놓은 것이었을 뿐. 쓸 거리가 많은, 혹은 쓸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사람은 아무 것이나 이어 놓아도 작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내게는. 


푸아로 경감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비서인 레몬 양의 언니가 지배인으로 근무한다는 히코리 가의 하숙집에서 이상야릇한 도난 사건이 일어나는 게 발단이다. 당시 영국에 공부를 하러 온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이래저래 얽히고설키고 대수롭지 않게 시작된 분위기에서 살인 사건까지 생기고. 레몬 양의 언니가 도움을 요청하면서 푸아로가 현장으로 들어서고 그리고 마침내 해결하기까지. 사건 해결 자체보다는 하숙집에 머무는 하숙생들의 다양한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럿이 한 공간에 모이면 일은 벌어지게 마련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성별이 같든 다르든 각각의 성격과 처지에 따라 우호 관계도 적대 관계도 생겨나게 되는 것인데. 작가는 이들 안에서의 관계를 절묘하게 설정하여 읽는 재미를 느끼도록 해 준다. 특히 작가가 중요하게 다루는 인간 각자의 인간성까지 보여 주면서. 사람은 안 바뀌고 유전자는 유전자의 구실을 끝내 하고 만다는 것이 꽤나 씁쓸한 맛을 남기기는 했지만. 


다가오는 2월에 이 작가의 작품인 나일 강의 살인이 영화로 나온다. 내용이야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고 다 알고 있는 바가 영화 화면으로 어떻게 나타나게 될지 비교하는 게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알아도 계속 찾고 다시 만드는 작품, 이게 중요하다. 이것이 매력일 테니. (y에서 옮김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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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고르 인생관
슬로보트 지음, 김성라 그림 / 어떤우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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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살고 있노라고, 내가 이렇게 살아보니 이렇게 사는 게 좋아서 권하고 싶노라고, 은근히 권하는 사람의 책도 강하게 권하는 사람의 책도 봤다. 가끔 내 마음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가진 적이 있었지만, 이내 그것은 내 것이 아님을 곧 알았다. 사는 일은 그게 무엇이든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바꿀 수 없다고 여겼다.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거나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이미 내 안에 뿌리내리고 있었을 나무였으리라는 것. 알았거나 몰랐거나 보였거나 보이지 않았거나 이미 내 것으로 나와 함께 살고 있다가 사소한 자극에라도 건드려지는 순간부터 내 가치관으로 드러나게 된다는 것을. 그러니 이제 와서 누가 하란다고 할 것도 아니고 하지 말란다고 안 할 것도 아니지만 이런 책을 만나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만큼은 가져보게 되어 좋다.


그림 작가 때문에 구한 책이다. 글을 쓴 이는 책방 세계에서는 제법 알려진 분인 모양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소신껏 하면서 살아가는 데에 삶의 가치를 두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는 용기와 격려가 될 내용일 것도 같다. 혼자 가는 길은 외롭고 두렵겠지만 세상 어딘가에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 좀 덜하지 않을까 싶고. 그러니 각자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에 얼마나 도움을 받게 될지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을 듯하고.   


책 마지막에 '고르고르의 인생관 편지'라고 24개의 항목이 그림과 함께 나와 있다. 작가는 이것들을 게임의 형식으로 5가지만 골라 보게 한다. 정말 소중한 것 5가지로. 쉽지 않았다. 고르면서 알았다. 내가 예전의 나와 다르다는 것을. 예전이라면 고르지 않았을 어떤 가치관을 이제는 고르고 있다는 것을(예-동물을 사랑하기). 그렇다면 앞으로도 어떻게 바뀌게 될지 모르겠다. 지금은 이것이 소중하지만 또 언젠가는 저것이 더 소중해질 수도 있을 테니까. 덜 소중하다고 내 것이 아닌 게 되는 것도 아닐 것이고. 


작가가 제시한 24가지 인생관이 어느 하나도 하찮은 게 없다. 이렇게 골라낸 것이 작가의 힘일 것이다. 나도 내 힘으로 24가지를 찾아서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한데, 언제나처럼 순간의 충동으로 끝나고 만다. 책에 있는 이 내용보다 더 나을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여기서 골라낸 나의 다섯 가지 인생관을 더 깊이 헤아려보려고 한다. 이게 여러 모로 낫겠다.  (y에서 옮김20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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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지친 밤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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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라는 시기가 몇 살부터 몇 살까지를 말하는 것인지 굳이 따져서 정하고 싶지는 않고. 막연하게 여겨도 괜찮은 시기가 또 중년은 아닐지. 한 사람의 일생에서 어리고 젊은 시절을 지나 이제는 살아온 시기보다 남은 날들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즈음에 해당되는 정도로. 수명이 길어져서 요즘은 이것도 더 늦춰야 한다고도 하던데.


만화 속 주인공의 나이는 50으로 나온다. 50세 정도라면 누구나 중년이라고 할 것도 같다. 40세나 60세는 보기에 따라 좀 애매하기도 하겠지만. 작가의 나이는 주인공보다 몇 살 많으니 중년에 해당될 것이다. 중년이 이렇게 만화의 소재가 되다니, 이 또한 예사롭지 않은 발상이다. 


만화는 잔잔하고 담백하게 펼쳐진다. 중년이라는 나이가, 특히 중년 여자로서 겪게 되는 변화가 만화 안에서 반짝, 짧게 빛나고 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자신의 마음에 든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 이 작가의 만화와 태도를 좋아하는 나는 두루 유쾌하였다. 중년에 이렇게 살면 어때서?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기도 하는데 이 정도라면 썩 양호한 모습이 아닌가? 중얼중얼, 젊음과는 또다른 사랑스러운 나이이기만 한 걸.


무탈하고 무난하고 무료하기까지 한 삶이 축복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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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했다가 귀여웠다가 - 마음의 양면을 건너는 그림에세이
김성라 지음 / 아침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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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그림 작가의 산문집이다. 제주가 고향인 작가가 서울과 제주를 오가면서 겪는 삶의 단편을 아늑하고 소박하게 보여 주고 있다. 막 넉넉하지는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한껏 따뜻해져 오는 모습들이다. 이 뜨거운 여름에도 사람들 사이에 주고받는 따뜻함이 전혀 거북하지 않을 정도로. 더위도 물리치는 정이라고 해야겠다.

그림이 좋으니 글은 절로 읽혀진다. 단순해 보이는 선과 색깔이 담백해서 마음이 더없이 차분해진다. 복잡하지 않고 어렵지 않게 보이는 그림들. 귀찮고 짜증나는 마음을 씻어 주는 것이 참 좋다. 제주를 말하고 있는 다른 책들에서는 얻지 못하는 동기를 얻는다. 책 속 '여행의 성향' 글에서 보여 주는 어느 식당을 찾아 가서 밥 한 그릇 먹어 볼까 하고. 작가가 얻은 작업실과 비슷한 분위기의 카페를 찾아 가서 커피 한 잔 마셔 볼까 하고.      


작업실을 구하고 간판을 달았다는 에피소드가 자꾸 나를 끌어당긴다. 작업실이 필요한 것도 아닌 내가 이런 공간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는 게 그저 딱할 뿐. 남의 작업실이라도 구경을 하는 재미가 마냥 좋다. 작가의 작품집이 자꾸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  (y에서 옮김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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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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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플 여사가 예전 여행에서 만난 라피엘[카리브 해의 미스터리]의 부탁을 받고 사건을 해결해 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카리브 해의 호텔에서 함께 사건을 해결했던 라피엘이 죽었다는 기사를 읽고 스산한 마음에 빠져 있던 마플 여사에게 죽기 전에 준비해 둔 부탁을 전해 온 라피엘. 욕심보다 호기심이 강하고 올바름을 밝혀야 한다는 사명감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마플 여사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던 라피엘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겠다. 살아서 해결을 못 봤더라도, 자신이 죽은 뒤에라도 마플 여사가 해결해 주리라고 믿었다는 점, 그게 또 중요하고. 


이 책 앞에 읽은 [작가들의 정원]을 통해 영국의 정원을 찾아다니는 여행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마침 마플 여사가 참가한 여행이 이 여행이라는 것을 읽으며 신통하게 여겼다. 이렇게 이어지다니, 경험이라는 게 직접이든 간접이든 쓸데없는 건 없다더니, 책읽기에도 적용이 되는 것이구나 싶어 흐뭇하기까지 했으니. 


평소 정원에 관심이 많은 마플 여사. 실제로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정원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겠지만. [작가들의 정원]에서도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플 여사는 정원에 대한 관심으로 유심히 관찰하다가 마침내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얻는다. 관찰과 추리와 생각과 판단. 작가는 절묘하게 이들을 조절하면서 해당 인물이 제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 준다. 독자는 오로지 듣고만 있어야, 잘 들어야만 알게 될 것이라는 듯 귀한 정보는 일부러 숨겨 놓은 채.    


'사랑'이 늘 위험을 불러일으키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사랑은, 그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 또 짚어 봐야겠지만,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오는 희생자. 사랑 때문에 자신이 희생자가 될지 어찌 알았을까마는. 인간 본성을 다룬다는 이 작가의 글, 특히 착함보다는 악함 쪽으로 조금 더 치우쳐 다루고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해 준다. 사람, 참, 딱한 존재다. 위대하기도 하지만. (y에서 옮김20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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