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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고르 인생관
슬로보트 지음, 김성라 그림 / 어떤우주 / 2021년 11월
평점 :
나는 이렇게 살고 있노라고, 내가 이렇게 살아보니 이렇게 사는 게 좋아서 권하고 싶노라고, 은근히 권하는 사람의 책도 강하게 권하는 사람의 책도 봤다. 가끔 내 마음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가진 적이 있었지만, 이내 그것은 내 것이 아님을 곧 알았다. 사는 일은 그게 무엇이든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바꿀 수 없다고 여겼다.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거나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이미 내 안에 뿌리내리고 있었을 나무였으리라는 것. 알았거나 몰랐거나 보였거나 보이지 않았거나 이미 내 것으로 나와 함께 살고 있다가 사소한 자극에라도 건드려지는 순간부터 내 가치관으로 드러나게 된다는 것을. 그러니 이제 와서 누가 하란다고 할 것도 아니고 하지 말란다고 안 할 것도 아니지만 이런 책을 만나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만큼은 가져보게 되어 좋다.
그림 작가 때문에 구한 책이다. 글을 쓴 이는 책방 세계에서는 제법 알려진 분인 모양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소신껏 하면서 살아가는 데에 삶의 가치를 두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는 용기와 격려가 될 내용일 것도 같다. 혼자 가는 길은 외롭고 두렵겠지만 세상 어딘가에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 좀 덜하지 않을까 싶고. 그러니 각자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에 얼마나 도움을 받게 될지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을 듯하고.
책 마지막에 '고르고르의 인생관 편지'라고 24개의 항목이 그림과 함께 나와 있다. 작가는 이것들을 게임의 형식으로 5가지만 골라 보게 한다. 정말 소중한 것 5가지로. 쉽지 않았다. 고르면서 알았다. 내가 예전의 나와 다르다는 것을. 예전이라면 고르지 않았을 어떤 가치관을 이제는 고르고 있다는 것을(예-동물을 사랑하기). 그렇다면 앞으로도 어떻게 바뀌게 될지 모르겠다. 지금은 이것이 소중하지만 또 언젠가는 저것이 더 소중해질 수도 있을 테니까. 덜 소중하다고 내 것이 아닌 게 되는 것도 아닐 것이고.
작가가 제시한 24가지 인생관이 어느 하나도 하찮은 게 없다. 이렇게 골라낸 것이 작가의 힘일 것이다. 나도 내 힘으로 24가지를 찾아서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한데, 언제나처럼 순간의 충동으로 끝나고 만다. 책에 있는 이 내용보다 더 나을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여기서 골라낸 나의 다섯 가지 인생관을 더 깊이 헤아려보려고 한다. 이게 여러 모로 낫겠다. (y에서 옮김20211201)

